교육부의 과감한 내부 혁신과 역량 강화가 필요한 때!
초라한 2022학년도 대입전형과 교육혁신안
지난 8월 17일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개편의 주요 내용은 정시 수능 100% 전형 비중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대학에 권고, 수능의 선택과목 확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본격 도입, 고교 내신 전 과목 성취평가제 도입(원점수, 과목평균, 성취수준별 학생 비율 제공) 등이다.
언뜻 보면 뭔가 긍정적인 것을 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정권 임기 내 주요 교육개혁의 포기이며, 의도했던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입시 경쟁의 완화는 모두 거짓 구호였으며, 학교 교육의 근본적 개선에 대한 희망은커녕 깊은 실망만 안겨주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수능 정시 전형이 강화되고 수능 등급이 최저학력기준으로 계속 활용되는 한 고교교육은 객관식 문제풀이 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줄 세우기 교육은 여전할 것이다. 수능에 논·서술형을 포함시켜 2015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고등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고교학점제의 본격 실시도 구호에 가깝고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국적 맥락에서 고교학점제 도입의 진정한 의미는 졸업자격을 갖추었을 때만 졸업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학생의 필요와 장래 목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실제는 대학입시에서 점수 획득에 가장 유리한 과목 선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출석 일수 충족 외에 실제 기준 학점을 취득하려면 당장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습부진을 예방하기 위한 조기개입 프로그램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조차 없다. 이는 고교학점제가 구호에 불과하고 진정성이 없다는 것의 방증이다.
아울러 고교교육 혁신방안에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좇아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담겼어야 했다. 어떤 인재를 길러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미래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꿈과 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 고교 선생님이 필자에게 “우리가 하는 학교교육은 더 나은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길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의 평가들은 지독하게 꼼꼼하고 지식 수용적이며 빈틈없는 학생들을 우등생으로 만들어내고 주변을 돌아보고 여유를 가지며 공상이 많은 학생들은 전부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런 교육으로 한국이 지속가능하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모르는 것인가 알고도 외면하는 것일까?
의문스런 교육부의 역할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교육을 외면한 교육부의 이번 개편안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고교학점제 도입을 보자. 이는 고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하나의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공론화란 이상한 절차를 도입해 고교학점제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수능 강화의 길을 택했다. 고교학점제가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고도 복잡하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학생이 최저 성취 수준에 도달했을 때만 상급 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 DI), 층위별 교육과정(layered curriculum) 운영 등이 필요하고, 나아가 각 학교별로 학습부진 예방과 보정을 담당할 특별한 전문가 팀(예: 온타리오 주의 학생성공 팀)이 필요하다. 개편안에는 이런 준비에 대해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최우선 전제 조건은 수능 점수만으로 뽑는 정시를 없애는 일이다. 수능의 영향력이 크면 학생들은 수능 점수 획득의 유·불리함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교학점제는 입시교육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변질될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처럼 수능시험의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하고 수능성적은 여러 전형 요소의 하나로만 활용하게 했어야 했다. 수능 강화와 고교학점제 도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교육부는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을 도입하는 자기모순을 범했다. 학종의 문제점은 공정성의 문제라기보다는 범죄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불공정과 범죄행위는 구분해야 하며 해결책도 달라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도입은 또한 현재의 상대평가 대신에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한다. 학점제 하의 절대평가(성취평가)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성적표기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졸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학점을 획득하게 하는 데 있다. 이는 잠자는 교실과 다수의 학포자를 이대로 두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대신 성취평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상대평가적 성격의 정보(원점수, 과목평균, 성취수준별 학생 비율)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교육부 스스로가 고교 교육의 최우선 목적을 대입전형을 위한 자료 생성 과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교육부의 고교혁신 정책은 모든 것이 입시관리에 맞춰져 있다. 입시가 주(主)이고 교육은 종(從)이다. 이게 교육부의 존재이유인가?
2022 대입개편 성적표 ‘낙제’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은 낙제점 수준이다. 교육개혁에 대한 태도가 너무 안이하고 문제해결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1-2년 동안 교육부가 한 일에 대해 온 국민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성적표를 발급하고 싶다.
