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교육 열풍이 놓치고 있는 것
요즘 코딩 교육이 열풍을 넘어 광풍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코딩을 익혀야 나중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불안과 공포까지 나돌기 시작했고, 이를 놓치지 않고 사교육 업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4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코딩 사교육까지 나왔다. 강습비도 무척 비싸다. 주 1회 강습에 월 30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곳까지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 영어 사교육 광풍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하루라도 빨리 영어를 익혀야 한다면서 영어 유치원이 세워지다 못해, 산모가 배에 스피커를 대고 영어를 들려주는 촌극까지 일어나던 시절 말이다. 당시 영어 사교육 광풍의 끝판왕은 조기 유학 광풍이었다. 어린 자녀들을 오직 영어 하나 더 잘 배우자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조기 유학 보내는 무모한 부모들이 줄을 이었다.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조기유학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학생이 찾아가는 현지에서도 사회문제가 되었다. 캐나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뱅쿠버) 교원노조 연구국장이 부모 없이 학생만 계속 전학오는 사태가 교사들을 힘들게 만든다며 사태파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정도였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큰 돈을 들여 영어마을을 조성하기도 했다. 영어권 나라에 가지 말고, 한국에서 영어권 나라 체험을 하라는 것이다.
추적조사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러한 조기유학이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우는 2-3년 만에 돌아와야 했다. 문화충격을 극복해 가면서 영어까지 익힌다는 게 어린 나이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고, 또 영어 하나 배우자고 가기에는 수학, 과학 등 다른 교과의 교육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낮아, 방학 때 일시 귀국해서 학원에서 따로 배워야 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어마을들도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영어 실력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큰 메리트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영어실력’은 영어의 유창성이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여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인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능력은 어느 나라 말을 통해 키웠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즉 영어는 그 다음의 문제이며, 영어를 원어민 발음으로 구사하는가 여부는 아예 문제거리도 아닌 것이다.
우리는 영어 광풍을 전철 삼아 코딩교육에 대한 과도한 관심도 잠시 열기를 식히고 진정한 관심의 대상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코딩이라는 것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외국어의 일종이다. 우리 말을 영어로 번역하듯이, 우리 말을 기계가 사용하는 말로 번역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쓰는 일상적인 말과 기계가 쓰는 말의 차이는 우리 말과 영어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서 문제다. 사람의 지능은 패턴을 인식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지만, 기계는 논리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이 쓰는 말끼리는 아무리 낯설게 들려도 공통된 요소들이 있다. 여행자들이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다.”라고 말하고, 또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외국에 가서도 손짓발짓해가면서 의외로 소통이 가능한 것은 인간의 언어 사이에는 공통의 구조, 공통의 문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문법,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을 익혀야 한다. 그게 바로 기계가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절차와 방법의 집합, 즉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1) 반드시 입력이 있어야 한다. 2) 입력에 따라 반드시 출력이 나와야 한다. 3) 입력에서 출력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모호함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4) 유한한 명령을 수행하여 유한한 시간 안에 출력값이 나와야 한다, 5) 모든 연산은 명백하게 실행 가능한 것이라야 한다.’는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중 하나만 어긋나도 기계는 정상적인 작동을 멈춘다. 설사 그 명령어들이 완벽하게 코딩이 되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 우리 인간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일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 주변에 알고리즘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괴짜 아니면 인간미 없는 소시오패스 취급을 받을 것이다. 코딩을 익힌다는 것은 이 낯설고 차갑고 무서운 생각의 방식을 익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알고리즘에 능하고 알고리즘을 기계어로 능수능란하게 코딩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것들을 익힌다는 것은 기계에게 명령하고 말을 거는 방법을 익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익혀도 기계에게 무엇을 시킬지, 기계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모른다면, 즉 내용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이 내용은 기계어가 아니라 사람의 말, 무엇보다도 모국어로 존재한다. 따라서 모국어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이며, 코딩은 그 다음의 일이다. 게다가 코딩을 꼭 사람이 할 필요도 없다. 갈수록 구글 번역기가 우리말을 영어로 잘 옮기듯이, 코딩 역시 적절한 명령만 내린다면 인간의 말을 기계어로 옮기는 것 정도는 인공지능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사고는 인공지능과 비교하면 명백한 출력이 반드시 나오지 않는 부정확한 것이며, 명백하게 정의되지 않은 것들을 허용하는 느슨한 과정이다. 게다가 유한한 시간 안에 출력값이 나오지 않더라도 기계처럼 무한루프에 빠져서 회로가 터지거나 하는 일이 없다. 안되는 건 미완의 과제로 덮어두기도 하고,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하기도 하며, 어느 정도의 모호함을 용인한 상태에서 명백함과 모호함의 사이를 상상력으로 채우기도 한다. 이게 바로 사람이 생각하는 방법과 기계가 생각하는 방법의 차이다.
물론 인간은 이 차이를 어쩔 수 없는 간극으로 방치하지 않는다. 이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차이에 대한 민감성이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것은 기계와 인간적 사고의 사이, 명백함과 모호함의 사이를 메우는 것이며, 인간의 사고 과정을 어떻게든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모호함을 용인하지만, 모호함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명백함의 틀로 끌고들어오는 끈질긴 노력의 과정이다. 이 과정을 돌파하고 나면 코딩 그 자체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구글 번역은 이미 사람의 ‘자연어’를 번역할 수 있는 경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코딩이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출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목표로 하는 출력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력-출력-피드백을 연속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알고리즘을 아무리 정교하게 짠다 하더라도, 그 스스로 목적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바로 여기에 인간의 가장 결정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소프트웨어에는 선악이 없다. 좋은 소프트웨어는 도덕적으로 선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목표는 프로그램 범위 밖에 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세우고 피드백의 기준을 세우는 존재는 사람이다.
목표와 기준은 그것을 세우는 사람의 인간에 대한, 사회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 이해가 얕으면 얄팍한 목표를 세울 것이고, 깊으면 장대하고 독창적인 목표를 세울 것이다. 그 이해가 선량하면 선량한 목표를 세울 것이고, 비뚤어졌으면 비뚤어진 목표를 세울 것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는 그 목표에 따라 얄팍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심오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심지어는 사악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 다음에 필요한 능력은 그 목표의 달성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 알고리즘에서 배제된 영역을 포기하는 대신 상상력을 통해 채워나갈 능력, 그 상상을 기계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알고리즘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 정도가 될 것이다. 이는 영어교육과 마찬가지다. 영어를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영어로 말하고 쓸 거리가 충분히 있는 지가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최근의 코딩교육 열풍, 광풍 속에서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원칙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사회교육과를 졸업하였다. 중학교에서 24년간 사회를 가르쳤고, 서울대, 상명대, 방송대 등에서 강의하였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에서 정책연구를 담당했고, 현재 계간 우리교육 편집위원이다. '학교라는 괴물', '그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등의 교육 비평서,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경제학', '세상을 바꾼 질문' 등의 청소년 교양서들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