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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계 고교의 교육과정 개선안 10가지

#558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수 2020.07.22

<들어가며>

 

일반계 고교는 ‘잠자는 교실’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진로가 모호한 상태에서 한 교실에 해당 과목을 공부할 필요를 아는 학생과 모르는 학생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이나 교내 시험은 논술형보다 선다형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이 요행을 기대하도록 만들고 있다. 대학에 입학한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고교는 교육과정-수업-평가(내신과 수능)-대학 진학이 각각 ‘따로’인 교육을 하고 있다. 이것은 유·초·중학교의 12년간 기초·기본·공통 교육 이후에 고교교육은 진로별 교육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부재한 데서 빚어진 것이라고 본다.

 

일반고, 특목고, 자사고 등 대학 진학을 주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진학계 고교’라고 부르자. 여기에는 1) 문이과 양분, 2) 국영수 편중, 3) 낱낱으로 쪼개진 소단위 과목, 4) 진로와 무관한 교과목 이수, 5) 타당성 없는 대입시(수능) 등의 적폐가 온존해 있다. 한마디로 과목은 소단위로 낱낱이 분리해놓고, 진로와 무관하게 이것저것 공부하도록 만드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왜 그 교과목을 선택하고, 어떻게 공부하고 시험쳐야 하는지를 모른 채 무턱대고 공부하는 상황이 많은데 그러한 상황이 오늘날 고교 교실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진학계 고교는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 그 목표가 분명한, 진로별 선택과 집중의 강점강화형 공부를 하는 곳으로 거듭 나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의 선택 경로를 따라가 보면 중학교에서 고교로 올라오면서 진학계와 직업계 고교를 선택하고, 진학계 고교에서는 1학년 공통에서 2학년으로 올라오면서 문이과로 구분된 선택을 하고, 고3에 가서는 별다른 선택이 없다. 수능에서는 성적이 잘 나올 것 같은 과목 위주로 선택하고, 대입 전형을 앞두고 대학과 함께 수많은 전공, 학부, 계열 등의 선택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즉 고2에서 대계열에 해당하는 문·이·예·체를 선택했다면 고3에서는 문·이과는 적어도 각각 2-3개 이상 더 나누어 선택과 집중할 수 있게 교육과정이 진로별로 분화되어 있어야 하고, 교과별 하위 과목들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이러한 문제 상황의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교 교육과정 설계자들이 고교교육의 주기능인 진로개척을 위한 진로별 학습기회 마련을 소홀히 한데서 빚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 설계자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진로별 교육에 대한 확신이 거의 없다. 그냥 풀어놓는 것이 마치 학생을 위하는 것처럼 하는데, 실상은 무책임의 극치다. 오랜 동안 고교 교과목은 각 교과별로 학문적 이해관계를 따라 교과목을 낱낱이 떨어뜨려서 설치해왔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하게 될 것인가를 무시한 채로 과목을 설치해온 것이다. 그 결과 일반고의 보통과목은 100여 개, 특목고 전문과목은 140여 개로 총 240개의 과목들이 경로도 없이 나열되어 있다. 진로를 밝혀주는 계열이나 과정을 따로 두지 않는다는 것을 전가의 보도로 여긴다. 학생들의 진로를 미리 결정해주지 않는다는 변명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주로 문이과 식 아니면 수능의 선택형시험 대비 다과목 분산 피상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는 진로에 따라 선택과 집중 학습하여 ‘깊은 이해와 높은 수행(deep understanding & high performance)’을 달성한다는 고교교육의 목표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공통부분을 더 늘리고, 모든 과목은 5단위를 기본으로 하는데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선택과목은 2단위를 증감하고, 진로선택과목은 3단위를 증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어떤 과목 A를 이수함에 있어 그 분량, 수준, 범위가 현격히 다른 과목으로 이수해도 되도록 되어 있다. 대입 등을 고려한다면 어떤 과목 A는 전국 어디서나 그 범위, 수준, 심도, 분량이 같거나 최소한 유사해야 한다. 그래야 질 관리가 되고 단위제니 학점제를 말할 수 있다. 현재 설치해 둔 진로선택과목도 체계 없이 들쭉날쭉하다. 아주 빈약하여 만들다가 만 듯하다. 진로선택과목이라고 하지만 거기에도 학생들이 나아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진로에 따라 교과별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은 특목고이다. 그렇지만 같은 진학계인 일반고와 비교해보면 특목고용 전문과목I은 지나치게 분절되어 있어 해당 학교에서도 다 개설하지 못한다. 실제로 보면 특목고의 과목은 일반고의 2-3학년 수준과 대학선이수과목 수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전체 과목의 2/3는 과목명만 다를 뿐 일반고의 2-3학년에서 배우는 과목들과 유사한 수준과 범위의 과목들이다. 그렇다면 하나로 통일해도 되며, 고3에서 배울 과목만 추가로 더 제시하든가 아니면 학교 자체에서 특설하면 될 것이다. 즉, 특목고의 교과목 구분을 깊이 들여다보면 일반고의 그것과 상당 부분 유사하나 표면적으로는 매우 세분화시켜 일반고 학생들은 이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고, 결국 학교간 공동으로 개설하는 과목들은 주로 특목고 과목들이 되게 만들었다. 결국 과목 인플레가 빚어지는데, 여기에도 진로는 흐릿하고, 대입에 유리 여부만 도사리고 있다.

