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에서 기초학습 지원하기(2)
[두 번째 이야기] : 첫 번째 이야기는 하단의 주소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차근차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얼마 전 3학년 아이들 두어 명이 역시 분수 문제를 가지고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어 명의 아이가 끙끙거리고 있는 것은 대분수에서 가분수로, 또 가분수에서 대분수로 넘나드는 문제와 “12는 36의 몇 분의 몇일까?”라는 식의 문제이다. 결국 분수의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고 그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풀이에 적용을 해야 하는 수학 학습의 전형적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분수를 공부해야 한다고 하자 저쪽에 있던 6학년 아이들이 “공포의 포스트 잇!”을 마구 외쳐대기 시작한다. 뭔가 ‘맛 좀 봐라!’인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도 두 아이는 맛을 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포스트 잇을 꺼내서 1/2이나 1/3, 1/4 등을 잘라보라 하니 큰 무리 없이 해낸다. 하지만 분모가 5나 8 혹은 9 등으로 커져가자 작은 포스트 잇을 접는데 끙끙거리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학년이 낮은 경우에는 색종이와 같은 큰 종이를 써야 할까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학교를 좀 더 나갈 수 있었다면 다양한 수학 활동을 통해 좀 더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난 해 온라인 수업을 한 탓에 수 개념 익히기가 빠르지 않은 아이들은 좀 더 애를 먹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한 아이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실직을 하신 어머님께서 알려주셨다며 대분수를 가분수로 바꾸는 문제를 두고 “이거랑 이거를 곱하라고 했는데…아닌가?”하고 아리송해하고 있다. 왜? 라는 부분을 아마도 어머님께서는 설명을 해주셨을 터이지만 아이는 문제풀이에 도움이 될 법한 ‘뭐와 뭐를 곱하라고 했는데…’라는 세부 방법론에만 집착을 보인다.
아무튼 안 되겠다 싶어 종이 한 장이 ‘1’로 대응하는 것부터 시작을 하였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종이 한 장도 ‘1’이고, 반으로 자른 한 장도 ‘1’로 여기고 있으니 종이와 수 사이의 대응 관계를 올바르게 잡아주는 것이 우선 필요해 보였다. 결국 모든 것이 그 특성을 사상한 채로 수적인 개념에서는 1로 되지만, ‘종이 한 장을 기준’으로 한다는 기준점을 잡을 때에는 그 절반은 1/2이라는 기준에 의한 상대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을 분명히 잡아놓는 것이다.
몇 번이가 강조를 한 끝에 포스트 잇 한 장이 “1”에 해당하고, 그를 반으로 접으면 “1/2”이란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반으로 접은 포스트 잇 한 장을 들고 보이면 1/2이라고 대답을 하면서, 그래도 거기에 또 반장을 더 집어보이면 2이라고 대답을 하기도 한다. 1과 1/2까지는 쉬웠지만, 1/2장을 두 배로 집어 들면 자동적으로 ‘2’라고 하는 숫자가 튀어나온다. 아직 어린 학년의 아이들은 ‘두 개=2’라는 자동적인 사고가 매우 강력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눈 앞에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 이는 피아제의 발달단계에 따르면 ‘스키마’가 조정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 눈앞에서 종이 한 장을 확인한다. 1로 대답한다. 2) 눈 앞의 종이 두 장을 확인한다. 2라고 대답한다. 3) 종이 1장을 반으로 잘라 절반을 보여준다. 1/2이라고 대답한다. 4) 1/2을 두 장 모으고, 나란히 자르지 않은 종이 1장을 곁에 두고 비교해보게 한다. 비로소 ‘1/2+1/2=1’이란 것을 받아들인다. 5) 종이 2장과 1/2을 두 개 가져와 종이 2장은 2에, 1/2장이 두 개 모인 것은 1이란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말할 수 있게 한다. 6) 1/2에서 2分은 수적 개념이 아니라 기준점인 1을 얼마만큼 나누었는지 즉, 종이 한 장을 얼마나 접어야 하는지와 관련된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수가 얼마나 되는가는 분자에 해당하는 수가 알려주는 것이란 점을 이야기하고 이해를 했는지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매우 충실히 거친 아동은 즉시 분수와 관련한 추상화가 보다 용이하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종이를 3장으로 자른 부분을 2조각 모으면 2/3라는 대답이 즉시 나온다.
결국 이런 과정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자연수와 분수의 관계이다. 종이 한 장을 나눈 만큼 모두 모으면 다시 1장이 된다고 하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확인을 하면, 이후 대분수와 가분수의 관계를 공부하는 것으로 넘어간다. 이 때도 1) 종이 1장과 1/2을 나란히 늘어놓고 1과 1/2이라고 읽는 것을 연습한다. 2)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수와 분수 부분이 합해진 수를 읽는 방법을 연습한다. 3) 이번에는 종이를 여러 장 분수 형태로 자른 후 아동들에게 주고, 자연수 부분과 분수 부분으로 나누어보도록 한다. 즉, 1/4 조각으로 나누어진 종이를 9장을 주고 이것을 2장과 1/3로 나눌 수 있는가를 확인해보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이미 포스트 잇의 모양을 잘 알고 있으므로 1장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종이를 금방 나누고 2와 1/4이라고 대답한다. 4) 이번에는 이것을 1/4을 기준으로 세어보기로 한다. 1/4, 2/4, 3/4…이렇게 해서 아동들은 2와 1/4이 9/4와 같음을 이해하게 된다. 5)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한 후 자연수와 분수가 합해진 대분수를 말해 주고, 이를 가분수로 다시 고쳐보라고 한다. 대부분의 아동들은 어렵지 않게 대답하고, 이 단계를 잘 거치면 분수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문제집에 얼굴을 파묻고 끙끙거리던 모습을 간 데 없고, 문제집을 금세 풀어버린다.
