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온라인 수업 단상

#555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0.07.15

1. 시간이 흘러간다. 교육이 흘러간다.

 

오늘 아침에는 아예 두 아이 뒤에 서 있기로 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침마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데, 몇몇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듣는 태도가 믿음직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내린 결정이다.

 

처음에는 태블릿을 가지고 온라인 수업을 듣는 일이 조금은 재미도 있었던 듯한데, 지금은 영 처음만 못한 표정이다. 언론에서도 학습 격차를 우려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현장에서 보아도 그런 우려들이 영 근거 없는 말로 들리진 않는다.

 

지금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아침마다 이어폰을 끼고 제대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당부를 수도 없이 해야 하는 일은 진작부터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켜놓고 화장실을 다녀온다던가, 물을 마시고 오겠다며 슬그머니 자리를 떠서 한참 있다 오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온라인 수업은 그저 시간만 채우면 되는 그런 수업으로 이해하는 경우를 왕왕 보이곤 한다.

 

따라서 수업을 수업답게, 배움을 배움답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날로 고민이 쌓여만 간다. 그 고민 속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옆에 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바라보기 시작하다가, 수업을 듣는 아이 곁에 앉았다, 급기야는 수업을 듣는 아이 뒤에 서 있기로 하는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감시망만 강화한 것은 아니다. 모르는 개념어나 단어가 나오면 그냥 넘기지 말고 꼭 물어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덧붙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내용 불문하고 척척 화면만 넘기기 때문에, 결국은 의심스런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화면에 나오는 말들을 시비 걸 듯 붙잡고 늘어지게 된다.

 

갑자기 기습공격이라도 하듯 온라인 수업을 정지시키고, “OO아, 여기 나오는 갈등이란 말이 혹시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하고 물으면 그야말로 아이는 사색이 된다. 모르는 말을 갑자기 물어보는 것만 해도 황망할 지경인데,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할 온라인 수업까지 멈추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란 것이다.

 

그래서인지 질문을 받은 한 아이는 한참 말이 없더니 급기야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고사하고 아무 소리도 없이 한참 눈물만 흘려대니 답답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시간이 좀 흘러 겨우 아이를 달래서 물어보니 역시 온라인 수업을 함부로 중단시키고 질문을 퍼부어댄 것이 아이 마음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아무리 배움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배우는 사람의 마음이 동하지 않은 상태로 일방적인 배움이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 일단 사과부터 하게 되었다. 무엇이 특히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물어보자, 역시 온라인 학습을 강제로 멈춘 일이란 것이 답이다. 거듭되는 사과에 진정이 된 아이와 다음부터 무언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OO아, 혹시 여기 나오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좀 물어봐도 괜찮겠니?”하고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물어보기로 하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물론 그 때 “싫다, 물어보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답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미처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건 또 그때 가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래도 지금은 정중하게라면 “혹시 지금 여기 나오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물어봐도 괜찮겠니?”하고 물을 수는 있다는 사실, 그것에 만족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온라인 수업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상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2. 배우고 익히자. 함께 익히자.

 

지역아동센터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은 함께 있지만, 실은 혼자다. 대부분 이어폰을 끼고 자그마한 테블릿 하나만 혼자 쳐다보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을 누구와 잘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아직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교사들조차 아이의 바로 곁에서 유심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는 한, 아이가 현재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히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수업 내용을 부모나 다른 어른들이 함께 공유하는 일도 가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제는 원치 않아도 억지로 어느 정도는 홈스쿨링을 하게 된 상황이므로, 어떤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습득했는지 확인하고, 개별 평가를 거쳐 필요한 부분을 사교육이나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는 체계를 마련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와 같이 여러 학년, 여러 학교의 아이들을 넓지 않은 공간에서 동시에 지원하는 곳에서는 이런 개별적인 관심을 충분히 쏟기 어렵다. 스스로 메타 인지를 작동시켜 자신이 모르는 지점에 가서 학습을 멈추고 이를 확인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온라인 수업 과정은 배웠으나 배운 것이 아닌 그런 상태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런 현상들을 지켜보며 방과 후 돌봄이나 활동에 대한 고민들이 커져간다. 방과 후는 학교에서 교과로 배운 내용을 생활방식이나 체험, 견학이나 독서와 같은 다른 과정으로 배움이 효과적으로 체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과의 접목을 심도 있게 고민하지 못하다 보니 그런 배움과 익힘에 대한 지원이 많이 부족하고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통념은 배움이나 익힘은 학교 정규교과과정에서만 배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방과 후 돌봄은 그저 놀이나 휴식 등과 같은 다른 질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분법적 이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방과 후는 그야말로 아무 것도 배우지 않는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고 익힌다’라는 말이 학습 과정에서 일정한 유의미성을 담고 있는 말이라면, 방과 후는 어쩌면 학교에서와는 다른 것을 배우고, 또 학교에서 배운 어떤 것들을 익히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재의 온라인 교육은 그저 단기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혹은 방과 후 활동은 아예 교육적 과정으로 재설계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이런 점들을 고민한다는 말은 아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방과 후에 이루어지는 교육과 관련한 담론은 그저 사교육을 둘러싼 이야기나, 학교의 방과후 수업에 대한 것으로만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돌봄과 교육은 철저하게 이분화되어, 서로 아무런 관련을 맺지 못하고 아이들의 삶에서 뺑뺑이를 돌고 있다.

 

그러나 물론 이런 고민을 토로한다는 것이 방과 후 활동 과정을 전적으로 학교 교육 과정을 보완하는 과정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란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혀둔다. 오히려 생물학적 생명이 아닌 사회적 생명과 성장을 위해 세상만사의 이치를 깨닫고, 그를 표현하고 포착하는 말들을 폭발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는 학령기 학생들이 방과 후에 ‘진정한 돌봄’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사회적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말이다.

 

교육을 학교에만 맡겨둘 수 없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 더욱 그렇다는 말이다. 어디서나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시대가 곧 오고 있고, 또 와야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디서나 질문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아이들의 삶을 전체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떨치지 않을 수 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 인쇄(Print)하기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학습 소외, 학습 결손의 주요 원인과 효과적인 해결 방안 다음글 쉽게 읽는 교육정책 돋보기(4) –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인가? –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