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 양국의 교육과정 개정절차를 긴급 비교하고 한국의 절차를 비판한다!
형식이 내용과 질의 수준을 결정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교육과정의 개정과 관련된 형식에는 어떤 요소가 있을까? 이 칼럼에서는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절차’란 형식을 집중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과정의 개정 절차가 낙후되거나 문제가 많을 때 교육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고 나아가 진정한 교육개혁의 기회를 놓치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최근 교육과정을 마무리했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매우 대조적인 세계의 두 나라(A국, B국)의 개정 절차를 비교하면서 교훈을 얻고자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작업이 9월 총론과 각론의 확정 고시를 앞두고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이상한 동기와 절차로 개정을 하다보니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기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양국이 추진 중인 개정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들이 어느 나라인지 독자들께서 맞춰보기 바란다. 그리고 졸속으로 개정된 교육과정이 탄생해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다음 정권이 이를 수정하고자 또 다른 졸속 개정을 시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함께 여론을 형성하고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1. 교육과정 개정의 개방성
| A국 | B국 |
| • 10년 주기로 개정한다.
• 개정체제가 개방적이다. 교육과정 개정 논의 초기부터 핵심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한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 교사 연수자, 소수민족대표도 참가한다. • 개정위원회의 중심은 교사다. • 무려 200여개의 단체들로부터 약 2년에 걸쳐 충분한 의견수렴과 피드백을 받는다. • 교육과정 초안에 대해 13세 이상의 학생 53,000명에게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듣고 반영한다. 또 범교과 프로젝트 수업의 내용 기획과 확정 과정에 학생이 참여한다. |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졸속 수시개정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 개정체제가 폐쇄적이다. 국가가 원하는 방향을 먼저 정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의견 수렴의 성격을 갖는다. • 개정위원회의 중심은 교육부와 소수학자들이다. • 공청회를 거치지만 사소한 의견만 수렴하고 교육부의 초기 의지는 변화의 여지가 없다. |
☞ 교육과정의 개정 절차가 A국은 매우 개방적이고 개정의 절차가 사회적 합의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 교육의 이해당사자와 주체들을 빠짐없이 개정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킨다. 국가나 교육발전의 가장 큰 방향인 공유할 핵심가치와 비전을 가장 먼저 설정하고 교육과정이 개정된다. 한편 B국은 교육부 중심, 학자 중심이며 폐쇄적이다. 공유된 가치와 비전을 기초로 하지도 않고 충분한 연구기반의 개정도 아니어서 교육과정 개정이 현장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B국은 교육과정 개정 프로세스가 하향식이며 매우 후진적이다.
2. 교육과정 개정 시 국가의 역할
| A국 | B국 |
| • 분권화가 잘 발달된 나라다.
• 국가는 안내를 위한 틀(guiding framework)만 제공하고 각 지역 학교는 그 틀 속에서 여건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 교사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교육과정 편성, 평가권을 가진다. • 교과서 선택에 관한 교사의 재량이 크다. |
• 국가가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한다.
• 중앙정부가 교육과정의 상세한 틀과 내용을 만들어 현장 학교에 내려 보낸다. • 교사는 국가가 만들어 내려 보내는 교육과정 전달자에 가깝다. 수능 같은 표준화 시험의 영향력이 크고 학교 내신도 선발을 위한 평가 성격이 강해 교사가 소신 있게 자율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교사는 평가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교사는 국가 기관이 제공한 교육과정을 따를 의무만 있으며 교육과정 개발에 일부 교사가 참여해도 국가가 선정한 개발학자들에게 조언하는 수준이지 A국처럼 개발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 교과서도 국가가 선정한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한된 자율성만 갖는다. |
☞ A국은 교육과정의 큰 방향만 설정한다. 프레임(framework) 제공방식이다. 그 프레임 내에서 각 학교가 지역 지자체 당국과 협의해 교육과정을 지역에 맞게 개발한다. B국은 교육과정의 내용을 중앙정부가 상세하게 규정하여 단위학교로 내려보낸다. 이로 인해 획일적(one-size-fits-all) 교육이 시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전달자에 불과해 자율성이 적고 전문성 신장의 의욕을 꺽는다.
