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새 정부, 새 대통령에 바라는 교육(1) : 공교육 심폐소생술
교육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이자 지식을 가르쳐 인격을 높이는 일이다. 그러나 현 우리나라 교육의 최종목표는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 인격을 높이는 것이 아닌 ‘대학 진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무너졌다고들 많이 이야기 한다. 이는 공교육에 의존하기보다 사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고 사교육을 맹신하는 학부모와 학생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를 단순히 사교육 때문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결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는 첫째,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이고, 둘째, 지식이 아닌 ‘기술’을 요하는 시험 탓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우리나라 교육의 최종 목표는 대학 진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 열풍이 부는 지금, 학부모들이 기를 써서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 학생들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더 많은 내용을 적으려 하는 이유, 더 나아가서는 공부를 하는 이유도 어쩌면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함에 있다.
이와 같은 대입시스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성적이다. 이 성적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이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수치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시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개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유전적 요소(콤트 유전자 등), 환경적 요소 등 지식 이외의 요소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객관적이라 생각되는 시험마저 학생 개개인의 실력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실력 파악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변화가 아닌 시스템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대입제도를 바꿔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입제도를 간편화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웠다. 기존의 특기자 전형, 논술 등 사교육을 필요로 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정시의 세 가지로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학생부전형에 있어서도 학생부와 성적 위주로만 보고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논문 등은 확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수능에 절대평가제를 도입하여 최종적으로 자격고시화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대입제도의 간편화와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으로 성적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고 대학별 시험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새 정부의 방침과는 반대로 대입제도를 간편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입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 즉 현재와 같이 ‘수학능력평가’라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활동과 생활태도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주관적인 인식이 개입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시험성적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자가 새 정부에게 바라는 교육정책은 대입제도 단순화가 아니라 대입 시험 기준의 개혁이다. 이와 더불어 단순히 기준만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고 대외활동이나 논문 작성 등의 활동을 가정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역시 마련하여야 한다. 즉 새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변화’가 아닌 ‘개혁’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중고교 수업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 무학년제를 실시하여 수업을 자율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는 보다 자율적인 수업방식을 도입하여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우는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침이 수업 자율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대입 시스템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입제도의 변화 없이는 고교학점제나 무학년제 실시가 오히려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입제도 개혁 이후에 고교학점제와 무학년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하여 공교육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
세 번째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의 유지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특목고와 자사고의 철폐를 주장하였다. 특목·자사고가 고교서열화를 조장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대입제도가 변하고 중고교 수업 시스템의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특목고나 자사고를 특별 계층, 엘리트 계층으로 인식하는 편견이 사라질 것이고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고교서열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일반고 학생이 자신을 특목·자사고 학생 이라고 속이고 해당 학교 학생들과 관계를 맺은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되었다. 이로 인해 해당 특목·자사고 학생들 사이에서 큰 파장이 일었고 특목·자사고 뿐만이 아니라 청소년 단체 활동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도 소문이 퍼진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보며 개인의 입장으로 본다면 그 학생이 다른 사람들을 속인 것이기에 개인의 인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 속에는 일반고는 평범하고 특목·자사고 학생만이 특별취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모습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는 그리고 특히나 학생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특목·자사고 학생들을 특별 계층으로 여기는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인식을 단번에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계속된다면 공부만을 성공의 길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학생들의 꿈을 짓밟는 행위이자 직업 다양성을 파괴하는 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인식은 결국 사라져야 할 것이고 이 인식을 없애기 위해 새 정부는 더욱더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위에서 필자가 주장한 3가지 정책을 지금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행보를 시작한 만큼 청소년들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하고 받아들여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정책을 시행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처럼 청소년들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변하는 교육정책을 따라가기만 하는 실험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교육현장에 있는 학생들이 원하고 바라는 교육정책을 시행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 수렴되는 현장을 몸소 느끼면서 청소년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앞으로의 5년이기를 바란다.
청소년들의 의견을 듣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이러한 변화가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게 된 첫 해인 만큼 색다른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변화 없이 더 좋은 세상은 있을 수 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제 9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