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이 한국 입시개혁에 주는 시사점(Revised)
1. 시작말
일본의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에 대해 한국 교육계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있었던 “일본의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 현황과 미래전망”이란 유이치로 안자이 일본학술진흥회(JSPS) 이사장의 특별 강연과 국내 언론의 소개가 그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이번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은 2012년 문부과학성이 중앙교육심의회에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의 순조로운 전환을 위한 방안, 대학입학 제도 개혁에서 시작”이란 제목의 자문을 구하고 중앙교육심의회가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고교-대학 연계 실현을 통한 고등학교 교육, 대학교육, 대입전형 일체적 개혁”이란 제목의 개혁안을 문부과학성에게 제출·권고한(2014년 11월 20일)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이번 교육 대개혁에 착수한 배경은 이렇다. 일본은 출산률 감소, 노동 생산성을 뒷받침할 인구 급감, 빈부격차의 심화, 학교 및 사회 부적응 인구의 증가, 마주하고 있는 도전적 과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역량 함양의 필요성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시대 지식 습득 중심의 학교교육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변화의 핵심 목표는 지식 주입식 교육을 강화하는 대표적 기제인 현재의 ‘대학 입학시험(entrance exams)’ 체제를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 폐기하고 새로운 제도로 교체하자는 것이다. 실제 문부과학성은 ‘대학 입시(entrance exams)’란 용어 대신 ‘일반 선발’, ‘종합형 선발’(AO 입시), ‘학교 추첨형 선발’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교육 및 입시 대개혁을 통해 “모두를 위한 행복하고 의미있는 미래(For the happy and significant future for everyone)”를 열어가자는 것이다.
일본의 현 입시 제도를 간단히 소개하면 일본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전형방식에 차이가 있다. 2016년 기준 대입 지망생의 약 49%가 사립대를, 나머지는 국공립대를 지원한다. 사립대는 학교 추천서를 통해 약 40%를 뽑고, 입학사정관 전형(AO)으로 약 10%를, 일반 전형(대학별 지필고사)으로 나머지를 선발한다. 앞으로 국공립대도 추천형 및 종합형 전형을 확대할 방침이다. 참고로 사립대의 43%가 정원 미달이다. 한편 국공립대 지원자들은 대다수가 한국의 수능에 해당되는 센터시험(2017학년도 이 시험 응시자는 56만명)을 본 후 다시 대학별 지필고사를 봐왔다. 국공립대도 추천입시나 AO입시가 있지만 사립대보다는 그 비중이 낮다.
이번 일본의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은 2012년 시작해서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가 2024년에 완성된다. 이 대개혁의 특징은 기존 것을 몽땅 들어내고 새로운 것으로 바꿔치기하는 것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 가지씩 바꾸지 않고 시스템 전체를 한꺼번에 바꾼다. 고교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대학의 교육과정, 교수법, 내신 평가, 대입시험, 교사 자격증 제도 등 관련 제도들을 함께 바꾼다. 그래서 개혁의 정식 명칭도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The Articulation Reforms of High Schools and Universities: ARHSUS)”이다. 그야말로 ‘수선을 통한 기존 제도의 개선(reform)’이 아니라 ‘재디자인을 통한 근본적 변화(transform)’를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변화 내용과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일본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의 주요 내용
지금 확정 단계에 있는 일본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 도입 배경
① 변화하는 세계 – 우리는 현재 경제, 고용, 인간의 삶, 안전, 정치, 외교, 교육, 과학, 기술, 의료 등 모든 면에서 20세기와 전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② 변화하는 국가 – 일본은 젊은 세대 인구(1993~),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는 고등학교 졸업생 수(1993~), 노동생산성(2004) 등이 급감하고 있다. 빈부격차도 심화되고 있으며, 산업 및 고용구조의 급격한 변화도 마주하고 있다.
③ 고교와 대학의 수준 다양, 더딘 대학개혁 – 전반적으로 초중학교 교육은 그 수준을 인정받고 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육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④ 모두를 위한 행복하고 중요한 미래 – “미래사회와 교육 프레임워크”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실현해야 한다. 이 틀에 따라 현재 젊은이들과 미래세대가 행복하고 의미 있는 미래를 살아갈 수 있다.
2)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의 목표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을 개혁하여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구체적으로는 아래 3가지 능력을 통합적으로 습득하게 한다.
① 기본 지식과 기능(수행 performance)
②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역량 competency)
③ 자주적으로 타인과 협력을 통해 학습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태도 attitude)
3)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의 추진 경과
① 문부과학성이 중앙교육심의회에 교육개혁, 입시개혁에 대한 자문 요청(2012년 8월 28일).
② 중앙교육심의위원회에서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고교-대학 연계 실현을 통한 고등학교 교육, 대학교육, 대입전형 일체적 개혁”이란 제목의 개혁안을 문부과학성에게 제출/권고함(2014년 11월 20일).
③ 문부과학성이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 위원회를 발족(2015년 2월 24일)(한국의 국가교육회의와 유사).
④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 위원회가 새로운 대입시험을 포함한 기본 방안을 발표(2015년 8월 27일).
