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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바라본 교육부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308 고재덕, 전 수명고등학교 교사 2017.08.16

교육부는 8월 10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향을 발표하였다. 절대평가 과목을 현재의 2과목에서 4과목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기존의 영어,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1안’과, 국어, 수학, 탐구선택 포함 7개 과목 모두를 절대 평가하는 ‘2안’이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2021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절대평가 과목이 현재의 2과목보다 늘어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앞으로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서 이달 31일 확정안이 발표된다고 예고하였지만 ‘1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안 모두 현재의 9등급제가 유지될 경우를 상정하므로 출제 난이도에 따라 현재의 상대평가와 별 차이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난이도가 높을 경우 사실상 상대평가나 다름없는 점수 분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난이도를 조정할 경우 결국 이 방안들은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지도 못하면서 현재보다 더 못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먼저 ‘1안’이나 ‘2안’이 채택되는 경우를 각각 상정하여 의견을 내보려고 한다.

 

‘1안’으로 확정될 경우 현재와 달라지는 것은 탐구과목이 필수 2과목(공통사회, 공통과학)과 선택 1과목으로 개편되는 것과 이들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 된다. 그리고 제2외국어도 일부 특정 언어 쏠림을 막기 위하여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그렇지만 9등급제도는 그대로 둘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변화에서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탐구과목의 평가방법과 통합사회 및 통합과학을 동시에 치르는 것만 바뀌었을 뿐 지금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대평가 과목으로 남은 국어와 수학의 비중이 입시에서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까지의 대학입시 흐름의 변화 방향으로 볼 때 탐구과목의 비중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탐구과목을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에서 절대평가로 그것도 선택은 달랑 하나뿐인 탐구과목이 중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수로 지정된 공통사회나 공통과학은 난이도나 내용 면에서 그다지 어렵거나 학습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난이도를 어렵게 조정한다면 입시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정책과는 멀어질 것이다.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국영수 세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선택과목의 수업진행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능에 선택되지 않는 과목의 수업에 학생들의 참여도가 적은 현실을 고려할 때, 내용이 어렵거나 점수 따기가 어려운 과목(경제, 물리 등)의 선택을 기피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국어와 수학의 대학입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사교육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목의 특성상 학습이 어려운 수학성적의 비중이 커지면서 학생들은 더욱 더 피말리는 점수 경쟁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이런 어정쩡한 제도를 도입하느니 현행 그대로 가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 될 지도 모르겠다. 교육 개혁은 문제점이 보이는 몇 군데를 땜질해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안’을 살펴보다 보니 현재보다 긍정적인 요소를 거의 찾기가 어려웠다.

 

‘2안’으로 확정될 경우에는 형식적으로는 학생들의 입시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 생각은 그 반대이다. 우선 두 가지 면이 우려된다, 첫째, 매년 문제의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 해의 출제 난이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매우 크고, 문제가 쉬울 경우 대학에서 변별력을 이유로 반발할 것이고, 문제가 어려울 경우 학생이나 학부모의 항의에 직면할 것이다. 여기에 현재의 9등급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사실상 상대평가와 별 차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어차피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문제풀이 교육을 시키는 사교육은 더욱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고 일부 언론에서 예측하는 바와 같이 중학교 때부터 수능준비를 시키는 일이 실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대학에서 입시에 반영할 과목을 어떻게 설정할지, 과목 자체의 난이도는 어떠한지에 따라 특정과목으로의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도 어려운 일부 과목의 응시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탐구과목 중에서 과목 자체가 어려워서 점수를 따기 어려운 과목은 점점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척될 것이다. 이는 곧 비정상적인 교육과정의 편성으로 이어져 학교교육이 더욱 기형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물론 서로 다른 선택 과목의 난이도를 같게 유지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렵다. 수능시험이 실시된 이래로 선택과목간의 난이도가 같게 유지된 적이 있기나 했던가? 그렇지만 ‘1안’과 비교하면 좀 나은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국영수에 쏠린 부담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이다.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되므로 현재의 상대등급과 표준점수로 주어지는 수능제도보다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서 변별력이 없다는 핑계로 본고사 등의 다른 입시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일부 경쟁이 심한 대학의 입장으로 보여지고 대부분의 대학입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가 국공립 대학의 통합정책과 맞물린다면 긍정적인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이경우에도 각 대학이 과거의 본고사와 같은 제도를 부활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학생들은 더욱 깊어진 입시경쟁의 틀에서 헤매어야 할지 모른다. 또 이 제도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의 평가 방법과도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현재처럼 내신이 상대평가를 유지할 경우에는 학생의 내신 성적 부담이 현재보다 더욱 커질 것이고, 또 내신이 절대평가제가 된다면 고등학교 입학과정에서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되는 외고나 자사고 등에 입학하려는 현상이 심해져서 일반고의 황폐화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커진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두 가지 방안 모두 어딘가 조금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이 느껴진다. 절대평가를 내세우긴 했지만 학생 부담이 줄어들 것 같아 보이진 않고 탐구 선택과목을 1과목으로 줄여서 입시부담이 줄어들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엇박자가 나는 느낌이다. 왜 이런 모습이 보일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내용은 없는가?

