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칼럼 1] ‘국가교육위원회’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목차1
◉ 문제해결 접근법의 문제점
1) 문제 원인의 잘못된 분석과 처방
2) 교육문제 해결의 낡은 접근법
3) 분권화, 개별화에 맞지 않는 하향식 접근
◉ 목표 적합성 및 실효성의 문제점
4) 위원회 설립목적에 대한 문제제기
5)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의 실효성 문제점
6) 위원회의 심의·의결의 질에 대한 우려
◉ 운용방식 및 책임성의 문제점
7) 다수결 합의제(合議制)의 문제점
8) 심의·의결과 집행의 분리 접근의 문제점
9) 민주적 책임성의 문제
◉ 기타
10)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제안에 대한 그 외의 우려
1. 시작말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여야 할 것 없이 폭 넓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합리적 절차도 결여한 채 수시로 교육정책을 바꾸어 온 것에 대한 불만이며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졸속적 정책 변경이 정책의 일관성, 안정성,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국가교육위원회 안이 많은 한계와 불확실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유는 바로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본 필자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제안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여러 가지 이유로 기대하는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접근에 반대하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제안, 타당성이 있는가?
국가교육위원회 안은 심정적으로는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희망사항에 가까우며 곰곰이 따져보면 타당성, 실현가능성, 실효성이 모두 떨어진다. 학교교육의 현실과 교육행정의 미래방향에 대한 분석도 미흡해 보인다. 필자가 이 안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문제해결 접근법의 문제점
문제해결 접근법의 문제점으로 ‘1) 문제 원인의 잘못된 분석과 처방, 2) 교육문제 해결의 낡은 접근법, 5) 분권화, 개별화에 맞지 않는 하향식 접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문제 원인의 잘못된 분석과 처방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국가교육위원회는 왜 설립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많이 나올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관련 논문, 발제문, 토론문, 언론 기사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정책의 안정성·일관성·연속성을 위해서’란 대답이 가장 많고, ‘교육행정의 민주성 제고’ 등이 뒤를 이을 것이라 짐작된다. 우선 그동안 ‘정책의 안정성·일관성·연속성’이 부족했던 원인부터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은 이런 문제의 원인을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교육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 때문으로 분석하는 것 같다. 과연 이런 진단과 분석은 어느 정도 정확할까?
‘정책의 안정성·일관성·연속성’이 부족했던 핵심 원인은 그동안의 정책추진 과정이 ‘졸속’이었던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충분한 기초연구나 준비도 없이 또 현장의 공감을 구하는 절차도 생략하고 새로운 정책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게다가 비전이라는 큰 그림도 없이 민원처리를 하듯 땜질식 정책 변경을 반복했다. 졸속 추진은 멀지 않아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고 이 부작용이 다시 정책의 변경을 요구한다. 이것이 정책의 안정성·일관성·연속성을 해치는 주 원인인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연속성 부족은 바로 이런 졸속 추진의 결과일 뿐이다. 이런 진단에 기반을 둔다면 문제의 본질은 ‘추진 주체의 적합성 문제’라기보다는 ‘절차의 문제’, ‘의사결정 질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졸속 추진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졸속 추진이란 문제는 추진 주체를 교체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정책 변경의 프로세스를 혁신해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른 접근이다. 또한 새로운 교육정책 추진할 때, 적용할 기본 원칙(basic principles)을 정하고 정책 변경의 프로세스를 혁신한 다음 이를 정착시킨 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 원칙에는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 방법, 전략 등이 서술된다.
한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으로 제기되는 ‘교육행정의 민주성 제고’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여기서 국가교육 계획을 심의·의결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권화와 학교자치를 통해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분권화와 학교자치야말로 진정한 ‘교육행정의 민주성 제고’의 길이기 때문이다. 분권화와 학교자치는 중앙정부의 역할 변화를 전제로 한다. 지금과 같이 중앙집권적 하향식 교육의 관리는 중앙정부가 학교를 통제하기는 좋지만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중앙정부는 플랫폼2이나 프레임을 통해 큰 방향만 제시하고 지원에 충실해야 한다. 나머지는 17개 시도교육청에 위임해야 한다.
이제 국가교육위원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교육부가 제대로 못하는 것은 맞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냉철하고 설득력 있는 분석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 내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교육부에게는 집행의 역할만 주자는 주장 이전에 교육부의 내부 조직 운영 구조, 인적 구성, 의사결정 과정, 내부 문화, 국회나 청와대의 간섭과 압력은 없는지의 여부 등을 살피고 문제가 있으면 이의 개선부터 해야 한다.