3. 교육과정의 내용과 형식
| A국 | B국 |
| • 중앙통제가 쉬운 ‘교과중심교육과정’, ‘학문중심교육과정’에서 아동의 성장, 참여, 개인차를 중시하는 ‘경험중심교육과정’과 전인교육을 통해 인간을 조화롭게 성장시키는 ‘인간중심교육과정’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 • 중앙통제가 쉽고 교육과정의 구성과 평가가 비교적 간단하나 학생의 흥미와 욕구, 개인차 반영, 고등사고능력 함양, 민주적 태도 형성이 어려운 교과중심교육과정, 학문중심교육과정을 고수하고 있다. |
☞ A국은 최근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배움과 삶의 연결을 매우 강조한다. 초중 수준의 모든 학생들은 학습의 25% 이상을 자신들이 참여해 정한 범교과적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역량을 개발한다. B국은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으로 바뀌어야 함에도 여전히 중앙통제가 용이한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있다.
“학습량을 감축하여 학문적인 논리적 개념보다 아이들의 삶의 주제와 이슈를 중심으로 한 핵심적인 빅 아이디어를 8개 이하로 정하고, 구체적인 내용과 핵심역량에 결합된 성취기준으로 보다 명료화하고 교과서 개발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김효수: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사회교사)
4. 교육과정 개정의 세계적 추세 반영
세계의 주요국들은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아래와 같은 공통적인 추세를 보인다. 양국의 교육과정 개정은 이런 추세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을까?
[표1] 세계의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발 추세(Reinventing the Curriculum, 2013)

| A국 | B국 |
| • 국가교육과정 개발추세 중 공통적인 목표, 공통적인 강조사항을 가장 모범적으로 반영하고 실행하고 있다. | • 교육과정을 교육혁신의 견인차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공정한 교육목표를 추구하는 교육과정’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 ‘역량’은 말로만 강조하지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수법,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반영되더라도 대입시 영향으로 실현은 요원하다. • ‘가치, 학생의 선택권/결정권 확대’에 대한 관심도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 사전제한이 세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나라다. |
☞ 가장 기본적인 세계적 추세도 반영하지 못하는 B국의 교육은 앞날이 걱정스럽다. 21세기가 15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아직 아직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제대로 추출하지도 못하고, 역량에 대한 교수법, 평가 등에 대한 연구도 거의 되어 있지 않다. B국이 A국만큼 제대로 교육과정을 개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육과정 개정의 주체가 중앙정부이다보니 5년 집권기간 내에 눈으로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적 접근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5. 교육의 공정성·평등성 반영
| A국 | B국 |
| • 평등과 공정이란 가치를 매우 중요시 한다.
• 국가는 출신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들의 잠재력만큼 책임지고 키워주려는 제도를 운영한다. 진정한 통합교육을 실현하고 있으며 예방과 조기개입 제도가 잘 작동되고 있다. • 교육과정 개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전 과정을 지켜보고 감독하는 그룹에 학생, 소수민족, 교과서 출판사까지도 포함시킨다. |
•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말로는 지향하지만 허울에 불과하다. 통합 수업은 중상위권 위주로 진행되어 하위권 아동은 일상적으로 수업에서 배제된다.
• 예방과 조기개입제도가 없으며 보정교육도 매우 부실하다. 그래서 학교가 교육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 공부 못하는 아동들에 대해서 너무 쉽게 기대를 낮춘다. |
☞ 1) A국은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공정과 평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이를 모든 교육제도와 활동을 통해 실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A국은 학습자가 실패하도록 기다리지 않는다. 예방과 조기개입을 한다. 한편 B국은 가정 배경 등으로 학교교육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 높은 예방, 조기개입 시스템이 없다. 실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wait to fail) 실제적 효과도 불확실한 기초학습부진 해결책을 쓴다. 유급제도가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완전학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 장애학생의 70% 이상이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반학교 교육과정 개정시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3) 수준별 수업은 실제로는 우열반 수업이다. 통합수업을 통한 개별화 수업, 개인화 수업으로 나아가야 하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6. 교육과정 개발 주기
| A국 | B국 |
| • 10년 주기로 개정한다(1985, 1994, 2004, 2014)
• 2004년 고시, 2006년에 시행된 기존 교육과정을 10년만에 개정해서 2016년 8월에 시행에 들어간다. |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면적, 부분적으로 개정한다. 한 정권 내 2-3회 개정하기도 한다.