⑤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 위원회는 새로운 대입시험 문제 유형 공개(2015년 12월 22일)
⑥ 문부과학성이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을 위한 최종보고서 승인(2016년 3월 25일)
4)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의 주요 시행 내용
① 문부과학성에서 주관하는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The Basic Learning Diagnostics for High-School Students)” 시행(2019~)
② 문부과학성/대학입시센터에서 주관하는 “대학입학공통시험(The Common Test for University Admissions)” 시행(2020~, 2024~)
③ 각 대학에서 다면적(multi-faceted) 입시전형 실시(현재~)
④ 문부과학성이 주도하는 초중고를 위한 신교육과정 가이드라인 시행(2020, 2021, 2022~2024)
⑤ 각 대학에서 3대 정책(학위 인정 및 수여 정책[diploma policy], 교육과정 개혁 정책[education policy], 입학전형 정책[admission policy])을 통합적으로 시행
⑥ 문부과학성에서 주도하는 다양한 규제 및 행정체계 개혁
5) 대학입학시험 개혁 개요
대학입시센터(NCUEE) 시험을 새로운 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입시험 개혁을 추진. 2014년 11월 20일 심의회에 제출된 초안은 다음 3가지 사항에 주목
① 현행 대학입시센터 시험을 폐기하고 지식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대학입학공통시험(The Common Test for University Admissions)’을 도입하고 매년 여러 차례에 걸쳐 시행한다.
②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를 도입하여 고교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학생들은 이 점수를 이용하여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
③ 입학자 선발과정에서 논술, 면접, 자기소개서 등의 다양한 기준으로 지원자를 면밀히 평가할 것을 대학들에 요청한다. 또한, 어떠한 학생을 원하는지, 입시에 어떤 종류의 시험을 시행할 것인지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
6) 새 교육과정 가이드라인 도입과 시행
① 시모무라 문부과학성이 초중고를 위한 신교육과정 가이드라인에 대해 중앙교육심의회에 자문(2014년 11월 20일)
② 문부과학성이 신교육과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중앙교육심의회 심의내용을 담은 임시 보고서를 발표(2016년 8월 19일)
③ 2020년~2024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도입 예정인 신교육과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보고서가 중앙교육심의회의 승인을 거쳐 마츠노 문부과학성에게 전달됨(2016년 12월 21일).
④ 문부과학성에서 초중을 위한 신교육과정 가이드라인을 발표(2017년 3월 31일).
⑤ 고등학교 신교육과정 가이드라인 승인(2017) 및 신교육과정 발표 예정(2018년 3월)
7) 고등학교 교육개혁의 주요 내용
① 고등학교 교육을 수동적(passive) 교육에서 “자주성, 토론, 깊이 있는 학습”을 특징으로 하는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으로 전환.
② 이러한 전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신교육과정 가이드라인 시행(2022~2024)
③ 교사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능동적 학습 방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평가
④ 신 교과목 도입 및 교과목 내용 개선
⑤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 교원 자격증 제도 개혁, 교원 재교육 체계 개선
8)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의 도입 취지와 내용
① 학생 각자의 능력 차이에 따라 기초 지식과 기능,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습득하고 개별적 성취도에 맞추어 학생의 능력 향상
② 고등학교 교사의 수준, 교수법, 교육 내용 개선
③ 각 고등학교에서 수업 월수 및 일수, 컴퓨터 시설 등의 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
④ 문부과학성 관리하에 공인된 민간 기관의 4개 능력(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영어평가 시험 시행
9) 대학입학공통시험의 도입 취지와 내용
① 지원자의 기초지식과 기능뿐만 아니라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 평가
② 일본어 시험(즉 국어시험)과 수학시험에 서술형 문제 도입(☞ [주1] 참조)
③ 대학은 4개 능력(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영어평가 시험과 2개 능력(읽기, 듣기) 영어평가 시험을 둘 다 선택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
④ 2024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대학입학공통시험의 과학, 역사/지리, 윤리 과목에 서술형 문항 도입 여부를 논의할 예정
⑤ 시험 성적은 대학의 다면적 입학시험에서 유용한 기준으로 활용
[주1] 1) 국어과목 문제 예시 – “자연경관 보호 가이드라인”: 아버지와 딸의 대화 내용과 논의의 대립점을 설명한 제시문을 읽고 자기 생각을 80~120자로 쓰는 문제 2) 수학과목 문제 예시 – 공원의 동상을 보여주면서 ‘코사인 법칙’을 응용해 동상이 보이기 쉬운 위치나 각도를 찾아내 기술하는 문제(조선일보 2017-11-2)
10) 대학교육 개혁의 핵심 내용