 

특목고 일부를 제외하고 학생들은 진로가 보이지 않는 240여 개의 과목 중에서 이것저것 선택해서 자기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렇게 낱낱의 과목을 많이 만들어 놓되 진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개선안으로 내세운 것이 고교학점제이다. 대학은 전공이 있으니 학점제를 쓰지만 고교는 문이과 외에는 진로가 부재한 상태, 또 과목당 단위수를 증감하는 상태에서, 낱낱의 과목들에 모두 학점제를 적용하는 경우 이에 대한 질 관리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 고교의 보충, 교양, 1학년 과목들을 모두 학점제로 질 관리한다면 NEIS를 작성해야 하는 교사들에게는 업무가 폭주하게 된다. 진학고에서는 고3수준까지 꾸준히 선택과 집중해서 해당 진로에 필요한 바탕학습과목만, 그것도 2-3학년에서 본격 이수한 것만 학점제로 질 관리를 엄정하게 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진로를 밝혀주는 것보다 더 나은 교육이 없는데, 그것을 소홀히 하고도 고교교육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연목구어다.

 

 

<진학고 교육과정 개선안 10가지>

 

끝도 없을 비판은 그만하고 이제 창의적 개발의 대안 제시로 나가보자. 위의 문제를 극복하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적어도 고 2-3학년에서는 ‘진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진로별 교육과정-수업-평가-대입시가 일치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요구된다. 진로별 교육은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개척하는데 필요한 공부를 선택하고 집중하여 이수하는 교육을 말한다. 아래에서는 절차를 좇아 하나씩 생각을 펼쳐본다.

 

첫째, 교육부(혹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는 중등학생들의 진로별 학습요구를 파악해서 장기로 시계열적 DB를 구축한다.

 

중학교 2,3학년에서는 대체적으로, 고1,2학년에서는 구체적으로 진로별 학습의 방향을 시계열적으로 요구 조사하여, 이를 DB로 구축하고 그 빅 데이터를 참조하여 진로별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평생학습시대이므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공부할 수 있다. 온라인 전면수업이 실시되면서 어떤 과목을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각자 공부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여 학습할 여지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일정 수의 과목을 온라인수업으로 대체할 필요도 학생들의 요구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면 결국 학생들의 학습에서 편중이 생기게 마련이고, 선택과 집중은 더 저연령화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정 개발은 학생들의 요구에 답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이들의 요구를 누적한 DB에 기반하는데,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이미 고교 수준에서 그들의 진로를 탐색하고자 하는 요구가 강하므로, 특히 진학계 고교 교육과정은 이에 답해야 한다. 진학계 고교는 학생들의 이와 같은 요구에 진로별 교육으로 대응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둘째, 고교부터는 진로별 학습 시기이고, 강점강화형 교육이 필요하므로, 진학계 고교는 진로‘탐색’과정을 제공한다.

 

교육과정은 모든 학습자들에게 같은 것으로 제공하다가, 점차 각 집단별로 다른 것을 제공한다. 공통필수에서 상이선택으로 점진적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유·초·중학교에서는 국가사회 요구의 공통성commonality과 성장기 학생들의 전인적holistic/balanced 발달이 길항적 균형을 이룬다. 공통필수 교육과정에서는 어떠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출발, 과정, 결과가 가급적 균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는 고교부터는 차별이 아닌 교육적으로 온당한 차이인 학생의 적성과 학업 및 직업 진로에 따라 알맞게 맞춤형 교육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 공통필수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고른 학습을 지향하는 약점보완형 교육이라면, 상이선택 교육과정의 고교부터는 선택과 집중의 강점강화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학계 고교는 학생의 흥미와 관심, 소질과 적성, 능력과 수준에 맞춘 진로별 교육과정을 지향해야 학생들은 공부하려는 의지를 갖게 되고, 교실 수업에서는 활기가 넘칠 것이다.

