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칼럼 10]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 무엇이 문제인가?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이 대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의제들이다. ‘수능의 자격고사화, 고교체제 및 학제 변경, 2021학년도부터 사용될 새로운 수능체제 및 대입전형 개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공약은 그동안 한국 학교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것들 가령, ‘지식 전달식 입시경쟁교육’, ‘교육정책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복잡한 대입전형’,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안된 것들이다.
그런데 과연 차기정부가 이런 교육 의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옳을까? 필자가 보기에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은 크게 4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미래 학교교육의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뭐가 문제니 바꾸자는 식의 병리적·분절적 접근이다. 교육문제는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이런 접근으로는 어떤 교육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교육공약 개발은 다음 2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미래 학교교육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것(=가장 바람직한 미래 학교교육의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가?” 둘째, 공약의 초점이 학교교육의 질 향상보다는 체제와 형식의 변경에 치우쳐 있다. 제도를 바꾼다고 학교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후보들이 제도 변경 위주의 공약을 내놓는 것은 교육변화의 원리를 몰라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교육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더 무게를 두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셋째, 문제 해결의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가 심하다. 새로운 교육비전과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공약을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넷째,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약이 기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먼저 교육공약의 주요 문제점을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세계 교육 변화의 큰 흐름을 반영하는 교육 공약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1. 교육공약의 공통적 문제점 4가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이 갖는 4가지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개선책까지 모색한다.
1) 미래 교육에 대한 비전의 부재
교육비전은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직한 교육의 미래상이다. 현재 한국 교육에는 가슴 뛰게 하는 교육비전이 없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비전 “빈곤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A just world without poverty)”은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대선 후보들은 “(사회적 합의를[혹은 압력을] 통해) 입시 경쟁교육을 종식기키겠습니다.”, “(사회적 합의를[혹은 압력을] 통해) 성적으로만 줄 세워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교육을 중단시키겠습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통해) 모두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하는 교육(Excellence through Equity)을 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가슴 뛰게하는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것일까? 학생평가를 3~5등급 절대평가로 바꾸고 내신과 수능 모두 1`등급에 속하는 사람부터 희망하는 대학의 학과에 배치를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자격을 갖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추점 배정을 한 다음 대학이 가르치기 경쟁을 하면 현재의 경쟁교육을 상당한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 세번째 것은 OECD를 비롯해서 많은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비전이자 교육 개혁의 방향이다. 제발 ‘창의·융합형 인재양성’ 같은 낡고 도구주의적 구호를 교육비전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 많은 대통령이지만 트럼프는 때론 매력적인 문장도 구사할 줄 안다. 그가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소리높혀 약속했던 말이 있다. “실패하는 학교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하겠습니다. 자녀들이 안전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부모를 지원하겠습니다(바우쳐 제도의 강화를 말하는 것임).”가 대표적인 예다.
모든 선거 캠프가 교육공약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팀을 운영하고 있다. 부탁한다. 가슴 뛰게 하는 교육비전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공약을 개발해 주기 바란다. 만약 교육비전을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통해) 모든 아동·청소년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하는 교육”으로 잡았더라면 각 후보가 내놓고 있는 공약의 내용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구체적인 공약 개발 이전에 비전을 먼저 설정하는 것은 한국 교육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이런 장기적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단기적 방안만 얘기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모든 공약은 비전과 연계되어야 하나 모든 후보들의 지금의 공약은 철저히 분절적이다. 이런 식의 공약은 실천에 옮긴다 하더라도 학교교육의 질이 나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2)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 여부 불확실
공약의 초점을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 두기보다는 체제와 형식의 변경에 너무 치우쳐 있다. ‘수능의 자격고사화, 고교체제 및 학제 변경, 2021학년도부터 사용될 새로운 수능체제 및 대입전형 개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학교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할 점은?”이라고 설문을 해보라. 아마 대선 후보들이 다투어 공약으로 삼고 있는 ‘수능의 자격고사화, 고교체제 및 학제 변경, 2021학년도부터 사용될 새로운 수능체제 및 대입전형 개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은 전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선 후보들이 학생, 교사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문제점들을 잘 모르거나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자기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개인의 선택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과정선택 혹은 과목선택기회 확대) 고교 교육과정의 운영이 필요하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고교과정에서 무학년 학점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별교육과정(Individual Education Plan: IEP) 운영도 보편화되어 있다. 한국도 이런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3) 문제 해결의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대표적 공약들을 보면 문제 해결의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가 심하다. 아마 공약 개발진이나 후보들이 급하게 공약을 개발하다보니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21세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공약을 개발하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대선 공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문제해결의 과정이기도 하다. 문제해결기법으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다. 디자인 싱킹은 관찰·공감을 통해 인간을 이해한 뒤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다수의 해결책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의 반복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아래와 같이 5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① 공감하다(=관찰, 인터뷰 등을 통해 학습자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② 과제를 정의하다(=학습자의 욕구조사와 시사점을 바탕으로 핵심질문을 도출한다).
