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칼럼11] 대선후보의 주요 교육공약, 평가결과를 공개한다!(Revised)
1. 시작말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 윤곽이 드러났다. 과연 이런 공약들이 지금 시점의 가장 절실한 의제를 반영하고 있는지, 공약의 실현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공약이 실행되면 학교교육의 질이 좋아질 것인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크지는 않는지 등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이번 공약들을 보면 ‘무학년 학점제 도입’처럼 대부분 간단히 제목만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입 배경과 목적, 도입했을 때 이것이 가져올 변화나 장단점 등이 자세히 함께 제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 또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공약은 좋게 보고 반대하는 후보의 공약은 깎아 내릴 가능성, 공익적 측면보다는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가 우선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그뿐이 아니다. 공약으로 제시되기에는 아직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겠습니다”처럼 확약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공약 평가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평가의 기준이 필요한데 세계 어디에도 모두가 공감하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필자가 기존의 관련 연구 결과들을 참고해 평가 목적에 맞게 평가의 틀을 직접 제시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평가해보자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평가를 통해 공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아래의 관점별 공약평가를 보면 주요 교육개혁 의제에 대해 어떤 후보는 공약화 했고 어떤 후보는 공약화 하지 않았는지, 어떤 공약이 지금 시점에 시의적절한지, 실현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실행되었을 때 이것이 가져올 긍정적/부정적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울러 매우 중요한 교육의제인데도 불구하고 후보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이를 공약화하도록 촉구하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끝으로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적절한 공약은 폐기하도록 압력을 넣거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되자는 것이다.
2. 평가지표의 도출
선거 공약을 평가하는 평가지표 중 교육 공약을 평가하기에 적합한 것은 이제껏 보지 못했다. 흔히 ‘S·M·A·R·T 평가지표(☞ 부록)’를 약간 변형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 이는 기업에서 경영목표(goals, objectives) 설정을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그리 추천할만한 것이 못된다. 필자는 지난 2월 2일자 칼럼에서 ‘각 후보의 대선 교육공약 평가를 위한 10가지 질문’이란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이미 제시한 바 있다(일부 변형).
① 공약 이전에 교육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② 현 교육위기를 타개할 핵심의제를 도출하고 타당성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가?
③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에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공약인가?
④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⑤ 학생의 삶과 성장을 중심에 두는 것인가?
⑥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지향하는가?
⑦ 적정 수준의 교육 자치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⑧ 학교 민주적 리더십 확보를 위한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⑨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개선책이 충실한가?
⑩ 실현가능성과 중요성/실효성이 있는 공약인가?
그러나 이상과 같은 질문형 평가는 그리 일반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들 질문을 평가지표를 설명하는 요소로 넣어 새로운 평가지표를 아래와 같이 만들어 보았다. 아래 표의 적합성, 실현가능성, 효과성, 구체성 등은 공약을 평가할 때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검증된 지표들이다. 이러한 각 평가지표 아래에 제시된 2가지 질문은 평가지표에 대한 정의이자 설명이다.
▶ 교육 공약 평가지표 5가지
이어서 공약을 ‘주요 영역별 개괄적 논평’, ‘비전지향 공약제시 여부’, ‘주제별, 후보별 비교 평가’, 이렇게 3가지로 나누어 평가해 보았다.
3. 공약 평가(1) – ‘주요 영역별 개괄적 논평’
주요 후보별 교육공약을 몇 가지 주요 영영별로 평가해보기로 한다.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투자 강화”, “학교교육의 정상화”, “입시 경쟁의 완화”, “교육격차 완화”, “모두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키우는 교육 실현”, “대입전형 및 평가 개혁”, “교원 양성·진급·전보 제도 개혁”, “학교자치를 뒷받침할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 체제 도입”, “고등교육 개혁”, “평생교육 체제 구축” 등이 대표적인 영역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역별 논평을 통해서 주요 영역에 대한 후보들의 개혁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수 있다.
