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교육공약 제안(1) – 학교교육 정상화를 견인할 대입전형 모형 3가지
목차
1. 시작말
2. 대입전형 요소와 과도한 학생 부담
3. 대입전형 자료의 특성과 상호 역학관계 분석
4. 대입전형의 미래 모형을 고안할 때 적용해야 할 원칙
5. 학교교육 정상화를 견인할 대입전형 모형 3가지 제안(2025 실행목표)
6. 맺음말
1. 시작말
“대학이 수능 같은 고부담 표준화 시험으로 학생을 줄 세워 신입생을 뽑는 관행을 중단하지 않는 한 초중고 학교교육은 정상화되기 어렵습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입시중심 교육을 원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 한국의 학교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심각하다. 과거에는 대입시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했지만 이젠 대입시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대거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대입시가 학교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어떻게 개정하든 소용이 없다. 상위권 학부모들일수록 입시중심 교육을 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려면 대입시를 획기적으로 바꾸거나 입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입시가 학교교육을 문제 풀이 훈련기관으로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입시를 바꾼다고 학교교육이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대입시를 바꾸는 것이 학교교육 정상화의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학교교육을 살리려면 대입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 살펴보고자 한다. 내년에는 대선이 있다. 그래서 곧 정당들은 대선 공약의 개발에 착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현재의 대입시 제도를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바꾸어야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2. 대입전형 요소와 과도한 학생 부담
○ 대입전형은 크게 <고교 내신 성적(학생부 비교과 역량 포함), 국가수준의 표준화시험, 대학별 고사>라는 요소들로 구성되며 세계 다른 나라들의 전형 요소도 대동소이하다. 고교 내신 성적으로만 혹은 표준화시험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들 3가지 요소들은 상호보완적이다. 이들 3요소의 반영 비중도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나 주요국들의 대입전형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교 내신 성적을 비중 있게 반영한다는 점이다. 수능 같은 표준화시험보다는 오랜 기간 학생의 노력과 성과를 보여주는 내신 성적의 예측타당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 한편 국가수준의 표준화시험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독일의 아비투어, 영국의 A-level은 입학자격시험이다. 한편 미국의 SAT는 지능검사형 대입전형 자료로서 고교 내신 성적을 보완하는 성격을 갖는다. 한편, 핀란드처럼 입학자격시험이 졸업시험과 입학자격시험(matriculation exams)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나라나 이 세 가지 전형 요소 중 고교 내신 성적과 표준화시험 성적을 참고해 선발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고교 내신 성적, 국가수준의 표준화시험 외에 대학별 고사(논술, 면접, 적성고사 등)까지 본다. 이뿐이 아니다. 다양한 교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화려한 스펙까지 마련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또한 진로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어떻게 해왔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의 대입전형은 세계에서 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전형일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전교 학생의 1/3이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는 말도 들린다. 대입전형을 관리하는 교육부나 대학은 이 점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정부, 대학, 학교 등이 대입전형과 관련해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아래 <표 1>은 대입전형을 구성하는 핵심요소 3가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도(map)로 그려본 것이다.
<표 1> 대입전형 3요소의 구성 내용

○ 위 도표의 내용 중에 ‘수능 9단계 상대평가’, ‘내신 9등급 상대평가’란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평가등급을 가장 촘촘히 나누는 나라다. 수능에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을 0.1점 단위로 줄 세운다. 내신의 경우를 보자. 프랑스, 독일은 6등급이고, 핀란드가 7등급, 미국이 5등급이다. 이는 한국이 세계에서도 입시경쟁이 가장 치열한 나라란 뜻이다. 경쟁이 가장 치열하도록 평가를 설계했다. 잔인할 정도다. 대학의 이기주의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학생들을 치열하게 경쟁시켜도 선발의 편의성만 높으면 그만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묵인하고 승인하는 정부도 책임이 크다. 세계 주요국들처럼 한국도 수능과 내신 모두를 절대평가로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유난히 경쟁이 심하고 입시시험이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5등급을 넘지 않아야 한다.