2. 그런데 나도 잘 모르겠다
그 두 명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새 구경꾼이 늘어나더니 곁에 선 아이들이 문제를 내기 바쁘게 가로채서 답을 해버린다. 두 아이도 뒤이어 대답을 하기는 하는데, 때로는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다. 눈치 빠른 1학년 아이들까지 와서 “음…분수 쉽네…” 하고 두 아이를 제치고 나서려 든다. 제 공부도 뒷전이고 곁에 와서 괜히 참견을 하고 앉았다. 나가라 내쫓으면 잠시 나갔다가 뭐를 가지러 왔다면서 어느 틈에 곁에 와서 참견이다. 아예 자기는 이제부터 3학년이라고 하며 주저앉는 2학년도 있다.
이럴 땐 지역아동센터에 두서너 명이 조용히 들어가 있을 수 있는 작은 방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개별 상담을 할 때도 그렇고, 이렇게 집중적인 학습을 할 때도 조용한 공간을 구할 수가 없어서 애를 먹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공부 같지 않고, 왠지 어렵지 않은 공부가 가끔은 싫지 않은 표정이다. 책상 위에는 포스트 잇 조각들이 사방에 넘쳐나고, 두 아이들은 평소 공부하는 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별 불평이 없다. 하지만 늘 학습은 고비를 준비해두기 마련이다.
즉, 나의 경우에도 분수를 가르치는 것까지는 잘 했지만 그 다음, 예를 들어 “3은 9의 몇 분의 몇인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금세 좋은 방식을 찾기 쉽지 않았다. 이는 비율의 대응관계이므로 아이들에게는 좀 더 쉽지 않은 듯 보였다. 즉 9를 기준점인 1로 본다면 그에 대응하는 3은 얼마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문제인데, 이를 공부하기 위해서 작은 나무 막대기와 링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예전에는 막대기만을 가지고 둘씩, 셋씩 가르기를 해보았으나 아동들이 그렇게 나뉜 막대기 한 묶음 단위를 개별의 나무 막대기에서 분리해서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즉, 개별 막대기와 달리 막대기의 묶음을 인식할 때는 그 보조도구로 막대기를 감싸고 있는 링을 읽도록 하여, 수를 읽는 단위의 변동을 보다 잘 인식하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서 지난해 수공예 활동을 하고 남은 양말목 링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아이들에게 작은 막대기를 9만큼 모으게 한 후, 문제에 나온 대로 3씩 막대기를 서로 모아놓도록 하였다. 그 후에 3개씩 모아놓은 막대기를 하나의 링 안에 넣도록 하였다. 따라서 3개의 링을 써서 각각의 링 안에 막대기 3개씩을 모으게 하였다. 그 후에 문제에 나온 3만큼을 손으로 집어 올리도록 한 후, 링을 보며 몇 분의 몇 인가를 물어보았더니 조금 혼란이 있은 후에 1/3이란 답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방법은 무엇이 부족한지 아이들이 쉽게 이해를 못하고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결국 “6은 15의 몇 분의 몇 인가?” 등의 문제가 나왔을 때 최대공약수의 개념을 써야 하는데 아직 이를 잘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은 막대기를 앞의 문제처럼 6개씩을 묶지 않고, 3개씩으로 묶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 역시 이런 점을 간과하고 “2는 6의 몇 분의 몇?”, ”7은 14의 몇 분의 몇?” 등과 같이 소수를 이용한 문제들을 일단 다루었기 때문에, 막대기를 6개 주고 2개씩 묶은 후 링 3개를 써서 막대기 2개씩을 각각 양말목 안에 집어넣게 한 후 양말목을 보며 1/3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막대기 14개를 역시 7개씩으로 나누어 링 2개에 각각 넣고 1/2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6과 15처럼 3이란 최대공약수의 개념을 인식하고 이를 기준으로 막대기를 3개씩 묶어야 하는 문제가 나오자 처음에는 말문이 막혔다. 분명히 링은 5개가 필요한데…하면서 링 5개를 먼저 책상에 올려놓고 무어라 말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막대기 15개를 집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막대기를 하나씩 링 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대기는 5개의 링 안으로 깔끔하게 분류되었다. 기특한 일을 한 아이에게 “6개가 되려면 링이 몇 개 필요한가?”라고 묻자 2라는 대답을 하면서 6은 15의 2/5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런 문제는 수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즉, 소수와 합성수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이해해야 가능한 것인데, 학교 현장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이들의 문제집은 대부분 익숙한 사물들을 늘어놓고 직접 동그라미를 그려서 수들을 묶음별로 구분하고 그 묶음을 가지고 비율을 답하도록 문제가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이해의 기반이 없는 아이들은 이런 문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결국 만약 내가 하는 방법처럼 링과 막대를 이용해서 한다면 소수와 합성수의 경우로 나누어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효과적인 공부법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3.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순간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회복지현장에는 슈퍼바이저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고, 최근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오랜 경험을 쌓은 교사들이 새로 임용된 교사들을 돕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이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 교류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갈수록 필요한 것은 내가 일하는 분야를 넘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 협력이 없다면 아이들을 온전히 잘 돌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된다.
기초학습을 지원하려면 아이의 심리와 신체와 생활태도와 인지 기능의 특성뿐 아니라 학습 과정에 대한 지식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하다. 그러면 이런 고민은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비전문가이므로 교육은 교육자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옳을까? 잠시 배움과 가르침을 내려놓고 돌봄의 현장에서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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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선생님의 기초학습을 위한 노력이 잘 정리되어 노하우로서 많은 선생님들에게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의 기초학습을 지원하는데 어떤 영역의 누구의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화되어 이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는 기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생생한 모습을 공유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