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후의 새로운 대입전형 방안을 제안한다(Revised)
목차
1. 시작말
2. 대입전형 현황과 문제점
가. 대입전형 현황
나. 대입전형 실태와 개선을 위한 의견들
3. 미래 사회와 교육 변화의 전망
가. 미래 사회의 변화
나. 직업세계의 변화
다. 고등교육 생태계 변화
라. 민간 자격증 시대 도래와 진학 생태계 변화
마. 학교교육의 변화
4. 새로운 대입전형 방안 모색
가. 미래 교육의 핵심가치와 비전
나. 새로운 대입 전형 고안의 원칙
다. 새로운 대입전형의 핵심 목표 2가지
라. 미래교육 시나리오별 대입전형 방안
5. 새로운 대입전형 도입을 위한 현 정부의 과제
가. 2015개정 교육과정 개정
나. 평가 체제 혁신
다. 사회적 투자 병행
라. 교육개혁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
6. 맺음말
1. 시작말
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전형과 수능 체제 등에 대해 금년 8월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작년 2021학년도 수능의 부분적 절대평가 전환(1안)과 전면 절대평가 전환(2안)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바 있다. 그래서 당시 교육부는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 시한을 1년 연기했지만 오는 8월의 발표 때도 모두가 공감하는 개선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도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낮은 상태이고(2017년 8월 한국갤럽 정부의 분야별 정책지지도 조사에서 교육 35%로 꼴찌), 올해는 지방선거, 내후년 초에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서 가능한 한 분란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수능을 포함한 대입전형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학교교육이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봉책으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정부의 이런 어려운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대입전형 개선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6회에 걸쳐 진행하였고, 이를 참고해서 대입전형 중장기안(2025년 이후 적용)과 과도기용 단기 안(2022학년도부터 적용)을 마련하였다. 이런 안을 도출하기 위해 먼저 미래 사회 변화와 교육의 미래를 전망해보고 이런 미래에 적합한 새로운 대입전형 방안을 모색해보았다.
2. 대입전형 현황과 문제점
대입전형과 대입전형을 구성하는 전형 요소는 시대 변화에 따라 수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가장 큰 특징은 최근 몇 년간 학생부 위주 전형(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65.9%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가 주는 긍정적 시사점도 적지 않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 역시 매우 많다.
가. 대입전형 현황
2019학년도 전체 모집인원은 51만 2036명(이 중에서 4년제 348,834명)이고 올해 고3 학생 수는 57만 9250명이다. 그런데 현재 고1은 45만 9935명으로 지금의 고3보다 약 12만명이 감소하게 된다(출처: 교육통계서비스). 따라서 이런 추세라면 현재의 고1이 대학을 진학하게 되는 2021학년도가 되면 대학의 모집인원 수가 대학진학희망자 수보다 많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의 대학입시는 수시, 정시로 나뉘는데 최근 3년간의 수시, 정시 전형의 변화 추이를 도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1> 최근 3년간 학생부중심 전형 추이(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8)

위 도표를 보면 학생부 위주 전형이 대입전형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2017학년도 60.3% → 2018학년도 63.9% → 2019학년도 65.9%’처럼 매년 소폭이지만 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수시 모집인원 265,862명 중 229,104명(86.2%)을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 서울시 11개 주요 대학(경희대, 고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경우를 보면 수시전형이 74%(학생부 종합전형 45.2%)나 된다. 수시의 학생부 전형의 변화 중 주목할 점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내신 등급을 비중 있게 반영함으로써 ‘준 교과전형’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학생부 기재사항 간소화(예: 자율동아리 활동, 교내 수상 실적 제외, 독서활동의 책 제목과 저자만 기록)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가 주는 시사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대입전형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시 전형은 아래 <표 2>처럼 수능 위주로 정착되고 있다.
<표 2> 최근 2년간 정시 전형 변화 추이

<표 2>를 보면 정시전형은 수능 위주 전형으로 안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시 모집인원 82,972명 중 72,251명(87.1%)을 수능 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전형 비중 면에서 학생부 중심 전형(교과전형, 종합전형)의 뒤를 잇는 것이 정시전형이고 그 다음이 논술전형이다. 2019학년도에는 13,310명을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며 이는 전체 모집의 3.8%, 수시모집의 5%에 해당된다. 논술의 경우 전체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 논술로 선발하는 인원은 2019학년도 기준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17%나 되고 논술전형 선발 비중이 20%가 넘는 대학도 5곳이나 된다.
나. 대입전형 실태와 개선을 위한 의견들
대입전형의 문제점은 매우 다양하나 현재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긴급한 과제로 다루고 있는 것은 2022학년도 대입전형과 수능시험을 어떤 체제로 운영할 것인가이다. 이를 전형 요소별로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1) 수능
<표 3> 수능시험의 실태

2) 내신
<표 4> 내신 평가의 실태

3) 학생부종합전형
<표 5> 학생부종합전형의 실태

3. 미래 사회와 교육 변화의 전망
2022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전형 안을 마련할 때 현재처럼 누가 얼마나 반대하는가 즉 여론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이해당사자들은 대부분이 공공선이나 사회통합적 차원보다는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나 당장의 유불리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입전형을 선발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기보다 지속가능한 사회,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공동체 발전을 개인의 발전만큼 중시하는 그런 따뜻한 인간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일본은 ‘인재 육성형 전형’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도 대입전형이나 수능과 같은 전형 요소에 대한 관이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
가. 미래 사회의 변화
미래사회(예: 2030) 변화의 큰 특징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불확실성, 다양성의 증가와 사회 갈등의 심화, 글로벌 무한 경쟁 심화, AI 기술의 발달과 직업의 자동화로 인한 직업 없이 살아야 하는 시대 도래, 기후변화, 인구감소와 노령화의 빠른 진전, 부의 편중으로 인한 불평등의 증가 등이 손꼽힌다. 이런 사회변화는 직업세계, 고등교육, 학교교육 생태계, 대학진학 생태계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나. 직업세계의 변화
• 어떤 직업들이 사라지고 어떤 일자리가 창출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AI의 발전과 함께 수많은 직업이 자동화될 것이다.
•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전문 직업을 여러 차례 바꾸게 될 것이다.
• 산업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관련 있는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인 “긱(gig) 경제”가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학습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건강, 돈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하고 이와 관련된 법, 권한, 책임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갖출 필요성이 커진다.
•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능력, 학습능력, 협업능력, 다문화 감수성, 의사소통 능력 등을 얼마나 충실히 갖추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다. 고등교육 생태계 변화
• 2030년경에는 AI의 발달된 역할(예: 초지능을 소지한 변호사 기능, 뉴턴의 제2법칙을 발견할 정도의 지적 능력, 외과의사의 기능을 대신할 정도의 수술 능력, 현재의 대학교육을 통해 기르는 능력 정도는 AI가 대신할 가능성, 감정을 읽고 친절과 배려의 기술을 갖춘 로봇의 탄생 등)로 인해 현재와 같은 대학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부터 기술은 제한적인 영향밖에 주지 못할 것이란 예측까지 대학의 미래 예측의 폭은 다양하다.
• 미래의 대학교육은 온라인교육 프로그램 증가(비용 절감 등 위해), 학생 유치를 위해 개인화된 프로그램 제공 증가, 취업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제적 기능이나 역량을 갖추는 과정 제공, 학생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맞춤화, 특성화 지향, 4년에 걸친 학습 후 졸업장 주는 관행에서 학위에 맞먹는 특화된 영역의 속진 코스를 제공하는 대학의 증가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할 것이다.