또한 교육정책을 바꾸는 방식에 있어서 핀란드나 캐나다 온타리오 주, 앨버타 주의 경우와 같은 해외의 우수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새로운 교육정책을 펼 때 의사결정의 질이 높은 것은 관련 기초 연구가 충실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며 사회적 합의에 가까울 정도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선진화된 프로세스가 정착되어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교육정책의 일관성·연속성·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정책결정의 절차가 우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결정의 프로세스부터 혁신하고 이 절차를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접근은 분권화와 학교자치 시대 개막을 지연시킬 뿐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접근은 문제의 원인 분석과 처방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2) 교육문제 해결의 낡은 접근법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단점이나 증세 하나 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개선하려는 분절적(分節的) 문제해결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비전을 설정하고 그 비전 달성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를 열린 방식으로 역순으로 찾는 통합적(統合的) 접근이다. 전자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수선해서 사용하는 닫힌 접근이고 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열린 접근이다. 오늘날의 복잡계를 닮은 학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자와 같은 접근을 해야 한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안정성에 문제가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접근은 전형적인 결점 개선 중심의 닫힌 접근이다. 거꾸로 “교육정책의 일관성·안정성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식으로 열린 접근을 하면 해법은 매우 다양해진다. 가령 “교육부 조직체계와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 “주요 정책을 바꿀 때는 사회적 합의 성격의 프로세스를 거치도록 하자.”,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자.”, “교육과정의 잦은 개정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과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개정주기(전면개정)를 세계의 주요국들처럼 8~10년으로 늘리자.”, 또는 “교육부는 큰 방향만 제시(예: 플랫폼 역할만 함)하고 지금의 주요 업무를 시도교육청에 위임하자.” 등 다양한 해법이 있을 수 있다.
닫힌 접근과 열린 접근은 결과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21세기의 문제해결은 먼저 최종 도달하고 싶은 목표(예: 비전)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역순방식으로 접근한다. 이것이 지금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디자인 싱킹 방식이다. 디자인 싱킹은 관찰·공감을 통해 인간(end user)을 이해한 뒤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다수의 해결책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의 반복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아래와 같이 5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① 공감하다(=관찰, 인터뷰 등을 통해 학습자들의 요구를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② 과제를 정의하다(학습자의 욕구조사와 시사점을 바탕으로 핵심질문을 도출한다).
③ 아이디어를 도출하다(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한다).
④ 시안을 만들다(최종 선택된 아이디어를 현장적용을 위해 시안을 만든다).
⑤ 작동여부를 확인한다(시안을 현장에 적용하고 효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다).
3) 분권화, 개별화에 맞지 않는 하향식 접근
지금 학교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 해결책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학교교육은 초등 단계부터 학생들 간에 다양한 격차가 존재한다. 학습 능력, 흥미, 주의 집중력, 강점, 준비도, 부모의 관심, 출신국과 문화 등. 교실 내 학생들 간의 이런 격차가 과거보다 최근 급증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에는 과목에 따라 유치원생 수준과 중학생 수준의 학생이 같이 앉아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래 사회에서 교육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잘 대처하며 다양한 아동들을 모두 학습에 참여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다(헬싱키 디자인 연구소, 2011). 현재 한국의 경우 교실 내 이런 다양성을 어느 정도 잘 대응하고 있을까?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에 대한 대응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배우는 내용, 수준, 방법, 속도 등이 동일하다보니까 이런 수업을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학생은 소수다. 나머지는 선행학습을 해오든가 아니면 ‘학포자’란 낙인이 찍히든가 해야 한다. 21세기는 특수교육 대상자 아동들(일부지만)과 통합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개별화 지도를 해야 하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학습이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아동은 소수이고, 학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아동들이 다수 있다. 이런 상황은 지역마다 또 학교마다 큰 차이가 난다.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 실현’이란 교육목표는 현재와 같이 획일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학교의 각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는 적정수준의 분권화와 학교자치가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는 교육부의 하향식 통제가 문제이듯이 국가교육위원회도 똑같이 부적합한 접근이다. 중앙에서 무슨 수로 국가교육위원회가 각 지역에 맞는 교육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인가? 불가능하다. 지금의 학교교육은 중앙의 획일적 정책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한 시대다. 국가교육위원회 안은 21세기 학교교육을 살리기 위한 거버넌스 체제로서는 매우 부적합하다. 핀란드처럼 교육부의 역할을 플랫폼 제공자로 바꾸고 분권화와 학교자치를 지향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결론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문제해결의 접근은 분권화, 개별화에 맞지 않는 하향식 접근이다. 문제해결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 목표 적합성 및 실효성 문제점
목표 적합성 및 실효성 문제점으로 ‘4) 위원회 설립목적에 대한 문제제기, 5)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의 실효성 문제 6) 위원회의 심의·의결의 질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4) 위원회 설립목적에 대한 문제제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목적을 제대로 설정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필요성과 목적은 ‘교육정책의 일관성·연속성·안정성의 확보’와 ‘교육행정의 민주화’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참고로 이용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제안 이유를 살펴보자.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로서 국가발전의 원동력임과 동시에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
그러나 그 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인격 형성을 위한 인성교육은 외면하고 주입식ㆍ창의성 죽이기 교육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 특히 정권이 교체되거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급격한 교육개혁과 정책전환으로 교육이 정권의 이념적 지배를 받는 현상이 지속됨으로써 교육정책의 독립성과 일관성이 상실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거듭되고 있음.
