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저널 특별호] 선행학습 금지법 논란, 정답은 딴 데 있다!
지난해 9월 시행에 들어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 6개월 만에 개정될 모양이다. 교육부가 방과후 학교에 복습‧심화‧예습 과정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초‧중‧고교는 교육과정에 앞서는 내용을 가르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됨(방과 후 교실은 제외하는 쪽으로 법 개정 추진 중);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는 그 이전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면 안 됨; 대학은 대학별 고사(논술, 면접 등)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면 안 됨> 등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일부 교육시민단체 및 전교조는 ‘학원에서도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법률개정운동’을 벌이자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있는 듯하다. 선행학습금지법은 (선행)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뜻이 깔려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에 의존하는 방식은 옳은 방향이고 효과가 있을까? 선행학습금지와 학교교육 정상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기존의 2분법적 닫힌 접근에서 벗어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발상을 180도 바꿔봤으면 한다.
필자는 애당초 선행학습 금지법 제정을 반대했다. 주된 이유는 이를 법으로 막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법은 증세(症勢)의 완화보다 선행사교육의 욕구 자체를 줄이는 원인 제거에 있기 때문이다. 선행사교육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살펴보자.
첫째, 학교교육의 학습량이 너무 많고, 진도빼기식 수업을 하는 한 이를 따라 갈 수 있는 학생은 소수다. 따라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으려면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데 대입시도 큰 몫을 한다. 수능이 속도시험이기 때문이다. 평균 3분에 한 문제씩을 풀면서 실수를 않기 위해서는 학교교육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무한 반복식 학습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EBS연계도 사교육을 조장한다. 예상문제 추출, 암기와 단순훈련은 학원의 장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을 이용해서 학원들이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잘못된 문화까지 형성되었다고 보인다. 선행학습이 효과가 없다는 연구까지 동원해보지만 선행학습의 욕구가 끈질기게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에는 교육뇌과학적(educational neuroscience) 이해가 필요하다.
교육뇌과학의 원리에 따르면 교사의 수업을 이해한다는 것은 수업 내용에 관한 사전지식/배경지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또, 교사로부터의 설명이란 입력내용(input)이 아동의 뇌 속에서 이해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특정 순간의 입력정보의 양이 학습자 뇌가 순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즉 소화불량이 일어나지 않아야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수의 학습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사전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서 ‘입력량과 입력속도 > 처리량과 처리속도’의 상태가 된다. 즉, 일상적으로 정보처리에 과부하(overload)가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습자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고 학습에 흥미를 잃으며 스스로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부정적 자아 이미지를 쌓아가게 된다. 심지어 자존감까지 훼손한다. 이런 학교교육의 문제점이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다.
혹자는 선행학습 대신 복습을 잘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교육뇌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습자들에게는 예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배우는 내용에 대한 사전지식/배경지식이 부족하면 학습 자체가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습 성격의 선행학습은 필수적이다. 교육뇌과학에서 말하는 정보처리 이론, 더 자세히는 작업기억 시스템의 작동원리에 따르면 이는 자명하다. 이처럼 과도한 학습량과 학습자의 정보처리 속도를 초과하는 수업 진도는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선행학습의 원인을 국가가 앞장서서 제공하고 학교교육이 이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 해법: 학습량을 대폭 줄이고 진도빼기식 수업을 금지하며 개별화(differentiated) 수업, 더 나아가 개인화(personalized) 수업을 지향해야 한다. 학원은 맞춤식이고 학교는 획일식이다. 학교도 개인별 맞춤식으로 가야 한다. 학교가 배우는 내용의 수준과 배우는 속도를 개인에 맞추지 않으면 맞춤식 수업을 해주는 학원으로 갈 동기가 커진다. 이런 개별화 수업 환경을 만들기에는 예산 확보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빨리 해도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래도 이것이 갈 길이다. 미국은 혁신을 주도하는 Maine주를 필두로 개인화 수업의 법제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능시험이 속도시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풀이 속도가 빠른 수험생들에게는 시간이 남아야 하고, 속도가 느린 수험생들에게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이게 교육적이고 공정하다. 이 세상은 머리가 빠른 사람에게 유리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차세대 평가가 공정한 이유는 ‘untimed’(느린 학습자들에게 문제 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 가능하게 한 것)란 시험시간 원칙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가 학원과 동일한 것을 동일한 방법으로 지도하면 학교가 백전백패를 하기 쉽다. 학습자의 학습관리를 학원이 학교보다 더 잘 해주기 때문이다. 학원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수강생이 강사의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학생 관리 측면에서 학원의 우위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교육부는 방과 후 학교에는 선행학습금지란 제한을 풀어 사교육과 똑같은 여건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공교육이 사교육을 쫓아 닮아 가는 접근이다. 백전백패의 길을 자청하고 있다. 가장 어리석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 해법: 학교교육이 사교육 학원의 영향을 덜 받고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사교육을 닮아가지 말아야 한다. 학교가 최고의 교육목표를 표준화 시험 성적 향상에 두고 문제풀이 훈련에 열중하면 학교는 학원과의 경쟁관계가 되고 경쟁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반복적 훈련이나 표준화된 시험 문제 풀이 요령을 가르치는 데는 학원이 더 노하우가 풍부하고 자유롭다. 