• 하나의 대학에 소속되어 4년을 공부하는 일은 매우 드물며 학생들은 복수의 대학에서 수학하게 될 것이다.
•재정 압박을 이겨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들 간 교육과정, 교수진과 강의, 학점 공유, 시설 공유를 특징으로 하는 전략적 연합이 활발해 질 것이다(중앙일보 2018-03-05).
• 온라인공개강좌(Moocs)가 활성화되어도 대학은 여전히 면대면 교육을 필요로 할 것이고 온라인 교육과 전통적인 오프라인 교육은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다.
• AI가 자연과학적 지식과 기능을 바탕으로 하는 일은 많은 부분을 대체할 것이므로 대학교육은 다시 인문학(humanities)의 중시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고 분석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토론과 리서치 등을 수반한 전통적인 강의가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여러 학문 영역에 걸친 학습이 강화되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계열과 학과의 경계는 흐려질 것이다.
라. 민간 자격증 시대 도래와 진학 생태계 변화
• 전통적 학위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미래 사회에는 비공식적 학습경험이 중요한 자산이나 학력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표준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편 대학 졸업장의 가치 하락과 함께 전문적 스킬과 역량의 보유를 증명하는 민간 자격증의 효용이 커질 것이다.
• 기업이 제공하는 나노학위 등의 단기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대학의 학위 제도와 민간이 제공하는 전문 프로그램의 인증이 공존하고 이 둘이 수렴하는 현상을 보일 것이다.
• 미래 대학의 존재방식의 변화에 따라 대학 졸업자의 개념과 가치가 변하고 대학 졸업장과 자격증의 공존 시대, 학벌 보다는 인턴십 등을 통해 실제 갖춘 역량이 더 중요한 시대를 맞아 대학 진학 생태계도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다.
• 2021학년도 이후 대학의 모집정원보다 지원자 수가 많게 되면 많은 대학들은 학생 유치를 위해 맞춤식 교육과정 제공, 특성화 등의 변화를 시도할 것이고 학생들이 대학을 골라가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마. 학교교육의 변화
1) 학교제도
• “학교가 점점 더 빠르게 변하는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의 아동·청소년들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직업,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에 대비해야 하며, 과거에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Education 2030, 2015).”
• 기존의 학교제도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존재 형태와 교수학습 방법이 크게 변할 것이다.
• 2035년쯤에도 전통적인 학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통적인 학교 제도에서도 잘 배우는 학생들만 학교를 다닐 것이므로 그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Kurt Cagle, 2014).
• 중학교 상급학년 이상의 많은 학생들은 온라인 학교를 포함한 비전통적인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런 비전통적인 학교들은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2030년대의 미래사회에는 학교의 개념 자체가 변할 것이다. 학습이 전통적인 학교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부분이 학교 밖에서 비형식(informal)/비공식적(non-formal)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교육의 책임을 학교, 가정, 지역사회, 기업 등이 공유하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2) 교육과정
•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사라지거나 대폭 유연화될 것이다.
• 학생들이 하나의 학교를 다니지 않고 복수의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코스를 골라서 듣게 되는 일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 학교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지식의 활용과 여러 영역에 공통으로 필요한 역량(transversal skills)의 함양에 힘쓸 것이다.
• 지식의 습득을 넘어 지식의 활용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 지식기반교육과 역량 교육이 조화를 이룰 것이다.
• 일반계 고교에는 크게 3종류(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대학 진학은 하나 학습부진이 누적되어 학습에는 뜻이 없는 학생, 직업세계로 나가기 위해 취업준비반을 택하는 학생)의 학생군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college-ready), 취업 준비(career-ready), 삶의 준비(life-ready)’에 맞춘 다양한 교육과정의 제공을 위해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유연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3) 교수법의 변화
•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의 차이를 존중하는 새로운 교수학습 전략(예: 개인화 학습)이 도입될 것이다.
• 조기 학교중단을 막기 위해 학교는 개인화·개별화 교육을 통해 개인의 필요와 흥미를 더 잘 만족시키게 될 것이다.
• 맥락이 있는 체험 중심의 학습이 활성화될 것이며, 게임과 놀이와 교육의 경계도 점점 더 흐려질 것이다.
• 기술은 학교와 교육자들이 맞춤식 학습경험 제공을 통해 학습 효과를 향상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깊이 있는 이해, 지식의 활용과 역량의 함양을 위해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자 주도 수행중심의 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4) 내신 평가
• 형성평가 중심의 학습을 위한 평가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 지식의 습득과 활용, 역량 함양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 등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를 위해 교사의 평가전문성과 채점자 신뢰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 고교학점제 도입과 교사별 절대평가가 일반화될 것이므로 현재의 내신 상대평가는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고교 간 학력의 차이, 성적 부풀리기 등을 고려해서 상대평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거나 상대평가를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내신성적이 대입전형에 높게 반영된다면 정성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민원 등이 증가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변화는 이미 체감할 수준으로 우리 곁에 와 있거나 머지않은 장래에 다가올 가능성이 큰 것들이다. 2022년 이후에 도입할 대입전형은 이런 미래를 충분히 감안해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새로운 대입전형 방안 모색
대입전형의 단기/중장기 개선안을 모색은 아래 세 가지 핵심질문(what, how)을 바탕으로 하고자 한다. 아인슈타인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내게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문제의 정의에 55분을, 그리고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하는데 나머지 5분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입전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도 아래와 같이 핵심질문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Q1. [What-학교교육] 2030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Q2. [What-대입전형] 이런 학교교육과 조화를 이룰 대입전형은 무엇인가?
Q3. [How-달성전략] 이상과 같은 학교교육과 대입전형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문제 해결은 이런 접근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현재의 대입전형에는 어떤 문제가 있으니 이런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런 접근은 기존의 대입제도에 큰 문제가 없을 때 사용 가능한 접근이다. 그러나 대입전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이런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 대입전형이 학교교육을 강하게 지배하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는 먼저 대입전형의 바람직한 미래모습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식의 접근을 해야 한다.
가. 미래 교육의 핵심가치와 비전
앞에서 새로운 대입전형 모색을 위한 핵심질문 세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중의 하나가 ‘Q1. [What-학교교육] 2030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이다.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한국의 학교교육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을 설정하는 일이다. 이는 대입전형의 모색뿐만 아니라 교육에 관한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가장 기본적인 상위 기준이 된다.