○ 대입전형이 학교교육과 학생들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좀 더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의 건강을 해친다. 또, 동료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동료가 잘못되어야 내가 잘되는 상대평가 제도로 인해 인성까지 나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아동·청소년들을 입시 지옥에서 구해야 한다. 이제 학교교육은 학업성취도보다도 학생의 건강과 삶의 질에 더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최근 교육의 목적을 변경해서 ‘학생의 안녕(wellbeing)’을 교육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대입시 준비를 위해 매년 수십조 원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사회적 낭비가 어디 있는가! 오직 학업성적이 최고의 교육목표다. 쓸모도 없는 교육내용으로 아동청소년들의 건강을 해치고 천문학적인 숫자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계에 지우는 이런 모습은 광란에 가깝다. 이성적인 나라의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래서 대입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민원처리 수준의 땜질식 처방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상을 해야 할 때다.
대입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대입시를 구성하는 주요 전형 요소들 의 영향력과 이들 간의 역학관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대입전형 자료의 특성과 상호 역학관계 분석
○ 대입전형 요소들 간에는 대체로 아래와 같은 역학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이런 역학관계가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쉽게 추론하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1)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① 난이도
• 수능이 쉬우면 상위권 학생들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게 되어 상위권 대학의 경우 전형자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변별력이 향상되고 수능 점수 향상에 도전할 동기와 의욕이 생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수능이 쉬우면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크게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교교육은 실수 않기 위해 문제풀이를 수없이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 한편 수능이 어려우면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은 향상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은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수능이 어려우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② 평가방식(상대평가 vs. 절대평가)
• 절대평가는 절대적 기준(예: 만점)에 비추어서 몇 점을 받았는가를 나타낸다. 타인과 경쟁이 필요 없다. 하지만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우면 성적 쏠림이 심해 이를 줄세우기를 위한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편 상대평가는 다른 학생과의 비교를 통해 성적의 위치를 부여하는 평가방식이므로 대입전형 자료로 쓰기에는 편리하다. 난이도에 상관없이 성적의 비교를 통해 줄세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이도가 낮은 경우 상대적 위치를 높이기 위해 무한 반복 훈련을 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③ 출제 유형(객관식 vs. 주관식)
• 객관식 위주인 경우, 채점이 객관적이고 용이하다. 이는 모든 질문에는 정답이 하나만 존재한다는 절대 지식관을 취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또, 고등정신능력을 평가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 한편 주관식 위주인 경우 채점이 주관적이어서 채점자에 대한 불신, 채점의 객관성과 공정성, 채점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관식은 고등정신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④ 학교교육에 대한 영향
• 한국의 경우,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과 고교 간 학력 차이까지 커서 대학은 수능을 주요 선발 자료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수시전형에서조차 실제 수능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수능이 학교교육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아래와 같이 매우 다양하고 크다.
– 정답 찾기 위주의 수업을 하게 만든다. 학습의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한다.
– 문제 풀이식 단순 반복 수업, 시험 요령을 가르치는 수업, 실수 않기 훈련 등을 강화한다.
– ‘학습=성적향상’, ‘성적=학력’이란 잘못된 인식을 심고 고착화시킨다.
– 토론, 창의적 문제해결 등의 고등사고력을 신장시키는 수업보다는 수능 시험 점수를 따는데 직접 도움이 되는 것들에만 관심을 갖는다.
– 불확실한 것에 대한 도전을 주저하게 만든다.
– 시험보지 않는 과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 흥미와 관심이 있는 과목보다는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다.
2) 내신 평가
① 평가방식(상대평가 vs. 절대평가)
• 현재 한국은 중고교 수준에서는 ‘성취평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무늬는 절대평가이지만 내용은 상대평가이다. 고교 수준에서는 성취평가 결과를 9단계 상대평가의 결과와 병기하게 되어 있다. 내년이면 2021년 수능개편안과 함께 고교에서의 성취평가제 대입반영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되어 있다. 답답하다. 수능과 내신의 장기적 비전을 먼저 세우고 그 속에서 2021년의 수능 개편안이 나와야 하는 것이 옳다.
