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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교사 양성교육과정, 변화가 필요하다

#524 이경화, 부경대학교 교수 2020.03.18

영유아교사는 발달적 변화가 빠른 생애 초기의 학습자를 교육하는 사람으로 초·중등학교 교사와는 차별화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어린이집 교사와 유치원 교사는 영유아의 놀이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한편, 이 시기 학습자의 삶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고 건강과 안전 또한 적극적으로 돌봐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영유아교육은 에듀케어(educare)이며 영유아교사는 에듀케어 전문가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영유아교육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무시험검정 과정을 거쳐 6세 미만 영유아 대상의 어린이집 교사 자격과 3세 이상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 대상의 유치원 교사 자격을 얻게 된다.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영유아교육 관련 학과로는 유아교육과, 보육학과, 아동학과, 아동(사회)복지과, 유아특수교육(보육)과 등을 들 수 있는데, 통상적으로 2-3년제 및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서 2급 보육교사 자격이나 2급 유치원정교사 자격, 또는 그 둘 다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 한편, 보육교사 자격만으로는 유치원에 근무할 수 없으나 유치원 교사 자격으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따라서 어린이집 교사나 유치원 교사 모두 0~5세까지의 영아와 유아를 에듀케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린이집 교사 및 유치원 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대학(학과)의 교육과정은 에듀케어 전문가로서 예비교사의 역량을 키우는데 적합한가? 예비영유아교사의 전문 역량을 충분히 키우려면 양성교육과정은 어떠해야 하는가? 필자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현행 양성교육과정의 변화에 필요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표> 영유아교사 자격인정 기준

첫째, 교과중심 프레임워크를 바꾸어야 한다.

 

영유아교사 자격인정을 위한 교과목은 기본적으로 전통 교과(敎科)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집 교사 자격의 경우에는 ‘아동’, ‘영유아’를, 그리고 유치원 교사 자격의 경우에는 ‘유아’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면서, 언어, 수학, 과학, 사회, 미술, 음악 등의 교과와 결합시켜 이수해야 할 과목으로 배치되어 있다. 과연, 이러한 교과를 중심으로 영유아교사의 양성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적합한가?

 

초·중등의 학교교육과정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근거로 교과 단위로 편제되어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지만, 교과의 시수 개념에 기반을 두고 교사의 수업 중심으로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학교교육과정의 방식과 일관되게 초·중등 교사의 양성과정에서도 교과 단위로 배우거나 또는 입학부터 교과(군) 전공을 정하여 교과교육학 중심의 교육과정을 거치게 된다. 영유아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운영은 교사가 교과별로 40분, 45분, 50분씩 수업을 하는 초·중등학교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일과는 영유아의 발현적 놀이와 교사가 계획한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국가수준 영유아교육과정은 영유아의 발달 기준(현행 「0-2세 보육과정」)과 경험(「3-5세 누리과정」)을 교육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교사는 이를 고려하여 영유아의 놀이를 지원하고 일련의 활동을 계획, 실시하는 것이 대부분 영유아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운영 형태다. 따라서 영유아교사에게는 교과별 교수능력보다 영유아 발달과 놀이에 대한 이해, 교육과정 통합에 대한 이해와 실행력이 더 중요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영유아교사에게 학문적 지식이나 기술이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교사 양성과정에서 영유아에게 의미 있는 것 또는 영유아교육과정에서 필요한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교과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과분절적으로 교과교수법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 초중등교사 양성과정의 교과교육학적 전통에서 벗어나, 영유아교육현장의 교육과정과 일관되도록 영유아교사 양성교육과정의 프레임워크를 바꿀 필요가 있다.

 

둘째, 교직과목을 정비해야 한다.

 

유치원 교사 자격 취득 과정에서 예비교사들은 교직이론, 교직소양, 교육실습을 포함하는 교직영역에서 11과목(24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교직과목’, ‘전공과목’을 따로 구분지어 예비교사들로 하여금 필수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지 그리고 교직과목, 특히 교직이론 및 소양과목을 예비영유아교사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많다. 이미 여러 연구자들이 교원양성기관의 교직과목 운영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 왔으며, 교직과목 무용론을 주장하는 영유아교사들과 교사 교육자들 또한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필자가 속한 대학의 예비영유아교사들로부터도 교직이론이나 교직소양 과목이 영유아교육 상황과 달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듣곤 있다. 현행과 같은 교직이론이나 교직소양 과목들을 이수하는 경험이 어린이집 교사나 유치원 교사에게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데 전·현직 영유아교사들, 교사 교육자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것이다.

