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 개혁, 발상부터 확 바꾸자!’ (일본의 육성형 입시를 중심으로)
1. 시작말
2022년부터 적용할 대입전형 초안이 이달 말이나 4월 초 완성된단다. 하지만 별로 신통한 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진 않는다. 대입전형 안을 만드는 최고의 기준은 예상하건데 ‘다가오는 선거에서 표를 잃지 않도록 기득권층의 반발과 분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변별력(동점자 처리)을 갖추어야 하고, 사교육비 증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 등 교육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과 학생의 미래 삶, 그리고 한국의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중심에 둔 아래와 같은 질문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은 왜 시도하지 않을까?
Q1. 2030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Q2. 이런 학교교육과 조화를 이룰 대입전형은 무엇인가?
Q3. 이상과 같은 학교교육과 대입전형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 지난 칼럼 301번 “2022년 이후의 새로운 대입전형 방안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늘 해왔던 방식으로는 대입전형을 어떻게 바꾸든 학교교육이 내실화되고 경쟁이 완화되기 어렵다.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학교교육 개혁과 조화를 이루는 대입전형과 시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입시중심 교육을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 ‘살아가는 힘’을 기르기 위한 교육 대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대입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취지였지만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이란 제목처럼 ‘대입시’란 말보다 ‘교육’이란 용어를 앞세운다. 일본은 고교교육이 대학입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가 고교교육과 긴밀히 연결되는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한국과 매우 유사하지만 문제 해결의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 일본의 대학입시 ‘세트로 개혁’ 방식
1) ‘육성형 입시’를 지향한다.
대입시 개혁의 핵심 목표가 인재 육성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의 입시개혁에 ‘변별력, 사교육비’ 등의 용어는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관련 자료는 “육성형 입시”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자립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
대입시 개혁의 목표를 ‘인재의 육성’으로 잡느냐 아니면 ‘누가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가에 관한 기준 만들기’에 두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2) ‘고교교육, 대학교육, 대입시를 세트로 바꾼다’(☞ 첨부파일 슬라이드 86~92)
이번 일본 교육 대개혁의 특징을 단적으로 밝히는 것은 ‘고교교육, 대학교육, 대입시를 세트로 바꾼다’라는 점이다. 그래서 개혁의 이름도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 The Articulation Reforms of High Schools and Universities)’이다. 대입시가 문제라고 해서 대입시만 바꾸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학이 현재와 같이 시험 점수로 줄 세워 신입생을 선발하고, 대학 간의 수직 서열을 이대로 유지시키는 한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문부성은 대학과 협의해 대학의 3대 개혁 방침(학위수여 방침, 교육과정 방침, 입학전형 방침)을 도입하기로 한다. 학위방침은 대학의 이념과 사회적 요구 조건에 기반하여 학생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자격과 능력을 명시하기로 한 것을, 교육과정 방침은 학위방침을 토대로 교육 내용과 방법론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을, 입학방침은 학위방침과 교육과정 방침을 토대로 대학입학 희망자에게 요구하는 학력을 명시하기로 한 점이다(2017년 4월부터 시행).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대학이 고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방식과 긴밀히 연계해서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한 점이다.
일본은 이번 교육 대개혁을 통해 학력을 ‘지식·기능,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주체성·다양성·협동성’ 3가지로 정의하고 교육이 추구하는 결과를 고교 및 대학 공히 신학력 3요소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미래 일본 사회를 책임질 인재상이 고교와 대학이 다를 수 없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학력의 정의는 학습내용, 지도방법, 평가방법(내신, 대입시 공히)을 규정하게 된다. 교육의 목표인 학력 3요소를 학습내용, 지도방법, 평가방법 각각에 어떻게 연계시키는지는 첨부한 별도의 pdf파일 자료를 참고하면 되겠다.