• 상대평가는 학생의 절대점수로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반의 동료들이 얼마나 잘 했는가에 따라 학생의 상대적 위치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특정 학생의 성적이 잘 나오려면 그 학생이 잘하기도 해야 하지만 옆의 동료가 문제를 많이 틀려 주어야 가능하다. 지혜를 모아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에 상대평가는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절대평가는 성취목표에 도달시키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지만 상대평가는 줄 세우기를 위한 평가다. 또 상대평가는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 평가권을 침해하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교사들은 자신이 가르친 것에 대해 자신의 평가기준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상대평가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평가는 농산어촌의 1등급과 서울 강남 우수한 학교의 1등급을 같이 취급하는 접근으로 교육의 기회 형평성 제고에 기여한다.
• 한편 절대평가는 어떤가? 절대평가는 교육적이긴 하지만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어 평가의 객관성이 떨어진다. 또한 절대평가는 성적 부풀리기란 약점을 지닌다. 만약 현재의 고교체제 속에서 동일한 성취기준을 적용하여 절대평가를 한다면 외고 등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A학점을 받고, 아주 환경이 열악한 일반고에서는 A학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예상되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외고와 같은 우수학생 분리교육은 특혜에 가깝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절대평가에 있어서도 일반고 학생들에게 기회 형평성 측면에서 어떤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가령 외고, 일반고 가릴 것 없이 상위 10%의 아동들에 대해서는 대입전형에서 우선 선발될 자격을 주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온정주의에 기반을 둔 성적부풀리기를 막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성적부풀리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상대평가에 머물 수는 없다. 절대평가의 여건을 만들어 절대평가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② 출제 유형(객관식 vs. 주관식)
• 객관식 문제는 평가가 용이하고 객관성이 높다. 하지만 논·서술형 주관식 문제는 객관성이 낮고 성적 부풀리기에 휩싸이기 쉽다. 그리고 채점자의 윤리성, 신뢰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 21세기 교육은 역량 함양을 위한 체험 수업이 증가하기 때문에 교사의 관찰, 자기평가, 동료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등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사회 구성원들의 윤리성이 높아야 한다. 채점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항의에 휩싸이게 되면 교사는 이런 것들이 큰 부담이 될 것이다.
③ 수능시험과의 관련성
• 내신 성적에 대한 신뢰성이 높으면 대학은 내신의 실질 반영비율을 높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경우 내신에 대한 불신은 크다. 교사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고, 학교 간 학력차도 크기 때문이다. 주관식으로 평가할 때 성적 부풀리기는 내신 성적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대학은 내신 성적만 참고해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내신에 대한 이런 불신을 보완해주는 것이 수능시험이다.
④ 대입시 반영률
• 내신 성적을 대입시에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는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내신 성적의 반영비율을 높여야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교사들이 내신 성적의 반영비율을 높이길 원한다. 이것이 학생을 통제하는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내신 성적의 대입시 반영비율을 높여서는 안 된다. 특히 내신 시험문제가 논·서술형이 아닌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내신 성적을 대입시에 높게 반영하는 순간 모든 학습은 시험문제 풀이를 위한 기능적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험성적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하는 학습은 깊이 있는 진정한 학습이 되기 어렵다.
• 필자는 내신의 실질 반영비율을 30% 정도로 제한하였으면 한다.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반영비율이다. 이런 정도로 내신을 대입시에 반영한다면 학생은 학교수업에 충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학교교육이 대입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바로 수능이 고등사고력을 평가하게 해서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때 학교교육은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능과 내신의 상호보완 작용이 필요하다.
3) 수능과 내신의 조화
• 이상의 1), 2)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능과 내신은 각기 특성이 다르다. 수능의 변별력이 우수하고 반영비율이 높으면 내신 성적의 반영비율을 크게 높일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실제 주요 대학들은 수능의 실질 반영비율이 내신보다 높다. 수시전형에서조차 그렇다. 그래서 수능이 고교과정의 교육과정 역할을 하게 된다. 바로 여기서 아래와 같은 얘기가 나오게 된다.
