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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대학입시, 공정성 뿐 아니라 교육적 타당성도 함께 생각해야

#345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교사 2018.03.08

최근 몇 년간 우리 교육의 최고 이슈는 ‘학생부종합전형’ 문제였다. 대학입시에서 수시, 그 가운데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갖는 문제들이 많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고등학교의 주관성이나 대학의 주관성이 대학입시 결과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나 대학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적은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수능 선발이 가장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교육적으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중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보니 정치권과 교육부도 이러한 왜곡된 의미의 공정성을 대학입시의 가장 중요한 중심에 두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입시에 있어서 교과내신이나 수능과 같이 점수로 환산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의 오랜 교육적 가치와 연관이 있다.

 

교육에 있어서 한국은 ‘선발과 배제’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아무다 붙들고 “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 교육은 일정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입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가르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시험을 봐야겠죠?”라고 답할 것이다. “그 다음은요?”,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야죠.”, “그 다음은요?”, “당연히 1등에게는 가장 많은 혜택을 몰아주고, 그 다음 등수에게는 그 다음 혜택을 주고, 이런 식으로 혜택을 배분해야겠죠.”, “그러면 꼴찌나 후순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겠네요?”, “당연하죠. 자신이 노력을 안 했잖아요. 그러니까 혜택을 못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어요.”

 

대중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천년의 전통을 가진 과거시험제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고려시대부터 과거시험제도가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 목적은 과거시험에 합격해서 벼슬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시험에 합격하면 모든 것이 보장되지만 열심히 해도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래도 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러한 1,000년의 과거시험의 전통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정해진 사회적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믿게 했고, 이를 위해서는 점수로 표시될 수 있는 객관화된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고 믿게 만들었다. 그래서 ‘선발과 배제’의 패러다임이 한국인의 핏속에 흐르면서 한국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선발과 배제’의 패러다임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교의 영향권에 있었던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한국 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도 경제적으로는 많이 부강해졌지만 교육적으로는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도 이 ‘선발과 배제’의 패러다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필자가 이전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 평양제일중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단 북한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각 도시마다 제일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모아놓은 ‘제일중학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 그런데 평양제일중학교에 가보니 교무실 복도 벽면에 1등부터 꼴찌까지 아이들의 사진과 성적과 등수가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광경은 30년도 더 넘은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나 볼 수 있던 장면이고, 지금 남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사회주의 북한이지만 교육과 관련해서는 동아시아 과거시험의 전통인 ‘선발과 배제’의 패러다임 속에 갇혀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그럼 우리더러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렇게 시험과 성적으로 아이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배분하는 교육 외에 다른 어떤 길이 있다는 말이냐?”라고 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교육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북유럽의 국가들을 가보면 이런 질문이 쑥 들어갈 것이다. 필자가 북유럽 국가들을 방문했을 때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을 붙들고 “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일정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입니다.”까지는 우리와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자, “아이들에게 일정한 내용을 가르쳐보면 아이들이 가진 소질과 적성들이 드러나지 않겠어요? 교육은 이 아이들에게 내재된 소질과 적성 등을 발견하고 발굴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질문 같지만 그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그 다음에는요?”, “당연히 교육을 통해 아이들 가운데서 발견된 소질과 적성을 더 잘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그리고 각자에게 맞는 길을 걸어가도록 안내해주는 것이죠.”

 

당연히 북유럽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발견과 발굴’의 패러다임은 학교 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 국가에서 높은 세금과 잘 갖춰진 복지 제도를 통해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은사와 재능에 따라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울 필요가 없고, 학생들도 편안하게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평등한 사회가 다양한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에서 다시 ‘공정성’이 핵심 화두가 되는 상황은 우리 모두가 이해하는 바이다. 정유라 사건을 포함한 입시 부정이 여러 건 터졌고, 공공기관 취업비리들은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해지면서 학생들은 여기에 한 줄이라도 더 적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여기에서 비교육적 요소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갖는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이와 관련된 진로 컨설팅 사교육이 늘어나고 있다. 고등학교의 평가와 대학의 선발체제에 대한 불신의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공정성만을 위해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수능과 같은 점수로 표기하여 한 줄로 명료하게 줄을 세우는 입시로 돌아간다면 지금껏 우리가 겪어온 교육의 문제를 풀 길은 영원히 사라진다. 그냥 지금까지 우리 교육 문제는 고칠 수 없는 것이니까 공정성이라도 붙들어서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게 하자는 생각은 너무도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다.

 

교육에 있어서 공정성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적 타당성이다. 아이들을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하지 않고, 각자가 가진 은사와 재능을 발견하고 발굴하도록 하는 장치를 많이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성의 가치가 조금 희생되더라도 교육적 타당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가야 한다. 물론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그래도 공정성과 타당성의 접점을 찾기 위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전제하고 드러난 문제들을 조금씩 더 보완해가는 방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공정성만을 강조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수능전형만으로 대학입시를 가져가려는 것은 그나마 우리가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교육개선의 노력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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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학교 교사 정병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후 청운중, 장충여중, 양화중, 문래 중학교에서 도덕 교사로 재직했다. 교직 초기부터 기독교사들의 연합 모임인 좋은교사 운동을 창립하고 그 가운데서 교사들의 자발성과 전문성 향상을 통한 교육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표로 활동을 했다. 2014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간의 길찾기 과정인 '오디세이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학생의 삶과 연계된 의미있는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한 교육과정 다양화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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