이에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ㆍ안정성ㆍ일관성을 갖고 교육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흔들림 없는 백년지대계의 교육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초정권적ㆍ초당적 교육정책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교육정책의 독립 기관으로 설치하고자 함.”(김용일, 2016 재인용)
위 법률안에서는 위원회 설치 이유로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유지’와 ‘정권의 이념적 지배를 막기 위해 교육의 중립성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과연 이 위원회의 설치 목적이 이래도 되는가?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목적은 ‘학생을 위해’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가 되어야 한다. 위원회의 목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 온다. 위원회 설치의 주요 목적을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유지’, ‘정권의 이념적 지배를 막기 위해 교육의 중립성 유지’, ‘교육행정의 민주화’로 설정하는 경우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설정하는 경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와 전략이 매우 다를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그리고 교육의 중립성, 교육행정의 민주화가 실현된다면 교육부 주도의 하향식 행정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 수 있지만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교육부에 대한 기존의 불만은 국가교육위원회로 옮겨갈 것이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 목적이 ‘교육의 질 향상’이 되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가능성과 한계를 논의하기보다는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교육개혁의 방향과 방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5)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의 실효성의 문제점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의 실효성의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떠올려 보자.
•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 “‘국가교육위원회 + 교육부’ 체제가 기존의 교육부 체제보다 교육의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교육정책 변화의 성과 = 의지 + 역량 + 여건 마련]이라고 할 때 국가교육위원회는 ‘의지’는 강할 수 있지만 나머지 두 요소인 ‘역량’과 ‘여건 마련’은 현재의 교육부와 똑같이 미흡하지 않은가?”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유지와 교육행정의 민주화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해서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며 효율적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교육의 주요 목적인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일,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일, 따뜻한 인간다움을 갖추는 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민주시민의식을 갖추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덕목 갖추기’ 등의 교육의 목적이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위원회 설치 운영의 실효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교육의 목적 달성은 일차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서 질 높은 상호작용, 그리고 교사집단의 집단유능감, 집단책임감 문화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교사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고 학교변화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어떤 교육을 하든 실제 학습이 학습자의 뇌속에 일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학생이 내적 동기를 가지고 수업에 적극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핵심성공요인은 학생들의 동기와 적극적 참여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고 해서 이런 교육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두 번째 질문 “‘국가교육위원회 + 교육부’ 체제가 기존의 교육부 체제보다 교육의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다는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국가교육위원회 체제와 교육부 체제 간에는 큰 차이들이 존재한다. 우선 위원회 체제는 구성원이 국민 ‘대표성’을 위주로 갖추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책의 심의나 의결 시에 축적된 전문성이 부족해 의사결정의 질이 매우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표성을 고려하다보니 위원들의 가치와 철학이 매우 다를 수 있다. 이는 합의에 이르기 어렵고 많은 비효율이 따를 수 있다. 게다가 [정책 변화의 성과 = 의지 + 역량 + 여건 마련]이란 공식을 생각해보면 특히 ‘역량’과 ‘여건 마련’ 요소에서 크게 미흡할 것이 예상된다.