“수많은 학생들의 미래가 걸려 있어 국민의 선호도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입전형 안이나 고교교육 혁신안을 고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교육정책을 일반인에게 맡겨 결정하려고 한 것은 교육부의 판단력을 심히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여론 대신 정론을 추구했어야 했습니다. 이런 난제의 해결일수록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했고 한국 학교교육이 나아갈 중장기 방향인 비전을 먼저 수립했어야 했습니다. 당신 교육부는 그런 노력이 아예 없었습니다. 교육개혁의 기본 원리를 무시했고 문제해결능력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복잡계 성격을 띤 대입전형 제도의 디자인은 교육과정, 고교체제, 고교학점제, 내신평가, 수능시험, 대학교육이 나아갈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했어야 합니다. 이는 고리 원전 문제의 해결처럼 기술적으로 풀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이런 난제(adaptive challenge)를 푸는 원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연구도 나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랑 대입전형만 분리해서 비전문가인 시민참여단에게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는 낙제점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다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길은 있습니다. 진정성 있고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갖고 과거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며 학습을 통해 역량 향상에 힘쓰는 길입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공론화를 통한 정책결정 방식은 촛불 민주주의로 탄생한 우리 정부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방식’(동아일보 2018 8월 8일)’이란 발언은 궤변이며 솔직하지 못하고 성찰이 부족하며 변명에 가깝습니다. 이런 태도부터 버려야 합니다.
교육부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부족한 문제해결역량을 보완하려면 외부의 자문도 받으시기 바랍니다. 교육개혁 분야 세계적 컨설턴트인 마이클 풀란을 추천합니다. 아울러 이분이 쓴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2016)란 책을 먼저 공부하시길 권합니다. 마이클 풀란은 교육개혁이 실패하는 주요 이유로 정책결정자들의 변화의 원리에 대한 무지, 또 정책결정자들의 잘못된 가설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발표에 깔린 가설, ‘대입전형과 고교 교육을 이렇게 바꾸면 학교교육의 질이 이만큼 좋아질 것이다’란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잘못된 가설입니다. 교육부 정책결정자는 가장 먼저 교육변화의 가설에 대한 평가, 검증의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또한 정책결정을 함에 있어서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증거와 양질의 리서치 결과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제 교육은 더 나은 직업을 얻어 나 혼자만 잘 먹고 사는 것을 지향하는 천박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타인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내가 사는 사회와 지구촌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도 교육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OECD 2030 학습 프레임의 내용처럼 웰빙이 교육의 최상위 목표가 되고 학교는 혁신의 실험실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교육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 교육이 바로 서고 그 자체가 대입준비가 되게 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시험성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낙제 점수를 받았지만 다음 남은 기간 동안은 우수한 성적을 내서 온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그런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럴 경우 상응한 지지를 보내겠습니다.”
교육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교육부의 최우선 과제는 성찰을 통해 교훈을 얻기, 새로운 학습을 통해 필요한 역량 갖추기, 그리고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더 나은 의사결정 및 집단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내부 조직 혁신 등이다. 아울러 국내외 교육개혁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외부의 전문가에게 의존해 해결책을 찾으란 뜻이 아니다. 최근 20-30년간 세계적으로 교육개혁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었기에 한국도 이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일본의 교육 대개혁에 관한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세계의 전문가들이 연구개발하고 현장에서 검증된 이론과 성공사례를 빠짐없이 섭렵한 다음 이를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반면에 이번 대입전형 및 교육혁신 안은 다가오는 새로운 미래에 대한 대비는커녕 점수 위주의 대학입시를 강화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해오던 방식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 가장 먼저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사회인이 되는 시점인 2030-2035년 사회를 전망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논의는 결국 아래 두 가지의 열린 핵심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① “2030년(혹은 2035년)의 바람직한 사회와 교육의 모습(고등교육 포함)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② “10년 후 다가올 미래사회를 고려할 때 학교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와 이에 조응할 대입전형 체제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위 질문①은 사회비전과 교육비전에 관한 것이다. 교육비전은 모두의 열망을 담은 이루고 싶은 미래 교육의 모습이다.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도출된 매력적인 비전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자극하고, 공동의 목적·목표를 통해 구성원을 단합시킨다. 또 이는 교육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싱가포르는 21세기를 맞으며 1997년 국가 교육비전으로 ‘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을 선포하였고, 일본은 1998년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살아가는 힘’을 교육비전으로 삼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최근 ‘탁월성의 성취(Achieving Excellence)’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주민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주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 실현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이나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Growth for All)’과 같은 따뜻하면서도 대담한 비전이 필요하다. 이의 실현을 위해 미국처럼 ‘모든 아동의 성공을 위한 교육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같은 것도 제정해 학습부진 아동을 방치하는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들을 방치하면서 복지니 민주시민교육이니 하는 것은 모두 위선이다!
