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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수능 체제, 과도기안과 중장기안을 제안한다! (Revised)

#309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7.08.17

1. 시작말

 

2021 수능체제에 대한 제1차 공청회가 있었고, 제1, 2안 모두 반응은 신통찮았다. 맛있는 복숭아가 먹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에게 “맛은 없지만 천도복숭아와 백도복숭아 둘 중 지금 어떤 것을 먹고 싶어요?”와 같은 질문을 던진 격이었다. 두 가지 안 모두 절대평가를 통해 경쟁완화도, 학교수업 내실화도 기대하기 어렵고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능의 일부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지향하는 ‘제1안’과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지향하는 ‘제2안’ 중 어느 하나로 의견이 모아지기를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날 토론자로 참가한 필자는 ‘조건부’로 ‘제2안’을 찬성했다. 필자가 말하는 ‘조건부’란 무엇보다도 큰 밑그림부터 그리고 의사결정의 대원칙을 정한 다음 관련되는 다른 주요 요소들과의 상충이나 이로 인한 후유증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수능은 상호 관련이 깊은 대입전형, 내신평가, 학점제 도입, 고교체제, 교과목 편제 등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고려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런 절차 없이 수능만 단독으로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나면 이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해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차 공청회의 토론자, 청중 모두 주장이 제각각이었다. 이는 원래 두 안이 문제가 많아서 그런 측면도 있고,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 이해관계의 차이 때문인 면도 클 것이다.

 

이번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문제는 그 파장이 매우 커서 문제해결능력이 탁월하기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을 찾아가 먼저 조언을 구한 후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한다.

 

 

2. 아인슈타인과의 가상 인터뷰

 

필자는 수능문제 해결을 위해 천국의 아인슈타인을 방문해 자문을 구했다. 아인슈타인은 생전에 “만일 나의 생명이나 삶이 걸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첫 55분을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의 구상에 쓰겠다. 적합한 질문만 도출할 수 있으면 나는 그 문제를 나머지 5분 동안 풀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다음은 필자가 아인슈타인의 혜안을 기대하면서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상담자: “수능 체제를 변경해서 입시경쟁을 줄이고,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고자 하는데 제시된 ‘제1안’과 ‘제2안’ 모두 문제가 많아서 실제 실행에 옮기면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 아인슈타인: “들어보니 어떤 안도 대안이 될 수 없어 보입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을 원점에서 다시 던져 보시죠.” 가령 “한국적 상황을 감안할 때 5-10년 내 갖추고 싶은 대입전형 체제는 무엇입니까?”와 같은 질문을요.
• 상담자: “아직 5-10년 내 갖추고 싶은 대입전형 체제에 대해 충분한 연구를 하지는 못했지만 수시가 대세인데 아직 문제가 많아 수능시험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인슈타인: “우선 수능 개편의 최종 목표를 분명히 하세요. 경쟁완화, 학생들의 삶의 질과 건강의 증진, 학교수업의 질 개선, 교사의 자존감 회복 등이 추구하는 핵심목표라면 수능의 영향력 약화나 자격고사화가 문제해결의 열쇠겠네요. 수시 전형과 새로운 수능 안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상담자: “수능은 타당성이 낮은 시험이니 영향력을 낮추어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하자는 의견, 학생부종합전형에 문제가 많으니 수능을 정시전형 수단으로 위상을 강화하자는 의견 등 분분합니다.”
• 아인슈타인: “수능은 객관식 시험이라면서요. 21세기에 객관식 시험 딱 한 가지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나라가 있나요? 대학도 적격자를 뽑기 위해서는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참고해야지요. 세계의 주요 나라들처럼요.”
• 상담자: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참고하라는 말씀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라는 뜻인가요?”
• 아인슈타인: “그렇습니다. 그게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이 나올 겁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전형의 원칙’과 같은 것을 먼저 설정해보시기를 권합니다.”
• 상담자: “네. 아인슈타인 박사님, 감사합니다.”


