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부 장관에게 바란다(2) – 4가지 근본적 변화를!
1. 시작말
지난 칼럼, 새 교육부 장관에게 드리는 첫 번째 부탁 말씀에서는 교육변화의 원리부터 제대로 알고 공약 이행에 착수하자는 부탁과 함께, 학교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번 칼럼, 두 번째 부탁 말씀은 ‘학교체제를 어떤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재디자인 할 것인가?’에 관한 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로서 제시한 공약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학교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접근은 없고 과거 산업시대의 필요에 맞춰 만들어진 현재의 학교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수선해서 쓰려는 접근만 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 해결에 분절적, 선형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의 잘못된 두 가지 접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전자의 경우는, 새 정부가 가령 2030년쯤의 학교교육의 바람직한 모습(=비전)을 그리고 그런 모습에 이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공약을 무조건 이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비전을 설정하고 그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안만이 실행에 옮길 가치가 있다. 이때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부록1)이라는 문제해결 프로세스가 유용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교육 시스템은 전형적인 복잡계임을 인식하고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 부록2)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은 어느 한 가지만 수선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위해서는 교육개혁 이론과 실천의 세계적 전문가인 마이클 풀란의 저서 『교육 변화의 의미와 원리(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2016)』(7월말 번역서 발행예정)를 참고할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왜 대부분의 교육개혁은 실패하는지에 대한 원인과 해법을 제공한다. 아울러 핀란드 교육이 활용하고 있는 기업 경영관리 도구의 하나인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d card: BSC)(☞ 부록3)의 핵심 원리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의 두 가지 접근상의 문제점을 자세히 검토하는 것은 이번 칼럼의 범위를 넘는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현재의 학교제도를 재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아래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무엇이 가장 배울 가치가 있는가?”,
“배울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첫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의 교육과정은 가르칠 가치가 적은 내용들로 가득하다.”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학생(들)이 선택하고 결정하게 해야 한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고교 수준에서라도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수강신청제 공약이 바로 학생들로 하여금 배울 내용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강신청제 역시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교과 내용 중에서 선택하라는 것일 뿐이다. 과거 산업시대에 시작된 것이 지금도 그대로이다. 지금의 교육과정은 배울 내용을 학생이 결정하고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다.
2. 현 학교교육의 치명적 문제점과 해결 방향
현재 학교교육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생들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시켜주지 못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배울 가치가 적은 내용을 강제로 배우게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학교교육은 왜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시키지 못하는가? 학교교육이 특히 고교 교육의 경우는 오직 대입시를 위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입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단편적 지식을 암기하고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진정한 교육인가? 실수를 않기 위해 무한 반복 훈련을 하거나 옆자리 친구를 이기기 위해 공부하는 것을 교육이라 할 수 있는가? 시험 보고 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배운 것을 곧 다 잊는다. 잊어버려도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학교 공부의 목적은 시험이었고 시험이 끝났으니 폐기처분해도 아쉬울 게 없다. 나중에 필요하면 주머니 속 휴대폰에서 검색해 사용하면 된다. 지금과 같은 교육은 엄청난 비정상이며,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너무나 큰 낭비가 아닌가?! 어떤 학생이 어떤 대학을 들어가는가를 결정짓기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쓰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것은 비이성적인 짓 아닌가? 새로운 정부는 기존의 입시중심 교육을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키우는 교육, 실천적 삶을 통해 민주주의의 원리를 배우는 교육, 부의 편중으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를 줄이기 위한 교육, 내가 속한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동체가 마주할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고등사고력을 함양시키는 교육,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부족 시대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교육 등’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의 또 다른 치명적인 문제점은 배울 내용을 국가가 정하고 강제화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학교 수업 시간이 엎드려 잠자는 시간이 되고 학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간의 뇌는 생존 우선으로 반응한다. 학습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저걸 내가 왜 배워야 하지? 저걸 내가 언제 써먹을 기회가 있을까?”