“대학이 수능 같은 고부담 표준화 시험으로 학생을 줄세 워 신입생을 뽑는 관행을 중단하지 않는 한 초중고 학교교육은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 수능의 변별력을 높이면 학교교육(특히 고교)은 수능 준비를 위한 수업이 주를 이루게 된다. 고3 교실에서 EBS 수능교재가 교육과정이 되고 있는 현상이 바로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물수능을 비난하며 수능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수능의 변별력을 높이면 대학의 수능반영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이것은 바로 학교교육을 객관식 문제 풀이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 수능과 내신의 바람직한 조합은 무엇일까? 상위권 대학 입학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논·서술형이 강화된 수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독서, 토론, 쓰기 등과 역량 함양을 위한 체험학습을 반영하는 내신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내신평가를 위해서는 자기평가, 동료평가, 교사의 관찰평가, 포트폴리오평가 등을 정착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내신을 3등급(기대이상/기대수준/기대이하)으로 평가하는 것도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내신 성적 산출을 위해 비교육적인 문제를 출제하고 교과서를 완전히 암기하게 하는 식의 상대평가의 부작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신 성적은 대입 당락에 약 30%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4. 대입전형의 미래 모형을 고안할 때 적용해야 할 원칙
○ 학교교육 정상화를 견인할 대입전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원칙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이를 견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 ‘학교교육의 정상화’란 사람마다 그 정의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의 입시중심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본질에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험생을 표준화 시험 성적으로 줄 세워 뽑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답만 찾게 하는 객관식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논·서술형을 강화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 대학은 선발의 자율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대입시가 고교과정을 지배하고 학교를 시험 준비 기관으로 전락시켜 학교교육을 망친다면 대학이 이런 자유까지 누릴 수는 없다. 대학에게는 학교교육을 바르게 견인할 도덕적, 사회적 책임이 있다.
② 전공 이수에 필요한 능력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상위권 대학만이라도 전공에 필요한 과목 이수 기준을 사전에 발표하게 해야 한다. 미국의 SAT subject test와 유사한 평가를 통해 전공 준비도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탐, 사탐의 ‘선택 수능’의 도입이 필요하다. 사탐, 과탐의 주요과목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시험 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③ 평가도구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것이어야 한다.
• 수능은 채점에 대해 신뢰도는 높지만 타당도가 높은 시험은 아니다. 대학에서의 학업 성취에 관한 예측 타당도는 수능보다 내신이 더 높다. 따라서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되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조치가 시급하다.
④ 전형시스템이 간명하고 투명해야 한다.
• 전형시스템이 복잡하면 부모의 정보력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전형시스템이 투명하지 않으면 수험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⑤ 학생의 준비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 한국의 고교생들이 상위권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내신-수능-대학별고사’ 외에 비교과 활동까지 스펙으로 준비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담이 큰 대입전형이다. 이를 2가지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수능에서 평가하는 과목 수와 난이도도 적정화할 필요가 있다.
⑥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지금처럼 변환점수 0.1점 단위로 줄 세워 선발하는 것은 타당성도 없으면서 과잉 경쟁만 불러일으킨다. 불필요한 경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현재의 9등급 상대평가를 가령 5등급(절대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전공 계열별로 추첨제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령 내신 및 수능 등급 합이 가장 작은 학생들을 모집 계열별로 추첨을 통해 우선 배정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표준점수를 감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한 차례 시행되었던 등급제가 좌초된 이유도 바로 등급 합과 표준점수 합 간에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⑦ 내신 실질 반영비율이 적정해야 한다(예: 30%).
• 내신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통념일 수 있다. 내신 성적이 대입시 전형자료로 쓰이며 그 영향이 큰 한 모든 학습이나 비교과활동은 학생부 기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대입시에서 고등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고등사고력이 신장될 수 있다면 학교교육이 대입시를 위한 수단이 된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수능에 논·서술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⑧ 사교육 유발을 심화시키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 사교육이 유발되는 것은 경쟁에서 제일 앞줄에 서기 위한 개인의 사적 욕망 때문이다. 입시경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의 영향과 준비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을 줄이는 것은 학교교육이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를 정착시키는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때의 자격고사란 합격/불합격 성격의 자격고사가 아니라 지원을 위한 1차적 최소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현재 수시에서 수능 등급이 지원을 위한 최저기준으로 사용되는 것이 그 예다.
