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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개혁 새패러다임 (4): 교육개혁 추진 조직과 절차

#172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2015.11.05

교육개혁 추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직을 갖추어야 하고, 동시에 적절한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개혁 조직과 절차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상황 변화를 간단히 살피고, 이어서 교육개혁 추진 주도자와 조직, 네트워크 형성의 필요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진 절차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본다. 이 글의 상당 부분은  하그리브스와 셜리(Hargreaves & Shirley, 2009)가 제시한 ‘제4의 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미리 밝힌다.

 

 

1. 상황 변화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이 주도자에서 조력자‧지원자로 바뀌어야 하듯이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의 역할도 주도자에서 큰 틀 제시자로 바뀌어야 한다. 토플러(Toffler , 2001: 82)는 「21세기 한국의 비전」에서 자신이 추천하고 있는 변화는 “위로부터의 손쉬운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국인들 개개인의 일상으로부터의 대대적인 노력이 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정책 의제 선정에서부터 결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관련 집단과 개인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직접적인 참여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통신 인프라 발달로 인해 저렴한 비용과 시간투자로도 직접투표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맞추어 개혁 추진 조직과 절차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다른 상황 변화로는 직선교육감에 의한 지방교육자치가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이미 경험한 것처럼 초‧중등교육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동의하지 않으면 중앙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주도하더라도 더이상 정책 독점적 하향식 교육개혁은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중앙정부가 교육개혁에서 해야 할,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처럼 개혁안을 만들고 이를 주도적으로 챙기며 현장에 적용해 가는 것이 아니다.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필요한 제도와 예산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수행할 조직과 절차에서부터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중앙정부는 교육개혁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교육자치단체, 교원단체, 학부모 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단체 대표들을 참여시키고, 이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개혁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개혁 관련 조직을 만들 때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성원을 임명하는 것은 미래 교육의 방향에 비추어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2.  교육개혁 추진체

 

가. 교육개혁 주도자의 문제

 

박대권(2013)1은 「학교없는 교육개혁: 유토피아를 꿈꾼 미국 교육개혁 100년사」(권창욱·박대권 공역, 2011) 번역을 마친 후 “개혁의 대상은 학교가 아니라, 학교가 문제라고 소리 높이며 학교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하는 가르침을 준다.”라는 말로 이 책의 시사점을 정리하고 있다. 교육개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때 개혁 주체로서, 혹은 아이디어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위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개혁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들은 정치인들과 달리 때로는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진 정권으로 바뀌어도 영향력을 이어가기도 한다. 즉, 우리의 교육개혁은 정권의 부침과 무관하게 늘 정권의 탄생과 유지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 의해 의제가 선정되고 추진되어온 부분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은 앞서 소개한 박대권(2013)의 주장이 일부 설득력을 가짐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문가 자격으로 대통령 캠프에서 혹은 각 정부의 교육개혁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을 할 때에는 혹시 학교가 아니라 참여하는 전문가 자신이 개혁의 대상은 아닐까 하는 자기오류 가능성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이념이나 철학에 바탕을 둔 관점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문제와 문제의 원인, 그리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만일 자신의 관점으로 혹은 자신이 포함된 집단의 관점으로 교육개혁을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의도했던 바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심지어 문제가 악화되어 왔다면(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사회 일반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면), 또 다른 개혁에 참여하게 될 때 과거로부터 배우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박대권의 주장대로 ‘개혁의 반복은 실수의 반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나. 정부(중앙정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의 역할

 

과거에는 정부가 중앙정부만을 의미했지만 지방교육자치가 강화된 현 시점에서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지방정부 포함)를 포함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향후 학교혁신의 방향과 추진체 구성 등에 있어서는 지방교육자치가 강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교혁신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큰 흐름으로 볼 때 학교 혁신에서 중앙정부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역할은 학교혁신의 기본방향과 틀 마련, 지방교육자치단체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할 때 이를 완화시키는 역할, 그리고 지방교육자치단체의 지원 및 감독을 하는 역할 등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미국처럼 방대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초중등교육은 특히 국가차원에서 핵심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특정 정파의 정강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초정권적인 기구 설치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지방교육자치단체가 새로운 교육 실험을 하고자 할 때 토플러가 말한 ‘악질적인 전체 정치’가 되지 않도록 교육 실험을 결정할 때 다양한 의견 수렴 및 민주적인 결정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보완책 마련이라 하겠다.2

 

다. 입체적 다방향의 교육혁신을 추진할 초정권적 추진체 필요

 