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No이면 뇌는 그것에 주의를 주지 않는다. 가르친다고 배울 것이란 가정은 가장 잘못된 가정이다. 배울 내용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의 배움을 강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 광범위한 조사를 해서 쓸모없는 지식을 확인해 이를 교육과정에서 솎아내야 한다. 가르칠 가치가 큰 것 위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지금의 교육과정에는 사회에 나가서 전혀 쓰이지 않을 내용들이 너무 많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자. 중학교 수준의 수학만 공부해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데 왜 모든 학생들에게 고교 수준의 수학까지 강제로 배우게 하여 열패감만 안기고 정작 더 가치 있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가?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이과 공통 수학도 모든 학생들에게 강제로 배우게 할 근거가 약하다. 국가나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수학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고교생의 30% 정도만 높은 수준의 수학을 공부해도 충분하다. 고교 수학은 선택과목화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봤으면 한다. 어디 수학만인가? 고1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강제로 배우게 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이것 역시 고교생의 30% 정도만 학습해도 충분하다. 이 둘을 다 배우든, 이중 하나만 배우든 이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게 옳다. 왜 개인의 황금 같은 생애 기간에 개인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에 푹 빠지게 하지 못하는가? 나아가 중학교 과정에서 배우도록 되어 있는 내용 중 일부 역시도 선택으로 돌려야 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기존의 치명적인 교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여전히 대학이 인지적 학습능력과 관련된 시험 점수로 촘촘히 줄세워 신입생을 뽑는 관행, 그리고 불필요한 교과 내용이나 수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자 할 때 밥그릇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의 저항, 학습이란 학교 안팎에서 365일 일어나는 일이지만 교육의 모든 책임을 학교에게 미루는 잘못된 생각 등 때문일 것이다. 대학의 이기심이든 밥그릇 지키기이든 모두 학생의 삶, 학생의 건강, 학생의 행복에 대한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이래서 “교육은 어른들에 의해 바뀔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21세기에는 깊이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 중심 교과 내용을 과감히 줄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학교제도는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 대 토론을 통해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하다. 이제 학교는 가르치는 내용, 가르치는 방식, 평가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 이런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3. 4차 산업혁명과 학교교육의 대응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대응을 주제로 삼은 이후 한국은 미래사회 변화를 온통 4차 산업혁명과 연관 짓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속도 그리고 영향은 이전의 산업혁명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할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것이 교육에 주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것 역시 작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 수록 소수 엘리트가 부를 독점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불평등이 증가하게 된다는 예측이 많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의 일차적 관심은 미래 로봇과의 경쟁과 협력의 시대에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것인가에 쏠려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교육에 미칠 영향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 화살표 다음의 내용은 이런 기술이나 사회변화에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필자의 생각을 적은 것이다.
1)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다.
→ 적응력, 실험 및 리서치 능력이 중요하다.
2) 복잡성과 다양성이 증가한다.
→ 고도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다양성의 존중과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적 사고(system thinking), 깊이 있는 학습(deep learning) 역시 중요하다.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학습량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하다.
3) 팀의 형태나 협업을 통해 일한다.
→ 공감능력, 자기통제력, 의사소통능력, 설득력이 중요하다.
4) 정보와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능력, 분석능력, 학습능력이 필요하다.
5) 정보와 지식의 수명주기가 단축된다.
→ 평생학습능력이 중요하며 핵심개념과 핵심원리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
6) 학습은 학교 안팎에서 또한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에서 활발히 일어난다.
→ 학교, 가정, 지역사회 간의 책무성과 리더십의 공유가 필요하다. 또한 비공식적 교육에 대한 폭넓은 인증이 필요하다(예: digital badges). 또 탈표준화가 필요하며 교육과정의 중심 역할은 배울 내용에 대한 가이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의 개념은 다양한 내용과 크기의 학습공동체의 느슨한 결합이 바람직할 것이다.
7)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의 편중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다.
→ 사회정의교육(social justice education: SJE)의 강화가 필요하다. 기업가정신 및 모의 창업 교육 강화; 불평등의 원인, 결과 및 가능한 해결책을 탐색하는 교육 강화(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공동체의 삶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더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공동선의 추구;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적으로 배우기가 중요해진다.