(1)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투자 강화
대부분의 후보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공약이 재정이나 시설, 구조 등에 머물고 영유아 보육·교육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지에 대한 공약은 부족한 편이다. 아쉬운 지점이다.
(2) 학교교육 비정상의 정상화
학교교육의 비정상적인 면은 너무 많다. “학교는 병든 환자는 내팽개치고 건강한 환자만 돌보는 병원 같다”란 말로 요약되는 부도덕성, 물리적 나이만 같으면 같은 학년에 배치시키고 동일한 내용, 수준으로 가르치는 관행, 가장 우수한 학교는 상위권 대학에 더 많이 보내는 대학이라는 저급한 인식, 학생을 점수로, 학생부 기록으로 줄 세우는 것을 학교의 주요 기능으로 삼는 현실, 옆의 동료가 시험에서 실수해줘야 자신에게 유리한 상대평가, 교사와 학생 간의 적대적 관계 존재, 교사는 중앙정부가 만들어 내려 보내는 교육과정을 전달하는 존재로 머물고 있는 점, 가르친 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현실 등은 학교교육의 비정상성의 대표적인 것들이다. 선거 공약이 질적인 향상을 위한 것에 좀 더 집중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교육의 질 향상에 좀 더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공약이 적은 것은 “선거 공약은 정치적 목적이 앞선다”는 접근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3) 입시 경쟁의 완화
살인적 입시경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노력도 실질적으로 입시경쟁을 줄이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학벌의식, 일자리 부족, 사회 안전망 미흡, 높은 인구밀도 등의 사회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다. 후보들마다 관심은 크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국공립대 네트워크화도 실행가능성, 효과성 측면에서 매우 불확실하다. 교육적 가치도 크고 경쟁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도해볼만한 것 중 하나가 ‘수능 절대평가화와 추첨의 도입’이다. 수능의 절대평가화를 공약으로 건 후보는 있지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한 절대평가와 추첨제 도입 검토’ 정도라도 과감한 접근을 하는 후보가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4) 교육격차 완화
세계 주요국들은 격차 완화를 교육개혁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삼는다. 그래서 “모든 아동은 (아동에게 맞는 내용, 수준, 교수법을 적용하면)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신념을 교육과정에 명시한다. 한국은 “될 놈 안 될 놈은 떡잎부터 안다”는 속담처럼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동들을 일찍이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 아동에 대한 조기 개입이나 보정교육 시스템이 매우 미흡하다. 이들의 소외, 이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를 들어 “(긍정적 차별 정책을 통한)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 같은 정책을 선언적 수준에서라도 공약으로 내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교육격차 완화를 소홀히 하면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막고 사회통합의 장애요인이 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된다. 이 분야에서 더 진전된 공약들이 나와야 한다.
(5) 모두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키우는 교육 실현
위 (4)와 맞물린 문제다. 아동들은 잠재력이 다르다. 강점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학교교육은 여전히 인지적 학습 결과를 위주로 학생을 줄 세우고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어떤 후보라도 “교육의 이름으로 학생들을 승자와 패자로 가리는 짓을 5년 내 중단하겠습니다. 각 아동의 잠재력과 강점을 키우는 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그 방안까지 공약에 포함시킬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6) 대입전형 및 각종 평가 개혁
대입전형 및 각종 평가 개혁은 매우 난해한 문제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학교교육의 최대 목표로 삼는 문화가 변하지 않는 한 대입제도를 어떻게 변경해도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 중심의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가령 어떤 후보가 “저는 대입전형 3대 원칙(예: 선발의 공정성 원칙, 고교 정상화 견인 원칙, 적격자 선발 원칙)을 가지고 새로운 대입전형을 고안하겠습니다.”와 같은 공약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매우 아쉽다. EBS 연계 수능출제 제도는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고 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표”풀리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7) 교원 양성·진급·전보 제도 개혁
학교의 문화, 책무성, 혁신성 등과 관련해서 “학교에 주인이 없는 것이 문제다”란 말을 종종 한다. 자주 이 학교서 저 학교로 옮겨 가기 때문에 학교가 내 학교, 내 책임(ownership)이란 의식이 부족해 적당주의가 만연한다는 것이다. 매우 일리 있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공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표”풀리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8) 학교자치를 뒷받침할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 구축
이에 대한 후보들의 관심은 매우 크다. “교육부 기능 축소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대표적인 공약이다.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교육부의 기능 축소 후 현 교육부 정책기획 및 결정에 대한 권한을 국가교육위원회가 가져가는 방식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현장 교육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권력이동만 낳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옥상옥을 만들고 심의의결과 집행의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수많은 갈등과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위원회의 합의제로는 실질적인 합의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의 기능 중 국가가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것만 남기고 그 외의 나머지를 시도교육청이 담당케 하는 교육자치 실현에 집중하는 것이 바른 접근이다.