또한 학교교육의 문제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의 많은 문제의 정점에는 대입시가 있고, 대입시의 영향이 큰 것은 일자리의 부족, 고졸-대졸 간의 큰 임금격차, 직업의 귀천의식, 고부담 표준화 시험 점수를 통해 줄을 세워 고등교육의 기회를 배분하는 것, 또한 오랫동안 중앙정부로부터 관리되고 길들여져 오던 관성으로 인해 교사 집단의 집단 유능감, 집단 책임감, 공동체 정신이 다 무너진 것 등과 관련이 깊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운영해도 이 부분은 해결이 어렵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교육위원회 운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와는 별도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할 정도의 불확실한 모험을 감행할 필요가 없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21세기 사회가 마주한 난제들은 대부분이 복잡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런 원인을 제거하면 저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식의 선형적 접근은 번번이 예측을 빗나가게 된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정책이 좋은 의도에서 도입되더라도 현장에 도입되는 순간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 왔다. 이제 “오늘날의 교육문제 해결은 그 문제가 잉태된 시대의 지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질문,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유지와 교육행정의 민주화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해서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며 효율적인가?”의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유지와 교육행정의 민주화’도 정책 변경의 프로세스 혁신과 분권화를 통한 학교자치를 통해서 이루려는 접근이 옳다. 정책의 일관성·안정성·연속성을 해치는 것은 주로 교육과정과 입시제도와 관련된 것이 많다. 그래서 교육과정개정은 교육과정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중립적인 연구 및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대입제도는 대입제도연구 및 심의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는 접근이 타당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가령, 교육과정 개정이 너무 잦아 일관성·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세계의 주요국들처럼 개정 주기를 8~10년(전면개정)으로 바꾸면 된다.
병든 교육은 병든 사회를 반영한 것인데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해서 병든 교육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왜 필요한지 이것을 설치해서 운영하면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다양한 이유로 위원회 설치 안은 실효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더 클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6) 위원회의 심의·의결의 질에 대한 우려
기존의 교육부가 추진한 대부분의 정책들의 추진과정이나 결과가 미흡하다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통해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변화의 성과는 대체로 [교육정책 변화의 성과 = 의지 + 역량 + 여건 마련]이란 방정식을 통해 결정된다. 이에 동의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을 바꾸려는 ‘의지’는 있지만 ‘역량, 여건’은 교육부가 주도하는 경우와 똑같이 미흡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때 역량의 거론은 위원회를 구성할 때 구성원들을 전문성보다는 대표성에 무게를 두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안을 보면 대표성을 위해 각계, 각 진영에서 고르게 임명하는 경향이 있다. 인선의 원칙이 ‘전문성과 역량 중심’이 아니라 ‘각계의 대표성 중심’이다. 역량 중심, 전문성 중심으로 선정되지 않은 분들이 전문위원들의 제안을 제대로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대표성을 중시한 인적 구성으로는 분야별 분과위원회가 연구해서 제출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역량도 갖추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견에 대한 조율, 수정, 합의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위원을 선정하면 위원회의 심의·의결의 질을 담보할 수가 없다. 물론 전문위원회 등을 별도로 둔다고 하지만 이분들의 결정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복잡계 자체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로 위윈회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역량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위원회의 구성은 한국의 교육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할 만한 ‘역량을 모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즉, 위원회의 구성은 문제해결에 충분할 정도의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위원을 구성한다면 합의나 결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우선 위원들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 이념이 다를 수 있고, 대표하는 진영이나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교육선진국들은 어떻게 팀을 구성하는가?
위원회 구성의 접근을 완전히 달리해야 한다. 관련해서 미래 교육비전 설정과 관련된 외국의 우수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 연구소(The Learning and Redesign Lab: LRL)’가 2014년에 공개한 “2030년 미래학교: 어떻게 학습과 연구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을까?(The New School in 2030: How can we make learning and working attractive?)”란 연구 프로세스가 바로 좋은 예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핀란드의 헬싱키 디자인 연구소(HDL)가 개발한 ‘Education Studio’란 연구 기법을 사용했다. Studio Model은 규모가 크고 복잡하며 경계가 불분명한 도전적 과제의 구조를 분석하고 총체적이고 완결적인(holistic, complete) 해결 아키텍쳐까지 개발하는 전략적 디자인 기법이다.