① 수동적 교육에서 능동적 학습으로 대학교육 전환
② 각 대학은 3대 정책(학위 인정 및 수여 정책 개혁[diploma policy], 교육과정 개혁[education policy], 입학전형 개혁[admission policy])(2016년 3월 문부과학성이 모든 대학에 고시)의 통합적 시행
③ 문부과학성의 대학평가인증 및 평가 시스템 개혁
11) 대입전형 개혁의 핵심 내용
① 입학을 위한 평기기준 개발: 논술, 면접, 토론, 교사 보고서, 자기소개서 등
② 새로운 대학입학공통시험 활용
③ 문부과학성의 대학평가인증 및 평가 시스템 개혁
④ 대학이 교육과정 및 학위 수여 방침과 연계시켜 입학자 선발을 하도록 권장
12)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 관련 이슈
(1) 대학입학공통시험과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에 대한 이슈
• 목표
• 공통시험과 진단평가 과목
• 공통시험과 진단평가 절차
• 날짜와 장소 및 횟수
• 서술형 시험 시행방법, 기간 내에(on time) 채점하는 방법
• 영어시험 시행방법, 기간 내에(on time) 채점하는 방법
• 대규모 시험에서 서술형 채점 방법
• 시험 문제의 설계, 출제, 축적
• 지원자와 고등학교에 피드백 제공 절차
• 관리 및 배포
(2) 위 이슈(1)에 대한 배경 상황
• 젊은 세대 인구 급감
• 젊은 세대 관련 문제점들
• 고착화된 대학입시 문제
• 변화에 뒤처지는 교육 분야
•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순종하도록 교육하는 동북아식 문화
• 무기력한 고등학생과 그에 비해 의욕적인 부모와 교사(학교 간의 큰 편차)
• 고등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열패감’과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 간 편차
• 대학의 입학자 선발을 위한 객관식/지필 시험의 ‘편차’를 중심으로 형성된, 문제가 있으나 여전히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는 고등학교/대학 간 위계질서
• 국제관계, 세계경제, 고용체계의 변화
• 기업에서 선호하는 인재가 시험 성적은 높지만 의사소통이 부족한 지원자에서 능동적이며 협력에 능하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로 바뀌고 있음.
• 정치권에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 학령인구를 위한 교육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
(3) 고등학교 및 대학교육에 관한 이슈
• 학생들을 성장시킬 교사의 양성
• 교사의 교수능력 향상
• 영어 교사의 영어능력 개발
• 학생의 역량 평가법 개발
• 고등학교 교사의 부담 경감
• 대학을 위한 잘 계획된 3대 영역(학위수여, 교육과정, 입학전형)의 통합적 개혁
• 대학의 대대적 개혁 시행
13)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의 향후 일정
• 2017년 7월: 대학입학공통시험에 대한 시행 계획이 발표됨
• 2017년 11월: 대학입학공통시험 예비 테스트(약 5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어와 수학의 서술형 시험을 포함한 모든 과목)
• 2018년 2월: 대학입학공통시험 예비 테스트(약 5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쓰기와 말하기 시험을 포함한 4개 능력 영어평가 시험)
• 2017년: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위한 대규모 설문 조사
• 2017년: 고등학교 신 교과 과정 가이드라인 승인
• 2018년: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위한 예비 테스트
• 2018년 12월: 대학입학공통시험 예비 테스트(약 10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어와 수학의 서술형 시험을 포함한 모든 과목)
• 2019년 봄: 대학입학공통시험 시행 가이드라인 발표
• 2019년: 대학입학공통시험 최종 예비 테스트
• 2019년: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 시행
• 2020년(2021년 1월): 대학입학공통시험 시행(일본어와 수학 서술형 시험, 2개 능력 및 4개 능력 영어평가 시험을 포함)
• 2020년: 초등학교 신 교과 과정 가이드라인 시행
• 2021년: 중학교 신 교과 과정 가이드라인 시행
• 2021년: 고등학교 신 교과 과정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하여 개정 전 대학입학공통시험 발표
• 2022~2024년: 고등학교 신 교과 과정 가이드라인 시행
• 2023년: 고등학교 신 교과 과정 가이드라인 기반으로 하여 개정된 대학입학공통시험 시행 가이드라인 발표
• 2024년(2025년 1월): 개정된 대학입학공통시험 시행, 2개 능력 영어평가 시험 폐지하고 4개 능력 영어평가 시험만 시행
• 2025년~: 개혁 계속 추진
3. 일본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의 특징11과 시사점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번 교육 대개혁은 한국에 큰 시사점을 준다. 그 특징과 시사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입제도를 바꾸기 위해 고교-대학 교육을 긴밀히 연계시켜 교육시스템 전반을 총체적으로 개혁한다.
이번 개혁은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목표로 했다. 교육의 문제는 여러 관련 요소가 함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두 가지를 개선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이는 국내외 교육개혁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고 교육변화 이론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일본은 대입전형 개혁을 위해 대입전형 외의 다른 요소들까지 다 바꾸기로 하였다.