(9) 고등교육 개혁
주요 후보들 모두가 대학의 체제 및 구조 개혁,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등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공약들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학의 역할을 무엇이어야 하는지, 왜 한국의 대학은 특성이 없고 모두 비슷한지에 대해 통렬한 성찰과 개혁이 있어야 한다. 고등교육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질높은 공약이 부족한 점이 매우 아쉽다.
(10) 평생교육 체제 개선
100세 수명 시대를 앞두고 질높은 평생교육 체제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관한 공약들이 구체성을 띄고 있는 경우도 있어(안철수 후보) 기대가 된다.
이상과 같이 후보들이 제출한 교육공약은 앞으로 많이 수정·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어서 각 후보들이 제출한 공약을 중심으로 각 공약의 적합성, 실현가능성, 효과성, 구체성 등을 따져볼 것이다. 이는 순전히 필자의 개인적 평가이며 평가 예시의 성격을 지닌다. 독자 제위께서 스스로 평가해 보길 바란다.
4. 공약 평가(2) – ‘비전지향 공약제시 여부’
교육공약을 도출할 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그 사회의 사회비전을 고려하면서 교육비전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약을 개발한다. 그러나 이번에 각 대선 후보들이 제출한 공약들은 그러한 절차에 따라 도출한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대부분이 공약들이 분절적이다. 하지만 2명의 후보(홍준표, 심상정)의 경우는 제시한 비전과 구체적 공약 간에 연계성이 비교적 크다.
비전이란 한 조직이나 단체가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직한 미래상(an image of the future we seek to create)이자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즉 비전이란 ‘꿈(dream)이 담긴 목표(goal)!’인 것이다. 공약평가에서 비전 제시 유무를 제 1번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그 중요성 때문이다. 교육비전은 최소한 10년 후 이루고자 하는 바람직한 우리 교육의 모습니다. 비전은 나아갈 큰 방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열망을 담는 것이어야 한다. 비전은 노력을 어디에 집중시킬지를 안내하며, 비전은 주요 결정을 내릴 때 판단 기준이 되고, 비전은 구성원들을 묶어주는 끈끈한 유대의 힘이 된다. 비전은 또한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아울러 비전은 교육의 모든 당사자들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이것이 비전이 주는 효익이다.