 

우선 근본적인 문제부터 생각해보자.

 

입시제도의 개선방안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 학생의 입시부담 줄이기가 목표인가?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 무마가 목적인가? 아니면 나라의 발전을 이끌기 위한 교육개혁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가? 아니면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입시방편으로 적당히 대응하는 것이 목표인가?

 

나는 이번 수능제도 개편안을 보면서 대입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우려를 현재의 체제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슬쩍 화장을 통하여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종의 분식이라고 할까? 가능하면 항의를 덜 받으면서 적당히 포장해서 어물쩍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넘어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기득권층이 현재의 대학입시제도에 적당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슬쩍 입시 개혁이라는 포장을 위에 덧씌워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듯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두 방안 모두 학생들의 부담은 전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하여 사교육시장은 더욱 번창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일부 언론에서 분석한대로 중학교 때부터 수능교육에 대한 사교육시장이 더 번창할 가능성이 크다. 즉 국어, 수학의 중요성이 더 커졌고, 그 중에서도 수학의 비중이 절대적일 것이기 때문에 반복적인 문제풀이 학습을 통하여 고득점을 받으려는 교육이 학교나 학원에서 진행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학습의 결과 상위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증가하면 난이도를 높여서 그 숫자를 줄이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도 뻔하다. 더구나 학생의 선택을 중시하는 2015 교육과정의 취지와는 다르게 수학 가/나를 유지하는 것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심화된 수학과정의 평가가 필요하다면 공통수학 정도만 필수로 응시하게 하고 수학의 심화과정은 선택 과목군에 넣는 것이 어떨까? 1학년 과정위주인 공통사회, 공통과학은 깊이 있는 학습보다는 문제풀이 연습을 통한 고득점에 치중하게 될 가능성이 커서 변별력이 거의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사회 및 과학의 여러 과목 중 1개만 선택하게 되어 있으므로 일부과목에 편중되는 교과학습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학탐구 II 과목은 2015 교육과정에서 진로선택으로 지정하고 수능 응시과목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사회와 과학 과목의 선택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에서 이 과목을 내신에 굳이 반영한다면 모를까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거의 선택이 되지 않는 과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재의 자연계 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지식부족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서 이공계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아니면 수시입시에서 이들 과목의 내신을 평가하거나 면접에서 활용하려는 대학이 늘어난다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 문제는 2015 교육과정을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문제이지만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

 

수능제도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과목수를 줄이면 학생의 임시부담이 줄어든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줄어든 응시과목은 학생의 학습 부담을 결코 줄이지 못한다. 소수의 과목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학습하고, 문제 풀이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생들이 문제에 익숙해져서 점수가 높아지다 보니 점점 출제 난이도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현재의 수능시험의 난이도는 상당히 어렵다. 그렇지만 문제풀이 기능사가 되어버린 학생들은 지식의 깊이나 다양함과는 관계없이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 고득점을 한다. 현직교사로서 학생들의 문제풀이 실력이나 풀이 속도에 놀란 경험이 수없이 많다. 선택한 과목에서 일어난 평범한 실수는 입시의 실패를 뜻하게 되므로 더욱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게 되어 소수의 과목을 사교육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욕망은 더 커질 것이다. 적어도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깊이 있는 교육보다는 다양한 지식을 접해보고, 자신의 적성을 찾고, 넓은 분야의 평가를 받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능 초기나 예전의 예비고사, 대입학력고사처럼 여러 과목을 응시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소수의 과목을 집중해서 반복학습 시키는 것보다 더 건전하고 여유 있는 학창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니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응시과목을 늘리자는 주장에 학부모 단체들이 사교육비 걱정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과목을 응시하게 할수록 사교육을 통하여 해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국어, 영어, 수학, 탐구과목은 2학년까지의 과정을 모두 절대평가하고 과감하게 5등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어떨까? 3학년 과정으로 이어지는 심화과목은 선택 응시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국영수 과목은 3년 동안의 전 과정을 평가하고 탐구과목은 1학년 과정으로만 평가하는 방식이 학교 교육과정의 왜곡을 불러오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통사회나 공통과학은 거의 틀림없이 3학년에서 선택과목 시간을 활용하여 복습이 이루어지거나 사교육에 더욱 의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선택과목에서 일어나는 고등학교 수업의 파행이 선택과목 수가 줄면서 점점 심화되어 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은 누구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정답은 없어 보인다. 학부모와 학생, 고등학교, 대학당국이 서로의 욕심을 조금씩 버리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개성 있게 자라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어차피 경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부모의 재력과 사교육에 의하여 경쟁이 제한되는 사회는 불공정하다. 너무 조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좀 더 차분하게 또 과감하게 입시 제도를 개혁하기를 기대하여 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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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수명고등학교 교사 고재덕

수명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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