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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 네비게이터 101 – “엄마, 반칙이야. 아웃!”

#223 이재경, 뉴욕주립대 버팔로 교육대학 석좌교수 2016.08.17

지난 번 칼럼 “보수, 좌향좌! 진보, 우향우!”에서 승자가 없는 교육이념 전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진정한 교육혁신을 위해 지혜와 힘을 합칠 것을 주문하였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내세우는 교육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고 협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보수는 교육의 수월성을 앞세우고, 진보는 교육의 형평성을 앞세울 때 어떤 교육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하는가? 학부모가 제각기 자기 아이만을 이기적으로 더 잘 교육하기를 요구할 때 학교와 교사는 어떤 학생을 더 우대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답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보수건 진보건 지금의 한국교육이 매우 불공정하고 계층 간 격차가 심각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교육을 통한 사회적 정의(Justice)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한가지 중요한 기준은 교육의 기회가 얼마나 공평한가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평등과 형평을 혼동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반드시 공평한 것이 아니다. 같은 사람들을 똑같이 대우하고, 다른 사람들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형평의 원리이다. 원래 타고날 때부터 모든 사람의 능력과 소질이 똑같지 않기 때문에 기회도 학생의 특성에 맞춰야 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 초대 이야기처럼, 두루미에게 접시에 음식을 주는 것과 여우에게 병에 음식을 주는 것은 모두 불공평하다.

 

그렇다면 가정환경이 아주 어렵거나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보통 학생들과 다른 기회를 주어야 공평한가? 미국에서 연방정부가 시행하는 이른바 보상교육(compensatory education) 정책은 집이 가난하고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가정의 지원이 결핍된 것을 학교가 보상하는 개념으로, 무료급식과 보충수업과 같은 별도의 지원을 통해 형평성에 기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는 전교 학생의 무상급식 정책은 분명 평등하지만 형평에는 어긋날 수 있다. 그 이유는 도움이 더 절실히 필요한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재원과 서비스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학생에게까지 제공됨으로써 궁극적으로 빈곤층을 위한 지원의 몫이 줄어들고 분배의 형평성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형평의 문제는 학생 평가와 학교성적에서도 발생한다. 과거에 학교가 전부 객관식 시험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던 시절에는 성적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별로 없었다. 학생이 노력해서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고 모두가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행평가 위주로 바뀌면서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숙제도 프로젝트 형태로 부모나 학원강사 등 외부의 도움을 빌려서 완성하다 보니 공정성 시비가 생긴다. 학교교육을 통해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 외부 환경 요인들에 의해 성적이 좌우될 때, 가정환경이 취약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른바 “엄마 수행평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가정환경이 좋은 아이에게도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해치는 독이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생선이 아니라 낚시를 하는 법이다.

 

대학입시의 다양화로 인해 생겨난 논술이나 면접 시험 또한 마찬가지다. 원래의 취지는 시험으로 잘 평가하지 못하는 잠재적 능력과 소질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지만, 학교에서 충분한 교육기회가 제공되지 못하고 학생들이 새로운 평가방식에 대비하여 준비할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는 학교 밖에서 제공되는 고액과외를 통한 입시준비가 득세하게 되고 이미 존재하는 교육기회와 결과의 사회적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법조인의 선발을 위한 제도로서 사법시험과 로스쿨(법학대학원)을 둘러싼 소위 흙수저 대 금수저 논쟁 또한 가정배경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공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사례이다.

 

정의론(Theory of Justice)의 대가 잔 롤스(John Rawls)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기 출생의 조건을 모르는 상태에서 합의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적 계약을 가정한다. 아마도 부모의 배경이 아니라 천부적 능력에 따른 교육기회의 공평한 제공 원칙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공평한 교육기회가 주어져도 교육결과가 반드시 동등할 수는 없다. 따라서 롤스의 원칙처럼 교육결과의 격차가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정당화되려면 사회적으로 유리한 자가 불리한 자의 이익에 공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길이 있다.

 

남보다 우수한 교육을 받은 사회의 엘리트 집단이 자기의 자식에게 특혜를 대물림하는 사회에 정의는 없다. 경기의 규칙이 불공정하고, 승자독식으로 패자부활이 없는 학교에 정의는 없다. 학생에게 부모의 직업을 물어보고 차별하는 선생님에게 정의는 없다.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영어 표현 중에 “level the playing field”, 즉 (경사진) 경기장을 평평하게 하라는 말이 있다. 기울어진 학교 운동장이 우선 문제지만, 아이들 대신 선수로 나서 공을 차는 엄마(혹은 아빠)들도 문제이다. 경기의 구경꾼으로 전락한 아이들이 불쌍하다. “엄마, 반칙이야. 아웃!”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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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립대 버팔로 교육대학 석좌교수 이재경

연세대 졸업(교육학 학사와 석사) 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으로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뉴욕주립대 버팔로(University at Buffalo, SUNY) 교육대학 석좌교수(UB Distinguished Professor)로 재직 중이며, 또한 미국 교육학회 펠로우, 스탠포드대 행동과학연구센터 펠로우, 콜로라도대 교육정책센터 펠로우이다. 주요 저서인 "학력격차의 해부"(The Anatomy of Achievement Gaps)를 통해 미국 교육의 수월성, 형평성, 그리고 책무성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고, 한국과의 국제비교를 통해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을 제시하였다(옥스포드 대학 출판사 발간). 특히 미국의 낙제학생방지법의 효과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 등을 통해 모든 인종 및 사회집단 간의 학력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의 평가와 논의에 기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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