한국은 평가 개혁을 통해 교육을 바꾸려는 생각이 강한 나라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평가를 먼저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평가가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평가 변경을 통해 학교교육을 변화시키는 접근보다는 학교교육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이 먼저 설정되고 이에 맞춰 평가가 개선되는 것이 바른 접근이다. 평가가 학교교육에 주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평가를 바꾼다고 ‘진정한 학습(real learning)’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에 일본은 진정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동시에 바꾸고자 했다. 일본의 경우 이번 개혁은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수법(고교 대학 공히 Active Learning으로 전환), 평가방법, 교사 자격법 개정, 대학과 고교의 연계 등 모든 것을 함께 개선한다.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접근이다. 대입전형 제도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이것만으로 학교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에서 대학교육을 어떻게 바꾸기로 한지를 보면 놀랍다. 대학 개혁은 고교 개혁보다 쉽지 않을텐데 고교와 대학 교육 공히 “자주성, 토론, 깊이 있는 학습”을 특징으로 하는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능동적 학습은 소위 ‘학력 3요소’라 불리는 ① 기본 지식과 기능(수행 performance) ②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역량 competency) ③ 자주적으로 타인과 협력을 통해 학습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태도 attitude)’ 함양을 학습의 최종 목표로 삼는다. 이를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자질·능력의 3개 기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방향의 변화(미국의 용어를 빌면 K-12 시스템을 고교-대학을 연계해 K-16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가 어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은 지난 정부의 2015개정 교육과정 추진 과정이나 문재인 후보의 대선 교육공약 및 현 정부의 2021학년도 대입수능 체제 마련 과정을 보면 한국의 접근 방식은 철저히 분절적이다. 통합적 접근을 하는 일본과 분절적 접근을 하고 있는 한국은 매우 대조적이다. 이번 일본의 개혁방식이 전 방위 통합적 개혁이란 점이 한국의 향후 교육개혁에 큰 자극과 긍정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2) 지식의 습득에서 지식의 활용으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일본은 이번 고교-대학 연계 교육개혁을 통해 고교 및 대학 교육을 기존의 ‘지식의 습득’ 중심에서 ‘지식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고 새로운 학력을 ‘① 기본 지식과 기능(수행 performance) ②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역량 competency) ③ 자주적으로 타인과 협력을 통해 학습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태도 attitude)’ 3가지로 정의했다. 이런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고교교육에서 주요 과목에서 쓰기를 강조하고, 대입공통시험에서는 서술형 문제를 도입하며(국어의 경우 80~120자 길이의 논술 문항 하나를 포함) 고교에서는 ‘학습자 자율성(autonomy), 토론, 깊이 있는 학습’을 특징으로 하는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객관식 문제도 새로운 교육목표에 맞추어 문항의 질을 전면 개선한다. 또한 대입공통시험 이후의 대학별 고사에서는 학업 능력 3요소를 중심으로 프리젠테이션, 소논문, 집단토론, 면접 등을 통해 다면적·종합적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영어의 경우는 외부 민간 기구의 시험을 인증해서 말하기·쓰기 능력까지 평가한다. 한국의 객관식 영어시험과 크게 대조된다. 일본은 가치있는 사교육 의존을 악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한국도 학교수업의 질 개선을 위한 시스템 전반의 개혁과 수능의 대개편에 착수하고 서술형 문제를 일본처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봤으면 한다.
아무튼 학교교육을 지식의 습득에서 활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교교육-대입평가-대학교육-교원 양성과 연수’를 긴밀히 연계시키고 각 고교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과 민간 기관이 제공하는 평가(학생의 성취목표 달성을 위한 진단 목적과 대입전형 자료로 활용할 목적을 가짐)의 활용 등도 눈여겨볼만하다.
3) 기존의 ‘센터시험’을 폐지하고 ‘대학입학공통시험’을 도입한다.
이번 일본의 대입시 개혁의 외형적 변화는 기존의 ‘센터 시험’(The National Center Test for University Admissions)(국·영·수·사·과를 시험과목으로 하는 한국의 수능시험과 매우 유사함)을 폐지하고 대학입학공통시험( 혹은 대학입학희망자학력평가 시험)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험을 도입한다. 이는 OECD의 PISA 시험을 모델로 삼았으며 점수대신 등급으로 평가한다.
대학입학공통시험의 성격과 쓰임은 무엇일까? 문부과학성은 이 시험의 성격을 “고등학교 단계의 기초적 학업성취도의 달성 정도를 판정하고 대학 수학에 필요한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험과목의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험과 기존의 센터시험시험은 비슷하지만 평가하고자 하는 내용과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새로운 평가는 지식의 습득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정의한 학력의 3요소를 얼마나 잘 갖추었는지를 평가한다. 이는 새로운 학력을 미래사회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과 역량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이런 자질과 역량은 “기초 지식, 역량, 태도”로 정의하고 이를 “자주성, 토론, 깊이 있는 학습” 즉,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본다. 기존의 센터시험이 대학전형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① 센터시험만으로 선발하는 대학 ② 센터시험 + 2차 시험(에세이, 면접)으로 선발하는 대학(가장 많은 대학이 채택) ③ 자격고사로 활용하는 대학(도꾜 대학, 교또 대학 등의 상위권 대학이 채택)’처럼 3가지가 있다.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공통시험도 이런 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4) 서술형을 도입하고 느슨하게 변별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대입공통시험의 국어(일본어)와 수학의 서술형 문제는 3~5등급으로 성적을 산출할 예정이라 한다. 한편 영어는 유럽언어공통기준(the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 CEFR)을 적용해 6수준으로 성적을 산출한다(민간 기관이 제공하는 시험 성적을 유럽언어공통기준으로 환산한 다음 대학에 제공할 것으로 추정됨). 서술형을 제외한 문장은 종전처럼 객관식이지만 새로운 학력 측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문항의 질을 개선한다.