⑨ 부모의 소득 등 가정배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 성적에는 부모의 경제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 이런 부모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능시험을 SAT처럼 능력시험으로 전환하고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해서 동일 급간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추첨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추첨제는 가정 배경의 영향을 줄일 수 있고, 사회 통합적 접근이다. 현재의 인지적 학습능력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절대평가 5등급(수능과 내신 공히 반영)을 기반으로 해서 상위 등급자를 계열별로 우선적으로 추첨 배정함으로써 무의미한 경쟁을 줄이고 사회적 계층별로 골고루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 대학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선점 경쟁에 급급하지 말고 다양한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뽑아 가르치기 경쟁을 해야 한다.
• 러시아가 최근 사회경제적 약자의 불리함을 줄이고 고등교육의 접근율을 높이기 위해 대학별 고사와 졸업시험을 폐지하고 국가고사(Unified State Examination, 2009)를 도입하고 이것 하나만으로 대입 전형을 하게 하였다. 이는 매우 과감한 조치며 한국도 이런 수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⑩ 신입생 구성이 인종, 계층, 재능, 출신 지역 등의 측면에서 다양해야 한다.
• 미국이 학교 구성을 인종, 계층, 재능, 출신 지역 등의 측면에서 다양화하고자 한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강한 편인 한국에게 이런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
⑪ 소수자 우대주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한다.
• 소수자 우대주의는 인종·성 등의 차이로 인해 차별 받기 쉬운 사람들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차별을 줄이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말한다. 대학입시, 취업, 승진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일부 대학이 실시하고 있는 지역균형선발, 기회균형 선발 등도 이런 성격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공정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이다.
⑫ 고등교육 참여를 막는 장애를 최소화 한다.
• 유럽의 대학은 입학은 비교적 쉽지만 졸업이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내신-수능-대학별고사’ 준비 그리고 비교과에서 화려한 스펙까지 만들어 내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시를 준비하게 만든다. 고등교육에 대한 참여는 개방적이되 졸업은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대학의 구조조정 필요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다.
이상의 원칙 아래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견인할 대입전형을 본격적으로 고안해 보기로 한다.
5. 학교교육 정상화를 견인할 대입전형 모형 3가지 제안
○ 해방 이후 대입시는 정권의 주기별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어왔다. 크게 보면 대학별 단독 시험 시기를 지나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표준화 시험이 도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음 표는 대학입시의 변천사를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1) 대학입시의 변천과 성찰
<표 2> 대학입시의 변천

이상의 대입시 변천사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표준화 시험 성적으로 줄을 세워 선발을 했고, 이 표준화 시험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대입전형을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지금까지처럼 임시방편으로 땜질식 개혁을 지속한다면 현재의 문제점들은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표준화 시험이 학교교육에 준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주입식 교육과 정답찾기 교육을 강화했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2025년에 사용할 새로운 대입제도는 표준화 시험을 폐지하든가 아니면 평가의 질을 높여서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이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2) 좀 더 과감한 시도
○ 대입전형을 어떻게 고쳐야 학생의 부담을 줄이고 본질에 충실한 학교교육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많은 사람들은 ‘입시철폐’를 든다. 대입시험이 없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대입시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가장 먼저 아동들의 삶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년 수십조 원씩 들어가는 사교육비도 들지 않게 될 것이다. 가계부채도 줄고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실제 존재하기는 쉽지 않다. 대졸과 고졸 간의 임금차가 크게 존재하고, 괜찮은 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면 상위권 대학의 졸업장 프리미엄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이 존재하고 누구를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했다. 바로 그런 장치가 오늘날의 <고교 내신 성적(학생부 비교과 역량 포함), 국가수준의 표준화시험, 대학별 고사>이고 이것이 학교교육을 입시준비의 과정으로 황폐화시켰다. 이제 2025년에 실시할 대입전형은 좀 더 과감한 상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
○ ‘입시철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현재와 같은 수능시험과 대학별 고사를 없애거나 수능시험을 자격고사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입생 선발을 위한 이런 전형 자료를 다 무력화 시키면 고등교육의 기회 배분은 어떤 기준으로 할 수 있는가? 선발이 필요 없게 하면 된다.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고 선발 장치가 필요한 것은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대학서열을 해체하지 않고는 대입시를 어떻게 고치든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에서 나온 해법의 하나가 국립대학교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여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는 신입생 공동선발, 공동학위수여를 특징으로 한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국립대의 서열이 사라지고, 서열이 사라지면 입시경쟁을 줄일 수 있고, 입시경쟁을 줄이면 초중고가 입시중심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수능을 저부담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대학의 질을 높이지 않은 채 통합만 하는 것은 하향평준화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연대, 고대, 이대를 비롯한 사립대를 그대로 둔 채 국공립대만 네트워크화 하는 것만으로는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래저래 국립대 네트워크화 안은 지속 관심 을 가지고 검토할 가치는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입제도도 현재의 견고한 대학서열을 그대로 둔 채 고민해볼 수밖에 없다.