 

위 아인슈타인과의 조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완화, 학교교육 내실화, 이를 위한 수능의 부정적 영향 축소 등이 추구하는 핵심목표라면 수능의 영향력 약화나 자격고사화, 학교수업의 질 개선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는 그의 조언은 촌철살인에 가깝다. 이런 논의를 할 때 이견이 속출할 것이므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입전형과 관련된 기본원칙부터 정하란 그의 조언 역시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제 아인슈타인의 조언에 따라 새로운 수능체제 고안이란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한다.

 

 

3.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 절차와 원칙

 

먼저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 절차부터 도출해 보자. 우리 사회가 수능관련 문제를 해결할 때 아래와 같은 3가지 절차에만 합의할 수 있어도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 절차

 

• [절차1] – 한국의 교육 정책을 변경할 때 기준이 될  기본 원칙을 먼저 설정한다.

• [절차2] – 대입전형과 수능 시험이 나아갈 대강의 미래 방향을 정하고 이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확정한다.

• [절차3] – 정책의 결정은 사회적 합의 성격의 절차를 따른다(예: 핀란드식).
핀란드는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먼저 관련 서식을 보내 사회 주요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의견을 문서로 받는다(핀란드는 지난 교육과정 개정시 약 120건). 그 후 전문가 그룹이 초안을 작성하고 그 초안을 다시 온오프라인을 통해 각 이해당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반영한다(13세 이상 학생 53,000명의 의견 청취).

 

2)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 원칙

 

다음은 ‘공정한 대입전형 실행방안 제안’(Fair Admissions to Higher Education: Recommendations for Good Practice)이란 제목의 슈와르츠 검토보고서(the Schwartz Review, 2004)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공정한 전형 절차란 “출신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개인들은 자신의 능력과 장래의 꿈에 따라 고등교육에 대한 동일한 접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공정한 전형의 5가지 원칙(Five Principles of Fairness)’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부가 편중되고 불평등이 심회되며 교육의 상품화가 만연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대입전형과 관련된 원칙으로 삼을만하다.

 

① 전형시스템의 투명성(system transparency)
② 전공을 이수할 능력의 보유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능력(the ability to select students able to complete courses)
③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평가도구의 사용(the use of reliable and valid assessment methods)
④ 고등교육 참여를 막는 장애의 최소화(to minimise barriers to participation)
⑤ 대학의 구조와 (전형)절차의 우수성과 전문성(to be professional in terms of institutional structures and processes)

 

이상의 기준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 2021 수능체제의 안으로 제출된 제1, 2안 모두 결함이 많다. 우선 수능에 관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 제1, 2안의 수능은 ‘전공을 이수할 능력의 보유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시험인가?
• 제1, 2안의 수능은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평가도구’인가?
• 제1, 2안의 수능은 ‘고등교육 참여를 막는 장애의 최소화’에 기여하는가?

 