교육목적에 충실한 질적 평가가 활성화되려면 느슨한 변별은 필수적이다. 한국의 경우 9단계 상대평가가 학교교육에 악영향을 끼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뼈아픈 경험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시험 문제에 걸린 혜택 혹은 부담(stake)을 줄이기 위해서는 표준화 시험 점수로 촘촘히 줄 세우는 관행(상대평가)을 퇴출시켜야 한다. 주관적 평가, 질적 평가, 정성적 평가를 하면서도 객관성과 신뢰성이 높은 평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일본이 이런 방법을 찾아 나섰다. 아울러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로 대학 졸업장의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 안정망을 확충하고 상위권 대학 졸업장 없이도 존중받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5) 고교에 ‘기초학력진단평가’란 다목적 평가를 도입한다.
일본의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는 ‘학업능력 3요소’(지식 및 기능의 습득, 역량, 태도)의 도달 수준을 평가하는 졸업자격고사(‘고등학교 기초학력평가’, ‘고등학교학습도달도평가’로도 불림) 성격도 지닌다.이는 대학입학 전형에 활용될 예정이지만 고교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를 진단하는 고교교육의 질 관리 도구의 성격이 더 강하다. 한국처럼 내신 성적이 학교 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성적 부풀리기 등의 폐단 때문에 대입 전형자료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자 일본은 고등학교 과정의 학업성취도를 종합평가하는 도구로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를 도입한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의 내신 성적과의 큰 차이는 일본의 경우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란 명칭이 말해주듯이 ‘진단’의 특성을 부여함으로써 학생의 학습 목표 도달에 초점이 가 있지만 한국의 내신평가는 그 초점을 ‘상대적 서열을 결정’하는데 둠으로써 학생의 성장과 성취목표 달성을 확인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는 실제 ‘평가’라기보다는 ‘진단(diagnosis)’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차세대 평가로 개발해 2014년 말부터 사용 중인 형성평가 도구(SBAC, PARCC)와 유사한 점이 있다. 미국의 이 두 가지 평가는 일본의 진단평가와는 달리 형성평가로만 활용되며 대입전형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의 도입 배경, 평가이면서도 평가가 아닌 이유 등에 대해서는 다음 6)의 내용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내신평가의 낮은 객관성과 신뢰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와 같은 성격의 내신평가도구를 개발해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구상의 핵심성공요인은 이 시험을 학생을 줄 세우기 위한 총괄평가가 아니라 성취목표에 도달시키기 위한 진단평가로 운영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생각된다. 일본이 제3의 독립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제공하는 시험을 인증하여 활용하듯이 한국도 이런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6) 국가수준의 교육과정(고교 과정)을 대폭 유연화하고 민간기관의 평가를 활용한다.
일본이 이번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장 인상적이고 주목을 끄는 부분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고교 과정)을 대폭 유연화하고 민간 기관과 협업을 통해 교육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의 이런 결정의 배경은 이렇다. 인구 감소와 사회경제적 변화 및 고용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생산성을 향상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 개발은 필수, 미래의 삶을 위해 필요한 학업 자질(자격/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교육, 대학 교육, 대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별첨자료 <표4>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 개요). 이런 배경 속에서 고교생에게 필요한 기초능력 즉, ‘학업능력 3요소’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한 결과, 이런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고 이를 국가가 혼자 감당하는 것보다는 이미 신뢰가 형성된 민간 기관의 평가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학력 3요소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서술형 평가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고, 채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기관이 개발한 평가를 인증하여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문부과학성은 앞으로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기면 민간기관이 주관하는 기초학력진단을 위한 다양한 평가도구를 인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평가도구로 구성되는 진단 체계를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Basic Learning Diagnostics for High School)’이라고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평가라기보다는 진단이다’라는 부연 설명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의 발상과 도입은 참신하다. 우선 이런 진단평가의 도입을 통해 ‘학업능력 3요소’를 제대로 가르치게 하는 외적 동기로 삼으면서 이 평가의 결과를 성취수준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의 확인은 물론 대입전형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유이치로 안자이 이사장의 강연 자료집의 관련 도표에 보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각 학교는 사회에서 독립된 주체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학업능력에 대한 목표를 각 학교 상황에 맞게 설정한 뒤 (이의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한다.”(괄호 안 내용은 필자가 보완)
(Each school sets up goals for basic scholastic aptitude required to become independent in society based on the actual circumstances at each school, then curriculum is drafted.)
‘기초학업능력에 대한 목표를 각 학교 상황에 맞게 설정한 뒤 교육과정을 마련한다’는 것은 학교단위 교육과정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런 학교자치의 강화는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학습자의 변화를 비롯한 교육생태계의 큰 변화를 고려할 때 이런 지향은 불가피하고 바람직하다 하겠다.
“(각) 고등학교 현실에 맞는 제도를 마련한다.”(괄호 안 내용은 필자가 보완)
(create system in order to ensure adhesion to the realities of high school)”
이상의 두 가지 설명에 이어 다음과 같은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표를 선택하고 이를 기준으로 실행에 옮긴다.”
(Each school implements after choosing metrics believed to be necessary considering the actual circumstances of the students.)