이 연구소(HRL)의 접근법은 매우 독창적이고 우수하다. 지역과 국경을 뛰어넘는 인적 구성을 하며 분야별로 세계의 가장 탑(top)에 있는 전문가들을 참여시킨다. 이들이 사용한 Studio Model이라는 전략적 디자인 모델은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모으는 방법, 창의를 샘솟게 하는 스튜디오란 장소, 열린 절차(open-ended process) 등이 매우 차별적이고 혁신적이다. 한국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성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이 ‘대표성’에 초점을 두는 것인데 반해 Studio Model은 ‘전문성’을 우선해서 구성원을 뽑는다. 한국도 학교교육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정책 변화의 성과 = 의지 + 역량 + 여건 마련]이란 변화의 방정식을 생각하면서 어떤 위원회든 역량을 잘 갖추는 구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운용 방식 및 책임성의 문제점
운용 방식 및 책임성의 문제점으로 ‘7) 다수결 합의제(合議制)의 문제점, 8) 심의·의결과 집행의 분리 접근의 문제점, 9) 민주적 책임성의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7) 다수결 합의제(合議制)의 문제점
국가교육위원회의 합의제 의사결정 방식으로부터 오는 문제도 심각하다. 의사결정의 질과 효율성 측면에서 그렇다. 국가교육위원회에 부여할 기능과 권한에 속하는 사무가 독임제(獨任制)3보다 합의제로 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합의제는 독임제에 비하여 책임의 소재가 불명확하고, 행정이 지연되기 쉬우며,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클 수도 있다(행정학용어사전, 2010). 이용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에 의하면 “위원회의 회의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위원회의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로 되어 있다. 이는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100지대계 국가 교육정책을 15명의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즉 다수결 방식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성이 크다. 전문성의 깊이도 크지 않은 소수 위원들의 합의제보다는 차라리 사회적 합의 성격의 정책결정 프로세스만 갖춘다면 독임제가 훨씬 더 의사결정의 질이나 효율성 면에서 높을 수 있다.
합의제 방식의 위원회 운영은 기본적으로 효율성의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어떤 주제의 경우도 합의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사람들마다 추구하는 가치, 경험, 지식, 생각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해법은 합의제인 국가교육위원회 안보다는 분권화를 통해 17개 시도교육청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독임제(獨任制)로 운영하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다. 독임제라도 현재 한국의 교육부와 같은 식의 독임제는 안 된다. 핀란드와 같이 사회적 합의 성격의 절차를 거치는 독임제가 되어야 한다. 핀란드의 교육과정 개정 절차를 보자. 이들은 10년 주기로 전면 개정을 한다. 논의의 초기부터 이해당사들을 참여시킨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기본이고 연수자, 소수민족 대표도 참여시킨다. 개정 초안을 만들기 전에 무려 200 여개의 단체들로부터 약 2년에 걸쳐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다. 초안에 대해 13세 이상의 학생 53,000명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다. 바로 이런 것이 사회적 합의 성격의 독임제 의사결정 방식이다.
8) 심의·의결과 집행의 분리 접근의 문제점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책 총괄기구로서의 심의·의결 기능을 모두 갖게 하는 경우는 심각한 문제점이 또 있다. 심의·의결과 집행을 분리함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이다. 이 구상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심의·의결하면 기존의 교육부는 집행을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럴 경우 심의·의결 기구와 집행처(교육부) 간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소통 문제, 책임 소재, 의견 충돌 등이 잦을 가능성이 높다. 유사한 문제를 실제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효과적, 효율적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특히 매우 복잡한 프로젝트인 경우 기획과 실행은 분리되기 더욱 어렵다. 업무의 경계가 불명확한 경우는 필연적으로 책임 소재 역시 불분명하여 문제다.
의결기구와 집행기구 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대표적인 예를 하나 보자. 가령 시범학교 운영과 운영 결과의 분석 및 평가는 누구의 역할이어야 하는가? 이는 외형적으로는 실행에 속한 것 같지만 내용상으로는 기획의 확인 과정으로 의결기구에 속하는 임무다. 이와 같이 교육 문제 해결의 경우, 업무의 경계가 불분명할 경우가 많아 의사결정 단위와 집행의 완전 분리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획 단위와 실행 단위는 긴밀히 협조하면서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의결과 집행의 분리 접근이 타당한가를 교육행정 사무의 특성 차원에서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제5조)’에서는 그 요건으로서,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필요, 신중한 절차를 거쳐 처리할 필요, 기존 행정기관의 업무와 중복되지 않고 독자성이 있을 것, 계속성과 상시성이 있을 것을 정하고 있다(조흥순, 2016 재인용). 이 법의 ‘기존 행정기관의 업무와 중복되지 않고 독자성이 있을 것’이란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심의와 의결권까지 갖는 정책 총괄기구 성격의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미 ‘~위원회’를 뛰어 넘는 기구다. 이는 교육부의 대체기구이지 교육부란 명칭과 함께 쓸 위원회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9) 민주적 책임성의 문제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 운영될 경우, 정책결정의 결과에 대해서는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이 위원회가 행정부 보완형으로 정책 자문과 심의기구의 역할을 할 때는 기존처럼 최종 실제적 의사결정자인 교육부와 대통령이 질 수 있다. 하지만 심의뿐만 아니라 의결권까지 갖는 총괄기구의 성격을 갖는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는가? 의사결정자(의결권을 갖는 위원회)와 집행자(=교육부)가 분리되는 경우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또한 민주적 책임성의 약화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독립성이 강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출에 의거하여 행정수반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 동시에 또 다른 선출기관인 국회의 통제를 받는 위치에 서게 됨. 장관을 임명하여 소관업무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감독권을 행사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장관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됨. 따라서 독임제 행정기관의 민주적 책임성은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통해 확보됨. 물론 국회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입법권자에게도 간접적 책임을 짐.”
