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되는 까닭은?
2018년 지방자치 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 되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이 푸른색으로 물들다시피 했다. 그와 함께 진행된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2014년보다 오히려 늘어나, 대구, 경북, 대전을 제외한 14개 교육청에 진보 교육감 깃발을 꽂았다. ‘혁신교육’에 대한 전국민적인 지지가 확인된 셈이다.
고무적인 성과임에는 분명하지만 한가닥 찜찜함이 남는다. 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입에서 주로 나오는 ‘깜깜이 선거’라는 말 때문이다. ‘깜깜이 선거’란 후보자들이나 정책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누굴 찍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를 말한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유명한 사람이 유리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현직 교육감 중 낙선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는데, 교육감 후보들 중에서는 아무래도 현직 교육감이 이름이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생각을 달리해 보면 깜깜이 선거가 교육감 선거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선거도 광역 자치단체장 이하 단위로 내려가면 사실상 깜깜이 선거다. 시도의원이나 시군구 의원 후보들에 대해 누가 누군지 알고 찍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시도의원이나 시군구 의원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누가 적격자인지 판단하고 찍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많이 잡아도 10%를 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선거를 깜깜이 선거라고 하지는 않는다.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있는 강력한 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속 정당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가 누구인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살펴보지 않고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만 보고 찍는다. “1번으로 통일”, “2번으로 통일” 이런 식으로.
따라서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고 불리는 까닭은 후보자에 대해 혹은 후보자의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몰라서가 아니다. 그건 다른 선거도 마찬가지다. 교육감 후보자는 어떤 정당에도 소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1년 전까지 소급해서 정당에 소속된 적이 없어야 한다. 그러니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자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이름 석자 뿐이다.
교육감은 일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책이 아니라 지역의 유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직책이다. 이 영역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상당한 이론과 숙련이 필요한 전문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교육감 후보자들이 그 분야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고, 훌륭한 교육철학과 교육비전을 가지고 있다 한들, 그걸 식별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유권자들의 대부분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더 나쁘게 오해하기 쉽다.
심지어 더 큰 문제가 있다. 유권자는 물론 교육감 후보자들조차 유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못해 전무한 경우가 많다. 유초중등 교육의 전문가들인 현직 교사들이 교육감 선거에 어떤 방식으로도 관여할 수 없게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교사가 교육감 후보자가 되려면 무조건 교사직을 사임해야 한다. 당선이 보장된 것도 아닌데 그런 모험을 할만큼 부유한 교사는 많지 않다. 반면 대학교수는 교육감에 출마하기 위해 휴직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선되면 좋고 낙선하면 다시 복직할 수 있다. 무슨 근거로 이런 차이를 두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하여튼 그렇다. 교사는 출마도 못할 뿐 아니라 교육감 후보자를 도와 정책을 만드는 일에 참가할 수도 없고, 교육감 후보자들에 대한 비평을 공개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SNS에서 ‘좋아요’도 누를 수 없다. 교수들은 이 모든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정작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고,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 정당 역시 절대 개입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교육감 선거는 대학 교수들과 이런 저런 노동운동, 시민운동 단체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당연히 그들은 현재 유초중등 교육 현장에 대해 아무런 감이 없다. 교사 출신 후보라 하더라도 현직과는 거리가 먼 교사 경력이 왕년에 있었던 이런 저런 노동운동, 시민운동 단체와 관련이 깊은 인물들이다. 결국 유초중등 교육에 관한한 동네 아저씨나 다름없는 대학교수들이 역시 동네 아저씨들과 다름없는 이런 저런 노동, 시민운동가들과 모여서 후보를 선출하고 선거운동 캠프를 차려서 이런저런 공약을 내거는 것이 교육감 선거다. 당연히 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약들과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엉터리 공약들이 마구 뒤섞이지만, 이 옥석을 가려줄 수 있는 교사들은 여기에 대해 자기 목을 걸지 않는 한, 어떤 정보도 알려줄 수 없다.
후보자들도 교육을 모르고 유권자도 교육을 모른다. 이해를 도와줄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의 시퍼런 서슬에 눌려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 이렇게 무지의 삼각형이 완성된다. 답답해진 유권자들은 결국 친인척이나 지인들 중의 아는 교사에게 물어본다.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를 뽑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찍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은 아는 교사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사의 입은 조심스럽다. 만약 “누구 뽑아” 라고 대답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목이 달아나지나 않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금 대답하는 공간이 개인 톡인지 단체 톡인지 따지게 된다. 이렇게 구차하게 따질 바에는 그냥 입 닫고, 눈 감는게 속 편하다.
이게 바로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되는 까닭이다. 교육 전문가들의 손과 발을 사슬로 묶고 입에는 재갈을 채워 놓은 선거. 후보자도 전문가가 아니며 캠프도 전문가가 아니며 유권자도 전문가가 아닌 선거. 유권자만 깜깜이가 아니다. 후보자도 캠프도 다 깜깜이다. 그나마 후보자와 캠프가 스스로 깜깜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다행이다. 뭐든지 다 아는 우리나라 시민운동가, 노동운동가의 속성상, 주로 여성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교육 따위는 이들 남성 활동가들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맨스플레인의 대상에 불과하다. 이렇게 깜깜이 선거가 마무리된다. 그 해법이 무엇인지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사회교육과를 졸업하였다. 중학교에서 24년간 사회를 가르쳤고, 서울대, 상명대, 방송대 등에서 강의하였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에서 정책연구를 담당했고, 현재 계간 우리교육 편집위원이다. '학교라는 괴물', '그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등의 교육 비평서,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경제학', '세상을 바꾼 질문' 등의 청소년 교양서들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