이 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면, 고교 기초학력진단을 위해 제3의 기관이나 특정 민간단체가 개발한 수학 시험(당연히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고려함)을 문부과학성이 인증을 하면 고등학교는 자율적으로 이런 진단평가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의 유연한 운영과 학력 인증의 폭을 넓히고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교육과정의 탈표준화(post-standardization)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대입공통시험에 활용할 영어 평가는 민간이 제공하는 시험을 활용하기로 했고(TOEIC, Eiken 등 10개 시험 기관이 경합 중), 내년까지(현재는 59개 학교가 도입) 200개 학교가(주로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고 위주) 전통적인 국가 교육과정 대신에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과 시험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민간 영역의 평가를 공교육이 활용하는 것은 영어뿐만 아니라 경영학, 공학, 농업학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기존의 낡은 사고의 틀에 단단히 갇힌 한국에게는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온다. 민간 영역에서 개발한 평가의 문부과학성 인증 기준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 (지표 설정은)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성(diversity)과 공통점(commonality)이 모두 반영되도록 균형 있게 설정해야 한다.
• 평가는 학교 상황에 맞춰 학교 내 시행은 물론 여러 차례 볼 수 있어야 한다.
• 지속해서 시행이 가능하고 학교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진단평가는 시범 테스트 결과와 고등학교/이사회, 민간기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2017년도 내에 인증 기준의 초안을 마련하고 2018학년도 내에 인증제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고교 교육과정 운영방식의 대 변화는 한국에 큰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경우 고교 내신평가를 “상대평가-절대평가(성취평가)”란 이분법에 억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일본의 이 ‘고교 기초학습진단’ 평가가 이런 한국적 상황에 좋은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고교 내신평가는 철저히 학습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각 평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각 고교의 수준이 정확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이사회, 민간기관, 전문가 집단’ 등이 이 시험을 지속 모니터하고 부정이 있으면 그 시험의 인증을 취소할 것이기 때문에 성적 부풀리기가 있기 어렵다. 일본의 ‘고교 기초학습진단’ 평가는 한국의 내신평가 제도를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절대평가로 전환하는데 큰 시사점을 준다. 이런 조치는 일본이 대학공통시험의 영어도 민간기구가 개발한 시험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런 변화에는 일본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 ‘학습자 자율성(autonomy), 토론, 깊이 있는 학습’을 특징으로 하는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을 고교와 대학에 전면 도입하기 위해서는 질적 평가가 불가피하고 이를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시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현명하고 통 큰 결정이다.
한국도 ‘상대평가-절대평가’란 이분법적인 내신평가 논의에서 빠져나와 미국의 전 주(州) 공통(48개 주)의 형성평가와 일본이 이번 도입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 성격의 시험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봤으면 한다. 한국은 내신 부풀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미국의 SBAC과 같은 시험을 개발하면 좋을 것이다. 일본도 앞으로 미국의 SBAC처럼 문항반응이론을 반영한 개별 맞춤 평가인 차세대 CBT를 지향한다고 한다. 한국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차세대 평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도 이제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대폭 유연화하고 평가를 다양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봤으면 한다.
7) 수험 준비 부담을 줄이고 채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개혁은 서술형 문제의 도입으로 인한 준비 부담 완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대입공통시험 과목인 국어(일본어), 수학의 경우만 각각 3개의 서술형 문제를 포함시킨(국어는 80~120자 길이 논술문제 포함)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머지 선택과목은 여전히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또 채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논술의 경우 가령 문단은 3개로 구성하고 첫째 문단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하라는 일정한 조건을 제시해 정답 범위를 좁혀준다. 이런 식의 안내에 따라 쓰는 논술문은 이미 교육이론에도 있는 것들이다. 처음 논술을 도입할 때는 이렇게 쉽게 시작하는 것이 고교에서의 준비부담도 줄일 수 있어서 매우 현실적이고 현명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이런 경우 인간 채점 수준에 맞먹는 정확성과 신뢰성을 갖춘 기계채점을 통해 대규모 집단의 채점을 단기간에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24년 이후에는 지리, 역사, 윤리, 과학에도 서술형 문제 도입을 검토 중이며 논술 문제의 길이도 더 길어질 예정이다.
또한 대입공통시험과목의 하나인 영어의 경우 이번 대학입시 개혁을 기해 기존의 읽기·듣기뿐만 아니라 2024년부터는 말하기·쓰기까지 평가한다. 하지만 대학의 사정을 감안해 말하기·쓰기의 도입은 원하면 2024년까지 유예할 수 있게 했다.
8) 신입생의 수학능력 보완을 위해 모든 대학에게 ‘입학전 교육’을 요구한다.