• 2013년에 시행에 들어간 2009개정 교육과정이 2015개정교육과정으로 다시 개정되어 2017년 첫 적용이 될 예정이다. |
☞ B국은 A국의 10년 주기 개정과 달리 수시개정 체제다. B국의 개정에서는 질높은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검증을 통한 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이 터지면 그런 여론을 업고 대증요법식 개정을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지금 개정 중인 2015개정교육과정은 검증과정도 없이 과학, 사회 과목을 통합하려 가르치고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졸속개정의 전형이며 이것이 현장에 내려가면 혼란이 클 가능성이 높다. 다음 정권은 이런 현장의 불만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교육과정 개정과 입시제도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7.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동기·목적
| A국 | B국 |
| • 21세기 새로운 미래를 준비시키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한다.
•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한다. 7-16세 사이의 모든 아동은 범교과적 프로젝트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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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탐, 사탐의 문이과 칸막이/편식 학습에 대한 불만여론 해소(실제적 동기)를 위해 개정한다. 교육과정 개정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문이과 칸막이 제거와 편식 해소로 시작되었다.
• 편식 학습 해소를 위해 과탐과 사탐이란 동일 교과군 내의 여러 교과서를 한 교과서에 통합시켜 가르치는 것에 융복합 인재양성이라는 명분을 추가하였다. |
☞ A국은 교육과정 개정의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 설정(핵심역량)이 명확하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도록 모든 교과가 조직된다. B국은 최근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정 개정이 대입전형 간소화를 연구하다가 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개정에 착수했다. 이렇다보니 B국은 A국과 같은 질높은 교육과정 개정과 교육의 실현이 가능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교육과정 개정의 목적과 수단이 일치하지 않는 면이 많다(칼럼 2015개정 교육과정 추진, 지금이라도 급브레이크를 밟자! 참조.)
8. 핵심가치와 교육 비전
| A국 | B국 |
| •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공유할 핵심가치, 비전, 목표 등을 먼저 설정한다.
•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개발할 때 비전 달성에 조응시킨다(align). |
• 주요국들이 교육과정 총론 틀에 포함시키고 있는 핵심가치, 비전 선언문이 없다. |
☞ A국은 2011년 Learning and Competence 2020이라는 문서를 통해 가치, 사명, 비전, 핵심성공요인, 관련 정책 등을 설정한다.
(http://www.oph.fi/download/135542_learning_and_competence_2020.pdf.)
B국은 이런 절차에 따라 교육과정을 개정한 경험이 없다. 지금이라도 주요 국가들의 사례(핀란드, 상가포르, 뉴질랜드 등)를 참고해 공유할 핵심가치와 비전이란 큰 방향을 먼저 정하고 이에 바탕을 두고 후속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9. 개정을 위한 준비
| A국 | B국 |
| • 교육과정 문서 개정과 함께 수업방법, 평가방법, 교사양성도 동시에 추진한다. 교육과정 개정에 관련된 제반 요소들이 다 준비된 상태에서 실행에 들어간다. | • 교육과정 총론, 각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교사양성, 교수법, 평가 등은 부차적인 과제처럼 취급된다. 틀 준비가 미흡한 상태서 강행한다.
• 문이과 편식 학습 해소처럼 협소한 목적에서 출발해 다른 분야까지 개정되는 경향을 띤다. |
☞ 교육과정 개정은 어느 나라나 관련 요소(내용, 교수법, 평가, 교원양성이나 연수)까지 충분한 준비가 된 이후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국 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는 그렇게 한다. B국은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다보니까 늘 서둘고 근본적인 개정보다는 민원처리 성격의 대증요법식 개정을 반복한다. 성급히 졸속으로 개정하다보내 개정은 또 다른 개정을 필요로 한다. 지금 개정하고 있는 교육과정도 교육과정 문서만 먼저 개정하고 이를 실현할 교사 양성, 평가도구 개발 등은 준비가 매우 미흡하다.