1) 핵심 가치
핵심 가치(core values)란 개인이나 조직이 삶이나 운영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근본적인 믿음이다. 이런 핵심 가치는 한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설정할 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세계 주요국들 중에는 교육과정 총론에 핵심 가치를 명시하는 나라들이 많다. 싱가포르는 ‘존중, 책임감, 공정, 배려, 근기, 조화’를 핵심 가치로 교육과정 총칙에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인성의 기반과 행동의 나침반으로 삼고자 한다. 한편 핀란드는 ‘평등, 공정, 열린 사고, 신뢰’를, 뉴질랜드는 ‘탁월성, 혁신, 탐구, 호기심, 다양성, 공정성, 공동체와 참여, 환경적 지속가능성, 윤리성, 존중’을 학교교육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핵심 가치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 외에 사명과 비전에도 반영된다. 한국의 경우 핵심 가치로 아래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표 6> 핵심 가치 도출의 예

2) 2030 교육비전
한 나라의 교육비전은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이 담긴 비전 선언문을 말한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의 ‘Learning nation, Thinking school’이나 일본의 ‘살아가는 힘’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미래 교육비전은 행정 단위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한다. 비전은 그 조직이 이루고 싶은 달성 가능한 꿈이고 미래상이기 때문이다. 비전은 온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야 하고 미래 사회의 전망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미래사회 변화의 큰 특징은 교육의 비전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불확실성, 다양성의 증가와 사회 갈등의 심화, 글로벌 무한 경쟁 심화, AI 기술의 발달과 직업의 자동화로 인해 직업을 갖기가 어려워지는 시대 도래, 기후변화, 인구감소와 노령화의 빠른 진전, 부의 편중으로 인한 불평등의 증가 등일 것이다. 이런 미래 사회를 이끌고 성공적으로 살아갈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우 강력하고 매력적인 교육비전이 필요하다. 교육비전은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교육의 구체적인 목표와 연계시킬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을 지녀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학교’ 이런 류는 국가수준이든 교육청 수준이든 적합하지 않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너무 달라 교육의 구체적 목표와 연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꿈과 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아직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교육비전을 도출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한 경험이 없다.
교육목표(educational goal)는 교육비전에서 도출된다. 따라서 한 국가의 교육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교육비전과 교육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이를 가장 모범적으로 설정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살아가는 힘’이란 교육비전 아래 초중등 교육목표로 ‘학력의 3요소’를 제시했다. ‘(일하며 살아갈 때 필요한) 지식과 기능의 확실한 습득, (이를 기반으로 과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자주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며 배우는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요약하면 ‘지식, 역량, 태도’의 함양을 교육의 목표로 잡은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인간상 4가지는 교육비전에 가깝지만 비전은 아니다. 그렇다고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 비전인가? 이것도 비전이 아니다. 어떤 나라도 교육비전을 한 인간이 갖출 역량 중심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교육의 주된 관심은 인간과 세상의 이해 및 인간다운 삶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비전은 이런 잘못된 인식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 표준들을 꼼꼼히 살피며 한국에 맞는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불평등이 가장 빠르게 진전되는 나라다. 게다가 중상위권 위주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성장을 이끌어내고 잠재력을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사회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교육의 비전이 품어야 할 내용으로 “공정한 교육을 통한 탁월성의 추구(Excellence through Equity)”를 강력히 제안한다. 이때의 equity는 아동들이 ‘학업과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나가는 데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 또한 모든 아동들이 배우는 방식과 배우는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자에 맞게 학습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Alan M. Blankstein, 2016). 이런 의미를 포함하는 매력적인 비전 선언문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Oxfam의 ‘빈곤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A just world without poverty)’을 참고하여 만들어 본다면 “공정한 교육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비전 설정의 힘은 크다. 이런 비전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현재와 같은 수능을 유지시키자는 주장은 불가능해진다. 현재와 같은 수능이 학교교육을 지배하는 한 학교교육의 내실화는 물론 “공정한 교육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이란 비전의 달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입전형 안을 모색할 때는 너무나 다양한 안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을 선정할 때는 기준이나 원칙이 필요하다. 가장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 기준은 핵심가치와 비전이 되지만 실무를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원칙이 필요하다.
나. 새로운 대입 전형 고안의 원칙
앞으로 대입제도와 대입전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한국의 공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현실적으로 평가가 교육과정을 규정하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입전형 제도를 고안할 때 의사결정의 기준이나 원칙이 필요한데 이런 목적의 가장 상위 기준은 교육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비전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추상적인 기준이어서 좀 더 구체적인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슈와르츠 검토보고서(the Schwartz Review, 2004)의 ‘공정한 대입전형의 5가지 원칙’ 같은 것을 말한다. 이 보고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공정한 전형: 효과적인 실행을 위한 제안’이란 제목 하에 아래의 ‘공정성의 5가지 원칙(Five Principles of Fairness)’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담고 있는 5가지 핵심원칙은 2003년 영국의 교육부 장관의 요청에 의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대표하는 구성실무위원회가 작성한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공정한 대입전형을 위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
① 전형시스템의 투명성(system transparency)
② 전공을 이수할 능력의 보유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능력(the ability to select students able to complete courses)
③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평가도구의 사용(the use of reliable and valid assessment methods)
④ 고등교육 참여를 막는 장애의 최소화(to minimise barriers to participation)
⑤ 대학의 구조와 (전형)절차의 우수성과 전문성(to be professional in terms of institutional structures and processes)
현재 한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하고 있는 전형 방식을 위 ①~⑤의 기준에 대해 5점 척도로 평가를 하면 몇 점이나 나올까?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은 영국의 대입전형을 위해 작성된 것이므로, 한국의 대입전형을 위한 기본원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아래와 같은 원칙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원칙1 – 큰 그림(big picture) 먼저 그리기
• 원칙2 – 시스템 전반(system-wide)에 걸친 개혁 지향
• 원칙3 – 학교교육 내실화를 견인하는 전형 지향
• 원칙4 – 공정한(equitable) 전형 지향
• 원칙5 – 전공적합도 중시
• 원칙6 – 여론에 따른 결정 지양
• 원칙7 – 대학의 공공적 책무성 우선
• 원칙8 – 다양화/간소화 간의 조화
• 원칙9 – 인재 육성형 대입전형 지향
• 원칙10 – 시행착오를 통한 발전
• 원칙11 –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선발 지향
• 원칙1 – 큰 그림(big picture) 먼저 그리기
큰 그림이라 할 수 있는 10~20년 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한 후 그 큰 그림에 맞춰 단기적 목표를 세운다. 교육비전은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는 접근이다. 큰 그림을 그릴 때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이 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대학 신입생 선발 기준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한다는 관점에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비전 중심의 접근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갖지만 5년 주기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이 요동치는 잘못된 현상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 원칙2 – 시스템 전반(system-wide)에 걸친 개혁 지향
시스템 전반(system-wide)에 걸친 개혁이란 ‘분절접 접근’과 대조되는 것으로서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한 시스템의 각기 다른 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고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꾀하는 접근을 말한다. 이런 접근이 필요한 것은 지난해 2021학년도부터 적용할 수능안을 내놓았다가 문제가 많아 1년을 연기한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교육부는 수능체제 외에 이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함께 검토한 후 금년 8월까지 발표하겠다고 한 것은 ‘시스템 전반에 걸친 대입전형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Michael Fullan, 2016)의 저자의 말을 빌면 시스템 전반(학교, 교육청, 중앙정부 수준 전반에 걸쳐)에 걸친 개혁이 아니면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인프라(=상위 요소나 상급 기관 등)가 뒷받침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대학교육, 고교교육, 평가(내신평가, 대입시험)를 세트로 바꾸기로 한 것도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의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 원칙3 – 학교교육 내실화를 견인하는 전형 지향
대입전형 개선 목적으로 학교교육 내실화를 최 우선시한다. 이는 대입전형 설계시 요소들 간에 충돌이 일어날 때 학교교육 내실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로 사교육 증가 우려와 학교교육 내실화가 충돌할 때는 학교교육 내실화를 선택한다.