신입생의 수학능력 보완을 위해 문부과학성은 모든 대학에게 ‘입학전 교육’을 요구하기로 했다. 신입생들 간의 대학 수학 준비도 차이가 크고 미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사립대학의 경우 학교 추천서에 의한 전형의 비중이 40%(공립대학은 약 24%, 국립대학은 약 12%)나 되고 입학사정관 전형이 10% 정도이다. 게다가 사립대의 43%가 정원 미달이다. 앞으로 국공립대도 학교추천형 선발, 종합형 선발(AO 시험)의 비중을 늘려갈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 신입생들 중 대학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다수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문부과학성은 각 대학에 사전 보정교육 프로그램(pre-university education program)(‘입학전 교육’이라 부름) 도입을 요구했다. 수학능력이 미달되는 학생도 뽑되 대학 진학 후 사전 보정교육을 제도화 해 대학수학능력을 제대로 갖추게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접근이다. 이는 대입 이전 과정에서의 경쟁과 학습 부담을 대학 진학 이후로 분산시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런 발상을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면 현재의 성적순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 가능성 위주로 뽑고 사전 보정교육 시스템을 잘 운영한다면 지금의 수능 9단계 상대평가의 고부담(high stake)을 5단계 절대평가 정도의 부담으로 확 줄이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입시경쟁 완화를 대학 평준화에만 매달린다거나 수능 평가방식의 변경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번 일본의 사전 보정교육 전략을 한국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9)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후 충분한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추진한다.
일본은 이번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을 시범운영 기간을 포함해 7~8년이란 시간을 가지고 추진했다. 관련 기초연구 기간은 제외된 수치다. 일본은 교육과정을 10년 단위로 전면 개정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수시 개정을 원칙으로 하는 한국과 매우 대조적이다. 한국 교육부가 내년 8월에 발표할 예정인 새로운 대입전형안을 제대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이번 교육 대개혁을 어떻게 준비하고 추진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추진과정에서의 신중함도 돋보인다. 새로운 대입시험을 도입하면서 공통시험의 경우 2년에 걸쳐 2회의 예비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한 것도 매우 신중한 접근이다. 이를 통해 학교 교사들의 피드백도 충분히 받고 공감대도 넓힐 수 있으며 새로운 시험에 대한 불안감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 학교 현장을 발로 뛰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낸 설득 리더십이 놀랍다.
일본이 이번 ‘교육 및 대학입시 대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저항과 불신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저항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고 저항과 불신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변화 리더십을 훌륭하게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립대에 대한 설득, 대학 교육변화를 위한 3대 정책의 추진에 대해 대학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은 이번 리더십을 돋보이게 하는 이유다. 이번 개혁을 책임진 리더는 사람들을 교육부로 부르지 않고 현장을 찾아갔다. 변화의 원리를 제대로 알았던 것 같다. 풀란은 자신의 책(『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 2017)에서 교육 변화란 모든 사회개혁이 그렇듯이 상실, 불안, 저항, 투쟁을 동반하며 이해당사자들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주관적 의미가 다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변화를 추진하는 주체는 변화가 가지고 올 이익과 혜택을 먼저 생각하지만 이런 변화를 실행에 옮길 학교나 대학은(교사들이나 교수들은) 치를 대가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란, 부담, 냉소, 변화 가능성에 대한 비관, 진정성에 대한 불신, 소진, 압력, 역부족 등이 변화 실행자들이 겪는 주관적 의미이다. 이런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리더만이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이번 일본의 변화를 책임진 리더가 현장을 발로 뛰며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갈 길을 정해놓고 변화의 역동성, 변화의 의미에 대한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하향식으로 밀어붙이는 식이 대부분인 한국의 정책 추진 방식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본의 개혁은 한국에 각별한 교훈을 준다. 대입시에 서술형 문제를 출제하는 것에 대해 고교 교사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도 이번 리더십의 큰 성과이다. 한국에도 이런 리더십이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1) 이번 대학교육 개혁을 일회성 개혁 사업으로 보지 않고 상시적 프로세스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이번 교육개혁 중 특히 대학교육 개혁을 일회성 개혁 정책의 도입에 그치지 않고 ‘계획(Plan)-실행(Do)-확인(Check)-피드백 반영을 통한 개선(Act)’과 같은 변화 관리 사이클을 통해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운영하겠다는 점이 돋보인다(☞ 별첨자료 <표6> 대학교육 개혁을 위한 ‘3대 정책 통합 시행’ 초안).