그래서 더 유리하다. 따라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 동기를 줄이려면 기존의 입시제도와 평가제도부터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그리고 대입시와 학교교육의 종속관계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을 강도 높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의 학교교육의 목적, 교수학습방법을 확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싱가포르처럼 의미있는 코스워크를 도입하고, 협력을 통한 프로젝트 수업을 강화하라. 아울려 이런 수업을 뒷받침할 차세대 평가를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미국의 차세대 평가의 문제 유형과 철학이 좋은 예다. 학교에서의 평가는 철저히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학습으로서(assessment as learning)의 평가가 주가 되게 해야 한다. 선발을 위한 평가(testing for screening)에 너무나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학습을 위한 평가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차세대 수행평가 문항을 보라(→ 칼럼 43호_1). 현재의 실력에 상관없이 모두가 접근할 수 있게 진행된다. 모든 학생을 다 끌고 가겠다는 철학과 실천 의지가 녹아 있다. Maine주처럼 이를 법제화로 실천을 뒷받침한다면 그리고 이것이 차세대 평가로 부풀리기가 현격히 줄어든다면 대학도 학교 내신성적의 실질 반영률을 높일 것이다. 이것이 (선행)사교육을 줄이는 바른 접근이다.
공교육에서 교육다운 교육을 해도 여전히 사교육의 수요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에서조차 공교육을 따라 의미있는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국가 사회로 볼 때 그리 나쁜 일도 아니다.
셋째, 선행학습 금지법으로는 사교육비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못한다. EBS 연계 등 별 희한한 짓을 다해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냥 사교육비 부담이 커서 3포세대가 속출하니 노력하는 척 하는 것일 뿐이다.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사교육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다. 다음과 같은 것들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효과도 없는 엉뚱한 방법으로 이젠 헛된 노력을 하지 말고, 그런 헛된 노력 속에 교육의 본질을 상실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 해법: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사교육 욕구를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상위권 대학 안 가도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거나 고교만 나와도 사회적으로 얼마든지 대우받고 성공할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 불가능하다. 그럼 대학을 평준화하는 것은 어떤가? 이 역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 사교육비는 학교교육이 진정한 교육을 추구하고 모두가 자격을 갖추어 고교를 졸업시키게 되면 또 나아가 대입전형이 줄세우기를 완화하면 저절로 줄어들게 되어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지금까지의 대증요법식을 중단하고 원인과 욕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접근이 옳다. 아래와 같이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노력 속에서 사교육은 저절로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 학습량의 적정화와 개별화‧개인화 교육, 교육 내용의 타당화가 필수적이다. 학교가 책임지고 상위학년으로 진급이나 졸업에 필요한 역량이나 교육과정 성취목표에 도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과도한 학습량 때문에 진도빼기식 수업을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수업 따라가기를 포기하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 성취목표에 도달을 요구하는 것은 유급제를 시행하느냐 않느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 31조 ①항(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의 이행차원이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주의 하나인 메인(Maine) 주가 개인화 교육(personalized learning)을 바탕으로 교육목표에 도달한 학생에게만 졸업장을 수여하는 제도(proficiency-based diploma)를 최근 법제화했다. 개인별도 도달기준을 사전 합의하고 학교가 책임지고 이에 도달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도 이것만이 공교육 정상화의 길이고, 사교육을 줄이는 길이다. 범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고, 최소한 10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메인주는 법제화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 법정 출석 일수만 채우면 진급이나 졸업을 시키는 무책임한 제도를 개선한다. 학습부진은 가정배경 요인이 크다. 하지만 질 높은 예방과 조기개입시스템을 도입해서 최소 성취목표에는 모든 학생들이 도달하게 해야 한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학습권이다. 한국은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 기초학습부진의 기준을 초등학교 수준에서 20%로 잡은 것부터 너무 무책임하다. 학습부진은 제도의 요인, 교수법의 요인이 큰데 모든 원인과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식이다. 매우 공정하고 못하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 입시준비를 위한 교육을 완화하고 진정한 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 고부담 입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미국이 최근 개발한 주공통핵심성취기준(CCSS)과 이를 추동할 차세대 평가를 보면 학교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특히 수행평가의 경우는 학습부진이 누적된 아동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가히 감동적이다. 한국도 미국의 차세대 평가처럼 공정한 교육을 위해 보편적 학습설계(UDL)를 도입해야 한다. 이 평가도구는 모두에게 의미 있는 교육(“내가 저걸 배워 무엇에 쓰지?”란 질문에 답이 항상 긍정인 교육)을 하고 표준화 시험 형태에 가깝게 역량까지 평가한다. 프로젝트 수업의 비중이 높아진다. 미국의 차세대 평가 정도면 내신 부풀리기 시비가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고교는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을 하고 학교에서의 평가의 대부분은 학습을 위한 평가, 학습의 수단으로서의 평가가 된다. 줄세우기를 위한 평가는 대폭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학교에서 질 높은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지면 이는 대학수학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과는 다른, 경쟁을 조장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한 학교교육을 견인할 대입전형을 만들 가능성도 높아진다. 물론 ‘고등교육 기회배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 인식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일 필요는 있다.