“그러나 행정기관이 다수에 의한 합의제로 업무가 결정되고 추진될 경우, 대통령의 행정감독권이 미치지 못하게 되므로 책임의 귀속관계가 불명료하게 됨. 이렇게 될 경우 입법기관이 직접적인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일정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 책임 행정의 원리가 무력화될 수 있음.”
“교육재정의 확보, 국가공무원인 교육공무원과 수많은 교육행정기관의 관리 및 운영 등 교육부의 일반적 행정업무 성격, 업무의 광범성과 복잡성, 타 부처와 높은 업무 연계성 등을 감안할 때, 대통령의 통상적 행정 감독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기구를 설치할 경우, 국회를 통한 민주적 책임성의 실질적 확보가 가능할 것인가가 의문시됨.” (조흥순, 2016)
“국가교육위원회가 3권 분립 제도 속에서 행정수반의 의사나 통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 권한을 갖는 기구로 존재하는 것은 무리란 의견이 많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구상은 3권 분립의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특정한 기능과 권한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임.” (조흥순, 2016).
◉ 기타
10)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제안에 대한 그 외의 우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과 관련해서 과잉 기대에 대한 경계 내지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가교육위원회 제도 설계를 위한 공청회 자료집(경기도 교육청, 2012) 등에서 몇 가지 대표적인 것을 발췌해서 소개하겠다.
▷ 김용일(2013)
“게다가 국가교육위원회 구상은 아래의 여러 장벽에 부딪힐 공산이 커 아주 주도면밀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 가능성과 길항적 관계).
• 대통령선거 의제로서의 ‘정치적 딜레마’: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어려움 등으로 인해 대통령(후보) 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막상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후보와 정당의 경우 국가교육위원회를 외면하는 경향이 관찰됨(← 대통령 권력 분산에 대한 우려)
• ‘초법적 발상’이 아니냐는 우려와 반발: 입법부와 사법부의 교육정책 기능 회복 및 활성화가 관건이라는 지적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 주무부처 등의 반발
• 제도의 실효성 내지 부작용에 대한 의구심: 이명박 정부 이후 유사 기구의 부작용 빈발 경험[사학분쟁조정위원회(→ ‘사학분쟁조장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무력화’), 헌법재판소(→ 정치의 사법화 경향) 등]
• 기구 구성 등에 있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의 향배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국가교육위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비관론”
▷ 김용일(2012)
• “이런 필요성(교육정책의 일관성, 연속성, 안정성 확보; 교육부의 정책 독점 및 전횡 견제)이 곧바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행정기구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 “교육정책의 안정성 보장과 교육부의 정책 독점 및 전횡 방지의 요구는 기본적으로 입법부의 정책 기능 및 행정부 견제기능으로 충족 또는 해소되는 것이 원칙이다(<-사법부의 적극적인 역할 포함). 따라서 교육부와 관련된 입법부 및 사법부 유관 기능 회복을 전제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국가교육위원회 문제에 접근하는 냉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하겠다.”
• “국가교육위원회가 구성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다 풀릴 것처럼 말하는 편향 내지 경향성은 경계해야 한다.”
• “기본적인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국회-정부(교육부)의 기간(基幹) 교육정책 및 행정 시스템을 상대화하는 ‘옥상옥의 구상’이라는 비판을 감안하여 과연 국가교육위원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의 열쇠인지 등을 보다 철저하게 검토하여 유효한 제도 설계 방안을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 이종재(2012)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더라도 교육정책에 관한 궁극적인 권한과 책임은 헌법상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와 국회에 속하기 때문에 그 심의 결과가 정부를 구속하게 할 수는 없다. 또, 국가교육위원회 안이 현실화되려면 교육계만의 공감대만으로는 부족하고 여야 정당 및 대통령 후보의 공감을 얻어 공약에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여야 정당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 구상은 교육계만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 유은혜(2012)
“국가교육위원회가 정부에서 독립된 형태로 정책기능을 갖게 되고 현재의 교육부는 집행만 하게 될 경우 사실상 당면 교육 현안에 대한 책임 있고 순발력 있는 대응과 책임 있는 행정을 구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한만중(2012)
“근본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담당할 주요한 교육정책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을 때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수준의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부는 정책 집행을 담당한다는 경계를 마련하고 상하 간에 결합시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 장은숙(2012)
“하나의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데는 수많은 행정부 기능이 개입되어야 하는 데 민간기구나 완전한 독립기구는 현실적으로 수많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결국 행정부, 입법부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면 이는 행정부의 일원이 된다.”