“대입제도 논의에서 항상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사교육비의 문제는 대개 핵심적인 요인에 종속되는 것일 수 있다. 종속적인 요인인 사교육비 문제를 대입제도 개선 논의에서 핵심으로 놓게 되면, 정작 중요한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나 기능 문제는 차선으로 밀리게 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지금까지 대입제도 개선의 변화를 보면 대학의 선발 자율권의 확보와 고교 교육의 정상화의 무게 중심축이 지그재그식으로 반복된 경향이 있지만, 또 하나 중요한 작용인(作用因)이 되고 있는 것이 사교육비 경감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은 대입제도 논의에서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은 사교육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을 어떻게 하면 본래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이며,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광희 외, 2011).”
• 원칙4 – 공정한(equitable) 전형 지향
21세기 사회는 부의 편중으로 인해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증가로 인해 사회 통합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이를 고려할 때 대학은 사회 통합적 전형을 중시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능력주의 기반 전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의 대학진학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주요국들이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쿼터제, 유자격자 중 추첨 등을 시도하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대학이 현재처럼 출신지역, 출신학교, 출신문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학업 성적으로만 줄 세워 신입생을 선발하면 우리 사회는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될까? 마이클 영(1958)은 이런 대입전형은 필연코 계급사회를 만들고 2033년경이면 프로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자격을 충분히 갖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제를 활용하면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한 선발이 가능하다.
현재의 대입전형은 어떤 경로(track)이든 불공정한 면을 다수 지닌다. 학종은 교과성적, 비교과활동의 성취 결과에 <부모효과, 학교효과, 교사효과>가 크게 작용함으로써 공정하지 못한 면이 크다. 수능 역시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습의 목표도, 대학수학능력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면서 고부담 즉 영향력이 매우 큰 점(정의적·사회적·윤리적 성장 정도 등은 측정하지 못하고 전공 적합성과 연계성도 낮음), 가정 배경이 크게 작용하는 점(부모의 학력, 직업, 경제력 등이 크게 작용), 낮은 신뢰도(단 한 번의 시험으로 그 사람의 지적 역량을 측정하기 때문), 속도 시험인 점, 지나치게 촘촘한 변별로 대입 경쟁을 심화시키는 점 등 불공정한 면이 많다.
[주] 유자격자 추첨
가령 수능의 주요 과목을 기존의 9단계 상대평가에서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등급 내 점수 차이를 두지 않기 때문에 동일 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동점인 셈이다. 이런 경우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법으로 유자격자 추첨전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령 서울대 물리학과 지원자 중 정원은 40명인데 총 200명이 지원했고(이 200명은 5구간의 최상위 구간 학생에 속함) 이 중 100명은 내부 평가 기준(기준 공개)에 따라 수학능력을 갖춘 지원자라고 하자. 이때 100명을 영역별(출신지역, 출신학교, 출신문화 등) 가중치를 부여해 40명을 추점하는 방식이다. 약간 변형해서 50명을 1차 선발하고 면접을 통해 40명을 최종 선발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대입전형에 추첨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추첨제는 도입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론적으로도 탄탄하다. 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세계의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처럼 학업 성적 0.1점 차로 60만 명을 줄 세워 선발하는 것은 얼마나 타당하고 공정할까? 대학의 학생 선발은 올림픽 경기에서 0.1초 차이로 금·은·동을 가리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수능에서 0.1점 차이로 당락을 가르는 것은 정당성, 타당성이 낮다. 오히려 0.1점 부족으로 떨어진 학생이 0.1점이 앞서서 합격한 학생보다 훨씬 더 잠재력이 우수할 수도 있다. 가령 농산어촌에서 편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동의 B학점과 고등교육을 받은 부유한 양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동의 A학점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이 경우 B학점의 경우 사회적 배려자 전형을 통해 선발할 수도 있지만 인간을 계층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학업성적이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 출신지역, 출신학교, 출신문화, 인성 등을 고려한 추첨 선발을 하는 것
은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이찬승, 2017).
• 원칙5 – 전공적합도 중시
슈와르츠 검토보고서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원칙이 확고하지 않으면 작년 수능개편안의 1안(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안) 같은 것이 제출된다. 이런 안이 도입된다면 합격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는 과목은 국어와 수학이 된다. 지원하는 대학의 합격 여부가 전공과 상관없이 국어와 수학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합리성이 크게 떨어진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지원자를 변별할 때 국영수와 같은 도구과목 중심이 아니라 전공에 필요한 선택과목이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원칙6 – 여론에 따른 결정 지양의 원칙
교육정책을 변경하고자 할 때 여론의 찬반 비율을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고 타당하지도 않다. 교육문제의 경우 여론조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단기적이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만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교육문제는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이 옳은지 일반 대중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정책의 방향과 내용은 전문가 집단이 초안을 마련하되 이에 대한 검토와 공론화는 필요하다. 여론의 동향은 참고의 대상에 그칠 일이다. 여론의 방향이 옳지 않을 때는 여론을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한다.
• 원칙7 – 대학의 공공적 책무성 우선
대학의 선발 자율성과 공공적 책무성이 충돌할 때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적 책무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대학에 선발 자율성은 절대적 자율성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견인하고 대학은 시민사회의 책임 있는 한 구성원으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 원칙8 – 다양화/간소화 간의 조화
대입전형의 간소화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함께 지닌다. 대입전형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대입전형 정보 격차로 인한 불공정성이 증가한다. 하지만 대입전형이 지나치게 간소화되면 고교교육은 획일화되고 획일적인 인재를 양성하게 된다. 따라서 대입전형의 경로는 다양화와 간소화가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 원칙9 – 인재 육성형 대입전형 지향
인재 육성형 대입전형이란 대입전형을 선발의 과정으로만 보지 말고 인재 육성을 위한 중요한 과정의 하나로 봐야 함을 의미한다. 대학 입시문제가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의 경우 대입전형을 논할 때 변별력, 유불리 등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새로운 대입전형을 고안할 때는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려면 대입전형의 선발방식과 수능시험의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 원칙10 – 시행착오를 통한 발전
한국은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불만 여론이 일면, 바로 그 정책을 폐지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 새로운 정책의 도입 초기에 부정적 요소가 나타난다고 하여 이를 바로 실패로 규정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시도가 그렇듯, 교육정책도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바람직한 변화를 추구할 때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은 완화하거나 해결할 일이지 이것 때문에 바람직한 변화 자체를 포기하거나 유보해서는 안 된다. 2008년 수능 등급제를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바로 폐지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 다시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가.
• 원칙11 –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선발 지향
대학이 사회의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필요가 있다. 빈곤층 출신의 학생, 농어촌 출신의 학생, 지방 출신의 학생, 다문화 가정 출신의 학생, 학업이 우수한 학생, 학업 이외의 것에 강점이 있는 학생 등을 고르게 선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등교육의 질은 사회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학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선발할 때 미래 사회 통합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형시스템의 투명성’과 ‘고등교육 참여를 막는 장애의 최소화’는 한국의 상위권 대학들의 대입전형에서 집중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다. 새로운 대입전형의 핵심 목표 2가지
대입전형의 미래방향을 모색할 때 대입전형 제도 개선의 목표를 무엇으로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개혁도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하위 목표 및 활동과 긴밀히 연계시킬 수 없어 목표 달성 자체가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종종 개악이 된다. 다시 말해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초점이 있는 소수 목표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2021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전형 1, 2안의 경우도 “왜(why) 바꾸려 하는가?”에 대한 답이 궁색했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했기에 바꾸는 것이고, 2015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야 하니까 바꾸는 것이라면 이런 접근은 문제가 있다. ‘수능의 절대평가 9등급 전환’의 목표(학교교육 내실화, 경쟁 완화)는 타당성이 낮았다. 수능을 9등급 정도로 전환한다고 학교교육이 내실화되고 경쟁이 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반영도 마찬가지다. 공통수능을 생각해보자. 공통과목을 고1에 편제해 놓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능시험을 배운지 1, 2년이 지난 시점인 고2나 고3 때 봐야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고1 말에 보는 것도 문제가 되기에는 마찬가지이다. 애당초 고1에 편제한 공통과목을 공통수능으로 보려는 시도가 현실성이 없던 것이었다. 공약 이행을 위한 개편, 교육과정 자체가 문제가 있는데 이를 무리하게 연결시키려는 시도 등은 건강하지 못한 개편이다. 이제라도 국가교육회의가 2022년 대입전형 개편(수능 체제 개편 포함)의 목표를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대입전형 공정성 제고’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대입전형 공정성 제고’에서 ‘내실화’와 ‘공정’이란 어휘를 사람들마다 다르게 해석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두 핵심어의 의미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정의하기로 한다.