 

셋째, 진학계 고교 2-3학년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도록 진로별 학습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의 진로는 불확실하고, 잠정적이며, 변경가능하고, 복수일 수도 있다. 진로를 조기에 결정하려 들거나 결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부터의 공부는 학생들의 진로를 개척해주는 것이 으뜸이다. 학생들의 진로는 서로 다르지만, 그렇다고 학교에서 일일이 다르게 대응해주기는 어렵다. 그래도 집단별로 다르게 대응할 길은 있다. 고교 교실의 학생들은 진로를 얼마나 알고 공부하느냐를 기준으로 두 종류로 나뉠 수 있다. 대다수 학생들은 하고 싶은, 잘 할 수 있는,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공부(과목)를 알고 있다. 이들에게는 진로맞춤형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제공하면 된다. 또 그와 반대로 일부 학생들은 하고 싶지 않고, 잘 못하며, 할 필요가 없는 공부(과목)를 알고 있다. 이들에게는 진로탐색과 상담지도를 더 해주면 된다.

 

지난 20여 년간 중학생과 고교생 수만 명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요구 조사한 결과, 교육과정 수요자인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교육과정 제공자인 교원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모른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교원들은 학생들에게 진로별 학습기회를 마련해줄 필요가 없다고 보는 편이다. 결국 고교 공부도 중학교 공부를 반복·확대·심화하는 식으로, 문이과 양분해서, 국영수 중심으로, 수능 시험을 치르는 과목 중심 정도로 적당히 해주면 충분하다고 본다. 시간에 쫓겨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교육과정 개정기마다 고1의 공통필수 교육과정만 구체화하고 정작 2-3학년의 진로별 과목은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거쳤다면 진로탐색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보고, 그 후속으로 고교에서는 진로별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조치해주어야 한다. 진로와 무관하게 무작위로 공부시키는 관행이 학교 경영이나 교실 수업에 더 편하기에, 결과적으로 총학급수가 6개인 학교나 36개인 학교나 거의 같은 교육과정을 개설한다. 적어도 고교 2-3학년에서는 다양한 진로에 맞추어 과목 개설, 교과서 제작, 수업, 평가 등을 재구성하여, 진로맞춤형교육,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도록 고교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학교는 규모에 맞게 짜임새 있는 진로별 학습기회를 제공해야 학교가 산다.

 

넷째, 2025년 특목고, 자사고의 일반고화에 맞추어, 보통교과와 전문교과I을 통합하여 중3수준에서 대1수준까지 ‘5년간의 단일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한다.

 

교과별로 1~3학년의 교과목에 더해서 중학수준까지 총복습할 수 있는 보충과목과 특목고에서 개설하는 고교 수준을 넘어선 대학선이수과목 1년치를 더 만들 수 있다. 각 교과별로 5년치의 교과목을 개설하되 특히 고교 2학년 이후는 진로별로 특화된 교과목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중학교까지 수학을 잘 못한 학생들을 위해 이를 종합 정리 보충하는 과목을 1~2학기용으로 만들어 주고, 특목고학생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고교 3년간 고2에서 대학1 수준의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과목을 분화해주어야 한다. 특히 우수학생용 대학선이수과목은 예시하되, 1년치 정도만 개설하도록 한다. 이미 특목고의 과목들이 많으므로 이를 정비해주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고교까지 진로별로 학습을 적정화하여 과잉학습이나 과소학습 없이 공부하도록 하여, AI로봇시대의 기초가 되는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다섯째, 각 교과에서는 진로별로 체계적으로 분화된 교과목을 만들되, 지금보다 (지속 학기수가) 더 긴, 더 큰 단위의 중·대단위 과목을 진로를 알 수 있게 이름 지어 만든다.

 

대학의 전공에 따라 낱낱의 과목을 고교에 마구잡이로 남설하는 것은 엄금해야 한다. 지금도 교육과정기준 문서를 보면 고교 과목들은 모두 별도로 각론 문서를 만들어 놓았다. 진로에 따라 마땅히 한 번 더 재구성 작업을 해서 일관된 교육과정기준 문서를 만들어야 했다. 즉 각 교과는 진로를 고려해서 한 학기 집중, 1년, 2년, 3년간 지속하는 과목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분화를 시킬 기본 교과는 교육목적에 따라 국어, 외국어, 사회, 수학, 과학, 기술(IT, AI로봇 포함), 예술, 체육의 8개이다. 고교이므로 외국어는 제2외국어를 고려하고 일부 교양과목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각 교과를 진로별 과목으로 체계적으로 분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각 교과는 기본적으로 문과용, 이과용, 예체용의 3가지나 예체를 나누어 예술용, 체육용의 4가지 과목으로 나눌 수 있다. 다만 예술과 체육을 ‘전공’할 학생들이 고교에서 해당 분야를 분화해서 심화학습하듯이, 문과형 과목인 국어, 외국어, 사회는 문과생들을 위해 한 번 더 분화해주고, 수학, 과학, 기술 등은 이과생들을 위해 한 번 더 분화해주면 된다. 해당 분야 심화학습자에게는 고3에서 더 분화된 공부를 하도록 해주고, 비전공자에게는 진로에 따라 교양이나 보완 수준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중3까지 종합보충은 한 학기나 1년치, 고교 과정 3년치, 대학선이수과목 1년치를 진로에 따라 총 5년치를 만들면 된다. 아래 표와 같이 각 교과는 진로별로 5~7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대체로 총 40-50개로 ‘선 진로별, 후 수준별’ 과목이 만들어진다.

