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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혁신학교가 혁신교육의 메카가 되려면

#592 박제원, 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2021.01.06

서울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철회되어

 

지난 ’20년 12월 30일 서울시 교육청은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였다. 12월 초부터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여왔는데 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위원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교육적으로 혁신학교가 바람직하냐는 그만두고라도 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운영할 때의 절차에 대해 고민거리를 남겨줬다. 어찌 보면 그동안 세심하게 처리하지 않았던 혁신학교의 지정이나 운영에 대한 제도적 결함을 돌아보는 계기라는 점에서 나쁜 갈등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는 진보 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이었으며, 지역주민이 혁신학교를 지정하는 행정작용에 대해 교육청에게 재고할 기회를 주었다.

 

경원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철회될 때까지 주요 과정을 살펴보면, 학부모에게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가정통신문으로 알렸으며 학부모를 상대로 찬성과 반대 설문을 했는데 전체 학부모 중 495명(69.03%)이 찬성하였고 그 이전에 교사의 80% 이상이 찬성했다. 이를 근거로 학교는 지난 9월 2일 학운위를 개최해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결정했다.

 

 

학부모 대상 설문 안내문은 절차적 정당성 어겨

 

그러나 이처럼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보이는 추진과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절차적 문제가 있다. 첫째, 가정통신문의 내용이다. 가정통신문은 혁신학교 공모를 신청하기 위해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찬반 투표를 안내하는 내용으로, 설문 안내문은 공정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기 위한 형식적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다음은 혁신학교 지정신청에 대해 찬반을 묻는 설문 안내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본교의 교육 발전을 위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는 학부모님께 감사드리며 가정에 기쁨과 평안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본교는 2019~2020학년도 2년간 지역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결합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였고, 마을과 연계한 수업을 진행하여 배운 것을 학생의 삶에서 익히도록 수업을 운영하여 왔습니다. 무엇보다 학교 단위 거버넌스를 통해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학교를 운영하여 왔습니다. 내년부터는 마을결합중점학교가 마을결합혁신학교의 이름으로 변경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과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예산 지원 규모가 커지면서 자유학년제, 동아리, 마을결합형 융합수업 지원 등 학생들의 교육 활동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의견은 동의율 80% 이상으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학생의 교육력을 높이고 미래 교육 비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2021.3.1.자 마을결합혁신학교 공모 신청>에 대한 학부모님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설문을 하오니 반드시 참여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Ⅰ. 공모 개요

 

□ 공모 내용 : 마을결합혁신학교

마을결합혁신학교 – 학생, 학부모, 교원, 지역사회 주민이 힘을 모아 학생의 행복한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학생 친화학교이자 지역사회 친화학교

 

□ 공모 목적

o 학교-마을의 긴밀한 협력으로 학교교육력을 높이고 공교육 역동성 강화

o 마을결합형교육과정 운영 활성화를 통한 학생의 주체적 성장 지원

 

□ 운영 기간 : 4년(2021. 3. 1. ~ 2025. 2. 28.)

 

□ 예산 지원 : 매년 77,000천원(신규지정교 57,000천원 + 서울시예산 20,000천원)

 

Ⅱ. 기대효과

 

□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자치구가 함께 참여하고 지원하는 마을결합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한 아이도 빠짐없는 학생 성장을 위한 학교-마을 협력체제 모델 제시 및 일반화

 

설문 안내문을 보면 “선생님들의 의견은 동의율 80% 이상으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학생의 교육력을 높이고 미래 교육 비전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응답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설문지의 가치중립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하는 사전정보에 해당된다. 이런 까닭에 학부모들이 나중에 혁신학교 지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구실이 되었다. 더구나 학부모들이 설문조사에서 찬성과 반대를 했어도 학부모 의견수렴 기간 중에는 의견을 바꿀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 기간 중인데도 학운위를 열어 통과시켜 버렸기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물론 다른 절차적 논란거리도 있다. 이를테면 “학부모를 상대로 ‘대면 설명회’가 없었다.”는 등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차상의 흠결이지 의사결정에서 절대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은 아니었다. 또 학부모들이 “설문 안내문에 혁신이라는 글자가 작아서 읽지 못하였다”고 하거나 “혁신학교에 대한 지정신청을 묻는 내용임을 몰랐다”는 주장은 그 내용이 설문지에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주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다.

 

 

혁신학교 지정 신청 절차에 대한 숙고가 필요해

 

서울시 교육청의 더 강한 반론도 있다. “교원과 학부모 대상 찬성과 반대 설문조사는 의무사항이지만 혁신학교 지정을 위해 학운위 개최를 위한 요건은 둘 중에 한쪽의 동의율이 50%를 넘으면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경원중학교에서 교원 동의율이 학부모에게 동의를 묻기 전에 이미 80%를 넘었으니 학운위를 개최하는 요건이 충족되었고, 경원중이 운영위를 열어 혁신학교 지정신청을 하는 행정행위는 절차상 하자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이다. 이런 의견은 지정 절차와 관련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일단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절차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즉 경원중이 학부모에 대한 설문조사 없이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한다고 해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의문이 있다. “왜 경원중학교는 학부모에게 동의를 구하려고 했는가?”이다. 다시 말하면 경원중학교만이 아니라 혁신학교 지정신청을 할 때 학부모에게 반드시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절차적으로 학부모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었느냐이다. 이런 추론이 옳다면 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지정하려는 학교의 학부모에게 동의하는 절차를 둔 것은 교사들의 반대 비율이 높을 때를 대비하여 보험을 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즉 교육청이 학교가 혁신학교 지정신청을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로 남겨두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 아무튼 혁신학교 지정신청과 관련해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내용적 정당성과 학부모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형식적 정당성이 상충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경원중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 간의 물리적 마찰로 이어지기까지 하는 상황은 혁신학교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안을 더 깊이 보면 그런 갈등은 현상적이지 본질적이지 않다. 진보든 보수든 그 누구라도 대도시일수록 교육적 욕망이 큰 지역일수록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취소에 대해 교원 단체나 일부 학부모 단체는 “지역주민이나 외지인들에 의한 부동산 가치 저하를 우려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했다”고 말하지만 거의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된 자료도 없고 그런 자료를 본 사람도 없다. 더구나 한국의 부동산가격이 학교 하나로 인해 폭락한다면 서울에는 혁신학교가 전혀 없어야 한다.