1) ‘학교교육의 내실화’
한국의 고유한 맥락을 고려할 때 ‘학교교육의 내실화’는 아래와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 입시중심 교육에서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으로 전환
• 지식 전달과 습득 위주 교육에서 지식의 활용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전환
• 학습자의 삶과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의미 있는(meaningful) 교육으로 전환
• 얕은 학습(surface learning)에서 깊이 있는 학습(deep learning)으로 전환
• 교사 주도의 교수(teaching)에서 학생 주도의 학습(learning)으로 전환
• 소외와 배제 없이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교육
• 인지적 성장 외에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정신적 성장을 함께 이루는 교육
• 민주시민성 함양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는 교육
• 비교를 위한 평가(상대평가)에서 성취목표 달성을 위한 평가(절대평가)로 전환
•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을 동시에 중시하는 교육으로 전환
• 배움 자체가 즐거운 교육
2) ‘교육의 공정성 제고’
공정에 대한 영어의 두 가지 대응어 fairness와 equity 중 OECD와 온타리오 주 등이 채택하고 있는 equity의 의미를 적용한다.
가) 교육적 맥락에서 OECD의 ‘공정(equity)’ 개념
① 공정(fairness) – 개인의 성,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등의 개인적 사회적 상황이 교육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하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② 공동체 구성원으로의 포용(inclusion) – 모든 사람들이 읽고, 쓰고, 셈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줌으로써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나) 교육적 맥락에서 온타리오 주의 ‘공정(equity)’ 개념
“Equity – 모든 사람을 대할 때 공정하고(fair), 배제하지 않고(inclusive), 존중하는(respectful) 상태. Equity는 사람들을 똑같이 취급하지 않고 차이를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Ontario’s Equity and Inclusive Education Strategy, 2009)
한편 ‘공정’이란 영어 대응어 ‘fairness’도 교육의 공정성 제고라는 맥락에서 사용될 때는 아래와 같이 사용된다.
“공정함은 동일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Fairness is not the sameness.)”
“공정함이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공정함이란 모든 사람들이 성공에 필요한 만큼 (차별적으로) 제공 받는 것을 의미한다(Fair isn’t everybody getting the same thing. Fair is everybody getting what they need in order to be successful).”
한국의 대입전형과 관련해서 ‘공정’이란 어휘의 의미는 왜곡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 대입전형에서의 ‘공정’과 한국 대입전형에서의 ‘공정’에 대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았다.
다) 세계 주요국 대입 전형에서의 ‘공정’
세계 주요국들의 경우, 대입전형에서 공정은 주로 아래와 같은 관점을 다룬다.
•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능력(merit)(예: 타당성을 갖춘 표준화된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이 공정한가, 아니면 능력이 형성된 배경(context)까지 고려한 선발이 공정한가?
• 성적(academic achievements)으로만 선발하는 것과 성적과 잠재력(potential)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한가?
•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쿼터제, 유자격자 중 추첨(존 롤즈의 무지의 베일 조건 적용) 등의 적용은 공정한가, 불공정한가?
대입전형에 관한 이상의 관점은 아래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논의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 누가 대학에 입학해야 하는가?,
• 실제로는 누가 입학하고 있는가?
• 공정성을 높이려면 기존의 전형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미국은 최근 SATI의 에세이 시험에서 문화적 편견을 차단시키기 위해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쓰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시문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 사고능력만을 평가하는 쪽으로 변경했을 정도로 공정성에 대해 민감하다. 한국의 ‘공정’에 대한 인식 수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라) 한국 대입전형에서의 ‘공정’
현재 한국은 대입전형의 간소화, 학종과 수능의 비중, 금수저 전형과 흑수저 전형으로 대표되는 전형의 불공정성 등이 매우 뜨거운 감자인 상황이다. 한국인의 대입전형에 관한 공정성 의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표 7> 대입전형별 공정성 의식

(경향신문 2017-12-19)
경향신문의 위 보도 자료에 의하면 수능성적을 통한 정시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이후 줄여서 ‘학종’)보다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로는 학종이 상류계층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불합격 기준과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77.6%나 되는 것을 보면 전형의 투명성에 대한 불만도 큼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객관성/투명성이 높고 내 자식이 손해 보지 않는 전형”이 공정한 전형이란 의식도 섞여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에서 대입전형이나 전형 요소들과 관련해 사용되는 공정의 개념은 세계 주요국의 대입전형에서 다루는 ‘공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누가 대학에 들어와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 한국은 개인적 차원에서 어떤 전형이 덜 불합리한가에 쏠려있다. 한국도 세계 주요국들처럼 고등교육의 사회적 가치나 역할 차원에서 대입전형의 공정성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의 기회 배분에 있어서 공정의 유형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 부모 배경의 인정 여부에 따라 여러 버전이 있을 수 있다. 선천적 불리함까지 완화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급진적 주장과 선천적 유불리함이나 타고난 재능(natural talent)은 인정하되 사회적 계층 배경(social class background)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Brighouse 외, 2010)는 공정의 개념도 있다. 공정에 대한 후자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 개인의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인한 차이는 공정하지만, 사회적 계층 배경(예: 부모의 경제력)이 작용한 결과는 공정하지 못하다.
• 사회적 계층 배경의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빈곤 소외계층 아동의 교육에 더 많은 자원(resources)을 투입하는 것은 정당하다.
한국은 공정한 대입전형을 설계할 때 어떤 공정의 개념을 적용할 것인가? 바로 위 내용은 능력주의(meritocracy)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계층 배경의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선천적 요인에 의해 사회가 계층화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선천적 요인에 의한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대입전형의 미래방향을 논할 때 사회적 계층 배경의 영향부터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수능 점수 0.1점 단위로 줄 세워 대학교육의 기회를 배분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는 대한민국의 공정에 대한 의식은 하루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경제력이 크게 작용하는 자료의 대입 반영을 최소화해야 한다. 서구의 나라들처럼 국가와 대학이 협력해서 빈곤층의 대학진학률을 매년 높여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2가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하나는 모든 학생에게 고르게 성장이 일어나도록 하는 공정한 학교 수업의 실현이고, 다른 하나는 중장기적으로 표준화 시험 성적으로 줄세워 뽑는 관행을 폐지하고 대신에 질적, 총체적(holistic) 평가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해야 할 것이다.