3) ‘교육목표의 명확화’와 ‘긴밀한 연계’를 변화의 전략으로 삼는다.(☞ 첨부파일 슬라이드 25, 26, 67~84)
교육변화의 방법으로 비전이나 나아갈 큰 방향을 먼저 정하고 그 이후의 뒤따르는 모든 사항을 이에 연계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기존의 제도를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과 대비되는 방식이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 적용하는 방식인데, 일본은 이번에 전자의 접근을 하고 있다. 교육변화, 입시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교육비전 ‘살아가는 힘’ 아래 새로운 학력으로 ‘자질·능력의 세 가지 기둥’을 정의한다. ‘기초적 지식과 기능, 기초적인 지식과 기능을 활용해 과제를 해결하는 힘으로서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주체적으로 학습에 몰두하는 의욕 및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학습과 평가에 정교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새로운 학력을 어떻게 평가에 적용하는지 예를 하나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다음은 국어/수학 서술형 문제의 출제 가이드라인이다.
•국어
다양한 문장과 도표 등을 토대로 복수의 정보를 통합하고 구조화해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상대방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근거를 들어 논술하는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을 평가한다.
•수학
도표나 그래프·문장 등을 이용해서 생각한 것을 수식 등으로 나타내거나, 문제해결의 방책 등을 바르게 써서 나타내거나 하는 힘 등을 평가한다. 특히 ‘수학을 활용한 문제해결을 위한 구상·전망을 세우는 것’에 관한 능력의 평가를 중시한다.
아울러 새롭게 도입하는 대입공통시험의 국어, 수학에 출제하는 서술형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자질·능력 3요소를 철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4) 고교 교육개혁의 실천을 위한 제반 조치들이 함께 추진된다.(☞ 첨부파일 슬라이드 12)
교육목표의 명확화와 관련 요소들과의 긴밀한 연계만으로 개혁이 이루지지 않는다.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교하고 적합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일본은 아래와 같은 것을 교육과정 개정의 키워드로 잡고 있다.
•배움의 연속성 강화(유초, 초중, 중고, 고대)(☞ 첨부파일 슬라이드 14~15)
→ 일본은 지자체별로 학습의 연속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초중, 중고 등의 일관학교 설립이나 전환을 주요 개혁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고교-대학의 연계 개혁도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 유초 연속성 실천 예:
·5살짜리 아이가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교실에서 학습하는 분위기를 맛본다. 예를 들어 칠판을 향해 앉아, 초등학교 교사의 지도 아래, 연필잡기 연습 등을 실시한다.
·초등학교 1학년생이 유치원을 방문하여 5살짜리 아이에게 초등학교에서의 청소 방법을 가르치면서 함께 청소를 한다.
·5살짜리 아이를 초등학교에 초청하여, 1학년생이 학교의 안내를 한다든지, 함께 급식이나 도시락을 먹는다든지 한다.
•이수주의에서 습득주의로!
→ 출석일수를 채우면 상급학년으로 진급하는 것을 이제는 실제 최소 학력을 갖추면 진급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교의 경우 기초학력진단평가(성취목표도달확인평가)를 도입하고 내년부터 실시에 들어간다. 개인의 학습경험 포트폴리오인 ‘커리어 패스(career pass)’ 제도도 도입 예정이다.
•고교기초학습진단평가 도입(☞ 첨부파일 슬라이드 52~54)
→ 위 습득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형성평가 도구이다. 이와 함께 학교기반교육과정 운영을 강조하며 기초학습진단평가 도구도 각 학교가 인증만 받으면 민간이 개발한 평가도구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내용기반에서 자질·능력 기반 교육과정으로!
→ ‘무엇을 안다’에 목표를 두었던 기존의 교육을 ‘무엇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되다’로 목표 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질·능력의 3가지 기둥(교육목표의 명확화)(☞ 첨부파일 슬라이드 25~27)
→ 일본은 새로운 학력을 ‘자질·능력의 3가지 기둥’이라 칭하고 이를 ‘기초 지식·기능의 확실한 습득, 미지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자주적으로 학습에 임하는 의욕·태도와 인간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초중고대의 모든 교육활동은 자질·능력의 3가지 기둥과 연계된다.