가슴 뛰게 하는 교육비전을 보고 싶다. 가령 “민주적 학교 문화 실현(존엄성 지켜주기, 배제 않기, 다양성 존중, 공정한 기회 제공, 안전한 학교)”, “차별이 없는 정의로운 교육 실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입시 경쟁교육의 10년 내 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성적으로만 줄 세워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교육을 10년 내 종식”, “모두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하는 교육” 등과 같은 것을 먼저 비전으로 제시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개별 공약을 제시했더라면 차별성도 있고 온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접근에 근접한 후보가 2명 있어서 다행이다. 비전의 요건을 가장 잘 갖춘 것은 홍준표 후보가 제시한 슬로건이다. 홍 후보는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는 힘(전체),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 희망사다리 구축(교육)”을 대선 비전 슬로건으로 삼았는데 전자는 사회비전이고 후자는 교육비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비전과 구체적 공약 간의 긴밀한 연관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한편 심상정 후보의 “‘죽은 경쟁교육 혁파하고 삶을 안내하는 살아있는 교육으로 교육혁명 추진’하겠습니다.”는 내용과 형식 모두 비전이라 할 수 있다.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도 비전과 연계성이 비교적 큰 편이다.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란 표현은 매우 중요한 가치을 담고 있지만 비전이기에는 너무 지엽적이다. 오히려 각론으로 제시한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다시 세우겠습니다”, “교실혁명으로 교육혁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등이 비전에 가깝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을 비전이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공약 개발을 이와 연계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교육공약의 ‘목적1: 미래를 여는 창의, 인성 교육’이란 것이 있지만 이는 말그대로 목적이지 비전이 아니다. 공약집에서 소개하고 있는 목적 1~4를 하나로 묶어줄 그런 비전이 없다.
비전 지향 접근은 비전과 공약 간의 연계성, 및 통합성을 중시한다. 핀란드가 교육을 개혁할 때 비전기반접근(vision-based approach)을 하는데 매우 모범적이다. 이런 접근의 핵심은 비전의 제시와 함께 이 비전 달성을 하기 위한 핵심성공요인(critical success factors: CSF)을 도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에 의하면 비전을 먼저 설정하고 이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성공요인(CSF)를 도출하고 이를 공약으로 제시하게 된다.
비전도 없고 비전과의 연계도 약한 공약은 실행된다 하더라도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원칙적으로는 사회비전이 먼저 도출되고 거기서 교육비전이 도출되어야 순서상 맞다. 홍준표 후보의 공약이 그런 형식에 가깝다. 물론 갑작스런 대선이라 교육비전과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핵심성공요인(CSF)을 제대로 도출하기에는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5. 공약 평가(3) – ‘주제별, 후보별 비교 평가’
약속이나 한 듯이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이 매우 많이 닮았다. 공약을 도출한 영역도 거의 일치하고 구체적인 공약도 똑 같거나 비슷한 것이 많다. 그래서 주요 영역별로 후보들의 공약을 앞에서 소개한 2.의 평가지표를 통해 평가해 보았다. 이는 순전히 필자 개인의 평가일 뿐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고, 독자들께서는 독자들의 가치, 철학, 소신 등을 반영해 평가해 보시기 바란다.
(1)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문재인 – 교육부 전면 개편, 조직 축소(국가교육회의 → 국가교육위원회)
•홍준표 – 교육부 유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하고 정책기획 담당
•안철수 –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지원처로 축소 개편;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정책 결정
•유승민 – 미래교육위원회 설치해 기획기능 담당(교육부는 양극화 해소 등 교육복지 및 평생교육 중점으로 개편)
•심상정 – 교육부 존속; 교육미래위원회 설치(중장기 교육정책·전략 수립)
[논평] 국가교육위원회 안은 문제가 많아 막상 실천에 옮기려 하는 순간 수많은 장애에 부딪치게 될 것임. 적절성, 실현가능성, 효과성 매우 낮음.
(2) 학제 개편
•문재인 – 학제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 제시
•홍준표 – 현행 6-3-3 유지 (단계적 학제 개편 추진)
•안철수 – 5(초등)-5(중학)-2(고교 – 진로탐색/직업학교)
•유승민 – 현행 6-3-3 유지(선거 연령 낮출 시 초교 입학 연령 낮추는 것 고려)
•심상정 – 학제개편에 반대한다는 의견 제시
[논평] 학제 개편은 이로 인한 혼란과 비용을 고려할 때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고, 교육과정의 운영방식의 혁신으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어서 시도하지 않는 것이 타당해 보임.