 

즉, 현재의 낱낱의 과목들을 진로별로 만들어질 중대단위의 과목에 적절한 순서와 비중으로 함께 묶어주는 것이다. 가령 국어의 ‘화법과 작문, 독서, 언어와 매체, 문학, 고전 읽기, 실용국어, 심화국어’ 등은 국어교육전공자의 관점에서 분화된 과목이다. 기껏 ‘실용국어와 심화국어’의 수준별 차이만 보인다. 고1까지 국어를 하나로 통합하여 가르치다가 갑자기 2학년부터 진로는 사라지고, 대학교수들의 국어전공에 따라 과목이 제시되는 것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한 번 더 진로에 따라 차례로 묶어서 최소한 인문용, 사회용, 이과용, 예술용, 체육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령 인문용 국어와 사회용 국어는 문학적 글을 읽고 쓰기나 사실적 글을 읽고 쓰는 비중을 달리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문사회용 국어는 주 5시간씩 6개 학기 3개년 동안 배우고, 이과용에서는 주 4시간씩 6개 학기 3개년을 배울 수 있다. 외국어의 경우 진로별로 습득해야 할 기능이나 글감을 확인하고 이를 초급, 중급, 고급 수준으로 나눌 수도 있다.

 

교과교육은 진로별로 분화될 때 보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대수, 기하,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미적분 등은 진로 아래 묶여야 수학의 교육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수학은 중3까지 보충학습용, (수학을 덜 쓰는) 인문사회용, (문과지만 수학을 더 쓰는) 경상용, (수학을 덜 쓰는, 보건의료생명 등) 이과용1, (수학을 더 많이 쓰는 공학 등) 이과용2, 정보용, 예·체용, 대학선이수용의 8개면 충분하다. 진로별 수학 공부를 처방하면 학생들은 수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가령 수학에서 어려운 공부는 대학으로 과감히 넘겨서 대학전공공부를 위한 대학수학공부를 하도록 함으로써 고교에서 수포자를 방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포자를 만들거나 시험 치르고 잊어버리는 수학공부로 전락한다. 과학도 물화생지를 단순 4균분하지 말고, 진로에 따라 적절히 범위나 수준을 조절해주어야 한다. 사회도 역사 지리 일반사회 도덕윤리 등으로 쪼개놓지 말고, 역사나 지리, 정치나 경제, 사회문화나 도덕윤리 등으로 사회를 통합하여 진로별로 처방할 수도 있다. 그래야 학생들이 통합적인 온전한 사회관·역사관 등을 가질 수 있다.

 

대학전공에 따라 만든 과목을 현재처럼 그대로 제시하지 말고, 한 번 더 진로별로 재구성해서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 일은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진 애벌구이식 교과목 개설 방식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결국 진로에 따라 불필요한 과잉학습과 필요함에도 과소학습하는 것을 피하고, 하위 과목의 범위, 수준, 심도, 분량을 조절해주는 것이다. 아래 표는 그 예시이다. 예시는 향후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고, 얼마든지 더 낫게 만들 수 있다.

 

<표 1> 교과의 진로별 과목 분화(안)

교과(과목수, 49개) 주당수업시수×학기수 진로별 과목의 종류
국어

(7개)

5×6 (인문‧ 예술용) 국어
5×6 (사회·경상용) 국어
5×6 (이공계용) 국어
4×6 (예술계용) 국어
4×6 (체육계용) 국어
5×2 (대학선이수용) 국어
4×1 (보충학습용) 국어
영어

(7개)

5×6 (국제용) 영어
5×6 (인문‧사회용) 영어
5×6 (이공계용) 영어
5×6 (예술계용) 영어
5×6 (체육계용) 영어
5×2 (대학선이수용) 영어
4×2 (보충학습용) 영어
제2외국어

(언종별 2개)

4×4 (국제용) 제2외국어
4×2 (비국제용) 제2외국어
사회

(5개)

5×6 (사회과정용) 사회
5×6 (경상과정용) 사회
5×6 (인문·국제용) 사회
4×4 (이공용, 예체용) 사회
5×2 (대학선이수용) 사회
수학

(8개)