3) 학교교육 정상화를 견인할 대입전형 모색
앞에서 ‘대입전형 자료의 특성과 상호 역학관계’를 살펴보았고, ‘대입전형 미래방향 탐색 시 적용해야 할 원칙 12가지’도 도출해봤다. 이를 좀 더 압축해본다면 아래와 같은 ‘대입전형 핵심 원칙 6’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 원칙1: 신입생을 변환점수 0.1점 단위로 줄 세워 선발하지 않는다.
• 원칙2: 수능을 논·서술형 위주로 점진적으로 바꾸어 고등사고력을 측정하게 한다.
• 원칙3: 수능이 내신에 끼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며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 원칙4: 경쟁의 강도, 수험준비 부담,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 원칙5: 부모 경제력의 반영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 원칙6: 대학서열의 완화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상의 원칙들을 반영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모형을 도출해보았다.
▶ 모형1: 논·서술형 중심의 새로운 수능(예: 바칼로레아) + 내신 + (대학별고사)
• 기존의 수능에 논·서술형을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강화해서 2025년에는 국영수사과 각각에 대해 3수준(초급, 중급, 고급)의 문제를 각 1문제씩 총 3문항 출제하는 논술 시험을 도입한다.
이는 수능을 바칼로레아 형으로 일종의 자격고사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자격고사란 최소 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논·서술형 중심의 수능이 도입되면 기존의 객관식 문제풀이 중심의 학교교육을 고등사고력을 신장하는 쪽으로 견인하며, 대학의 입장에서는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출제, 시험 시행, 채점은 한국교육평가원이 맡되 학교/대학과 협력한다. 혹은 이를 담당할 제3의 입시관리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한다.
<표 3> 논·서술형 수능기반 대입전형(모형1: 일명 한국적 바칼로레아)

▶ 모형2: 적성검사수능(능력시험) 및 선택수능(선택과목) + 내신 + (대학별고사)
• 미국의 SAT 능력시험은 언어(비판적 글 읽기), 수리, 작문으로 구성되며 학습 잠재력을 평가하는 능력시험이다. 현재 한국의 수능은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나 이를 적성평가 시험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소수과목으로 실력보다는 잠재능력을 평가하고 부모경제력과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는 평가가 되어야 한다. 난이도는 <쉬운 문항, 중급 문항, 고급 문항>처럼 3수준으로 구성된다. 언어의 소재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문 등 다양한 자료를 사용함으로써 학교의 사탐, 과탐 교육을 충실히 받는 것이 수험 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한다. 수리 영역은 선다형 외에 단답형, 풀이형이 포함된다.
• 영어는 현재의 절대평가를 5등급으로 전환한다.
• 한편 선택수능은 미국처럼 사탐과 과탐 중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2~3개 과목의 지식과 응용력을 평가한다.
• 5~7단계로 절대평가를 할 경우 상위권 대학은 상위권 지원자들의 변별력 부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이는 전공 관련 선택수능과 내신 성적 그리고 면접을 통해 보완한다.