4. 맺음말
일본의 교육 및 대학입시 대개혁이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고 부럽기까지 하다. 고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과감히 유연화 해서 각 고교가 자신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평가까지 자율에 맡긴 것은 탈표준화의 전형적인 사례로 일본의 과감성은 본받을만하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의 주요국들은 학교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해왔지만 일본처럼 실제 실행에 옮긴 국가는 아직 없다. 시스템 전체를 동시에 바꾸려는 접근은 변화의 원리와 행동이론(theory of action)을 잘 알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일본이 이번에 시스템 자체를 교체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일부만 수선하는 분절적 접근을 해서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는 경험을 수없이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연구력과 대충 추진하는 것이 없는 섬세함도 놀랍다. 하지만 우려되는 사항도 적지 않다. 우선 교육개혁의 초점을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재 양성에 두고 있다. 이번 개혁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교육개혁 추진 방향인 “형평성 강화에 기반을 둔 교육의 탁월성 추구(Excellence through Equity)”가 직접적으로 강조되고 있지 않다. 즉 공정한 기회 제공을 통해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실현한다는 목표가 명시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교 기초학력진단평가가 학생주도(Active Learning) 개별 맞춤 교육을 통해 대부분 학생들의 성취도를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성취 목표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것 자체가 “형평성 강화에 기반을 둔 교육의 탁월성 추구”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교육 대개혁이 역량 중심 교육에 대한 세계적 유행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짝 우려가 되기도 한다. 작년 10월 서울국제교육포럼(주제: ‘교육 불평등을 넘어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향하여’)에서 다케히코 가리아 옥스퍼드대 교수가 일본 교육 개혁의 방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일본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교수법(Active Learning을 지칭한 듯)의 성급한 도입과, 역량을 키우기 위한 체험 중심의 수업을 강화하는 것이 사회경제적 배경이 열악한 아동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자유학기제의 경우도 이것이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공부와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위 학교의 수업 시수 자율성 제고는 반갑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일본은 내년 고시하는 새로운 교육과정부터 각 고교에서 수업 월수 및 일수, 컴퓨터 시설 등의 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는 학교 간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개혁이 목표로 하고 있는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지, 특히 능동적 학습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의 학습량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했는지 궁금하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모든 대학의 입학전형에 영어 말하기·쓰기를 도입하기로 한 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영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것이다. 말하기·쓰기를 위한 사교육은 가치 있는 사교육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경우 가난한 집 자녀들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만약 영어의 표현 능력(말하기·쓰기)을 학교가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다면 이번 입시개혁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자율성 강화와 함께 다양성(diversity)과 공통성(commonality)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필자의 우려는 기우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번 일본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은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단한 시도이다. 일부를 수선하는 개선(reform)이 아니라 근본적 변화(transform)을 시도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일본의 교육 대개혁을 계기로 한국도 근본적인 교육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별첨자료] 도표로 보는 고교-대학 연계 제도 개혁(ARHSUS)
다음은 앞에서 살펴본 내용을 도표로 작성한 것인데 이는 ‘일본의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 현황과 미래전망(2017, 국회 미래일자리와 교육포럼 초청 유이치로 안자이 일본학술진흥회 이사장 특별 강연자료집)’에 실린 것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표1>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의 필요성

<표2>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 개관

<표3> 고교-대학 연계 제도개혁의 진척 상황

<표4>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 개요

<표5> 고등학교 기초학력진단평가 제도

<표6> 대학교육 개혁을 위한 ‘3대 정책 통합 시행’ 초안

<표7> 대학 입학제도 개혁

[참고자료]
• 일본의 교육 및 대입제도 대개혁: 현황과 미래전망(2017, 국회 미래일자리와 교육포럼 초청 유이치로 안자이 일본학술진응회 이사장 특별 강연자료집)
• 『2020년 대학입학시험 개혁! 새로운 시험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 요시노리 하쿠이, 수미코 오수기 지음. 교육개발연구소, 2017』
• Education ministry panel approves private-sector English testing for university entrance by Tomohiro Osaki [Jul 11, 2017]
https://www.japantimes.co.jp/news/2017/07/11/national/education-ministry-panel-approves-private-sector-english-testing-university-entrance/#.Wgb2ChFry70
• University Entrance Examinations
A Key Life Stage for Young Japanese [April 11, 2015]
http://www.nippon.com/en/features/jg00032/
• Unified college entrance test to be replaced
Kyodo [Jun. 7, 2013]
https://www.japantimes.co.jp/news/2013/06/07/national/unified-college-entrance-test-to-be-replaced/#.WgfSuhFry70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교바사의 글을 늘 소중하게 읽고 있는데 이 자료는 다시 꺼내보고 나서야 소중함을 더 알게 됩니다. 이후 일본에서의 실행 과정을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 까요?
아래 문부과학성 정책 관련 사이트 검색창에서 ‘大学入試’로 검색하시면 많은 관련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mext.go.jp/b_menu/b004.htm
또 야후재팬 사이트(https://www.yahoo.co.jp/)에서
‘The Common Test for University Admissions’ 등을 입력하면 관련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저도 그 이후 변화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정책에 참고하시려면 일본 문부성을 직접 방문해 대입전형 담당과장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듯합니다.
제가 잠깐 살펴본 바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새로운 대입공통시험이 2021년부터 실시되었다.
2. 종전 센터시험과 차이는 새로운 교육과정 교육목표를 반영해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이라는 역량 평가와 함께 <국어(일본어), 수학>에서 서술형이 출제되고 2024년도 부터는 다른 과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3. 영어에서 말하기, 쓰기 능력까지 평가한다(대학에 따라 요구가 차이날 수 있음).
<참고 기사>
https://www.nippon.com/en/japan-data/h00596/japan-to-introduce-new-university-entrance-exam-in-2021.html
https://talenthub.jp/living-in-japan/college-entrance-exam-2020/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2/01/15/national/university-entrance-exams-begin/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수님께서 궁금해 하신 내용과 관련된 자료를 공유했습니다. “일본 고등교육의 현황과 과제 –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를 중심으로 ” 아래 링크 주소를 참고하여 주십시오.
https://kice.re.kr/boardCnts/view.do?m=030207&boardID=5000064&viewBoardID=5000064&boardSeq=5083125&lev=0&statusYN=W&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