 

 

혁신학교 갈등의 중심은 학력저하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의 본질적 근원은 ‘학력에 대한 논란’이며, 혁신학교가 학력을 저하시킨다는 믿음이나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이나 교육단체가 이를 부정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면 교과서 진도마저 다 나가지 않는다.” 등 과장된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즉 서울시 교육청이나 혁신학교의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융합하거나 활동중심수업을 하며 성취기준에 맞게 가르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학부모들의 주의를 끌지 못하는 기반에는 학력저하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당국이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실행된 참고자료에 가까운 ‘종단연구’를 근거로,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도가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더 높게 나온다.”라는 식으로 혁신학교를 미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있다. 2019년 서울교육종단연구에서 발표된 ‘서울형 혁신학교 시행이 학교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고 할 수 없었다.

 

서울시 교육청이나 일부 교육단체는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가 비혁신학교에 비해 높다”고 주장하면서 혁신학교를 옹호하지만 이 역시 근거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혁신학교 교육과정이 주체적인 학습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원인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학습해야 할 학습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있고, 주체적인 학습을 추진한다는 의미가 실제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의미와는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경원중 사태가 주는 교훈이 매우 명백하고 반복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깊게 고민해야 한다. 혁신학교는 그동안에도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고 이번에도 갈등의 양상이 변하지 않았으며 교육청과 학부모 간에 증명되지 않은 주장만으로 상대를 할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유독 서울에서만 이러한 일이 매년 일어나는 것은 대도시로 갈수록 학구열이 과잉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민주주의를 중점가치로 내세운 혁신학교라면 학부모들의 학력저하 우려를 불식하는 더 정밀한 자료를 제시하고 학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또 이런 현실인데도 교육당국이 성과가 입증되지 않은 혁신학교를 급격하게 늘리면서 혁신학교의 장점만 말하면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갈 수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에 이미 200여 곳이 넘는 혁신학교가 있고 이 학교의 성과를 축적해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는 일이 우선적인 정책이 되도록 하여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었을 때에 자녀가 공부도 잘하고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 어떤 학부모도 혁신학교를 반대할 까닭이 없고, 그 지역이 강남이든 강북이든 가리지 않고 지정되고 활성화된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배경에는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든 아니든 자신과 관련된 학교에 대한 차고 넘치는 좋은 기사가 실려도 단 1개라도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자녀 교육에 신경이 쓰이게 되며, 그 학교에 대한 선호도를 물을 때에 머뭇거리거나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즉 혁신학교만이 아니라 어떤 학교에 대해 아무리 긍정적인 평판이나 기사가 실려도 하나의 부정적인 기사가 실리고 이를 보게 되면 쉽게 그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혁신교육에 대한 진지한 숙제 남겨

 

이제는 혁신학교만이 선이고 특별한 학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혁신학교 지지자라고 할지라도 혁신학교가 비 혁신학교에 비해 재정적 지원을 더 받는 등 특혜를 받는 학교라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특혜를 받으면서도 지역에서 학력이 저하되는 학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쁜 평판을 받게 되면 그 특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반발은 그리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학교는 혁신학교든 그렇지 않든 학습의 현장이다. 학교가 학습의 중심이 아니라면 학교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그런데 학교를 학습의 중심으로 두지 않으면서 그 주위를 둘러싼 마을을 학습의 중심으로 두거나 연계라는 애매한 포장을 하는 태도는 혁신학교가 옳든 그르든 추구하는 목표를 실현할 수 없게 만든다.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교육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학교를 제쳐두고 마을에 속한 종속적 대상이나 마을과 연계하지 않으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미신이 교육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현실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는 학습의 중심지이며 학교의 역량 역시 학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주위를 자꾸 기웃거리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닌 바람은 부는데 깃발은 나부끼지 않는 기이하고 공허한 일이 반복될 뿐이다. 초기 혁신학교가 긍정적이고 호평을 받았던 까닭은 재정지원을 통해 교육복지에서 비 혁신학교에 비해 적극적 우대조치를 받았기 때문이지, 교육 그 자체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을 위해 당연하게 갖추어야 할 교육복지 혜택이 보편적 복지로 실현되면서 학교는 교육복지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그 조건들이 사회 제도적으로 충족된 상황에서 혁신학교가 국민적 호응을 얻으려면 학교가 학습의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실제의 학습이 이루어질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강남이든 강북이든, 서울이든 지방이든, 전국 곳곳에서 혁신학교가 자리 잡을 수 있다. 교육청은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취소를 혁신 교육에 대한 더 많은 진지한 고민과 새로운 질적 논의가 시급히 필요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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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박제원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하여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북 교육청 사회문화 집필 위원, KDI 경제교육교재 집필 위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충남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출제위원, 전북 및 전남 교육연수원 강사, 전북대학교 교사 연수 강사, <새전북신문>, <열린 전북>, <전북교육신문>, 인문 웹진 <아홉시>, 네이버 비즈니즈 블로그 <인터비즈>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교육저널인 「교육 제4의 길 」에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 <미래 교육의 불편한 진실, EBS, 2021>, <학교 속 문해력 수업, EBS, 2022>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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