5×6 (이학·보건의료용) 수학
5×6 (공학용) 수학
5×6 (정보용) 수학
5×6 (경상용) 수학
4×6 (인문사회용) 수학
4×2 (예체계용) 수학
5×2 (대학선이수용) 수학
4×2 (보충학습용) 수학
과학

(6개)

5×6 (이학‧보건의료용) 과학
5×6 (공학용) 과학
5×6 (정보용) 과학
4×4 (인문사회용) 과학
4×4/4×2 (예·체용) 과학
5×2 (대학선이수용) 과학
4×1 (보충학습용) 과학
기술

(5개)

4×4 (이학‧보건의료용) 기술
4×4 (공학‧정보용) 기술
4×4 (인문사회용) 기술
4×4 (예술디자인용) 기술
4×4 (체육용) 기술
예술

(5개)

10×6 (음악용) 예술
10×6 (미술디자인용) 예술
10×6 (연극영화용) 예술
4×2 (문·이과용, 체육용) 예술
체육

(4개)

10×6 (개인운동용) 체육
10×6 (단체운동용) 체육
10×6 (스포츠산업용) 체육
4×2 (문·이과용, 예술용) 체육

 

또한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어떤 진로를 위한 과목인지를 알 수 있도록 과목명을 지어야 한다. 교과교육과정에서 진로별로 내용체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과목영역, 핵심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요소와 기능을 진로에 부합하도록 재정비해야 한다. 과목영역은 진로별로 각기 다른 교과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최상위 교과내용의 범주이고, 핵심개념은 진로별로 배워야 할, 공부할 필요가 있는 교과의 기본 개념, 이론, 원리이다. 이로써 중복을 피하고 통합적인 학습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중대단위 과목을 만들면 다양한 수업방법과 평가방법을 사용할 수 있고, 그 공부를 종합 정리하는 핵심프로젝트도 수행할 수 있다. 핵심역량을 익히는 핵심프로젝트는 2-3년간 공부한 교과목의 지식의 구조를 꿰뚫는 종합적·대표적·핵심적·실제적인 주제나 과제를, 자기주도적·협동적·체계적·중장기적으로 수행하여, 창의적 문제해결과 진로개척을 할 수 있는 과업을 말한다. 가령 건축의 설계, 과학의 실험보고서처럼 ‘교육과정’을 공부했다면 특정 목적의 집단과 주제의 교육과정기준 개발을 핵심프로젝트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처럼 국어에 ‘문법’이 개설되었다면 그것이 어떤 진로에 얼마나 필요하여 누가 이수할 것인지 알기 어렵다. 문법은 진로에 따라 1단위가 필요할 수도 있고, 2-3단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는 진로별 국어 대단위 과목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어떤 과목이 어떤 진로에 쓰이는지도 모르고 무작위로 개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교과교육과정기준 개발자들이 애벌작업만 하고 학생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한 번 더 진로에 따라 묶어서 재구성한 과목들을 내놓는 것이 교육자의 도리라고 본다.

 

한편, 과목 명칭을 부여할 때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분명하면 학생 선택, 교과서 제작, 수업, 평가, 대입시 등에도 제대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왜 배우는지도 모르고 배운다면 이보다 더 괴로울 수가 없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어렵다. 과목을 진로별로 다르게 분화시켜주는 것은 결코 차별이 아니라 적정화를 기하는 것이다. 진로별로 과목을 체계적으로 분화함으로써 교과교육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고,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개척에 꼭 필요한 과목을 적절한 수준, 범위, 심도, 분량으로 학습할 수 있으므로, 공부하는데 더욱 힘이 날 것이다. 이는 목하 진행되는 교육과정기준 개발 때 총론과 각론 개발자들이 반드시 수행해야 과업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을 모든 학교와 교과에 적용했는데, 여기서 교과목의 진로별 재구성은 진학고와 대입시에 한정한 교육과정 개선안으로, 그간 하다가 만 일을 끝까지 다 하자는 것이다.

 

여섯째, 온라인 수업 가능한 과목을 지정해주고, 학교간 공동개설로 학교의 과목개설능력을 확대한다.

 