또한 대입전형을 고안할 때는 반드시 기본원칙(guiding principle)을 설정하고 시작하기 바란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이다.
·원칙1 – 교육 비전(vision) 및 목표(goal)와 대입전형의 연계
·원칙2 – 분절적 개혁 지양 &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
·원칙3 – 입시 점수경쟁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전형
·원칙4 – 고교 교육 내실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형
·원칙5 – 타당하고 공정한(equitable) 전형
·원칙6 – 통합적·다면적(holistic) 평가
·원칙7 – 대학의 학생 구성 다양성 중시
만약 이상과 같은 기본원칙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공론화를 통한 대학입시 개선안 마련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론화에 붙여졌던 4개의 안 자체 모두가 위 원칙에 어긋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입전형 개선안 모색의 패러다임 대 전환 필요
새로운 대입전형안 모색과 관련해서 패러다임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학종이 더 문제인가 수능이 더 문제인가 하는 식의 이분법적 논의의 틀이 문제였다. 어느 한 가지 전형 요소를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면 그 전형 요소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학종의 영향력이 크니까 다양한 부정이(이는 불공정의 문제라기보다 범죄에 가까움) 발생하고 학생들을 고교 3년 내내 학생부의 노예로 만들게 된다. 한편 수능 100% 정시전형을 강화하면 고교 교육은 문제풀이식 학습으로 전락한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교훈은 “내신이나 수능 어느 한 가지 요소만으로 선발하지 말라.”와 “내신 준비가 수능 준비가 되게 하라.”에 가깝다. 따라서 미래형 대입전형은 주요 선진국들처럼 수능시험(자격고사 성격을 강화), 학생부 교과, 비교과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생부1/3, 수능1/3, 면접 1/3 식으로 부담을 분산해야 한다(이 비율은 대학의 사정과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 있음). 이때 수능의 경우 문제 유형이 최대한 학교교육과 일치되게 해야 한다. 즉 내신 준비와 수능 준비가 별개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불 때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대입전형 간소화(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대입전형 체제 고안 관련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은 학종과 수능의 비율, 공정성 등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학종과 수능의 비율, 공정성 등의 논쟁이 아니라 이들 영향력의 크기 조정이다. 이제 앞으로는 새로운 대입전형을 모색할 때는 학종과 수능의 영향력을 어떻게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접근은 자연스럽게 대학서열의 완화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에 확정한 2022학년도 대입전형 안은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면서 2025학년도 이후의 교육과정개정과 대입전형 논의를 일찍이 촉발하게 될 것이다. 대입전형 안의 고안을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하고 학교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지금은 더 나은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회 전체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외의가 잘못된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 가둘 때 강력히 저항하지 못하고 갇히고 말았던 우리들, 그리고 설익고 근거도 미흡한 문제해결방안을 제안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전 교육부 장관과 측근들, 그리고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과 이에 용감히 맞서지 못한 교육부, 모두 성찰하며 부족했음을 솔직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교육부의 변화가 절실하다. 이번 대입전형 개선안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교육정책 결정 프로세스의 낙후함’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상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청와대의 개입, 공론화를 통한 의사결정 등이 그 예이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이다. 교육부의 역량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꿴 것들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고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성숙된 자세, 문제해결을 위한 집단적 역량(collective capacity)의 구축, 여론과 청와대 눈치보기가 아닌 철학과 원칙에 입각해 소신 있게 일하며 주요 정책결정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교육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 이 글은 ‘에듀인뉴스 월간교육’에 기고한 것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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