라. 미래교육 시나리오별 대입전형 방안
새로운 대입전형을 고안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앞에서 제시한 ‘Q1. 2030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Q2. 이런 학교교육을 견인할 대입전형은 무엇인가?, Q3. 이상과 같은 학교교육과 대입전형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란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의 학교교육이나 대입전형 고안은 가장 이상적인 내용을 가득 담는 것이 아니다. 2030년도의 학교교육과 대입전형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내외적 힘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의 방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힘을 발휘하는 요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 미래교육과 교육환경 변화의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필요가 있다. 2030년경의 교육변화는 관련 연구들을 참고하면 다음의 2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표 8> 미래교육 변화 시나리오 2가지
| 시나리오1(현 추세의 유지) | 시나리오2(바람직한 미래교육) | |
| 대학졸업장 가치 하락 및 진학률 감소 | AI에 의한 직업 자동화 영향으로 일자리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대학 진학률(60%대 후반), 상위권 대학의 졸업장 선호도는 기존처럼 유지될 것임. | 대학교육의 비효율성, 기업의 역량 중심 채용 본격화로 대학 졸업장과 민간자격증의 경쟁 시대 도래, 선취업 후진학의 증가로 대학 진학률은 대폭 감소할 것임. |
| 대학서열 및 존재 방식의 변화 | 기존과 같은 표준화 시험의 영향력은 유지되고 대학도 현재처럼 개별대학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유지되며 기존 서열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임. | 학생평가의 변화와 표준화 시험의 영향력 감소, 대학 간 연합과 공동입학·공동학위 수여 대학 증가, 개방형 온라인 강좌(MOOCs) 증가로 기존의 대학 서열이 완화될 것임 |
| 인구변화와 대학 입시경쟁 | 상위권 대학을 향한 입시 경쟁, 입시 준비를 위한 학교교육은 현재처럼 유지될 것임. | 인구감소, 대학졸업장 가치 감소, 대학 진학률 감소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하며 현재와 같은 입시경쟁은 크게 완화될 것임. |
| 대입전형
제도의 변화 |
부의 편중과 불평등의 심화, 대학을 통한 계층 재생산, 대입전형 불공정성의 완화, 고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느슨한 변별이 요구되지만 기득권 층의 저항 및 상위권 대학의 서열 유지 욕망으로 현재와 유사한 대입전형이 계속될 것임. |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부의 편중과 불평등의 심화, 대학을 통한 계층 재생산, 대입전형 불공정성 완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 덕분에 대학 서열이 완화되고 고교교육 내실화를 위해 느슨하게 변별하는 대입전형이 실현될 것임. |
| 대입전형의 다양화와 간소화 | 대입전형의 다양화가 정보격차를 낳고 교육 불평등을 증가, 사교육 의존도를 증가시키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대입전형의 간소화 시도는 지속적될 것임. | 대입전형의 다양화가 정보격차를 낳고 교육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문제는 있지만 대입전형의 간소화는 학교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는 등의 폐해가 커서 대학의 특성에 맞는 인재 산발, 고교교육 다양화를 위해 대입전형 다양화는 불가피할 것임. |
| 능력주의와 전형 공정성 | 기득권층은 여전히 능력(예: 성적)에 의한 변별력이 있는 대입전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고, 수능 점수로 촘촘히 줄 세워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여전히 강할 것임. | 기존의 능력주의에 대한 수정, 부모 경제력이 크게 반영된 시험 성적에 대한 불공정성의 완화 등의 요구를 반영하여 느슨한 변별이 이루어질 것임. |
| 학교교육
생태계의 변화 |
•미래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전히 고교에 진학하며 고교생은 기존처럼 하나의 학교에 소속되어 학교교육 중심으로 배우게 될 것임.
•많은 학생들이 고교교육이 현재 및 미래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외부의 다른 대안이 부족해서 학교교육의 소극적 거부는 늘어날 것이나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임. •학교교육이 학생의 미래 삶 준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과 함께 학교는 점점 더 보육기능이 강화되고 교육의 역할과 질은 떨어지지만 현재와 같은 학교교육은 지속될 것임. |
•미래에는 학교교육에 맞는 사람만 다닐 것이기 때문에 학교 규모가 줄어들고, 고교생은 학교 안팎,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학습하며 학점/학력 인정도 다양화 될 것임.
•세계 주요국의 예측처럼 학생의 현재 및 미래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 못하는 교육과정을 거부하거나 학교를 떠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이것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임. •학교교육이 학생의 미래 삶 준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과 함께 학교는 점점 더 보육기능이 강화되고 학교의 교육 기능은 감소하며 이것이 입시 생태계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임. |
| 표준화된 교육의 완화와 개인화 교육 증가 | •개인의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21세기 교육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아 교육과정 자율화, 고교 교육과정 다양화가 이루어져야 하나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의 존속, 기존의 관성, 예산부족, 기득권층의 변화에 대한 저항 등으로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임.
•고교 교육과정은 다양한 현실적 제약과 표준화된 입시의 유지 때문에 여전히 개인화 교육은 한계가 있을 것임. |
•개인의 서로 다름을 존중하려는 21세기 교육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아 한국도 교육과정 표준화를 대폭 완화하고 개인차를 고려한 개인화/개별화 교육이 일반화되면서 표준화 시험은 공통으로 배우는 내용을 대상으로 최소화될 것임.
•개인 및 국가의 지속가능성, 교육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고교 교육과정은 공통으로 배우는 내용은 줄어들고 지역과 개인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이 활성화될 것임. |
| 학생부의 공정성/
신뢰성 |
미래 삶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 교사의 업무량과 부담 증가, 교직사회의 윤리성/도덕성, 수업의 질, 학생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학생부 전형 비중은 줄어들고 대학별 고사가 늘어날 것임. | 사회 전반적인 윤리성/도덕성 향상, 주업의 질 향상과 함께 학생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크게 향상되어 학생부 전형(현 학종/교과 전형의 통합된 형태)이 대입전형의 중심이 될 것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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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평가와 고교 학점제 |
많은 학생들에게는 고교 교육의 최대 목적이 상위권 대학 진학이란 기존의 상황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내신은 절대평가 하되 상대평가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임. 학점제는 입시교육 속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대입진학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하면서 기대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임. | 일반고 내에는 크게 3부류(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대학 진학은 하나 학습부진이 누적되어 학습에는 뜻이 없는 학생, 직업세계로 나가기 위해 취업준비반을 택하는 학생)의 학생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신은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고 내신 성적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상위권 대학은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것임. |
| 대입전형에서 수능의 역할 | •대입전형은 내신성적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나 고교 간 격차, 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수능은 여전히 중요한 대입전형 도구로서 역할이 유지될 것임.
•학생부전형의 문제점 때문에 수능의 공존이 필요하고 수능의 자격고사화는 미뤄질 것임. 이로 인해 고교 교육은 여전히 문제풀이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 |
•표준화 시험인 수능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서 수능은 논·서술형을 과감히 도입하고 대학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격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자리매김할 것임.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질적 평가의 강화로 인해 수능의 자격고사화와 내신의 역할 강화가 불가피할 것임. |
| 평생학습
체제 정착 여부 |
대학교육에 대한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가 낮지만 AI와의 공존시대에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진학을 하는 경향은 여전할 것임. | 대학 진학에 대한 효익(ROI)이 낮고 기업은 미래로 갈수록 실제적인 경력, 역량 등을 중시하고 평생학습에 대한 여건 개선(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선취업 후진학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될 것임. |
| 성공의 정의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취업하여 고소득을 누리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는 인식은 여전해서 대학진학 생태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 | 성공적인 삶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뀔 것임. AI의 인간 직업의 대체가 더욱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성공의 추구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인식의 확산되고 이것이 현재와 같은 대학진학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킬 것임. |
| 미래의 대입전형과 수능 | •대학의 대입전형 자율성은 당분간은 지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통제될 것임.