그동안 강력한 중앙집권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던 혁신은 저항과 태업이라는 큰 역효과를 낳았다. ‘약자와의 협력, 절제된 힘, 긴장해소’가 정치적 통제 기술의 효과성을 높여준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자라는 하그리브스와 셜리(2009: 85)의 주장은 하향식, 상향식, 혹은 쌍방향식의 평면적인 추진이 아니라 상황과 사안에 따라 가장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중앙정부, 지방정부, 학교, 지역사회, 학부모 등)가 혁신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여타 집단이 힘을 모으는 입체적인 추진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3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교육위원회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원으로 임명된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을 추천한 조직이 아니라 교육과 우리 사회를 위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인지, 그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그리고 열린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등 위원들의 성향, 역량, 소명의식과 열의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그 조직의 구성원이 바뀌면 그 조직은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기도 한다. 가령 김대중 정부의 새교육공동체가 그 예이다(김용일, 2015). 국가교육위원회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은 박남기·임수진(2015b: 263-265)을 참고하기 바란다.

 

라.  교육개혁 주체 다양화 : 교육 현장 중심 정책 결정

 

1) 교사집단에게 정책결정권 부여

 

교육개혁 의제 중에서 상황에 따라 교사의 전문적인 식견이 중요한 정책 방향은 최종결정권을 교육전문가인 교사에게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그리브스와 셜리는 이상적으로 보였던 제3의 길을 방해한 또 다른 요인으로 ‘기술주의의 길’을 들고 있다. ‘기술주의의 길’은 두 가지 문제를 가져왔다. 하나는 교육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으로서 공유되어야만 하는 불평등의 문제와 사회적 정의의 문제 같은 도덕적 이슈들을 기술적 수치화의 문제로 전환시키고, 학교라는 공간에 국한되는 문제들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로 미국의 경우 학업성적 격차를 교사와 학교에 전가하려는 흐름이 극심해졌다. 이처럼 ‘도덕적 이슈와 책임감’이 ‘기술적 이슈와 책임감’으로 탈바꿈되어 검사(측정)의 증가, 방대한 규모의 성적 데이터 분석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학교 간 비교를 시도한 것 등도 이러한 기술주의의 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데이터를 지배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행사할 경우 오히려 제대로 된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근거 경영의 허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한 사람으로는 GM을 소생시킨 밥 루츠(Bob Lutz)를 들 수 있다. 그는 숫자와 데이터로 모든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을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 숫자 놀음꾼)라고 칭하며 ‘제품 전문가’에게 기업경영의 주도권을 넘겨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변화를 위해서는 숫자 놀음꾼들이 그려내는 세계가 허상임을 깨닫고, 비전과 열정을 갖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제품 전문가에게 기업경영권을 다시 넘겨주어야 한다… 최종 결정은 실제로 고객들을 상대해보았고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내려야 한다. 탁월한 상품과 서비스를 팔겠다는 열정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냉정하게 분석하려는 사람들을 앞서기 마련이다.”(Lutz, 2011: 24-25)

 

교육의 경우에는 학생의 실력(학문적, 인성적) 향상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열정을 가지고 헌신하는 선생님이 바로 ‘제품 전문가’이다. 특히 학교혁신의 경우 학생들을 실제로 상대하고 있고, 학생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선생님들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론 전문가에게 최종 결정권을 주기 위해서는 교사 중에서 이러한 특성을 가진 전문가를 제대로 찾아낼 수 있는 기본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의 관점이 아니라 교사 이익의 관점에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또는 무늬만 열정적 교사인 사람들이 숫자 놀음꾼들, 특정 정당이나 이익단체의 조정을 받으며 결정권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학교혁신 또 하나의 주체 학생

 

