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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어느 미국 교사의 코로나 휴교 중 일기(diary) : 눈물, 기쁨, 기술적인 문제들…

#525 , 2020.04.01

미국에서 현재까지 휴교령이 내려진 주는 46곳(3월 25일 기준). 그 수가 더 늘어나고 있는 지금, 배움은 온라인 학습으로 옮겨가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야말로 알 수가 없다.

 

이번 달에 뉴욕 시 학교들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설전이 벌어지던 때, 나는 휴교 결정을 망설이는 뉴욕 시장 빌 더블라지오를 비판하고 나선 교사노조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불과 며칠 후 보건용 마스크가 모자라 병원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반다나(두건)와 스포츠용 고글을 보호장구로 사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태의 이런 진전은 나의 관점을 뒤바꾸어 놓았다.

 

여기 공개하는 첫 주의 기록은 보육, 식료품, 주거 안정성과 관련된 여타 대책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것들을 메꾸기 위해 나의 안전을 희생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사태 초기의 적응 과정, 그리고 후반부에 결국 휴교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거기에 적응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3월 13일 금요일

 

동료 교사들과 원형으로 둘러 앉아 이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의견을 나누었다. 칼리지 스피릿 데이(College Spirit Day, 출신 대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에서 각자 모교를 상징하는 옷을 입고 출근하는 날)라 모두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모여 앉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니 옷 속에 감춰진 다양한 감정의 결들이 속속 드러났다. 다양한 생각들, 솔직한 고백들, 그리고 각자의 취약한 부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분노의 한마디를 내놓을 참이었는데, 결국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나는 내 생각을 이렇게 나누었다. “저는 솔직히, 우리더러 무슨 식료품 창고나 간호사라도 되라는 건가 싶어요. 우리는 교육자예요. 근데 지금 우리더러 학교에 나오라는 건, 애들 밥 먹이고, 애들 갈 곳(학교) 없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거잖아요. 빈곤을 둘러싼 이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에 왜 내가 나의 안전을 희생해 가면서 반창고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부끄럽지만 눈물을 글썽여가며 혼잣말 하듯 늘어놓았다.

 

동료들은 이해해 주었다. 몇몇은 응원의 손짓으로, 누군가는 티슈 한 장으로, 또 몇몇은 포옹으로(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 이야기에 반응했다. 하지만 이미 끝난 얘기였다. 학교는 월요일에 문을 여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3월 14일 토요일

 

뉴욕 시 교육청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웹사이트를 몇 번씩 새로고침 해가며 들락거렸다. 아마 최후의 날을 대비하려는 이들이 화장지 사재기를 하러 슈퍼마켓에 몇 번씩 들락거린 것보다 내가 이 웹사이트를 체크한 횟수가 더 많을 것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조차도 전체 소독/방역 작업 후 하루 이틀 정도만 닫았다가 다시 여는 상황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마침내 학교 측에서 학교 문을 닫겠다는 연락이 왔다. 내 눈물이 통했던 걸까. 수업은 백퍼센트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3월 15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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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욕시 공립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나와 단체 문자를 주고받는 동료들은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눈이 빠질 것 같았다. 화면을 너무 많이 들여다 본 탓이다. 내 맘대로 이름 붙인 나만의 뉴스 쇼를 만들어가며 온갖 언론 기사들을 맹렬히 탐독한 탓이다. 이름하여 “코로나바이러스 카오스 시즌 1, 에피소드 1: 미국의 뒤늦은 대처”

 

 

3월 16일 월요일

 

지침이 내려왔다. 각각의 수업에 대해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고, 프린터나 인터넷을 쓸 수 없는 가정에서 학교로 수업 자료를 받으러 오겠다고 하는 경우를 위해 수업 자료를 일주일 단위로 묶어 프린트해서 배부하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모든 교사가 하루아침에 IT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당장에 내 동료들만 해도 구글닥스 접근 제한법, 유튜브 영상을 재생목록에 추가하는 법, 가상 교실 구현법 등을 묻기 위해 내게 문자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하루가 저물 때쯤 되니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다. 학생들의 원격 수업과 시간 배분을 돕기 위한 참고 영상을 세 편 업로드했고, 집에서도 일일 요가와 명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건/건강 관련 영상도 두 편 올렸다. 재택근무를 하면 일을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는다는 걸, 재택으로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부분도 있다.