•주체적, 대화적 깊은 학습(☞ 첨부파일 슬라이드 17~20)
→ 새로운 학력 3요소를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을 통해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 슬라이드를 참고한다.
•학습의 지도(地圖)로서의 교육과정
→ 교육과정이 누구나 학습 목표에 이를 수 있도록 지도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실제 새로운 교육과정 내용을 보면 구조, 내용, 표현 등이 매우 친절하고 정교하며 실천 지향적이다.
•사회에 열린 교육과정(☞ 첨부파일 슬라이드 31~32)
→ 이에 대해 교육과정 해설서는 ‘교육과정을 통하여 앞으로의 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을 실현해가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학교교육을 통하여 보다 나은 사회를 창출한다는 이념을 학교와 사회가 공유하고, 각각의 학교에서 필요한 학습 내용을 어떻게 배우고, 어떤 자질/능력을 몸에 익힐 수 있게 하는 것인지 교육과정에서 분명히 하면서, 사회와의 제휴 및 협동을 통해 그 실현을 도모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의 실천을 위해 커뮤니티 스쿨(community school) 제도를 도입하고 강화한다.
•‘팀 학교’ 지향(☞ 첨부파일 슬라이드 30)
→ 학교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사가 고립된 존재여서는 새로운 교육목표의 달성이 어렵기에 집단 책임감, 집단적 유능감을 중시하는 학교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학교 구성원의 사고의 변화를 위해서 적확한 용어의 선정과 사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커리큘럼 매니지먼트 (☞ 첨부파일 슬라이드 23, 34~36)
→ 교육과정 목표 달성을 위해 커리큘럼 경영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혁신안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 내용의 질 향상을 위해서 아동들의 태도와 지역의 현황 등에 대한 조사나 각종 데이터 등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을 편성, 실시, 평가하여 개선을 꾀하는 일련의 PDCA(Plan-Do-Check-Action) 사이클을 확립하는 것”
“교육 내용과 교육 활동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등을, 지역 등 외부 자원도 포함하여 활용하면서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것”
3. 맺음말
학교교육이 더 이상 대입시에 종속되지 않거나 그 부정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입시개혁 방안으로 일본의 고교·대학 연계 교육개혁 내용을 살펴보았다. 학교를 둘러싼 사회 문화가 한국과 매우 흡사한 일본의 교육개혁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가장 큰 시사점은 어떻게 하면 학교교육이 대학입시로 인해 왜곡되는 현상을 줄일 수 있을까에 관한 새로운 접근이다. 고교교육의 학력과 대학이 추구하는 학력을 “살아가는 힘”이란 비전 아래 “지식과 기능,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주체적으로 학습에 임하는 의욕적인 태도와 인간성”란 자질/능력으로 정의하고, 이를 모든 교육 요소에 정교히 연계시키는 방식은 똑같이 입시개혁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은 대입시로 인한 학교교육의 폐해를 줄이는 방법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교육까지를 일관교육화 하는 것에서 답을 찾고자 했다. 이는 교육 및 대입시 개혁의 새로운 접근 방법이다.
현 정부는 대입시 안을 몇 개 놓고 어떤 것이 더 좋은지를 저울질하고 여론을 떠보는 식의 접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야 하고, AI와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갈 오늘날의 아동·청소년들에게 미래를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식과 힘을 갖추어 줄 수 있는 그런 교육을 위한 대입시를 구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입시 개혁의 접근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변별력, 사교육’이란 가치 대신에 ‘학교교육 내실화’, ‘현재의 성적이 아니라 잠재력이 크게 반영되고 부모의 경제력 효과를 최소화하는 공정한 대입전형’이란 가치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해야 한다. 온 국민의 열망을 담은 가슴 뛰게 하는 ‘2030 교육비전’을 향해 고교교육, 대학교육, 대입전형의 동시개혁을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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