•수능시험은 전통적인 국·영·수·사·과 중심으로 유지되며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해 다양한 선택 과목(국·영·수 포함)을 수능에서 평가해야 할 것임.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은 기득권층의 반발로 인해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전과목 9등급 절대평가 정도로 제한적일 것임. |
•대학전형 자율성이 점차 높아져 대학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 고교에서는 이에 호응하여 다양한 경로의 진로교육이 이루어질 것임.
•고교과정의 선택이 다양해짐으로써 수능시험이 공통수능과 선택수능으로 2원화될 필요성이 커짐. 공통수능은 국·영·수·사·과 중심의 현재보다 더 쉬운 학업성취도 검사 성격의 시험이 되거나 미국의 SATI과 같이 ‘(비판적)읽기, 수학, 쓰기(선택을 허용하는 공통 논술)’ 중심의 수학능력 검사로 변할 가능성이 큼. 한편 선택 수능은 고교의 다양한 선택에 호응하기 위해 과목과 수준이 지금보다 다양화될 것임.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고등사고력 신장을 위해 논서술형의 도입이 크게 강화될 것임. •과도기적으로는 일본의 대입공통시험(한국의 수능)처럼 절대평가(서술형 문항)와 상대평가(객관식 문항)의 절충의 시대를 거쳐 경쟁완화와 학교교육 내실화를 위해 5등급 절대평가를 시행할 수 있게 될 것임. |
이상의 미래교육 시나리오1은 변화에 대한 저항 등의 다양한 이유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마주하게 될 시나리오이며, 시나리오2는 우리의 ‘의지로’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직한 변화 시나리오이다. 2가지 미래교육 변화 시나리오에 근거를 두고 대입전형 안을 도출하면 아래와 같이 3가지 안이 바람직하게 생각된다.
1) 2022년 모형 (과도기 모형)
이 모형은 현재의 고교교육과 대입전형의 근간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안이다. 이 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의 수능시험을 수능I과 수능II로 이원화하고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서술형 도입과 함께 2회로 나누어서 본다(수능I은 고2말 혹은 고3 1학기 중, 수능II는 고3말에 실시). 한편 수능II를 보지 않을 학생이 다수일 것임을 감안해 이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학생주도교육과정(취업준비, 기타 삶에 필요한 역량 향상)’을 운영한다. 이를 교사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 이런 역량이 고1, 고2로 전이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표 9> 대입전형 2022년 모형 (과도기 모형)

위 모형은 2015개정 교육과정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대입전형을 혁신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교육부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개정을 위한 기초연구를 축적해서 양질의 차세대 평가(내신용, 수능용)를 개발하고 새로운 대입전형 체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2) 2025년 모형 (시나리오1에 근거한 미래모형1)
이 모형은 미래교육 시나리오1에 근거한 것으로 현재의 고교교육과 대입전형의 근간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안이다. 이 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수능시험을 현재처럼 국·영·수·사·과 중심으로 평가하고 시험의 시기를 고2 말 혹은 고3 1학기로 앞당기고 대입전형도 고3 1학기 중에 마친다. 이를 통해 고3 1년 간을 대입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학생주도교육과정’(진학준비, 취업준비, 기타 삶에 필요한 역량 향상) 운영을 통한 ‘진정한(meaningful+authentic)’ 학습기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런 학생주도교육과정 운영 경험을 향후 고2, 고1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외국의 전환학년(gap year)과 다른 점은 국가교육과정이 유연화되지만 여전히 고3 기간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표 10> 대입전형 2025년 모형 (미래모형1)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 선택(국·영·수 포함) 교육과정 운영의 보편화, 선취업 후진학을 특징으로 하는 평생교육 분위기 확산, 대학졸업장의 가치 하락, 젊은 층의 개성 중시 라이프 스타일 등의 요인으로 인해 표준화된 시험의 필요성과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대학도 대학의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 선발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국·영·수·사·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시대는 막을 내리고 ‘(비판적) 읽기, 수학, 쓰기(essay)’를 중심의 새로운 수능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3) 2030년 모형 (시나리오2에 근거한 미래모형2)
이 모형은 미래교육 시나리오2에 근거한 것으로 2030년 이후 적용을 생각해볼 수 있는 안이다. 이는 학교생태계, 고등교육생태계가 크게 변화할 것을 전제로 한 안이기 때문이다. 이 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수능시험이 미국의 SATI이나 이스라엘의 대입시처럼 ‘(비판적) 읽기, 수학, 쓰기(essay)’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시험의 시기를 고2 말 혹은 고3 1학기로 앞당기고 대입전형도 고3 1학기 중에 마친다. 이를 통해 고3 1년 간을 ‘대입전형 미래모형I’처럼 시험을 위한 학습에서 벗어나 ‘학생주도교육과정’(진학준비, 취업준비, 기타 삶에 필요한 역량 향상) 운영을 통한 ‘진정한(meaningful+authentic)’ 학습기간으로 활용한다. 이런 학생주도교육과정 운영 경험을 향후 고2, 고1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외국의 전환학년(gap year)과 다른 점은 국가교육과정이 유연화되지만 여전히 고3 기간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편 이런 수능은 적성검사 성격과 대학수학에 필요한 최소한의 학력을 측정하는 역할을 겸한다.
<표 11> 대입전형 2030년 모형 (미래모형2)

위 모형은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의 필요성이 많이 감소했지만 최소한의 대학수학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자격고사 성격의 수능을 염두에 둔 모형이다. 대학은 고교에서 이수할 과목을 지정하든가 아니면 대학에서 필요한 만큼 보정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모형은 교육과정과 수능의 연계성(linking)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교사의 학습경험 설계와 수업지도 전문성만 높이면 수능시험이 학교교육 과정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부작용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입전형은 미래사회 변화와 고교 및 고등교육 생태계의 변화에 맞추어 변화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교육부는 2022년 대입전형과 수능 모형 고안에만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근시안적 접근 대신에 2025년, 2030년에 우리 사회가 마주할 혹은 만들어갈 고교교육과 대학교육 그리고 입시환경 변화를 먼저 그려본 다음, 이에 조응하는 2022학년도 대입전형과 수능체제를 고안해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교교육의 미래방향과 질을 결정할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이제 대입시가 고교 교육을 지배하는 시대를 종결짓고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이 조화롭게 연계되는(혹은 일체화되는) 그런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이 큰 참고가 될 것이다.
5. 새로운 대입전형 도입을 위한 현 정부의 과제
새로운 대입전형 고안을 위해 던진 3가지 질문 중 세 번째 질문(Q3) ‘[How-달성전략] 이상과 같은 학교교육과 대입전형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관해 살펴볼 차례다. Q1, ‘[What-학교교육] 2030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Q2, ‘[What-대입전형] 이런 학교교육과 조화를 이룰 대입전형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충실히 도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전략이 부실하다면 새로운 대입전형 안의 도입은 의미를 잃게 된다. 정부는 학교교육 내실화와 대입전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인프라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힘을 써야 할 분야는 교육과정 개정, 수업의 질 개선 및 수업 내용에 조응하는 평가 실행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가. 2015개정 교육과정 개정
2015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도 전에 교육과정 개정 필요성을 논하는 것은 2015개정 교육과정이 미래교육의 변화 방향과 장기적 교육비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외에 교육과정-교수법-평가를 세트로 고민하지 않고 분절적인 접근을 했기 때문에 아귀가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필요성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교육과정 개정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 범교과 프로젝트 수업의 강화로 지식의 활용과 역량 함양과 같은 깊이 있는 학습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아래와 같은 2015개정 교육과정의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교육과정의 개정은 필요하다.