“만약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갖는 재량권이 통제되고 누군가가 그들을 대신해서 선택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인생이나 직무 속에서 보다 나은 선택을 내릴 방법들을 배울 수 없을 것이다.”(Toffler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01: 72)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하고 있는 업무 가짓수를 보면 학급경영 업무만 해도 200여 가지가 넘는다(박남기·김근영, 2007: 326-329). 거기에다가 학교행정지원 업무(분장사무)와 기타 업무(자기계발, 학교관련 친목 등 비공식 업무)까지 모두 제대로 해내려고 하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한 과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의 하나가 학생을 학급경영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즉 선생님과 더불어 학급을 경영하는 공동경영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학년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 되면 담임과 더불어 학급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업무(예: 학급의 주요 부서 업무 외에 규칙·수칙 지킴이, 학급사진기록 담당, 다른 학생의 멘토 등)를 함께 처리하고, 나아가 학급경영의 기본방침과 규칙·수칙을 만드는 일에서도 학생들이 주체가 될 수 있다(박남기·구영철·최은희, 1998). 물론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교육에서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한 연수를 실시하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교육의 한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은 민주시민에 관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깨닫고 배우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심지어 대학에서마저도 학생들이 학교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생인권의 차원에서, 그리고 민주시민 교육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고, 그러한 학교들에서 우려했던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학생 참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학생을 객체, 즉 단순히 교육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면 학교는 학생이라는 고객을 가득 실은 배가 되고, 몇 명의 교사가 그 배의 노를 저어 목표지점을 향해 힘들게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므로 학교와 교사는 과로와 소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만일 학생들에게 학교교육과 학교혁신의 주체임을 자각하게 하고, 필요한 역할을 제공하며, 역할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제고시킨다면 학생은 고객이 아니라 함께 배를 움직여 나아가게 하는 선원(최소한 보조선원)이 될 것이다. 하그리브스와 셜리(2009)가 제4의 길의 여섯 개의 기둥 중의 하나로 ‘변화의 파트너로서의 학생’을 든 것은 이러한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3.  네트워크 형성

 

가. 학교 혁신 네트워크 형성

 

학교 개선 네트워크는 학교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서로 만나 서로에게서 배우며 돕는 역할을 한다. 이는 현장 중심의 학교혁신이 가능하게 하는 추진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교사순환근무제를 택하고 있어서 학교 간 배타성이 적다. 그리고 이미 지역내 교장들 간의 협의체가 활성화되어 있고, 교사들의 연구모임과 기타 친목 모임도 활성화되어 있다. 즉, 학교혁신 네트워크 활성화에 필요한 토대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국가와 지방교육자치단체, 그리고 학교들이 함께 만나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하는 지역에 보다 체계적인 행·재정적, 교육적 지원을 제공한다면 현장 중심의 학교혁신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지역사회 조직화 운동

 

최근 우리나라 각 지방교육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교육을 위한 지역사회 조직화 운동이 점차 활성화되어 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정부 주도로 교육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교육청, 그리고 지역사회가 교육혁신의 주체로서 각각의 의제를 가지고 혁신을 추진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교육혁신의 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힘과 역량 개발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에 정부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

 

미래 교육이 센터를 활용한 교육이 되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교육지원청이 중심이 되어 낙후된 지역의 기업체와 공공기관 그리고 주민들이 지역교육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의 역할을 확대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조직화가 절실한 이러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조직화가 더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4 이러한 지역에서는 교사들이 지역사회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우수한 교원 유인책을 더 다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래 의도와는 달리 이미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만 지역사회 조직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지역간의 격차만 확대될 수도 있다.

 

 

4. 추진 방법

 

가. 국민대토론회

 

토플러(Toffler, 2001: 82-83)는 엄밀한 기본 계획보다는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일관성 있는 리더쉽과 한국의 선진적인 정보통신 인프라의 현명한 활용,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이 옳다는 대중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토플러는 ‘열린 마음으로 당파를 초월하여 국민적 토론’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마음으로부터 공감해야만 기본 방향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쌓여야만 ‘분산되었던 막대한 에너지가 집중되어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남기(2008)는 교육 이데올로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역할 중의 하나는 교육 이데올로기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토론회 실시라고 주장한다. 프랑스에서 한 것처럼 교육대토론회를 실시하여 교육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이 차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집단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고, 사회 전체의 분별심(分別心)을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토론회는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고, 역할을 할 수 없는 학부모에 대해서는 사회가 대리 학부모를 지원하며, 분별심이 큰 학부모로 하여금 자녀에 대한 사랑을 모든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확산하도록 하여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목표 의식 없이 방황하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 촉구, 이러한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는 기관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지원 방향 등도 국민대토론회 과정을 통해 탐색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개혁의 의제 선정에서부터 시작하여 구체적인 방향과 지원책을 마련할 때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하향식 접근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국민대토론회식 접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생산적일 것이다.