③ 아이디어를 도출하다(=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한다).
④ 시안을 만들다(=최종 선택된 아이디어를 현장적용을 위해 시안을 만든다).
⑤ 작동여부를 확인한다(=시안을 현장에 적용하고 효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다).
예를 들어, ‘교육정책의 중앙집권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폐해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나 ‘어떻게 하면 진정한 학교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가?’를 핵심 질문으로 삼아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를 적용해 보자. 아마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같은 안을 제안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제도로 변경을 해도 그것은 현장을 힘들게만 할 것이기 때문에 제발 아무 것도 새로운 것을 내려 보내지 말라는 것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답일 것이다. 또한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지원과 최소한의 장학으로 한정하도록 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을 대폭 단위학교로 이양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교교육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교육자치의 실현이 필요하다. 이런 자치를 막는 것이 교육부인가 법인가? 법이다.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교육 자치를 가로막고 있는 교육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조세제도를 개정하는 일이다. 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처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공약은 그 목적과 수단이 불일치한다.
또 다른 예로 공동입학, 공동학위제를 특징으로 하는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 공약도 그렇다. 수시전형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공동입학을 어떤 기준으로 한다는 것인가? 공동입학은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을 자격고사 성격으로 전환해 활용하겠다는 것 아니었는가? 대학의 신입생 모집 인원보다 대학 진학희망자 수가 더 적은 날이 코앞에 닥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배치를 위한 자격고사란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이와 같이 대부분의 공약이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약으로 말하면 환자의 증세에 맞지 않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문제 해결의 방식이 결점보완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낡고 닫힌 접근법이다. 문제해결 방식으로 비전과 목표 달성에 초점을 두는 디자인 싱킹의 방법으로 열린 접근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4)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커 실패할 가능성 높음
공약을 제안하는 측에서는 순기능 위주로 생각하고 역기능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 어떤 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교육개혁은 대부분 실패한다. 이런한 이유로 증거기반 교육정책의 도입은 매우 중요하다. 증거기반이라 함은 시범 운영을 통해 교육의 질 향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이것이 지속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갖는 것을 말한다.
학제 변경,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의 공약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어떤 후보의 공약의 하나인 2(유치원)-5(초등)-5(중)-2(고: 진로탐색/직업체험)로의 학제 개편 안의 경우를 보자. 이미 과거에도 있었던 학제개편 논의는 그로 인한 혼란과 비용에 비해 얻는 것이 너무 작다는 이유로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유치원 2년은 학제 변경 없이 실질적 지원을 통해 공교육화하면 된다. 중학교를 5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무상·의무교육 연한을 2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입시중심 교육의 분위기를 중학교 저학년까지 연장할 우려도 있다. 미래의 학교교육은 아동들의 다양성 존중을 위해 모든 아동이 공통으로 배워야 할 내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흐름인데 이런 학제 개편은 이와 역행한다. 고교 3년을 2년으로 줄이고 이를 ‘진로탐색/직업체험’의 기간으로 삼겠다는 것도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미래 직업 세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 발표처럼 2025년이면 오늘날 직업의 50%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오늘날 학생의 65%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정한 진로탐색은 초·중·고 모든 과정에서 학생 주도 학습을 실현하는 일이다. 이때 각자의 잠재력, 흥미, 강점 등이 드러난다. 실질적 진로탐색의 키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리고 지금의 학생들이 마주할 미래 사회에서는 평생학습능력, 21세기 핵심역량, 적응력, 소프트 스킬 등의 함양에 초점을 두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학제 개편은 필요성은 있으나 이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이 8년은 족히 걸릴 대 작업이다. 무학년 학점제 도입과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그 필요성을 흡수하는 것이 보다 타당해 보인다.
어떤 개혁안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클 것이란 것은 그 정책이 실패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교육변화의 원리를 잘 몰랐다는 점을 통렬히 성찰해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새로운 정책의 도입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개인(교사)의 의식과 개인이 속한 집단(학교)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역량(자원포함)과 여건(의미, 동기)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개혁을 성공시킬 역량과 여건을 마련하는 일에는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육개혁이 실패하는 것이다.