(3) 외고, 자사고, (과학고) 폐지
•문재인 –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
•홍준표 – 특목고는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보완
•안철수 – 외고·자사고·국제고는 선지원 후추첨 제도로 전환; 과학고·영재고는 (일반고의) 진로탐색학교에서 학생을 위탁받아 교육
•유승민 – 자사고와 외고 폐지, 학교에 학생우선 선발권 부여하지 않음, 같은 시기에 학생을 모집하고 정원을 초과한 학교는 추첨을 통해 선발
•심상정 –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
[논평] 외고, 자사고, 국제고의 폐지와 일반고 교육과정 다양화, 유연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함. 그렇지 않으면 폐지의 명분과 효과가 약함.
(4) 대학서열 완화 및 대학 균형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대학 설립
•문재인 – 한국형 네트워크 대학 체제 구축(거점별 지역 국립대 투자 확대, 공영형 사립대 육성); 서울대-지역국립대 공동입학·학위제 검토
•홍준표 – 연합대학/공유대학 구축(교육의 질과 운영 효율성 제고)
•안철수 – 미래 사회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전문대학의 체제 개혁,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활성화 방안 등을 제안; 대학의 특성별(연구 중심, 직업 중심, 평생교육) 자율적 연합 지향
•유승민 – 언급 없음
•심상정 – 대학통합네트워크 3단계 안(1단계-공동교육과정, 학점교류, 전학과 전과 가능한 교육과정 클러스터 구축; 2단계-공동학위; 3단계-통합전형으로 학생선발)
[논평] 대학서열 완화 및 대학 균형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대학 설립은 목적을 분명히 했으면 함. 상위권 대학을 그대로 두고 일부 대학의 부분적 네트워크화로 실질적 대학서열 완화는 이루기 어려움. 그리고 수시전형이 대세인 시대에 공동입학의 자격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깊은 연구가 필요함.
(5) 대입전형 개선
•문재인 – 입시단순화; 2021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전형으로 간소화;
•홍준표 – 현행 수시-정시 체제 유지
•안철수 – 수능 자격고사 합격 후 학생부 제출 및 면접으로 선발; 대학별 논술고사 폐지, 진로탐색학교의 진로탐색기록부, 대학의 입학사정관에 의한 평가와 면접 등으로 학생 선발(학제개편과 병행 추진)
•유승민 – 대입제도 단순화(학생부, 수능, 면접으로 선발); 대학별 논술 폐지; 교내 수상경력 입시 미반영
•심상정 – 2021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전형으로 간소화; 고른 기회 대입전형 22%로 확대, 주요 대학은 고른 기회와 지역균형 합하여 50% 되도록 행·재정 지원
[논평] 대입전형 개선의 방향으로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수능전형으로 간소화하자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으나 학생부종합전형의 자료 생산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 개선을 언급하지 않은 점이 아쉬움. NEIS의 전면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없는 점이 매우 아쉬움. NEIS가 학교교육의 질을 훼손하는 주범이란 인식이 부족해 보임.
(6) 수능시험 개편 – 자격고사화
•문재인 – 수능 비중 축소, 수능 자격고사화
•홍준표 – 언급 없음
•안철수 – 수능 자격고사 전환(학제개편과 병행 추진)
•유승민 – 수능 최소한의 자격시험 전환
•심상정 – 언급 없음
[논평] 수능의 자격고사화는 수시가 대세로 자리 잡는 한 최저학력기준의 의미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음. 수능에 논·서술형이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시험의 타당성이 높아지고 정시의 비중도 커질 수 있음. 후보들이 수능의 자격고사의 의미, 적용 환경 등에 대한 명확한 이해 속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음.