10. 개정의 강조점
| A국 | B국 |
| • 학교를 학습공동체(learning community)로 전환한다.
• 배움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 협력 수업과 상호작용을 강화한다. • 자기주도적(student autonomy) 수업을 통해 학생의 활발한 참여를 강조한다. • 배우고 싶은 내용과 방법의 결정에 학생을 참여시킨다. |
• 학교는 경쟁의 장이며 수업의 주체는 교사이고 아직도 강의식 지도(teaching) 중심이라 학교는 학습공동체와 거리가 멀다.
• 진정한 배움은 드물고 오직 시험 잘 치는 아동으로 키우는 것이 교육의 제1의 목표가 되어 학교수업은 대부분 스트레스의 근원이 된다. • 이과 지망생은 공통사회를 통해 사회과 내용을 고르게 배우고, 문과 지망생은 공통과학을 통해 과학과 내용을 고르게 배우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 A국은 새로운 미래를 조망하고 이에 합당한 큰 그림을 먼저 설계한 다음 개정을 추진한다. 따라서 개정의 핵심이 개정 초기부터 강조된다. 한편 B국은 20-30년 앞을 내다보는 큰 그림 없이 매우 지엽적인 개정 동기(주로 여론/민원 처리 성격이 많음)에서 개정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개정이 늘 미봉책(quick fix)인 경우가 많다.
11. 핵심역량의 추출
| A국 | B국 |
| • 전학년(최근 개정은 7-15세 초중 대상)에 걸쳐 개발할 핵심역량 7가지를 설정하고 모든 교과수업을 통해 이런 역량을 개발한다.
① 사고력과 학습능력 ② 문화 소양, 소통과 표현능력 ③ 자신의 삶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자신과 타인 돌보기 ④ 다중 리터러시(기초소양) 함양 ⑤ ICT 활용능력 ⑥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과 직업세계가 요구하는 능력 함양 ⑦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에 참여 |
• 핵심역량이 전문가의 머리 속에서 추출되고 실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없거나 부실하다. 외국의 관련 연구들을 참고하여 정리하는 수준이다.
•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교육의 목표가 불분명하다. 교육과정 성취기준 서술에 ‘파악하기, 설명하기, 조사하기, 비교하기, 분석하기, 제시하기, 적용하기, 추론하기, 예측하기, 탐구하기, 평가하기, 비판하기, 종합하기, 성찰하기, 표현하기 등’ 블룸의 교육목표 분류표에 해당되는 단어들이 나열된 수준이다. |
☞ A국은 핵심역량 7가지를 학교교육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호주도 교육과정에서 A국과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다. B국은 총론에 추상적인 인재상이 있을 뿐이다. A국과 같은 핵심역량 같은 것을 추출해 총론에 명시하고 각론에 반영하려는 구체적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A국은 인성교육, 안전교육 등을 모든 교과에 통합적으로 접근하지만 B국은 이를 개별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표2] Australian Curriculum and Reporting Authority, ACARA (2013)

12. 핵심역량 개발을 위한 교재의 구성과 교수법
| A국 | B국 |
| • 분절적 교재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매년 약 1/4 정도의 수업은 의무적으로 초융합적 소재(multi-disciplinary topics)로 통합수업을 한다.