2. 세계 교육개혁의 큰 흐름을 반영하는 대선 공약 도출
초중등 교육은 교육개혁에 있어서 기존의 접근으로부터 패러다임의 대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교육공약을 개발할 때 세계 교육의 큰 흐름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에도 대부분 유효한 것들이어서 이를 고려한 공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세계 교육의 변화 흐름을 반영한 공약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첫째, 제도의 개혁보다 학습(learning)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과거 20-30년간 제도의 개혁에 매달려봤지만 교육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성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지식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의 활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금의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마주할 문제들이 매우 풀기 어려운 것들이란 점 때문이다. 지식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지식의 습득이 가장 중요했지만 지금은 21세기 사회에서 생존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식의 활용이 중요하다. 이것이 역량교육의 강조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교육의 변화는 주요국들의 비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오래 전부터 국가 교육비전으로 ‘Learning nation, Thinking school’이란 비전 슬로건과 함께 ‘Teach less Learn More.’란 교수법 비전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교육의 대변화를 시도했다. ‘Teach less Learn More.’는 전 세계 주요국들이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2015개정 교육과정을 개발하기에 앞서 전문가 포럼에서 강조했던 표현이다. 이는 원래 교사 주도로 표준화 시험의 성적 향상을 위해 많은 양의 지식을 전달하려 하지 말고 풍부한 상호작용을 통해 깊이 있는 이해와 지식의 적용과 활용을 강조하가 위해 만들어진 표현이다. 이는 또 한편으로는 교사중심 지도(teacher-centered teaching)에서 학생중심 학습(learner-cenered learning)으로 전환하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학습량 즉 성취기준을 대폭 줄여야 한다. 지식의 습득이 중요했던 과거 산업시대의 학습량을 그래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속된 표현으로 ‘진도빼기식 수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이런 학습은 선행학습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학습이 학습자 자신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수동적 학습자를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이런 수업을 통해서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같은 역량을 개발할 수 없다.
▶ 관련된 공약: 고교 학점제, 수강신청제, 무학년 학점제 (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 예시: 학생주도 수업을 위해 교사가 주도하는 시간(예: Teacher Talking Time, TTT)을 총 수업시간의 50% 정도에서 점차 20% 수준으로 줄이고 학생이 주도하는 시간(예: Student Talking Time: STT)을 늘림; 교사의 역할 변화를 강력히 추진함(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안내자/촉진자/공동학습자 등으로 전환)
둘째,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을 교육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세계의 주요국들(예: 핀란드,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온타리오 주 등)은 “모든 아동에게 공정한 교육을 제공하여 잠재력을 최고 수준으로 실현하기(Excellence through Equity)”를 교육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다음을 교육자의 신념으로 삼는다.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학업성취도 격차를 완화한다”
이상의 두 가지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첫 번째 신념은 아동이 배움에 실패하면 이는 아동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무능, 교수법의 부적합 때문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세계의 주요국들은 공정하고 형평성을 고려한 지원을 뜻하는 equity 실현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한 교육의 실현을 위해 재정의 배분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과감한 긍정적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 관련된 공약: 대입 기회균등 전형 50%까지 확대(심상정); 대학 기회균등전형 의무화(문재인)
▶ 예시: 층위별(layered) 교육과정 운영; 보편적 학습설계(UDL) 도입을 통한 개별화 교육 실현; 중학교부터 강점 기반 교육과정 운영; 학생과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 실현
셋째, 학생의 건강을 주요 교육목표로 포함시킨다.
초·중·고 학생들 중 건강상태가 위험군인 비율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 648만명 중 105만명(16.3%)은 우울증 징후를 보이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관심군(群)’이고, 그중 22만명(4.5%)은 바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주의군(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를 벌인 결과다(조선일보, 201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2/08/2013020800094.html
어떤 과학고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학생 비율이 1/3이나 된다고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최근 교육 목표를 바꾸면서 학생의 건강 증진을 4대 교육목표의 하나로 삼았다. 이때의 건강은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 상태 모두를 지칭한다. 한국도 학교교육의 목표의 하나로 건강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때 교사의 건강도 함께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예방과 조기개입을 해야 할 것이다.
▶ 관련된 공약: 예체능 교육의 활성화(문재인)
▶ 예시: 입시경쟁 완화와 준비부담 축소; 학원 휴일 휴무제 및 학원 영업시간 밤 10시로 제한; 강점기반 교육과정 운영; ‘모든 학교에 심리치료실 설치’(예: 모래놀이 심리치료)하고 학부모 원인이 큰 경우 학부모도 함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발전시킴. 심리치료 학회 등과 협력해서 해결책을 찾음; 체력향상 프로그램 운영; 교육뇌과학 연수를 통해 학생 이해도 높임.