유감스럽게도 교육부가 제출한 수능 제1, 2안은 위 세 가지 질문에 부응하지 못한다. 단 한 가지 평가도구만으로 위 질문이 요구하는 사항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인간의 능력은 다양한 차원에서 평가할 때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들의 대입 경쟁이 치열한 대학이나 학과는 예외 없이 총체적 전형(holistic admissions)을 실시한다. 자란 배경, 지금까지의 경험, 자질, 장점, 학업성적, 쓰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다. 얼마 전 이낙연 총리가 수능 절대평가로의 전환에 신중하자는 뜻으로 “100점 맞은 지원자가 떨어지고 91점 맞은 지원자가 합격한다면 국민이 이를 납득하겠는가?”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교육 전문가가 아닌 총리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총리의 발언은 교육부 정책결정 실무자들에게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처럼 총체적 전형을 할 경우 100점 맞은 지원자가 떨어지고 91점 맞은 지원자가 합격하는 것은 흔하고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수능처럼 객관식 위주로서 수학능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시험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상의 ‘슈와르츠 검토보고서’의 5가지 원칙 외에 아래와 같은 ‘대입전형 8가지 원칙을 추가로 생각해 보자. 위 [절차2]의 하부 원칙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① [교육의 본질적 가치 우선] 모든 의사결정에서 본질적 가치(예: 학교교육 정상화, 학생의 삶과 건강 지키기)가 비본질적 가치(예: 변별력, 사교육)에 우선한다.
② [수능절대평가와 학교교육 내실화] 수능을 절대평가하거나 자격고사화 함으로써 수능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학교 교육의 내실화는 물론 수업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
③ [개인의 선택 존중과 대입의 연계] 고교 학점제 도입을 통해 각자가 배우고 싶은 과목을 배우게 하고 이를 대학진학과 연계시킴으로써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줄인다.
④ [공정한 전형] 대입전형은 전형자료가 생성된 환경(예: 가정 배경, 부모 요인, 사교육 요인이)의 차이를 감안해서 잠재력 위주로 선발함으로써 공정한 전형이 되도록 힘쓴다.
⑤ [전공적합성 중시 변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지원자를 변별할 때 국영수와 같은 도구과목 중심이 아니라 전공에 필요한 선택과목이 중심이 되도록 한다.
⑥ [총체적 전형] 대학은 지원자의 인성, (인지적)학력, 정서지능, 태도, 역량, 잠재력, 강점 등 복수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한다. 이를 위해 수시와 정시를 통합한다.
⑦ [대입전형 자율성] 대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교 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대입전형 자율성을 갖는다.
⑧ [학생 구성의 다양성] 대학은 신입생의 지역별, 학교별, 출신문화별 구성비를 발표하여 다양성을 존중하는 구성을 지향한다.

 

 

4. 수시와 정시 전형의 고차방정식의 풀이법

 

1) 미래의 기본 방향 우선 설정

 

수능체제를 제대로 고안하려면 수시와 정시 전형을 동시에 놓고 검토해야 한다. 서로 함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수능 강화를 외치는 분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문제가 많고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어 변별력이 약화되면 내신 경쟁이 더 치열해져 학교교육의 내실화는 더 멀어진다는 지적을 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적 틀에 갇히게 되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는 구더기 때문에 장을 담그지 말자는 논리에 가깝다.

 

대입전형이나 수능, 그리고 내신이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이에 합의하면 이것이 상수가 된다. 대입전형이 갖출 요건에는 공정성, 객관성, 타당성, 신뢰성, 투명성 등이 있을 것이다. 한편 수능은 현재 객관식 시험이다. 인지적 성장의 결과만 측정한다. 인간의 정의적, 윤리적, 사회적, 인격적 성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타당성이 낮은 시험이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들은 이런 전국단위 입학시험 결과는 자격고사로 활용하거나 여러 전형자료 중의 하나로 활용할 뿐이다. 한국처럼 9단계 상대평가를 통해 0.1점 단위로 줄 세워 뽑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런 시험이 존재하는 한 고교교육은 수능문제 풀이 교육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이제 수능을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변별이 부족한 부분은 선택과목의 전공적합도 등을 참고하여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렇지만 수능을 논술형으로 바꾸거나 논술을 추가하여 평가로서의 교육적 가치를 높인다면 수능의 역할이나 위상을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수능이 정시에서 전형자료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시대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이제는 지식의 활용 능력(역량)과 정의적 능력,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마음 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에는 프로젝트 학습, 봉사를 통한 학습 등이 강조된다. 이런 쪽으로 학교교육이 바뀌는 시대에 지금과 같이 인지적 지식 위주로 측정하는 수능은 거의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이와 함께 내신 역시 절대평가 5등급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도 하고는 있으나 9등급 상대평가와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평가 결과는 대학 전형자료로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

 

2)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내신 경쟁 심화 문제의 해결

 