• 범교과적 수업은 다양한 교과 통합(예: 역사, 예술, 수학, 물리 등)으로 진행되며 복수의 교사가 진행한다. |
• 과학교재와 사회교재의 경우, 전통적인 교재를 주요 핵심개념(big idea) 중심으로 통합해서 재구성한다고 했지만 기존 교재들의 주요 항목들을 병렬에 가깝게 조합하고 일부 내용만 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 내용이 통합된 교과서지만 내용별로 한 명의 교사가 수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
☞ 핵심역량 개발을 위한 교재의 구성과 교수법에 있어서 양국의 접근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특히 과학, 사회 과목의 경우 A국은 전통적인 교과를 그대로 둔 채 범교과적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역량을 개발하려 하고, B국은 과학·사회 교육과정과 교재 자체를 통·융합적으로 개발한다. A국은 기본지식 바탕 위에서 역량 개발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B국은 교과 내용을 통·융합식으로 구성하면 기대하는 역량이 더 잘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뇌가 학습하는 원리에 의하면 가장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 직후 이것을 활용·응용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13. 핵심역량 개발을 위한 학습량 감축
| A국 | B국 |
| • 복수의 교사가 기획, 진행하는 범 교과 프로젝트 수업은 전통적인 수업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요하므로 학습량을 감축했다.
• ‘Teach less, Learn more.’의 실현을 통해 깊이 있는 학습을 지향한다. |
• 학습량 20% 감축을 목표로 했으나 각론에서는 내용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교사들의 검토가 있었다. 소위 ‘밥그릇 싸움’이 작용한 결과로 보여진다. |
☞ A국은 학습량을 실질적으로 감축했다고 한다. B국은 밥그릇 싸움과 표준화 시험의 준비란 현실을 고려하여 총론에서 성취기준을 줄여도 각론에서는 더 늘어나지 줄어들지 않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B국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사에게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A국 수준으로 주어 교사가 현장에 맞게 교과서를 개발하고 가르친 대로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다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14. 평가의 성격
| A국 | B국 |
| • 선발과 선별을 위한 평가는 없고 거의 모든 평가는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와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만 존재한다.
• 이런 여건을 국가가 만들어 준다. |
• 대부분의 평가는 선발과 선별을 염두에 두고 출제되고, 시행되며, 관리된다.
• 이런 평가를 억제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나서서 학교교육이 평가중심이 되도록 한다(예: 학생부 기록내용과 방법; EBS 연계; 상대평가; 수능을 통한 교육과정 관리 등). |
☞ B국은 교육 주체 간에 신뢰자본이 취약하고, 고교체제의 평준화가 사실상 해체된 상태라 현 상대평가를 진정한 절대평가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또, 역량 평가에 대한 연구와 평가도구 개발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A국은 평가가 학습을 위한 것이고, B국은 평가가 선발과 선별을 위해 존재한다.
이미 교육에 관심이 있는 독자 여러분께서 이상의 A국은 핀란드이고 B국은 한국임을 금방 아셨을 것이다. 핀란드는 종합학교 교육과정 개정을 2014년 확정짓고 2016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다. 한편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입전형 간소화 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수능체제를 검토하다가 갑자기 교육과정 개정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 교육부가 추진 중인 2015개정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절차나 절차의 질이 두 나라 간 이렇게 ‘매우 우수’와 ‘매우 미흡’으로 차이가 날 수 있을까? 교과군별, 학년군별, 연차적으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개정했어야 했다(홍후조, 2015). 양국의 교육과정 개정에 관련된 각종 요소들을 비교한 것은 지금 무리하게 추진 중인 2015개정교육과정이 얼마나 절차상 또 내용상 문제가 많은지에 대해 경각심을 사회와 공유하고 무기 연기를 주장하고자 함이다.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든 관계자들이 인식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제대로된 절차로 다시 일정을 잡아 개정해야 한다. 이번 개정의 초점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과정 개정이 되어야 한다. 그 원리는 이미 필자의 칼럼 “96. 포스트5.31교육체제, 21가지 원칙을 제안한다!”에서 소상히 밝혔다. 원칙있는 개정을 하기 바란다.금일자 필자의 또 다른 칼럼 “2015개정교육과정, 지금이라도 급브레이크를 밟아야!”를 읽어보시고 공감이 가실 경우 이 칼럼과 함께 사회의 더 많은 분들과 공유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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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 내용에 대한 댓글 외에 별도로 의견을 주실 분들은
필자 이찬승 대표의 메일(eduinnovator@21erick.org)로 직접 연락주십시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