 

나. 직접민주주의 가미

 

교육관련 결정을 할 때 안건에 따라서는 의회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대의정치), 대표자와 소수 세력을 융화시키는 방안, 국민투표방안, 학생에 직접 관련된 사항일 경우 학생전자투표도 생각해볼 수 있다. 토플러는 대의제도의 마비 상태가 악화일로를 달려 장기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소수의 이름뿐인 대표자에 의해 내려지고 있는 많은 결정이 선거구민들 손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는 국민의 일시적인 감정적 반응을 억제하거나 유예시키기가 어렵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민 투표로 결정된 중요 결의는 실행에 앞서 냉각기간을 두거나 두 번째 투표 실시 등을 제안한다. 또한 전문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도록 기회를 주고 이들에게 권고권을 갖도록 하는 안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1970년대 중반에 스웨덴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입안할 때 국민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대부분 시민이 적절한 기술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에 정부에 대해 공식적 권고를 할 수 있도록 10시간의 에너지 과정(상응하는 과정)을 설치하였다. 노조, 평생교육원, 각 정당 모두 10시간 강좌를 개설했는데 예상했던 1만명보다 훨씬 많은 7-8만 명이 참가했다(Toffler, 1980: 600-601).

 

 

참고문헌

 

권창욱·박대권 공역.(2011). 학교없는 교육개혁: 유토피아를 꿈꾼 미국교육. 서울: 럭스미디어.
김용일(2015).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 결정 구조. 한국교육정치학회, 한국 교육정책 결정 구조의 정치학(39-66). 2015 한국교육정치학회 38차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박남기(2008). 유․초등교육의 발전 과제: 교육전쟁을 넘어 교육평화로. 한국교육학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과제와 방향(47-76). 한국교육학회 2008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박남기·구영철·최은희(1998). 21세기 학급경영 이론과 실제. 광주: 광주교대 출판부.
박남기·김근영(2007). 학부모와 함께 하는 학급경영. 대구: 태일사.
박남기·임수진(2015b). 5.31 대학교육 혁신의 영향과 과제: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정책을 중심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현장의 관점에서 바라본 5.31 교육혁신의 성과와 과제(225-27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5.31 교육혁신 20주년 연속 세미나 1.
Hargreaves, A., &Shirley, D.(2009). The fourth way. 이찬승·김은영 (역). 학교교육 제4의 길. (2015). 서울: 21세기교육연구소.
Lutz, B. (2011). Bean counters. 홍대운 (역). 빈 카운터스. (2012). 서울: 비즈니스 북스.
Toffler, E. &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01). 위기를 넘어서 : 21세기 한국의 비전. 경기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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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미국 교육 개혁으로부터의 학습: 개혁의 반복 또는 실수의 반복?’이라는 미발표 원고임.
  2. 탈중앙 집권화가 실현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서도 악질적인 전제 정치가 가능하다. 지방 정치는 국정보다 훨씬 부패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정권을 부담시켜야 하는 이유는 어떠한 정치구조도 …일정량의 정보만을 다룰 수 있고, 특정한 질과 양 모두에 한정된 결정밖에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Toffler, 1980: 606).
  3. 하그리브스와 셜리는 제3의 길에서 커다란 장애 중의 하나가 국가(중앙집권)라고 지적했는데 제4의 길이 가능하게 하는 희망의 근거 또한 국가라고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제4의 길이 성공하려면 국가가 탁월한 교육적 성취를 유도해내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은 그가 바라는 방식으로 국가가 변하고 행동해주어야 제4의 길이 성공할 수 있는데 이는 자칫 하나의 바람이나 이상에 불과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국가가 폭력적으로 행동(제3의 길)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와의 협력, 절제된 힘, 긴장해소’ 방식(제4의 길)으로 행동하게 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몇 개의 사례를 들고 있을 뿐이다. 그가 들고 있는 대표적인 예는 핀란드이다. 결국은 국가가 변해야 하는데 국가가 변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현재로서 거의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고 있는 대안은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이다.
  4. 미국의 경우 이러한 지역 학생의 성적이 워낙 낮기 때문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의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하위계층은 교육력이 파괴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제4의 길 노력 또한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구조에 대한 개선 노력이나 합의 없이 지역사회 조직화 운동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제3의 길에서 범한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박남기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대학원 교육학과 교육행정학(석사),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교육행정 정책학과(박사)를 졸업하였다. 1993년부터 광주교대에 근무하면서 학급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을 역임 중이다. 광주교대 총장을 역임(교대총장협의회의장직 수행)하면서 초등교원양성교육 개혁을 위해 노력하였다. 저서로는 교육전쟁론,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등 10여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한국교육 경험을 통해 세계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마르퀴스 후즈 후 인더월드와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사전(IBC) 두 곳에 등재되었다. 블로그 <그들이 말하지 않은 우리교육 이야기>(http://ngpark60.blog.me/) 운영 등을 통해 한국교육을 새로운 시각에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제자들과 함께 <교육나눔운동본부>를 설립하여 소외계층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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