▷ 정경훈(2012)
“대통령 소속인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의 바뀜이나 부침에 따라 성격과 권한이 많이 변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국가독립기구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정권과 여당의 파워에 따라서는 심대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
3. 국가교육위원회의 대안 제시
본 필자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필요성의 주장에 대해서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그 타당성, 실효성,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해볼 때 이런 해결책 모색보다는 중앙정부는 교육의 큰 방향이나 플랫폼만 제공하고 단위학교들이 이 플랫폼 위에서 17개 시도교육청이 각자의 실정에 맞는 교육을 실행하게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플랫폼 방식의 접근은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할 때, 또 한 교실 안의 학생 다양성이 클 때 필요성이 더 크다. 이는 중앙정부가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표준화 시험의 결과로 강하게 책무성을 물으면서 통제하는 현재의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접근이기도 하다.
플랫폼 방식의 해법에는 보완할 점이 있다. 우선 자세한 교육과정 프레임(framework)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플랫폼 제공자로 바뀌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교육과정의 전달에만 익숙한 학교가 갑자기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이 프레임이다. 프레임이란 교육과정의 내용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는 풀(pool)을 말한다. 이는 개별과목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거나(=교육과정의 대강화) 지금처럼 성취기준을 사전에 자세히 서술(=교육과정의 상세화)하여 현장에 내려 보내고, 이의 실행을 강제화하는 하는 방식이 아니다. 각 학교가 이 풀을 이용해서 자율성을 가지고 각 학교에 맞게 교육과정 편성해서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플랫폼 방식으로 나아갈 경우 두 번째로 보완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책무성 관리제도의 도입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이 이렇게 플랫폼 제공자로 변할 때 교육의 질 관리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된다. 아마 현재의 중앙정부가 과감히 분권화와 학교자치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교육의 질 관리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국가가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하향식으로 운영하는 한 교육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있어도 더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과감히 분권화와 학교자치로 나아가는 결정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
중앙정부의 하향식 교육개혁으로는 현장 교육의 질을 개선할 수 없다. 이런 발제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적지 않다. 이런 필자의 주장은 기존의 시장주의 경쟁과 표준화에 기반을 둔 ‘제2의 길’(☞ 부록) 방식으로는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역할은 국가가 제시하는 최소의 요구조건을 지키면서 단위학교마다 자신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제4의 길(☞ 부록)’ 방식을 말한다. 이런 필자의 주장이 단위학교가 입시중심으로 시간표를 짤 수 있는 자유까지 주자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목적과 교육의 방식이 크게 바뀌고 현재와 같은 입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2030년대에는 지금과 매우 다른 교육생태계가 도래할 것이다. 따라서 10~20년 후에도 지금과 비슷한 학교 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란 가정을 바탕으로 한 교육개혁 담론은 시대착오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래학교에서는 개인별 학습경로를 갖는 것은 기본이 될 것이다. 이것이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이런 미래학교의 교육생태계 속에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중앙기구가 교육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점한다는 것은 미래사회의 교육생태계 변화와도 맞지 않다.