(7) 수능시험 개편 – 절대평가 전환
•문재인 – 2021년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도입
•홍준표 – 언급 없음
•안철수 – 언급 없음
•유승민 – 언급 없음
•심상정 –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논평]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음. 내신 절대평가를 견인함으로써 내신평가를 무리하게 비틀어 출제하는 일도 줄일 수 있음. 절대평가 도입은 실현가능성도 높고 효과성도 높아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사안임. 문재인, 심상정 후보만 전환을 약속하고 있으나 다른 후보들도 동참할 필요가 큼. 절대평가로의 전환 취지를 살리기 위해 5등급 절대평가와 추첨체 병용을 적극 검토해야 함. 9등급 상대평가를 5등급 절대평가로 바꾸는 일은 대학의 설득이 관건임. 대학은 가령 서울대라면 수능 1등급, 내신 1등급 학생을 대상으로 추점 전형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 대학이 기본 수학능력이 있는 학생을 뽑아 가르치기 경쟁을 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행사해야 함. 아울러 모든 후보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으로 내 걸아야 함.
(8) 무학년제 및 학점제
•문재인 – 고교 학점제 도입
•홍준표 – 언급 없음
•안철수 – 무학년 학점제 도입 검토
•유승민 – 수강 신청제 정착 후 무학년제로 전환
•심상정 – 일반고 선택과목 중심의 무학년제
[논평] 무학년제나 학점제의 도입은 가히 혁명에 가까움. 특히 무학년 학점제인 경우 그 영향은 더욱 강력함. 이는 2/3 출석만 채우면 고교 졸업장을 주는 관행을 마무리하고 일정한 성취수준에 이른 수강생만 이수 증명서를 받을 수 있음. 이는 현재의 무책임한 진급제도, 졸업제도를 개선한다는 의미, 역량 없는 교사에게 노력하게 만드는 효과(수강신청을 기피할 테니까) 등 다양한 변화가 예상됨. 고교 졸업자격을 2년 만에 갖추는 학생, 재수강 때문에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음. 유승민 후보는 학점제부터, 심상정 후보는 무학년제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음. 시범 운영을 통해 추진 순서와 일정을 잡을 필요가 있음.
(9) 대학기회균등 전형
•문재인 – 대학기회균등 전형 의무화
•홍준표 – 언급 없음
•안철수 – 지역균등과 기회균등 입학 전형의 확대; 저소득층, 소외계층, 지역별 학생 맞춤형 특성화 교육 지원
•유승민 – 언급 없음
•심상정 – 고른 기회 대입전형을 11%에서 22%로 확대, 주요 대학은 고른 기회와 지역균형 합하여 50% 되도록 행재정 지원
[논평] 고른 기회 대입전형의 의무화나 확대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이 소득 격차, 불평등 심화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조치는 매우 바람직함. 국공립대부터 이런 전형을 과감히 실시할 필요 있음. 모든 후보가 고른 기회 전형의 확대를 공약으로 삼는 것이 필요함.
(10) 누리과정에 대한 지원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을 말하며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재인 – 어린이집 비용 전체 국가가 부담
•홍준표 – 누리과정 소득하위 20% 이하 지원액 2배 인상
•안철수 – 만 3~4세는 유아학교를 통해 국가가 책임을 짐(유치원 2년간 공교육화)
•유승민 – 누리과정에 대한 지원금 인상
•심상정 –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원을 교육부 및 교육청으로 이양 및 국고 지원; 누리과정 지원 단가 늘림
[논평]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하는가를 두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등이 있었으나 차기 정부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예상됨.
(11) 유아 교육·보육 통합
•문재인 – 언급 없음
•홍준표 – 언급 없음
•안철수 – 보육유아교육 통합과 행정 효율 제고; 어린이집(복지부), 유치원(교육부)의 보육과 유아교육 관할 부처 통합
•유승민 – 언급 없음
•심상정 – 교육부로 유보통합(보건복지부 관련 조직의 이관으로 교육부는 2차관, 교육청은 복수 부교육감 제시)
[논평] 현재 유아교육계와 보육계는 교육과 복지라는 서로 다른 가치 체계, 이로 인한 중복적인 관리체계부터 오는 불편, 교사 자격과 수급 문제, 교사의 체계와 양성과정의 차이, 교사 근로 시간과 수준의 차이, 교사 급여의 차이, 지원부서의 이원화, 국공립과 민간시설의 차이 등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모순적인 구조가 큼. 차기 정부는 유보통합에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함. 이에 대한 후보들의 관심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인식의 부족이 때문이거나 이를 둘러싼 갈등, 해결의 복잡성 등을 고려해 공약으로 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음.