수능을 5-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게 되면 내신의 부담이 커진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내신평가 결과와 학생부 기록 내용을 대입전형에 활용하는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먼저 내신과 수능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은 그 특성이 매우 다르다. 내신은 학교 활동의 3년 치 누적 기록으로 학교 단위의 전형자료인 반면, 수능은 단 하루에 생성되고 결정되는 전국 단위의 전형자료이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조언처럼 ‘수능절대평가와 내신 선택과목 전공적합도 동시 참조’를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학생들의 준비 부담이 문제될 수 있으나 이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야 하며 일정한 부담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

 

3) 학종의 제반 문제점 해결

 

학종은 매우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필자가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불공정한 것을 넘어 학생부 기록이 범죄에 가깝다는 점이다. 학생부 세부특기사항을 제대로 기록하려면 가장 먼저 수업의 질이 좋아야 하고 이런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특정 학생의 태도나 능력을 파악하고 기록해두었을 때 학생부에 제대로 기록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런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성, 안정성이 향상되려면 교육자들이 윤리성을 회복하고, 어떤 불공정한 입시자료도 생산하지 않아야 한다. 수업의 질 개선 없이 또 학생에 대한 관찰과 소통의 기회도 부족한 상태에서 하는 학생부의 화려한 기록은 심한 분식(粉飾)이며 일종의 범죄행위이다. 이런 문제점의 가장 큰 원인은 학생부 기록이 대표적인 대입전형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규제만으로 혹은 양심에 대한 호소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고교만 졸업해도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기 전에는 대입전형 자체를 덜 경쟁적이게 만드는 수밖에는 없다. 수능과 내신 모두를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바로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대입전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는 아동·청소년들의 삶과 건강 그리고 공정한 성장 기회의 제공 등을 위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평가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결과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해법은 없다. 다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제도의 변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수능이나 대입전형처럼 매우 복잡한 문제일수록 이를 해결하려면 상수를 하나씩 늘려가는 방식이 좋다. 이는 5지 선다형 시험 답을 구할 때 오답이 분명한 것부터 지워나간 다음 남은 선택지에서 최종 정답을 선택하는 식이다. 앞에서 소개한 ‘공정한 전형의 5가지 원칙’의 ②③④와 ‘대입전형 8가지 원칙’의 ⑤[전공적합성 중시 변별]를 적용하면 수능만으로 변별하는 대입 정시 전형의 유지는 재고돼야 한다는 결론에 쉽게 이를 수 있다. 물론 초기 내신관리가 좋지 않은 학생, 재수생, 검정고시생 등을 위한 배려는 별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것 때문에 더 상위의 원칙과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5. 수능 개편 시안 1, 2안의 문제점 분석

 

이상의 분석을 바탕으로 수능 제3의 안을 도출해 보기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수능 1, 2안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표1> 2021 수능 체제 시안

<표2> 2021 수능 체제 시안 분석

이상의 교육부가 제시한 두 가지 안은 그 어떤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제1안은 풍선효과의 폐해가 크다. 전공 관련 선택과목 대신에 국어·수학으로 학생을 변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어·수학만 잘하면 인공지능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는가? 특히 수학에 대한 부담 증가는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게다가 1안은 감당하지 못할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2-3년 내에 또 한 번 국어·수학·탐구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잦은 변경을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겠는가? 제2안을 보자.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9등급이라면 경쟁도 줄어들지 않으며 고교교육의 내실화도 불가능하다. 또한 선택과목에서 사탐, 과탐 각 택1 체제는 교실수업의 심각한 파행을 초래할 것이다.

 

 

6. 개편 목적과 원칙에 충실한 제3의 안 모색

 

교육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 제3의 안을 찾아야 한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충분히 연구·검토·논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8월말 발표는 물론 더 나아가 시행시기도 늦출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교육부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열린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밟는다. 지금의 닫힌 접근으로는 실효성 있는 제3의 안을 찾기 어렵다. 둘째, 대입전형과 수능(예: 논술형 도입이나 별도 논술 시행 혹은 자격고사화)의 중장기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이에 연계해 2021 수능 체제를 고안한다. 아울러 대입전형, 내신평가, 학점제 도입, 고교체제 등 수능과 직간접 관련된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하는 포괄적 개혁을 지향한다. 셋째, 대입전형·수능 관련 기본 원칙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앞에서 소개한 대입전형 원칙 ①~⑧을 말한다. 넷째, 행동 가설의 정확성을 높인다. ‘행동 가설’이란 ‘수능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수능 영향력이 축소되어 학교교육의 내실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와 같은 것을 말한다. 이는 새정부의 실제 가설인데 틀렸다. 9등급 절대평가 정도로는 경쟁 완화도, 교육 내실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개혁의 실패는 대부분 개혁가의 잘못된 가설에서 기인한다.