2020년 1학기로 우리는 거의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업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혹 등교수업으로 교실수업으로 복귀하더라도 온라인수업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요구는 커질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온라인 수업화가 가능한 과목을 지정해야한다. 참고로 한국교육개발원은 (방송통신)중·고교에서 전·편입학 혹은 집중이수제로 인하여 미이수되는 과목(보충학습과정), 교원 수급 문제 등으로 소속 학교에 미개설된 선택 과목(미개설과정)에 대한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온라인 원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러닝의 일환으로 정보통신매체(PC, 휴대폰, 태블릿 PC 등)를 이용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비실시간 비대면 수업을 상시 운영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53개 교과목(온라인수업 기준 70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은 콘텐츠 교과목 상, 하가 난이도 기준이 아니고 교과서 전반부(상), 후반부(하)로 설정하고 있어, 본래 총론 문서가 가진 진로 무관의 한계에 따라 학생의 진로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질적 수준이 보장되는 온라인 과목과 단원의 엄선 제공이 요구된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아래 표에서처럼 온라인으로 이수하고 평가 인정받을 수 있는 과목수, 단위수, 과목명을 제한하여 지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온라인 수업 과목은 성공적 이수여부를 알 수 있는 평가인증제를 준비한 상태에서 실시하도록 한다. 학교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보충학습과목이나 대학선이수과목 중 일부를 온라인과목으로 돌린다. 다만 온라인 이수과목수는 전체 과목수의 일정 비중(가령 1/3)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체육, 예술, 기술 등 실험, 실습, 실기의 비중이 큰 과목은 기초 이론 부분을 온라인화 할 수 있고, 서책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시뮬레이션 학습자료로 개발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 비실시간 온라인 수업, 실시간 대면 화상수업, 등교수업, 교외체험 등 역할분담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교육목표가 무엇인지를 밝혀가는 것도 과제이다.

 

<표 2> 진로별로 분화된 과목 중 온라인 가능한 과목(안)

교과 주당수업시수×학기수 진로별 과목의 종류 온라인 과목(13개)
국어 5×2 (대학선이수용) 국어 0
4×1 (보충학습용) 국어 0
영어 5×6 (예술계용) 영어 0
5×6 (체육계용) 영어 0
5×2 (대학선이수용) 영어 0
4×2 (보충학습용) 영어 0
제2외국어

(언종별)

4×4 (국제용) 제2외국어 0
4×2 (비국제용) 제2외국어 0
사회 4×4 (이공용, 예체용) 사회 0
5×2 (대학선이수용) 사회 0
수학 4×2 (예체계용) 수학 0
4×2 (보충학습용) 수학 0
과학 4×1 (보충학습용) 과학 0

 

개별 학교에서 특성화된 과목을 일부 개설할 수 있고, 학교‘간’에도 일부 개설할 수 있다. 대학선이수과목을 비롯하여 보충하는 과목 등의 개설도 필요하고, 새로운 분야의 특수한 과목 개설도 요구된다. 실행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특성화 고등학교처럼 그리고 소규모학교처럼 특정 계열이나 과정을 개설함에 있어 학교간에 역할분담하는 것이 더욱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목선택형’이 입에 익어서, 여기서도 진로별 계열이나 과정은 일단 제외하고, 과목선택으로도 진로별 학습기회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 본 것이다. 결국 학교‘간’에도 특정 ‘과목’을 공동 개설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여러 지역에서 ‘공동 교육과정’과 같은 개념으로 일부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일곱째, 빅 데이터 수집 분석이 가능하도록 모든 개설 과목의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한다.

 

바야흐로 빅 데이터 시대다. 교육과정 관련 크고 작은 의사결정과 정책결정, 교육과정 개정도 주먹구구식을 벗어나 데이터 기반으로 해야 한다. 현재 학교나 대학 알리미 싸이트에는 각교가 개설한 과목들의 글자 데이터가 있다. 이는 일일이 수집 분석하여야 그 면모를 알 수 있다. 전산화, 정보화를 겨냥하고 있지만 그냥 쌓아둔 데이터일 뿐이다. 데이터과학이 들어설 여지가 필요한데 한때 연구재단에서 대학의 전공이나 학과 코드를 부여한 적이 있고, 2015 개정에서도 이미 교과목별 성취기준을 코드화한 적이 있다. 초중등학교에 개설하는 모든 과목의 분류체계를 코드를 부여해서 데이터화해야 한다. 교과목의 코드화는 성취기준보다 숫자도 적어 분류가 더 쉬울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부터는 모든 개설과목의 이름, 수준, 범위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과목별 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해야 한다. 각 교과의 과목은 학년-학기, 수준-범위, 시간(단위)수, 이론-실제(실험, 실습, 실기), 온라인-오프라인 수업 여부, 교내-교외 수업 등의 정보가 들어간 과목의 코드화가 필요하다. 가령 기본교과(국어, 수학, 외국어, 과학, 사회, 기술, 예술, 체육 등 8개), 교과‘간’ 통·융합 교과목, 교과‘외’ 창의적 체험활동 등에도 별도 번호를 로마자로 부여한다. 그 아래 단위의 과목은 아라비아 숫자로 부여한다. 또한 교육청 특설과목이나 학교 특설과목에도 번호를 부여하여 기본교과의 무엇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드러내어, 중복 개설이나 자의적 개설을 막을 수 있도록 한다. 마치 생명의 분류체계(계문강목과속종)처럼 구체화해 나아가면 된다.

