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과 온라인 수업 능력, 두 마리 토끼 잡기!
“방 안의 코끼리”란 말이 있다. 누구나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문제 제기를 못하는 무거운 문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방 안에 코끼리가 있는 평범하지 않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코끼리를 보지 않은 척하며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뾰족한 해결책을 사회적으로 마련하지 못하는 주제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방 안의 코끼리”일까?

고등학교 교장을 할 때의 경험 한 자락을 말해보면 이렇다. 학부모는 자녀들이 입학할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선호하는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이 학교는 진학지도를 잘 하는지,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는지,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아이들을 꽉 잡고 생활지도를 잘 하는지, 두발·복장 지도는 잘 하는지, 자율학습은 잘 시키는지, 수능 대비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등이다.
반면에 이런 학부모는 거의 없다. 내 아이가 가야 할 학교가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지,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얼마나 잘 기르는지 등에 대해 살피는 학부모 말이다.
대부분 학부모의 이런 선택 기준을 지지하는 몇 가지 명제가 있다.
첫째는 이를 악물고 열심히 반복적으로 외우고 풀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아 좋은(명문) 대학 가면 그때부터 성공 가도가 열리고 연애도 할 수 있고 행복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시험을 잘 보고 점수 잘 받아 좋은 대학에 간 아이들이 재능 있고 인성 또한 훌륭하다는 것이며,
셋째는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구하게 되고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신화가 되어 우리 사회의 뿌리까지 틀어쥐고 있다. 신화는 비논리적이고 반경험적이며 비과학적이지만 강한 믿음을 갖게 한다. 신화는 신화일 뿐인데도 그렇다. 신화는 강한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극복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경험과학에 의한 새로운 명제가 있는데도 말이다.
버트란트 러셀은 인간만사에서 오랫동안 당연시해 왔던 문제들에 대해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방 안의 코끼리”를 불러내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명제를 가지고 어쩌면 수십 년 동안 의도적으로 기피해 왔던 교육 본질의 천착과 우리 아이들의 고통, 미래교육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여 다루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창궐기에 원격(온라인)수업을 겪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이다. 바로 이 역량이 미래 역량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바이러스의 창궐이 주기적으로 도래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고 이때를 대비하여 우리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학습을 주도하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하며, 또한 혼자 외롭게 던져진 학습 공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힘도 길러야 하지 않을까? 평소에 행복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도 행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행복 찾기 연습을 오프라인 학교 수업에서 자주 경험한 아이들이 원격 수업 공간에서도 좀 더 쉽게 행복한 수업을 받지 않을까 싶다. 위의 경쟁교육의 신화적 명제를 대신할 새로운 명제는 있을까?
첫째, 발달심리학자 골린코프와 허쉬-파섹은 「최고의 교육(김선아 역)」에서 ‘미국공중보건저널’의 최근 연구를 인용하여 제시하고 있다. 1990년대 유치원에 다니던 753명의 아동들이 25세가 될 때까지 추적 연구한 결과다. “당시 유치원생 중에서 다른 아이들과 협력할 줄 알고 잘 도울 줄 알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 시카고 교육구가 연구한 결과도 있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각종 다양한 체험활동, 참여활동, 자기 주도적 활동 등의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학업 성적을 오히려 더 올린다”는 것이다. 즉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이다.
셋째, 「평균의 종말」을 쓴 교육신경과학자 토드 로즈의 명제 또한 위 명제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검증 결과 SAT 점수와 출신학교의 명성은 재능을 예견하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손다이크 역시 “학교성적, 표준화 시험의 성적(SAT)과 직업 생활의 성공 사이의 상호 연관성은 약하다.”는 주장을 논증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스텐포드대 데이먼 교수는 “청소년에게 협력 능력을 키워주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호기심이 자극되며 창의성과 성취도가 커지고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이 촉진된다”고 주장한다. 캔 로빈슨, 미첼 풀란, 앤디 하그리브스, 데니스 셜리, 파시 살베리 등 ‘혁신교육’의 대가의 논증 또한 이를 옹호하고 있다.
이것들은 우리의 혁신교육을 좀 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충분할 정도의 뒷배가 되는 명제이며 역시 원격수업을 대비하는 지침이기도 하다. 이는 학교 안팎에서 펼쳐지는 제도교육에 대한 통합적 접근 방식을 우리에게 보다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새로운 명제를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오늘의 학교가 내일의 사회를 창조한다”고 교육학자 프레네는 말했다. 우리는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를 위해 오늘의 학교 문제인 ‘방안의 코끼리’를 불러내 보자. 우리의 혁신교육과 내일을 위해서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서다.
지금 공론화를 시작하자. ‘방안의 코끼리’대해서 말이다. 이는 온라인 수업 시대를 대비하는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