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기초학력 지원의 과제
2021학년도 초등학교 2학년 교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 작년 첫 학교생활을 EBS 방송수업와 짧은 등교수업으로 병행하다가 올해는 매일 등교하며, 학교 오는 것을 즐거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이전보다 커진 것이 느껴진다. 이런 긍정적인 부분과 함께, 국어나 수학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참여를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작년부터 예측됐던 상황이다. 물론 가정에서 교육적 지원을 잘 받았던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올해 우리 반에서 한글과 기초연산이 가장 부진한 학생은 부모님께서 멀리서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는 상황으로 인해 작년 주 1~2회였던 등교일을 맞추기 어려워 거의 등교 대신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매일 부모님 가게에서 EBS로만 공부했었다고 한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2학년이 되고 한글과 1학년 기본 연산을 함께 공부하는 학생이 우리 반에는 4명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원격수업이 시작되며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 학생과 교사 사이 소통 한계, 사교육 차이 등의 원인(계보경 외, 2020)으로 교육격차가 커진 것이 확인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도 늘어났다. 학교는 이에 대한 1차적 책무로서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이 미달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학력이란
기초학력은 보통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하는 3R’s(읽기, 쓰기, 셈하기)와 국어, 수학 과목에서 최소한의 성취수준을 충족하는 학력을 의미한다. 요즘은 이에 개별 학생의 정서‧심리 발달 정도 및 학생의 부모, 또래, 교사와의 긍정적 관계 형성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관계성을 포함하여 4R’s로 정의하는 추세이다(서울시교육청, 2021).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인지역량의 기초학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정서적 역량의 기반이 필요하다. 학생이 학습 동기, 학습에 대한 긍정적 정서 등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학습에 임할 때 배움 활동이 의미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습자 내적동기나 정서적 역량은 학생의 이전 경험, 특히 가정에서의 경험과 많은 관련이 있다. 많은 연구에서 학생들의 학습격차에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침을 지적하는데, 차은호(2020)는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녀의 어린 시절부터 애착이 중요하고 적절한 교육적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두뇌 전반 및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녀의 교육적 돌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한다. 학력과 소득이 비례하는 우리 사회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일수록 학생에게 교육적 자극으로서의 돌봄이 부족할 것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학습장애나 선천적 원인의 영향이 아니라면, 입학 이전 가정에서부터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서 발견하는 안타까움은 학부모 상담 시 부모님께서 자녀의 학력 부진을 알게 되신 후에도 가정에서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가정에서의 교육적 역할에 대해 ‘애들은 속도가 느릴 뿐이지 두면 알아서 잘 커요. 삶에서 공부가 다가 아니잖아요’ 라며 관점 차이를 보이시거나, 자녀를 돕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삶의 여건 상 교육적 돌봄 시간을 확대할 여력이 없으신 것이 눈에 보인다. 학생의 학습 부진이 발견되었을 때, 가정과 협력하여 학생을 둘러싼 교육 주체들이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이상적 그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자녀를 적절히 돌보지 못했던 가정을 학습을 촉진하는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학생의 기초학력 향상보다 더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발견되었을 때 부모님과 상담을 통해 학습자의 정서적 부분 등을 가정에서도 지원해주시도록 요청하지만, 현실은 담임교사나 기초학력 업무담당자가 전적으로 맡아서 교육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학교에서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 교육 현황
학교에서 담당 교사와 별도의 시간에 학습을 하는 것이 필요한 학생들이지만, 교사들은 학생 교육이 주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수업 이후 행정업무나 연수, 협의 등의 일정으로 인해 소수 학생들을 별도로 지도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학교 교육을 계획하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정작 교육 대상인 학생과의 방과후 만남은 소외될 수 있는 ‘웃픈’ 현실이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 혁신 학교를 중심으로 교사의 본연 업무 집중을 위한 행정업무 경감 노력을 실천하기도 하고, 교육청에서도 ‘공문 없는 날’을 지정하여 운영하거나 여러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직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적고 수업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학교가 시마다 1~2곳은 있다더라.’ 정도로 느끼는 수준이다.