 

학교가 개설한 모든 교육과정의 구성요소들을 코드화, 고유식별번호를 주어서 장차 데이터로 자동처리 될 수 있도록 한다. 결국 학교가 개설한 모든 교과목과 활동의 범위와 수준이 한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학교는 이수순서도를 일부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넘어서서 교과목의 이수체계가 계열적·균형적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모눈종이나 바둑판처럼 그래픽으로 보이도록 시각 처리될 필요가 있다. 이를 ‘교육과정지도’라고 할 수 있다. 지도를 육지와 바다 면적만 아니라 인구수, 국민소득수준, 군사력 등으로 나타내는 것과 같이, 교육과정지도 속에는 각 과목에 배당된 단위수나 시간수가 많으면 넓은 면적을 차지하도록 하고, 또한 교과목의 진로별·계열별 연결 상태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자동처리되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개별학교나 학과, 전공이 개설한 교육과정의 특색이 드러나고, 그 중에서 학생 개인이 이수한 교육과정의 특색도 드러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교육과정의 질 관리 장치인 고교학점제도 더 잘 관리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요구를 분석한 것과 학교가 개설한 것의 격차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상이선택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는 중학생부터 장기 시계열적으로 조사 누적하여 처리함으로써 교육부(교육청, 학교)가 적절히 대응하도록 한다. 교육과정지도를 보면 학교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교과목을 개설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비유기적으로 교과목을 남설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의 개설 프로그램들, 그 중에서 학생이 이수한 교과목들의 형태는 마치 QR코드의 문양으로 드러날 것이다. 선택과목인 경우 과목별 이수학생수가 드러나도록 처리될 필요도 있다. 이를 보면 진로지도도 가능할 것이고, 학생들은 다음 선택 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개별 과목별로 단원의 범위와 수준을 학생이 성공적으로 이수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정 정보의 데이터화, 코드화는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공부와 삶의 개척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살필 수 있고, 무엇이 학생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보다 과학적으로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여덟째,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수할 교과목 수가 줄어들도록 간명한 이수지침을 만든다.

 

누구나 국어, 영어, 사회 중에서 하나, 수학, 과학, 기술(IT, AI)중에서 하나를 3년간 공부하도록 한다. 결국 고3에서는 3~4개 교과목을 집중이수하게 된다. 학생들의 이수지침에서 유의할 바는 현대사회의 교양은 과학기술이므로 이공계의 학습비중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공계 학습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현대과학기술사회의 낙오자를 만드는 것이다.

 

3년간 이수과목수와 단위수는 아래 표를 참조한다. 진로가 같으면 ‘같은 종류’의 과목을 선수학습 혹은 바탕학습으로 공부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보건의료 쪽을 진학하더라도 2-3년제 간호 보건 관련 학과를 갈 수도 있고, 가장 입학하기 어렵다는 의대를 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건 의료 생명 약학 등은 유사한 진로로 같으므로 바탕학습할 교과목의 ‘종류’는 같고, 진학할 대학이나 학과의 요구 정도에 따라 그 공부하는 ‘수준’은 다를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3년간 이수할 과목수는 1학년 때에는 8-9개 과목, 2학년 때에는 5-6개 과목, 3학년 때에는 3-4개가 적절할 것이다. 이렇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수할 교과목을 줄여주어야 학생들은 공부할 힘이 난다. 대입시는 다가오고 공부할 것이 이것저것 많으면 스트레스만 높아지고, 공부를 포기할 수도 있다. 오늘날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고려하면 적정학습을 기하고 과잉학습과 과소학습을 피하도록, 이수하는 과목수를 점차 줄여주어야 한다. 진로별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이루어 학습의 효과를 높여야 하는데, 그 첫걸음은 총론의 교과목 편제와 단위 배당을 진로에 따라 고치는 데서 시작된다. 이로써 학생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깊은 이해와 높은 수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수준에서는 고교 졸업을 위한 최소이수단위를 164단위를 기본으로 제시하고, 표의 +α를 통해 학교나 학생들은 교양과목이나 추가적인 과목 이수도 가능하여 진로를 복수로 준비하는데 쓸 수도 있다.

 

<표 3> 진학계 고교생들의 이수과목수와 단위수

문이과 계열 진학생

(과목수*주당시수*학기수)

예체능 계열 진학생

(과목수*주당시수*학기수)

3년간 지속학습

(대입시 과목)

2*5*6=60

2*4*6=48

1*10*6=60

2*4*6=48

2년간 지속학습 2*4*4=32 2*4*4=32
1년간 지속학습 2*4*2=16 2*4*2=16
한 학기 집중학습 2*4*1=8 2*4*1=8
총이수단위수 164단위+α* 164단위+α*

* 위 표에서 α는 교양 및 복수진로용으로 추가로 이수할 여지가 있음을 말함.