<표 4> 적성검사형 수능기반 대입전형(모형2)

▶ 모형3: 공통수능(학업성취도 평가) 및 선택수능 + 내신 + (대학별고사)
• 학업성취도를 검사하는 현 수능이 학교교육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그래서 수능에 논·서술형을 강화하고 객관식에 감점제를 도입함으로써 학교교육에서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견인하고자 한다.
• 이는 현재의 수능에 단계적으로 단답형, 논·서술형 비중을 높인 것이라 할 수 있다.
• 5단계 절대평가가 신뢰를 얻을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내신의 일부 평가는 상대평가로 할 수 있다.
<표 5> 학업성취도 검사 성격의 공통수능 기반 대입전형(모형3)

6. 맺음말
지금까지 학교교육은 대입시의 지배를 받아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현재와 같은 수능시험을 이대로 두고 학교교육이 본질에 충실한 교육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의 대학서열체제 속에서도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았다. 이는 ‘대입전형 핵심 원칙 6’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입 전형을 고안해본 것이다. 고려해볼만한 게 3가지 정도라고 생각된다. 하나는 수능을 논·서술형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방안이고(<표 3>의 모형 1), 다른 하나는 수능을 적성검사 성격의 자격고사로 바꾸는 방안(<표 4>의 모형 2)이다. 마지막의 것은 기존의 수능에 논·서술형을 강화하는 방안(<표 5>의 모형 3)이다. 이 세 모형이 조금씩 그 특성과 강조점이 다르지만 수능이 학교교육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예: 주입식 교육,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암기와 기계적 반복을 중시)을 줄이고 학교교육을 고등사고력을 신장시키는 쪽으로 견인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이다.
이런 제안을 실행에 옮기려 하면 수많은 장애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애요인을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이것 때문에 물러설 문제는 아니다. 만약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현재의 수능시험을 이대로 유지한다면 이는 학교교육에 희망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와 같은 수능이 학교교육(특히 고교 과정)을 지배한다면 이는 개인과 국가의 입장에서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실수를 죄악시하고 정답이 하나뿐인 객관식 문제풀이로 젊음을 낭비하고 재능을 녹슬게 하는 것은 아동,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가 죄를 짓는 일이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9단계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일은 상위 30% 학생들을 위해 나머지 70%의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야만적인 제도에 가깝다.
새로운 대입체제를 구상할 때는 가장 바람직한 상을 먼저 그리고(이것이 비전이 됨),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모형과 전략을 개발한 다음에는 어떤 문제점이 발생해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한두 해 실행해보고 문제점이 있다고 곧바로 뒤엎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이런 부끄러운 개정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대입전형은 비전과 원칙(가치 포함)을 바탕으로 고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때의 비전과 원칙은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당사자들과 수많은 토론, 공감, 설득의 과정을 통해서 마련되어야 한다.
필자가 본 칼럼에서 소개한 제안은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다. 이를 앞으로 대입전형에 대해 전문적 지식이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보충해 나갈 생각이다. 본 칼럼에서 필자가 제안한 대입전형 모형 3가지가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입전형 탐색의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필자의 생각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은 비판적 코멘트가 있기를 고대한다.
[참고문헌]
대학입시 정책의 국제 비교 연구: 고교 내신 산출 및 대입 반영 방법을 중심으로(한국교육개발원. 2014, 김순남 외)
•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전형 연구(Ⅷ): 고교-대학 연계형 대입제도 중장기 종합 방안(한국교육개발원. 2011, 정광희 외)
•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양락 외, 2010)
•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정책의 현실과 미래(교육을바꾸는사람들. 김신영 외 2014)
• 학교교육과 평가, 그 미래방향을 모색한다(교육을바꾸는사람들 토론회 자료집, 2015)
• 한국 입시 제도의 변화
http://www.snu.ac.kr/about/snu60/pdfs/3_1.pdf
• 혁신교육 관점에서 본 수능의 대입자격고사 전환(경기도교육연구원, 2013)
• 초중등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제도 개선 연구(전라남도교육청, 2012)
• 입시제도(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37679&cid=46615&categoryId=46615
• 『International Perspectives on Higher Education Admission Policy』(Peter Lang, 2015)
• 『Lotteries for Education: Origins, experiences, lessons』 (Donall Boyle, 2010)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