넷째, 기존의 표준화(standardization) 교육에서 개별화(differentiation) 교육을 지향한다.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 수가 많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는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는 배우는 내용, 배우는 방식, 배우는 속도를 국가가 정해서 학생들에게 강제화하는 것, 또한 학교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이 급증한 것과 관련이 깊다. 한 교실 안에는 출신문화, 인종, 모국어, 학업 준비도, 장래희망 등에 있어 종전보다 개인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학교교육의 대응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환경의 변화 때문에 개별화 교육의 도입은 시급한 과제다. 개별화 교육과 함께 교육의 탈표준화를 적극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일반 학교 학생들의 흥미와 장래 포부를 생각해보자. 현재와 같은 인지적 학습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교육과정에 모든 학생들이 적응하기를 바라는 교육과정 운영방식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 교육의 탈표준화를 적극 검토할 때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책무성 제도의 도입과 표준화 시험의 축소나 폐기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 관련된 공약: 초등학교 1:1 맞춤형 성장발달시스템 도입(문재인); 무학년 학점제 도입(유승민); 고교 학점제 도입(문재인, 안철수); 한반 20명 책임학년제(심상정), 학생중심의 맞춤형 교육 실현(유승민)
▶ 예시: 층위별 교육과정 운영; 교육뇌과학 및 보편적 학습설계(UDL) 도입을 통한 개별화 교육 실현; 개별화 교육 연수 강화
다섯째, 기존 제도의 최적화(optimization)보다 근본적인 재설계(redesign)를 지향한다.
기존의 학교는 변화가 느리고 지식이 귀하였던 산업시대를 위한 제도였다. 이제 이런 학교는 수명을 다했다. 그래서 교육개혁은 기존의 제도를 수선해 쓰기보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할 때다. 궁극적으로 학교는 평생학습 시대에 사회적 학습센터로 거듭나야 하고 학교란 개념 자체가 가상세계, 지역사회 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또한 물리적 연령별로 학년을 구성하는 것도 탈피해야 한다.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 시간, 방식 등 총체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도 사대·교대를 나온 교사들로만 한정하는 제도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 관련된 공약: 학생중심의 맞춤형 교육 실현(유승민); 무학년 학점제 실현(유승민);
▶ 예시: 선발이란 학교교육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성장중심 체제로 전환; 학교자치 실현(교육자치를 위한 법개정 국회특위 신설/교육부의 역할 축소); 학습자 중심 교육의 실현과 교사의 역할 변화; 표준화 시험의 자격고사 성격 강화;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설계하는 소규모(학교, 학급) 학교와 학교 안 대안적 프로그램 운영; 배움·삶·일이 통합되는 학교 운영; 새로운 책무성 관리제도 도입 등
여섯째,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을 지향한다.
‘포용적 교육’이란 기존의 특수교육의 개념에 다문화 사회의 특성까지 반영한 새로운 개념이다. 이런 교육은 한 가지 가치와 교수법만을 표준(norm)으로 삼지 않는다. 이런 포용적 교육은 “모든 아동은 (아동에게 맞게 가르치면)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학생이 잘 배우지 못하면 학생이 잘 배울 수 있도록 교사가 학생에 맞는 교수법을 제공한다.”, “모든 아동은 가진 능력이 다르다(I Am Differently Able!)”와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은 “잘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란 옛말이 있을 정도로 지능이나 성장에 대해 결정론(fixed mindset)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다양한 이유로 학습이 느린 학습자들이 수업을 못 따라가는 것을 방치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방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특수교육 대상 아동,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보인다. 이들에게도 교육과정의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이를 가장 모범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곳이 캐나나 온타리오 주다. 이 주는 Education for All(K-6, 2005)과 Learning for All(K-12, 2009)을 교육비전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를 정착시켰다. 이는 교육뇌과학(neuroeducation)의 원리를 적용해 개인별 맞춤학습이 가능하도록 한 교육과정 개발원리, 교수법, 최첨단 학습과학이다. 이런 개별화 교육의 도구 없이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란 공약은 구호에 불과하다.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통해 각 자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하는 교육(Excellence through Equity)”이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공약에서 ‘개별화(differentiated) 교육과 포용적(inclusive) 교육의 실현’을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 관련된 공약: 대입기회균등 전형 50%까지 확대(심상정); 1수업 2교사제(문재인)
▶ 예시: 포용적 교육 실현(개별화 교육, 강점 기반 교육을 위해 보편적 학습 설계 단계적 도입); 포용적 교육에 적합한 교수법 (inclusive pedagogy) 도입
일곱째, 전통적인 교과지식 외에 21세기 역량과 소프트 스킬 함양을 강조한다.