• Learner-centered Learning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언제까지 씹어서 떠먹여주는 교육을 할 것인가? 교육과정만 구성주의를 도입하면 무엇 하나? 미국의 차세대 평가를 보라. 수학문제 풀이까지도 철저히 개인이 구성하도록 한다. 그리고 21세기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협력을 통한 프로젝트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학습은 학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학습자 스스로가 목표를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교육을 한국도 해낼 수 있다. 교육뇌과학 소양이 널리 전파되면 학생은 자신 스스로가 하는 학습만이 진정한 학습임을 알게 되고 또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의식 변화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는 자연히 줄어들 수 있다. 이제 사교육을 줄이고 학교교육을 정상화 하겠다면 선행학습 금지가 아니라 학습자 중심교육과정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사교육 욕구가 저절로 줄어들게 해야 한다.
넷째, 선행학습의 금지는 개인의 배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혹자는 독일 같은 나라도 선행학습을 해오는 것을 금지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타인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해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관점이 있을 뿐이지 이를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 선행학습을 금지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영원히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독일은 그렇게 학교교육에 임해도 나중에 먹고살 수 있고 학벌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나라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선호대학, 일자리 경쟁이 어려서부터 치열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평생학습시대다. 평생학습 시대의 특징은 배우는 내용, 시기, 방법, 속도 등을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배울 내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선행학습의 원인은 계속 국가와 학교가 제공하면서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 해법: 늦더라도 선행학습의 원인과 욕구를 제거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법으로 인간이 배울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학원의 과도한 선행학습은 교육제도와 운영 관행을 혁신해서 수요를 줄이고, 비판과 선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옳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실효성도 없고 부작용만 큰 선행학습 금지법의 내용을 폐기할 것을 제안한다. 사교육업체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는 괜한 노력이 될 것이다. 어렵고 느리더라도 정도를 걷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휘되고 있다. 학교수업의 진정한 변화, 사회의 그릇된 교육열의 완화 등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관리와 통제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자세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법제화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메인주처럼 개인화 수업은 물론이고 실제 모든 아동이 졸업에 필요한 성취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주었으면 한다.
사교육은 경쟁이 존재하는 한 줄어들지 않는 경직성이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대증요법식으로 선행학습 금지법 같은 법제화를 남발하지 말고, 사교육과 차별하고 사교육이 돈 벌기 어려운 진정한 교육을 하는 길뿐이다. 이와 관련해 대입시만 탓해서도 안 된다. 학교는 대입시와 상관없이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을 할 의무가 있다.
미래 사회를 이끌고 갈 청소년들에게 5지선다형 수능시험 문제 풀이나 시키고, 실수하지 않는 법, 정답 찾는 요령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 교육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수업에서 배제되는 이 심각한 교육 불평등에 대해 언제까지 우리 사회는 눈감고 있을 것인가? 만일 법제화를 한다면 선행학습 금지법 대신 학교에서 문제풀이 위주의 입시중심 교육을 금지시키는 것, EBS 연계출제와 같은 방식으로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 그리고 일부 학생만 따라갈 수 있는 폭력적인 진도빼기식 수업을 금지시키는 것, 미국의 Maine주처럼 모두가 최소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하여 졸업시키는 것을 법제화하는 것이 옳다.
교육부, 시민단체, 교원노조 모두 선행학습 금지법의 개정시비에서 벗어나 학교교육이 나아갈 정북(true north)을 찾아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논의의 방향을 전환해 주기를 바란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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