가) 공통과목의 폐지
학생들의 기초 소양과 기초 학력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7개 공통과목(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한국사)을 신설했다. 대학에서의 전공이나 진로 혹은 필요성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과목을 강제로 배우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수학과 같이 위계가 강해서 기초를 놓친 학생들에게 고교 1학년의 공통 수학 시간은 어떤 의미의 시간이 되겠는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개인의 필요성, 흥미와 상관없이 강제로 배우게 하는 것도 지나친 국가주의 교육관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이런 발상은 가르치면 배울 것이란 가설에 기반한 것인데 인간은 가르친다고 배우지 않는 것은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진지 오래다. 인간은 자신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고 의미가 있다고 느껴져야 수업에 주의를 기울인다. 고교 과정에서는 각 교과군에 다양한 수준의 교과서를 개발하고 개인이 필요한 만큼 선택하게 해야 한다. 고교 과정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공통으로 배우게 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옳다.
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폐지
2015개정 교육과정은 사회와 과학의 경우 공통교과를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란 이름으로 교과융합적으로 개발했다. 융복합형 인재양성이라는 사회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범교과적 탐구적 주제로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을 강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깊이 있는 토론이나 문제해결형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사전에 이런 수업 활동에 필요한 기반지식을 충실히 갖추는 일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내용이 중학교 수준의 것이므로 이런 교재는 중학교에서 배우도록 해야 옳다. 고교 수준에서 이런 수업을 하려면 고1에서 기반지식을 배우고 고2나 고3 수준에서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학습이 일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한 교과 편제는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재를 비빔밥 형으로 개발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관련 교과 내용을 충실히 배운 후에 범교과적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하는 것이 바른 접근이다. 세계의 주요국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다) 핵심개념 중심의 학습
2015개정 교육과정은 학습량 적정화를 위해 고교 과정에서 다룰 개념의 수를 줄이고 압축하는 시도를 했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개념 중심의 학습을 도입하는 취지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데 있다. 21세기에는 지식과 정보가 13개월마다 2배로 증가하는 시대다. 그리고 지식의 수명주기도 과거보다 짧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가 느린 시대처럼 핵심 지식을 교과서에 담아서 습득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에 대한 의미는 많이 희석되었다. 이런 지식의 홍수 시대에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핵심개념(big idea) 중심으로 가르치려는 접근이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이런 흐름의 대표적인 예가 단원역순설계 방식 이론이다. 이는 기존의 얕은 학습(surface learning)에서 깊이 있는 학습(deeper learning)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이는 교사가 일상적으로 범하는 두 가지 죄악(twin sins)(목표와 연계가 약한 활동중심 수업, 진도 나가기 수업)을 피하기 위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이런 죄악을 제거하려면 교육과정 학습량의 적정화와 교사의 교수법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이론에 의한 평가는 수행을 통해 깊은 이해가 일어났는지를 확인하는 평가다. 이런 학교교육의 변화와 수능의 연계는 매우 중요하며 해결이 어려운 과제이다. 학습자 주도의 깊이 있는 학습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향한 단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나. 평가 체제 혁신
내신평가와 수능평가 모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고부담 수능평가가 학교교육을 크게 왜곡시켰고, 대학의 서열을 강화했으며 그 결과 입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평가라면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가 우선시되어야 하나 현실은 ‘선별을 위한 평가(evaluation for selection)’가 지배적이다. 대입경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능 문제의 교육적 가치를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논·서술형 출제를 거의 모든 교육 관련 단체들이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논·서술형 등 질 높은 문제 유형에 적합한, 학습을 위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평가 체제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과정중심평가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명칭부터 폐기해야 한다. 이는 교육의 성취목표 달성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대신 글로벌 표준인 형성평가란 표현을 쓰도록 해야 한다. 세계의 모든 평가 전문가나 역량교육 전문가들까지 학생 평가는 형성평가와 총괄평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역량교육의 도입은 출석일수만 채우면 진급이나 졸업시키는 관행을 중단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과정중심평가란 용어는 세계에도 없는 용어이며 교사의 도덕적 사명을 약화시킬 수 있어서 반드시 형성평가나 ‘학습을 위한 평가’로 바꿔야 한다.
다. 사회적 투자 병행
‘공정한 교육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과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투자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의 치열한 입시경쟁과 이로 인한 폐해는 교육제도의 개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경쟁 심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인구밀도, 대학의 서열화, 학벌 중시 문화, 대졸-고졸 간의 큰 임금 격차, 괜찮은 일자리 부족, 사회 안전망 미흡 등이다. 교육개혁이 사회개혁과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라. 교육개혁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
교육개혁 관련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2017)의 저자 마이클 풀란은 학교개혁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이라 했다. 학교 문화 바꾸기는 정교한 변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학교문화 바꾸기는 관계 향상으로부터 시작된다. 관계 향상은 구성원들 간의 신뢰에 달렸다. 신뢰는 공통의 비전을 통해 형성할 수 있다. 비전의 공유를 통해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체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이는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라는 높은 도덕적 사명감(molral purpose)과 학생에 대한 높은 기대가 바탕이 된다.
교육변화의 초점이 제도 바꾸기에서 학교문화 바꾸기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국의 교육개혁은 지금까지 제도라는 형태 바꾸기에 주력해왔다. 물론 교육제도 바꾸기도 필요하지만 이는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한 제도 바꾸기여야 한다. 교육부, 교육청이 어떤 변화를 꾀해도 학교 현장의 개인주의 학교문화는 꿈쩍도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개혁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6. 맺음말
이상과 같이 2022학년도 이후를 위한 대입전형 안을 고안해 보았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 내실화와 공정한 대입전형 실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대입전형을 고안할 때 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11가지 원칙과 고교교육의 미래 변화에 관한 2가지 시나리오를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기존 제도의 근간을 이대로 두고 부분적인 수선을 하려는 접근에서 2030년 우리가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학교교육의 모습 즉 교육비전(예: “공정한 교육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입전형, 교육과정을 총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 정부는 기존의 선거 공약 그리고 8월에 발표하겠다는 대입전형 안 마련 등을 백지로 돌릴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내걸었던 공약은 모두 분절적인 접근이다. 이런 접근은 현장의 혼란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개혁은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총체적 대응을 하는 것이 옳다. 최근 일본이 대학개혁, 고교개혁, 교육과정 개혁, 평가개혁을 세트로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공약의 이행에 연연하지 말고 2025~2030년쯤에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상(=비전)을 명확히 그린 다음 이의 실현을 위한 개혁안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한국이 처한 학교교육의 위중함(예: 입시중심 교육으로 인해 의미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가장 성장이 아쉬운 하위권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배움에서 소외되는 교육)을 직시한다면 정치적 계산에 따라 기존의 학교교육을 이대로 연장시키는 것은 역사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며 오늘날의 아동·청소년들의 미래를 빼앗고 한국의 국가 운명을 위기로 몰아넣는 일이 될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북(true north)을 향한 교육개혁은 미룰 수 없다. 국민의 이름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양심에 간절히 호소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