 

아홉째, 학생의 진로지도를 돕기 위해 고교 2-3학년은 학급 및 교과 담임연임제를 실시한다.

 

고교 마지막 학기는 국내외 고교나 대학의 마지막 학기도 그렇지만 진로를 위한 각종 시험, 실습, 면접 준비와 시행으로 매우 바쁘다. 이 점에서 학급담임 교사나 교과 담임 교사의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학생의 특성을 잘 알아야 이에 맞는 학습지도와 진로 및 생활지도를 펼칠 수 있고, NEIS 작성도 충실해진다. 특목고나 자사고에서처럼 이렇게 하는 고교들이 늘어나는데 이런 고교들은 진학실적도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훨씬 좋다. 지속적으로 지도하는 가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개별적인 프로젝트 수행도 지도가능해지며, 수행평가, 과정평가, 노력평가, 성장평가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과목을 진로별로 대단위, 중단위로 만들어주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보다 나은 수업과 평가에 가까워진다.

 

열 번째, 교육부(혹은 대교협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진학계 고교의 학습과정이 사실상 대입시준비과정임을 고려하여 진로별로 ‘타당한 대입시’를 만든다.

 

그간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공정성, 객관성, 변별력 등을 갖추어 왔으나, 모집단위별로 적격자 선발에 요구되는 바탕학습을 분명히 제시하고 확인하는 입시의 타당성은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학들도 입시 흥행상 아무 성적이나 점수 잘 나온 것을 가지고 오면 된다는 입장이다. 대입시가 진로를 흐릴 정도로 혼탁하다. 그만큼 대입시가 진로에 맞추어 타당하게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타당성이 약한 입시는 조변석개로 늘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대입바칼로레아가 200년 이상 버티는 것은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학본고사가 계열별로 타당성 있는 시험을 치르기에 굳건히 버티는 것이다.

 

진학계 고교의 학습과정은 대입시준비과정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진학고에서는 대학진학 준비에 맞추어 공부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다만 ‘할 만한 입시’를 만들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3년간도 짧은데, 고교 2학년부터 대체로 3학년 1학기까지는 대입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 이 경우 ‘할 만한, 타당한’ 입시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노력이 진로를 개척하는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치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학업생활, 직업생활에 쓰이는 공부로 만들어줄 일이다. 학생들이 대학진학에 필요한 과목을 골라서 공부하는 것이 정상이다. 시험은 꼭 필요한 것을 성취했는가를 확인하는 장치이다.

 

타당한 대입시를 만들되, 진로에 필요하여 3년간 지속적으로 공부한 과목만을 대입시 대상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한 학기 과목이나 두 학기 공부한 낱낱의 소규모 단위의 과목을 시험 치르면 고교 학습이 크게 왜곡된다. 진로에 요구된 2-3학년 과목을 이수한 내신 성적(더 필요하면 3학년 과목 위주의 수능 성적), 종합적인 핵심 프로젝트(포트폴리오, 졸업논문, 졸업작품 등), 진로 체험활동 등을 챙기고 증빙하면 충분할 것이다.

 

 

<나가며>

 

진학계 고교 교육과정의 개선은 매우 긴 이야기가 되겠으나, 필자는 위에서 간단히 10가지로 정리해보았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교과목을 진로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화하되, 더 긴 학기로, 더 큰 단위수로 만들고, 어떤 진로를 위한 과목인지 드러나게 과목명을 붙여서 교육과정 문서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교과에서 대학전공으로 분절시켜놓은 과목들을 2-3년간의 중대단위과목 아래 진로별로 한 번 더 묶어서 내놓아야 한다. 한꺼번에 진로별 교과목으로 다 개발할 수는 없다. 이 글은 이번 개정에서 진학고 교육과정을 진로별로 한 발 더 나아가도록 만들자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목하 진행 중인 교육과정 개정에서 이런 취지가 조금이라도 반영되었으면 한다. 개정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진로를 흐려놓는 교육과정 개악이나 제자리걸음, 개정을 위한 개정은 그만해도 되지 않나 싶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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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교수 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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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simonoh 수정 삭제

    5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때도 모두 눈뜨고 자고 (7교시) 진짜 공부는 학원, 과외로 했지. 교사의 지도능력에 문제가 있었다. 영어는 암기를 안 시키고 수학은 배운 공식으로 반드시 연습문제를 반복 풀 수 있어야 한다. 문과는 수학이 필요 없다. 졸업 후 평생 단 1번도 쓸 일이 없다(반대가 많겠지_) 난 제2외국어 때문에 낙제했다. 졸업 후 단 한마디도 써본 일 없다. 과목에 보니 정작 중요한 윤리 철학, 종교, 수행, 토론, 건강, 경제 등은 단 1도 없군. 국회에서 토론 질문하는 의원들의 수준이 초등생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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