이에 지자체와 교육청에서는 기초학력 부진 해소와 관련한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필요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외부 강사를 채용하여 주 2~3회 학생들이 1:1로 공부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는 기초학력과 관련한 예산이 많이 증액되어 여러 사업을 통해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부분에도 교육 계획 뿐 아니라 강사 채용 및 계약, 예산 품의, 결과 보고 등의 행정적 절차가 많이 요구되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나마 해당 영역의 예산이 많이 지원되어 다행이다.
또, 학교에서 교사들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지도 역량을 신장시켜 가며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지역의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기초학력 기본, 심화, 전문가 과정 연수를 매해 진행하며, 기초학력 대응이 중요한 시기에 적절히 교육받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전국 교육청들도 기초학력에 대한 높은 관심에 부응하는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학습에 대한 이해가 느린 학습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좋은교사운동 배움찬찬이연구회’와 같은 교사 연구모임에서 경계선 지능, 정서행동 문제 등을 가진 학습 부진 학생들도 학급 전체 수업 시간에 함께 이해하고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글 읽기과 기초수학 교수학습 전략을 개발‧배포하여 현장 교사들이 학급 단위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게 하는 등 교사 차원의 연구와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의 지원을 위해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
다양한 학습자 모두가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방법의 전문성을 확대해가는 것이 계속 필요하겠지만, 학습 부진의 원인에 맞는 더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히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진단과 특별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몇 해 전부터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진단하는 것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러 연구자, 전문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김중훈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2020)에 의하면 선진국에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학습 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를 진단하는 비율이 적고, 이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학습 장애 중 난독증이나 읽기 장애 같은 경우 초기 개입 시 전문적 지원과 훈련을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한글 교육만을 받으며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채 학습 부진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점이 드러났으니 이 부분에 대한 특별한 지원도 더 빠른 시일 내에 확대되어야 한다.
또, 현장에서 느끼기에 학습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은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해한 내용을 익힐 수 있도록 충분한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다수의 동료 교사에게 ‘지금까지 가르쳤던 저학년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관찰할 때 이해력이 느려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더 많았는지, 아니면 전체 수업 시간에 배울 때에는 이해하지만 방과 후 복습을 도와주는 이가 없어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이는지’를 질문하면 후자를 원인으로 꼽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현재의 학년군별 성취기준에 따른 국어(한글)와 수학 교과 진도는 학교에서의 수업 시간 만으로는 자신의 역량으로 익히기 위한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없으므로 방과 후 별도의 개인학습 시간이 필요하다.
현장 교사의 주관적 관찰에 의한 필요 뿐 아니라 김희삼(2020)도 격차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인 학력 보장 정책이 제대로 현장에서 실행되기 위해서는 교사당 학생 수 줄이기 등의 환경적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며, 방과후 보정학습 등을 통해 배움의 결손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말했듯이, 가정배경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자녀교육의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의 격차(박현정 외, 2013)는 학부모에게 교육 정보 제공과 같은 상담이나 부모의 사랑과 책임에 의지하는 방법으로는 가정의 변화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다. 결국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은 가정 외의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익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현재처럼 방과 후 지도를 개별 교사의 책임감에 맡기거나 한시적으로 예산 지원하는 것을 넘어 보다 안정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 가정의 교육지원 격차 해소를 위해