 

학교 차원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다음날부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나의 불안은 속쓰림을 불러왔다.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에 들었다.

 

 

3월 17일 화요일

 

아뿔싸. 월요일의 지침은 오래가지 못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계속해서 늘자, 교사들이 출근해서 수업자료를 프린트하고 학부모/학생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게 분명해졌다. 수업자료를 프린트해서 나눠주는 게 이상적이고 공정한 접근법인 건 맞지만,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도 학교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잘 하고 있다고 북돋우려면 어떡해야 할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끊임없이 생각했다.

 

결국 나는 구글 행아웃을 이용해 오피스 아워(office hour, 교사의 공강시간. 이때 학생들과 면담이 가능함)에 몇몇 학생들을 영상으로나마 만나고 함께 요가를 했다. 그렇게 하니 어쩐지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이런 맛에 열심히 일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틀 만에 처음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현관문을 나섰다. 와. 쓰레기 한번 버리러 나가는 데 이렇게 많은 손잡이를 만져야 하다니. 잠자리에 들기 전 문 손잡이와 전등 스위치를 모두 깨끗이 소독했다.

 

 

3월 18일 수요일

 

중학교 교사인 친구의 전화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 학교는 온라인 학습을 진행하려면 모든 가정이 구글 클래스룸 계정을 갖고 있어야 한단다. 이메일 계정이 없는 학부모가 있는 경우, 교사들이 부모를 대신해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전화를 해서 전체 과정을 일일이 알려줘 가며 구글 클래스룸 계정을 만들게 해야 한다.

 

6년 전, 구글 클래스룸이 생기기 전에 이 팬데믹(pandemic) 사태가 터졌다면, 교사들이 과연 수십 년 이어져 온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버리고 디지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좋든 나쁘든 계속해서 일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구글 행아웃으로 아침에 하는 태양경배 의식, 요가 자세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명상까지 마치고 나자, 5학년 학생 하나가 말했다. “이게 필요했어요. 요가를 얼마 만에 하는 건지 몰라요.” 그 말에 보람을 느낀다.

 

전화 한통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리 학군 내에 있는 누군가가 COVID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젠장. 또 한번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이제 나와 남편의 자가격리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3월 19일 목요일

 

어떤 형태로든 일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찍 일어났다. 스트레칭을 했다. 아침식사를 충분히 했다. 초를 켰다. 지출내역을 썼다. 이 모든 걸 8시 30분에 있는 일간 미팅 전에 마쳤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일부러 모든 것을 천천히 받아들이겠다고 마음 먹고 있다. 부엌의 작업대와 TV 선반에 쓰인 나무의 결이 어떻게 다른지 느껴본다. 정수 필터가 있다는 것에 고마움도 느껴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물 만큼은 공급받을 수 있을 테니까.

 

오늘은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날이었다. 우리 동네 확진자가 입원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 유튜브 수업 영상이 아카데미 상을 받을 리도 없는데. 이런, 그러고 보니 제출조차 안 했네. 그래도 어쨌거나 잠은 잘 잘 거다. 밥도 잘 먹고. 좀 웃기도 해야지. 그렇게 이 시기를 잘 넘어가야지.

 

원문링크:
https://www.edweek.org/tm/articles/2020/03/25/a-teachers-diary-of-a-week-of.html

 

 

※해당 글은 서이슬(교육을바꾸는사람들 출판팀)씨가 번역하였습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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