8)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립능력이 요구된다.
→ 자기주도 학습능력, 모험정신, 도전정신, 실수로부터 배우는 능력, 창조력, 문제해결능력의 강화를 필요로 한다. 또한 교사의 역할 변경이 필요하다. 아울러 건강, 재정, 법률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9) 자동화로 인한 많은 직업의 소멸, 로봇과의 공존시대를 맞게 된다.
→ 자기만의 독창성, 공감능력, 상호작용 능력, 창업능력 등과 디자인 능력이 중요해진다.
10) 향후 20년 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자동화되고(다보스 포럼, 2016), 2025년이면 오늘날 직업의 50%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며, 학생의 65%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1세기 청년들은 32세가 될 때까지 평균 9개의 다른 일(job)을, 일생 동안 복수의 산업분야(industrial sector) 및 직업(occupation) 분야에서 10~15개의 일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특정 직업에 맞는 지식과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는 어떤 직업에서도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것(예: 학습능력, 적응력, 소프트 스킬)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11) 일자리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와 학교가 배출하는 인재의 역량 불일치 해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 학교, 대학의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기업과 학교의 협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평생학습능력이 중요해진다.
12) 표준화 시험을 폐지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다.
→ 열린 평가, 역동적 평가(dynamic assessment), 포트폴리오평가, 정성평가가 일반화된다.
이상과 같은 변화와 이것이 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고려하면 기존의 학교교육은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과 매우 다른 교육 생태계와 학습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학교제도, 기존의 교육과정, 기존의 교수법, 기존의 평가 방식 모두를 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의 재설계를 예로 든다면 전통적인 학문중심 교육과정(academic curriculum), 생존을 위한 교육과정(survival curriculum),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project-based curriculum), 비공식 교육과정(informal curriculum) 등으로 분화시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모두가 강조하고 있는 역량의 함양은 아래와 같이 생존역량과 학습역량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대중의 공감을 얻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생존능력
•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critical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 네트워크 구축과 협업 능력(collaboration across networks)
• 영향력 발휘를 통한 리더십(leading by influence)
• 신속한 대응과 적응력(agility and adaptability)
• 주도성, 탐구적 모험심(initiative and entrepreneurialism)
• 효과적인 소통능력(문자와 구두로)(effective oral and written communication)
• 정보의 접근과 분석능력(accessing and analyzing information)
• 호기심과 상상력(curiosity and imagination)
(What’s Worth Teaching?, 2017)
▶ 학습능력
학습능력에 대한 정의 역시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다보스 포럼(2016)에서 소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학습능력은 다음과 같다.
• 복잡한 문제 해결력(Complex Problem Solving)
•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 창의력(Creativity)
• 인재 관리 능력(People Management)
• 타인과 협력 능력(Coordinating with Others)
•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
• 판단과 의사결정 능력(Judgment and Decision Making)
• 봉사지향(Service Orientation)
• 협상능력(Negotiation)
•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 [주] 이는 새로운 장면에 유연한 적응과 과제해결에 필요한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을 말함.