그렇다면 방과 후 시간,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의 ‘習’을 위한 교육은 누가 어떤 방법으로 지도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가 방과 후 시간을 확보해서 가르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교사가 수업 이후 많은 업무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교사 개인의 책임감으로 선택·실천하도록 하는 수준으로는 보장이 어렵다. 짧은 시일 내 교사의 행정 업무 경감으로 방과 후에도 학생 교육활동 지원이나 수업 연구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어렵다면, 올해 지원 중인 기초학력 협력교사를 매해 예산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외부 강사 채용의 방식이 아니라,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정식 교원을 배치하여 방과 후 교육을 이어가는 것도 안정적인 학생 지원을 위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학생 돌봄서비스의 보완을 통해서도 방과 후 학습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학교 돌봄교실을 신청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맞벌이 가정의 학생들로 신청 사유에 가정에서 돌볼 인력이 없거나 부모님의 퇴근 시간까지 사교육을 계속 받기 부담스러운 것에 응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부모님의 퇴근 이후 가정에서 교육적 돌봄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조건의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이 기초학력 보완 지도가 중요한 시기에 돌봄교실을 통해 하루 30분 씩이라도 국어, 수학 교과의 기본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초등 돌봄교실의 강화를 위해 지자체 이관이나 전담교사 확충 등 여러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정리된 입장이 없어 아쉽다. 학생들의 성장에 더 의미 있는 돌봄교실로서 방과후 가정의 교육 공백을 채워가기 위해, 관계부처의 조속한 협의와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정의 교육적 자원이 부족한 학습부진 학생들에게는 삶의 주도성을 신장하는 교육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은 기초학력 부진이 보완된 이후에도 학습에 적절한 지원이나 자극을 받지 못한다면, 다시 교과 학습부진으로 이어지기 쉽기에, 다른 학생들이 가정에서 지지받는 것보다 더 큰 주도성 및 자기관리 역량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힘이 필요하다. 가정 자원의 차이에 의해 교육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으로 그 이전 시기에 적극적인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한다(김수혜 외, 2020). 학습이 부진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교과 지식도 부족하지만, 그동안 교과 지식을 적극적으로 학습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쳐온 삶의 주도성, 학습동기, 학습 전략 등의 정서적 역량도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므로 그 이전 시기부터 기초학력 보완 교육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필요한 것,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긍정적인 삶의 방향, 그를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을 인식하고 관리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기초학력 초석을 잘 다져야 가능할 미래교육
요즈음 교육에서의 존엄 실현, 학생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교육, 민주학교 등 미래 교육을 위한 논의들에서 더욱 개인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점점 학습자들의 고유성을 반영할 미래교육 방향을 바라보며 기대가 되다가도, 아직 학력의 기초 토대를 잘 다지지 못한 학생들을 바라보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주도적 학습자 모습과의 괴리에 마음이 급해진다.
학습자 중심으로 지금보다 더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허용될 학교 교육 공간에서, 기초 학력 부진 학생들도 붓질이 끊이지 않고 나름 자신의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 주도성이 더 중요해지는 미래교육의 설계에서 교육의 공공성과 관련하여 학력 부진 학생들을 위한 지원의 범위를 얼마만큼으로 예측‧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각자의 교육받을 권리 안에서 존엄한 인간으로서 일부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이라야 진정한 미래교육으로서 의미 있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계보경‧김혜숙‧이용상‧김상운‧손정은‧백송이(2020). COVID-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 분석 –기초 통계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 김수혜‧손수경‧임혜정‧노언경(2020). OECD 형평성 지표로 본 교육격차 추이: 서울교육종단연구 1-9차 연도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서울도시연구, 21(2),127-144.
• 김중훈(2020). 교실에서 바라본 기초학력. 한국과학창의재단.
• 김희삼(2020). 격차사회 극복을 위한 기초학력보장 정책의 방향. 사회보장연구, 36(2), 93-135.
•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2021). 2021 초등 기초학력 보장 지원 계획.
• 차은호‧유조안(2020). 부모의 교육수준에 따른 자녀돌봄시간의 불평등. 한국가족복지학, 67(3),5-33.
현재 안양관악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기타 행정업부에서 벗어나 수업과 그 준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의 ‘習’을 위해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지만, 더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수업 시간 중에 충분한 학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 기초학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기에,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여러 대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