6. 맺음말
짧은 기간에 많은 공약을 구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자신이 집권하면 교육 개혁의 큰 방향을 이렇게 짜겠다는 식으로 공약을 제시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결과가 매우 불확실한 공약들(예: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학제 개편)이 힘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우려스럽다. 제도를 바꿔도 교육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 주요국들은 과거 수십 년을 통해서 몸소 경험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선후보들은 여전히 뭔가 있어 보여서 그런지 제도 개혁에 매달리고 있다. 이것이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도 말이다.
또한 꼭 있어야 할 공약이 없는 것도 문제다. ‘개인 주도 맞춤 학습 실현 5년 계획 도입’, ‘EBS 수능 연계제도 폐지’, ‘학원 휴일 휴무제 도입’, “교원 양성·임용·전보 제도 개혁” 등에 대해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로 하여금 공약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검토 받는 과정을 가졌으면 얼마나 신선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이라도 학생들로 구성된 공약 검토팀을 만들어 운영하기를 바란다. 아래는 최근 교육 공약에 대해 학생들이 논평한 말이다.
“지금 상황을 보자면, ‘물이 있다. 고여서 썩어 있다. 이 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고 어느 틀에 옮겨 담을지만 고민한다.’”
“교육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좀 더 과감해졌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도 비판받는 게 싫어서 돌려 막기식으로 땜질만 하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을 만들고 학교를 운영하는 데 학생이 직접 참여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인적 자원이라는 말을 한다.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하며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하는 애들을 더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할 수 있도록 학생 한명 한명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
“왜 교육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이 없다.”
“모든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수능, 학생부종합전형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외고나 자사고가 없어지면 과학고나 강남 3구로 몰릴 거다.”
“지금 학종은 교사 역량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담임 로또’라고 한다.”
“수능 자격고사화는 절대평가랑 같다. 그럼 학생부랑 면접이 중요해지면서 교내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 몰아주기 할 거다.”
“‘대학을 잘 가게 해 주겠다’보다 ‘충분히 꿈꿀 수 있게 해주겠다’였으면 좋겠다.”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 저마다 다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수준별 수업으로 심화과정에만 학생이 몰린다면 또 다른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성공이 아니라 우리 자체이다.”
(출처: 한겨레 2017년 4월 25일)
앞으로 어떤 교육개혁도 학생과 교사를 변화의 파트너로 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선거 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각 후보들은 기존의 공약을 재검토한 후 수정·보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 달성을 위한 개혁안을 공약으로 삼으면 가장 돋보이고 공감이 큰 공약이 될 것이다. 좀 더 나은 교육 공약을 기대해본다.
[알림] 평가에 활용한 각 후보의 공약이 일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공약이 수정, 보완되고 있고 필자의 팩트 체크가 완전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서 사실과 다른 것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록] S·M·A·R·T 평가지표
•Specific : 표현을 구체적으로 하여 “저녁 10시 이후는 학원 영업을 금지하는 것을 법제화 하겠다”
•Measurable : 측정 가능한 지표를 활용하여 “학교자치 비율을 5년 내 50% 이상 개선하겠다.”
•Aggressive & Attainable : 목표를 공격적이고,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대입 기회균등 전형 비율 50%까지 확대하겠다.”
•Relevant : 목표 설정에 관련 있는 내용으로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돕기 위해 ‘1수업 2교사제’를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곳부터 보조교사를 배치하겠다.”
•Time-bound : 과제의 완료시한을 설정하여 “2018년 1학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적용하겠다.” 등의 준거로 평가하도록 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