21세기 사회를 위협할 리스크는 소득 불평등, 사회 양극화, 환경 악화 등이라고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사회갈등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지식이 귀했던 과거 산업시대에는 지식의 습득이 교육을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정보·지식의 홍수 시대에는 이의 활용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교육에서도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사회성·감성 역량, 적응력 등과 같은 역량 교육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역량 발휘를 위해서는 자기감정 통제 능력, 회복력, 리더십, 대인관계 능력 등과 같은 소프트 스킬 함양도 함께 중요하다.
▶ 관련된 공약: 없음
▶ 예시: 교육과정 개정(인지적 지식 학습량을 30% 줄이고 지식을 활용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30% 의무화함); 창의적 문제해결 전문가 양성 단기학교 개설(6~12개월 코스)
여덟째, 비공식적 교육에 대해서도 학력 인정을 모색한다.
21세기는 배움이란 교실 내 현실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실 밖이나 사이버 세상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학교교육이란 공식적 교육 외에 이런 비공식적(informal/nonformal) 교육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미래교육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비공식적 교육에 대해 학점 인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생학습시대를 맞아 이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이는 교육의 질 관리, 책무성 관리의 대 전환을 요구한다. 그리고 교육에 대한 평가 방식도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런 교육 및 학습 생태계의 변화는 학교란 개념의 확장을 요구한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공약이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 관련된 공약: 없음
▶ 예시: 학교 이외에서 배우는 내용에 대한 새로운 학력 인증제 도입; 새로운 교육책무성 관리제도 연구와 도입
아홉째, 변화를 밀어붙이는 방식(push)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pull) 방식을 지향한다.
‘변화를 밀어붙이는 방식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지향한다.’는 것은 교육 변화 추진의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더 나아가 학교(교사) 및 학생으로 전환된다는 것과 자율성과 자발성의 강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교육을 개혁할 때 대체로 중앙정부가 하향식으로 밀어붙였다. 교사와 학생을 변화의 파트너나 주체로 삼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형식적인 변화와 냉소주의만 키웠지 진정한 변화는 일으키지 못했다. 이는 변화의 원리를 무시한 결과다.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가 변화에 동참할 의미와 동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를 변화의 파트너로 삼는 “학생에 의한(by), 학생과 함께(with); 학교(교사)에 의한(by), 학교(교사)와 함께(with)”란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접근이 어떤 대선 후보의 공약처럼 교육부 폐지의 주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거버넌스에 관한 가장 이상적인 모형으로는 ‘중간 리더십의 강화’(leadership from the middle)가 세계적 추세이다. 이에 의하면 중앙정부는 기본 방향의 제시와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역할로 제한하고 교육(지원)청이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향을 취한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의 기능과 역할은 동시에 슬림화되는 것이 옳다.
▶ 관련된 공약: 없음(대선 후보들의 교육위원회 설치 안은 주요 정책결정 권한이 교육부에서 교육위원회로 이전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진정한 교육자치로의 이행으로 보기 어려움)
▶ 예시: 학교자치의 강화와 교육지원청의 역할 변경; 학생과 교사 대상 학교교육 개혁 공모전 정기적 개최; 교육지원청마다 학생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해 학생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청취;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의 파견
열째, 교육개혁과 함께 사회적 투자를 병행한다.
빈곤 가정의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학교교육이 온전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가정의 온전한 기능이 파괴된 상태에서 학교교육의 힘만으로 아동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접근만으로 불가능하다. 병든 교육은 병든 사회의 치료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취학 전 아동들에 대한 교육·보육은 사회적 투자가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 빈곤지역의 경우, 주택, 건강, 의료 등의 사회적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교육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교육개혁을 사회적 투자와 병행해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히는 Harlem Children’s Zone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관련된 공약: 양육수당 2배 인상 및 초중고생 자녀 1인단 10만원 아동수당 지금(유승민); 초등학교 입학 전 2년 보육과 유아교육 비용 국가가 지불(안철수)
▶ 예시: 각 도의 빈곤층 지역에 사회적 투자와 병행하는 교육개혁특구 1개씩 운영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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