 

제3의 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제안한다. 과도기 모형과 중장기 모형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1) 과도기 모형

 


• 과도기 모형1: 국영수(비중 낮춤) + 통합과학·통합사회(사탐, 과탐 선택과목을 수능에서 제외) + 대학에서 전공 관련 내신 필수 이수과목 지정
• 과도기 모형2: 국영수(비중 낮춤) + 사탐 택2 + 과탐 택2(통합과학·통합사회 내신으로만 평가) + 대학에서 전공 관련 내신 필수 이수과목 지정
※ 수능 및 내신 전과목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모형1, 2, 3 공통 적용)


 

입시경쟁 완화와 학교교육의 내실화란 최상위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수능에서 측정하는 과목과 범위를 최소화하고 학교 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접근이다. 수능과 내신 모두를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정시의 변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으로 하여금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전형자료로 사용하게 한다. 이를 위해 수시와 정시의 통합을 적극 검토한다. 이 모형은 김효수 선생님(2017)의 의견를 변형해 만든 것임을 밝혀둔다.

 

▶ 장단점 분석


2) 중장기 모형 – “쉬운 자격고사”

 


• 읽기, 수리, 쓰기(선택)
※ 미국 new SAT1, 이스라엘의 모형과 유사. ※ 5등급 절대평가


 

이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수능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안이다. 또한 이 안은  각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해 배울 수 있게 하는 학점제 도입에 최적화된 환경을 마련하자는 의미도 갖는다. 읽기, 수리, 쓰기 모두 기본 소양과 고등사고력 향상에 초점을 둔 평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한편 학교수업만으로도 대비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해서 사교육 의존이 불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안은 학교의 미래 수업 트랜드를 반영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학교교육에서 지식의 활용을 위한 체험이나 프로젝트 수업이 강화될 경우 수능은 최소한의 인지적 학습능력을 평가하며 자격고사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격고사 성격의 수능은 변별력 부족을 가져오기 때문에 수능과 내신성적, 학생부 기록을 동시에 활용해 전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시와 정시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장단점 분석

 

7. 맺음말

 

대입시에 관한 어떤 안도 완벽한 것은 없다. 제1, 2안의 문제점이 심각해서 제3의 안을 탐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만약 교육부가 이를 거부하고 두 안 중 하나를 강행한다면 그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게 클 것이다. 제3의 안을 탐색하는 것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비전 중심, 원칙 중심 교육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의 의미도 크다. 이렇게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은 국민이 개인적 이해와 달라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상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기본 절차와 기본 원칙을 제시했지만 이를 다듬어서 다수의 국민들과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변화에 성공하려면 다수의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 이상의 제3의 안을 따르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정을 얘기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국민 여러분, 제가 후보 때 과거 관행대로 교육 공약을 개발했습니다. 큰 밑그림이나 나아갈 큰 방향을 먼저 정하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약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각계각층 유권자들의 바람을 외면하지 않으려다 보니 공약이 분절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국가 교육비전을 제대로 마련하고 이를 기준으로 대입전형, 수능, 내신 등의 개혁을 전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적용도 1년쯤 뒤로 미루는 것이 더 나은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연구, 검토 등을 통해 증거기반 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 다이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교육의 경우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세대를 교육하는 일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자 합니다. 아동청소년들의 삶, 건강, 미래에 대한 준비 등을 고려할 때 입시중심 교육의 중단을 위해 혁명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해량과 지지를 기대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큰 결단과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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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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