아울러 실패로부터 배우기, 성찰을 통해 배우기, 상위인지능력의 개발, 관찰을 통해 배우기 등도 매우 중요한 학습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이상의 ‘4차 산업혁명과 학교교육의 대응’에 관한 필자의 생각이 기존의 지식 중심 교육과정을 부정하거나 대체하자는 것으로 오해될까봐 우려 된다. 21세기에도 지식교육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지식이란 용어가 한국에서는 크게 왜곡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식교육을 폄하하기도 한다. 역량의 강조가 지식의 경시나 폄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역량은 기능, 지식 및 가치나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휘된다. 쉽게 설명하면 지식의 활용 능력이 역량이며 지식은 역량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하위 요소의 하나이다. 단편적 지식도 매우 중요하다. 어휘력이 대표적인 예다. 어휘력은 가장 기본적인 배경지식이다.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수준 높은 독서도 할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으며 글도 쓸 수 없다. 역량교육이 강조되면서 학교에서는 프로젝트 수업을 강화하고 있으나 프로젝트 수업이 프로젝트 수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를 통해 이론적 지식을 좀 더 살아있는 지식으로 만들고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역량 중 많은 것은 특정 교과의 특정 내용과 관련되어 발휘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특성을 역량의 ‘분야 특수성’(domain specificity)이라 칭한다. 이렇게 지식교육과 역량교육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전통적인 학교가 추구했던 교육의 기본적인 목적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나 되기, 훌륭한 시민 되기, 훌륭한 부부 되기, 훌륭한 부모 되기, 훌륭한 일꾼(노동자) 되기, 훌륭한 친구 되기, 훌륭한 성찰적 학습자 되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4차 산업혁명의 준비를 강조하는 사람들 중에는 전통적인 지식교육을 무용지물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바른 지식 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모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 이는 대부분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주창되어왔던 내용들이다. 이를 잘 실현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4. 맺음말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제시한 공약을 전면 재검토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먼저 2030년쯤에 한국 학교교육의 바람직한 모습(=비전)을 먼저 그리기를 바란다. 그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거 산업시대의 필요에 맞춰 만들어진 현재의 학교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대증요법식으로 분절적, 선형적 접근을 한다면 그런 식으로는 한국의 학교교육을 개선할 수 없다. 그런 식으로는 어떤 교육개혁도 대부분 실패하게 될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변화의 원리를 명심하면서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로 접근하기 바란다.
아울러 현재의 입시 경쟁교육을 종식시킬 특단의 조치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과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이 병든 것은 사회가 병들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4가지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교육의 내용 혁명, 교육의 방법 혁명, 교육의 평가 혁명, 교육의 주체 혁명(학생과 교사가 주도)>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교육의 근본적 변화의 맥점은 “무엇이 가장 배울 가치가 있는가?”, “배울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란 두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일이라 생각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은 지금의 학교교육과정을 그대로 두고는 불가능하다. 모든 학생들이 공통으로 배워야 할 전통적인 분과학문 중심의 교육과정 목표는 적정화하고 생존을 위한 교육과정(survival curriculum), 문제해결형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project-based curriculum), 비공식 교육과정(informal curriculum)의 도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기존 학교 시스템의 유지를 전제로 공약을 이행하려는 접근을 해서는 안 되며, 기득권층의 저항에 부딪혀 어정쩡한 타협을 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한국의 학교교육 개혁을 5~10년 늦추는 일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국민에 대한 설득은 이런 혁명적 구상을 2030교육비전에 담은 다음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민들과의 대화에 나서면 된다. 비전 없는 공약이행은 교육의 발전을 저해한다. 임기 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근시안적 접근을 한다면 이는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새로 부임하는 교육부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부록]
1.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디자인 씽킹은 문제해결기법으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디자인 싱킹은 관찰·공감을 통해 인간(end user)을 이해한 뒤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다수의 해결책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의 반복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아래와 같이 5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① 공감하다(=관찰, 인터뷰 등을 통해 학습자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② 과제를 정의하다(학습자의 요구조사와 시사점을 바탕으로 핵심질문을 도출한다).
③ 아이디어를 도출하다(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한다).
④ 시안을 만들다(최종 선택된 아이디어의 현장적용을 위해 시안을 만든다).
⑤ 작동여부를 확인한다(시안을 현장에 적용하고 효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다).
2.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
피터 생게의 제5 경영(The Fifth Discipline Fieldbook)에 나오는 정의를 소개하면 “전체적인 패턴을 읽고 다양한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며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통합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는 사건지향사고(Event Oriented Thinking)와 대조되는 표현이다. 복잡한 일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하지 않고 인과관계를 갖는 낱개의 수많은 사건의 연속으로 보는 관점이다. 이는 원인과 결과란 선형적 관계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의 패턴을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3. 균형성과표(BSC)
조직의 비전과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핵심적인 사항을 측정 가능한 형태로 바꾼 성과지표의 집합을 말한다. 아래는 필자(2014)가 교육 비전 달성을 위해 작성해본 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