중앙정부의 통제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행정은 한국의 학교교육의 질을 점점 더 악화시킬 것이며 점점 더 많은 아동들을 ‘학포자’로 만들거나 학교를 떠나게 할 것이다. 이는 또한 장기적으로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막고 민주주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끝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주장하는 내용 중에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용일 교수가 정리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유형 중에서 유형 1(행정부 보완형 정책 자문·심의기구)은 분권화와 학교자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4. 맺음말
이제까지 제안되어온 국가교육위원회 안의 내용 중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미래사회는 학교의 기능과 존재방식도 크게 변할 것이 예상된다. 이제 중앙정부 중심이든 국가교육위원회 중심이든 하향식 교육 거버넌스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각 지역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단위학교 단위에서 개별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17개 시도교육청에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탈표준화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런 방향에 맞는 거버넌스 체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아니라 분권화며, 학교자치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제안은 불확실한 점과 한계가 많다. 이제 새삼스럽지만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면 누구의 무엇이 좋아지는가?”란 질문의 답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이 도출되면 다시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를 실현시킬 역량을 갖출 수 있는가; 역량은 갖출 수 있다 하더라도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는 여건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OECD의 ‘학습의 본질(2010)이란 책’에서 말하고 있는 “과거 20년 간 시스템을 바꾸어 봤지만 교육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실행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습(learning)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다”란 내용을 잘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체제가 교육부 체제보다 더 질 높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생각을 버리고 학생의 참여와 교사를 학교 변혁의 주체로 세워 교육과 학습의 질을 높였으면 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교육공약을 구상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설익은 공약을 함부로 터뜨리면 이는 큰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의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록] 학교교육 제1.2.3.4의 길
보스턴 대학의 교수인 앤디 하그리브즈와 데니스 셜리가 쓴 『학교교육 제4의 길』①②가 소개하는 ‘제1.2.3.4.의 길’의 개념을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제1의 길(First Way)
국가의 지원이 풍부하고 교사의 자율성이 넘치며 혁신이 일어나긴 하지만 교육의 내용, 방법, 질 등이 지역마다 들쭉날쭉 편차가 커서 균질성, 상호 연계성이 부족했던 길이다.
▶ 제2의 길(Second Way)
시장주의 경쟁이 강하게 도입되고 교육의 표준화를 추구하면서 교사가 자율성을 상실하게 된 길이다.
▶ 제3의 길(Third Way)
시장주의의 장점과 국가의 풍부한 지원을 결합해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던 길이다.
▶ 제4의 길(Fourth Way)
제4의 길의 핵심 메시지는 “이제 낡은 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히 새로운 비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 공동선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통합의 길이며 인간성이 넘치는 세상을 추구하는 길이다. 또한 이는 모든 아동청소년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최고의 재능을 발견해 키워주는 길이며 학생을 승자와 패자로 가리지 않는 새로운 교육의 길이다. 이는 또한 교육의 표준화,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목표지상주의의 환상을 뛰어넘는 길이다. 이를 위해 제4의 길은 민간, 교육계, 정부 간에 평등하고 상호소통이 활발한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이는 기존의 제도 속에서 최적화를 추구하는 길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길이다. 제4의 길은 교사들을 통해 쉼 없이 개혁을 추진하거나, 교사들을 정부 시책의 말단 전달자로 삼거나, 교사의 동기를 소진시켜가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하지 않는다.
[참고문헌]
• 경기도교육청(2012). 국가교육위원회 제도 설계를 위한 공청회
• 김용일(2016). 국가교육위원회의 가능성과 한계
• 이찬승(2016). 공교육 희망 칼럼. 교육을바꾸는사람들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451
• 이찬승(2016). 2030년 미래사회 조망과 학교교육이 나아갈 길(강원도 교육청 토론회)
• 조흥순(2016). ‘국가교육위원회의 가능성과 한계(김용일, 2016)’에 대한 토론
• 『학교교육 제4의 길』①②(원서 명: The Fourth Way: The Inspiring Future for Educational Change)
• Helsinki Design Lab(2011). In Studio: Recipes for Systemic Change.
http://www.helsinkidesignlab.org/peoplepods/themes/hdl/downloads/In_Studio-Recipes_for_Systemic_Change.pdf
• The Learning and Redesign Lab(2014). The New School in 2030: How can we make learning and working attractive?.
http://onderwijs.vlaanderen.be/sites/default/files/atoms/files/Results%20of%20the%20learn%20and%20design%20lab.pdf
• Education Governance in Canada: Trends and Significance
http://www2.crifpe.ca/html/chaires/lessard/pdf/AERAgouvernanceang3.pdf
각주
- 이 내용은 “새로운 교육체게 수립을 위한 2016 교육심포지엄”의 발제문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안의 한계 분석과 새로운 대안 모색(이찬승, 2016)』을 토대로 작성한 것임.
- 플랫폼 방식이란 교육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교육이 추구해야 할 철학, 가치, 교육의 목적; 학제; 학력의 인정; 교육과정의 편성기준(입시중심 과목 편성 금지 포함), 책무성 관리; 교원의 양성; 시설 및 자원의 제공과 지원 등>에 대한 “최소 요구조건(minimum requirements)을 제시하고 이런 기반 위에서 단위학교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 방식이란 진정한 의미의 학교자치를 실현하는 접근이다. 이는 큰 틀에서 핀란드의 교육과정 운영방식과 흡사하다.
- 독임제(獨任制) –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행정기관의 설정방법으로 하나의 행정관청에 그 권한을 일임하는 조직제도서로 합의제(合議制)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