 

예비교사로서 교육 전반에 걸쳐 이론이나 개념, 원리 등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체 이수기준(72학점)에서 최소 6과목(12학점)의 교직이론 과목과 최소 3과목(8학점)의 교직소양 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놓은 것은 비중에 있어서도 과도하며, 영유아교육과정과의 정합성이란 측면에서도 적정하지 못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교직과목’의 의미를 재고하는 한편, 현행 유치원 교사 자격 기준에서 필수 이수로 지정되어 있는 교직과목을 과감히 축소하는 방향을 제안해 본다.

 

셋째, 과목 기준을 최소화해야 한다.

 

2급 자격 취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어린이집 교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17개 과목(51학점) 이상을, 유치원 교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21개 과목(7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관계 법령 및 고시에 따라 필수적으로 또는 선택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과목이 목록화되어 있고, 영유아교육 관련 학과들은 이러한 기준에 맞추어 양성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있다. 유사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교과목을 감안하더라도, 대학(학과)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을 또는 거의 대부분을 자격 취득을 위해 정해진 교과목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의 졸업 학점이 점차 하향화되고 있는 현 추세에서 자격과목 이외의 다양한 교과목을 운영할 여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목의 내용이나 운영보다도 과목의 이름이 자격인정 기준과 일치하는지에 전전긍긍하며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는가? 단위 학교 및 기관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존중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듯이, 영유아교사 양성교육기관의 자율적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권한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진 기준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전달체에서 벗어나, 영유아교사 양성기관이 자신들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시대 역량 있는 영유아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양성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하며 어떠한 교육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지 고민하고 이를 교육과정으로써 구현해 내는 것. 그것이 영유아교사 양성교육기관의 윤리이며 역할이 아닐까?

 

대학(학과)이 영유아교육을, 영유아교사 양성교육과정을 고민하고 만들어갈 수 있으려면, 영유아교사 자격 취득을 위한 이수과목의 기준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어린이집 교사나 유치원 교사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영유아의 발달, 놀이, 건강, 안전에 관한 교과목, 통합교육과정에 관한 교과목, 현장 실습 등은 필수 이수 교과목으로 지정하고, 그 외 과목이나 또는 영역의 편성 및 운영에 대해서는 양성기관에 권한을 주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바탕으로 대학(학과)이 추구하는 교사양성 철학과 사회적 맥락이 반영된 양성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현장실습을 확대해야 한다.

 

대부분의 양성과정에서 예비교사들은 단기집중적으로 교육현장을 체험하고 있다. 보육교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6주간 이상의 어린이집 실습을,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4주간 이상의 유치원 실습을 이수하도록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일부 유아교육과에서는 유치원의 방과후과정 실습으로 어린이집 실습 시간의 일부를 대체 인정하면서 실습기간을 축소시키는 경우도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의 4-6주간의 실습 외에도 관찰실습과 같은 교과목 등을 통해 비연속적, 일시적으로 영유아교육기관을 참관하기도 한다. 또한 교과교육 과목에서 모의활동을 하며 실기라고 지칭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는 실제 교육현장의 역동성을 경험할 수 없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실습과는 거리가 멀다.

 

양성교육과정에서 실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지적되어온 문제다. 여러 학자들이 실습 시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사실상 단기 집중적 실습의 시수를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행 실습의 기간이나 횟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대학 입학 이후 꾸준히 영유아교육 현장의 경험을 할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지속적, 장기적 현장실습이 정착되어야 한다. 물론 예비교사들이 영유아교육 현장과 대학을 오가며 이론과 실제를 연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예비교사들의 참관 및 실습에 대해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언제든지 예비교사가 영유아와 교사를 실제로 접하는 것이 가능한 영유아교육기관의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에서는 입학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교과목에서 현장 경험과 연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제안하였듯이, 교과중심 프레임을 영유아교육현장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교직을 포함하여 필수 이수 과목의 기준을 최소화한다면, 현장 실습의 시간과 기회를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영유아교육의 전문성은 대학 강의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동하는 영유아와 함께 있을 때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곳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어간다고 필자는 믿는다.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30여 년 전이나 교사 교육자인 지금이나 교사양성과정의 교과목들과 교육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 ppt나 인터넷 동영상 같은 기술공학적 매체와 자료의 활용도가 높아졌을 뿐, 교과교육 위주로 그리고 이론과 실제가 분리된 채 예비교사들을 교육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와 문화, 교육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하고 아이들의 삶의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교사 교육과정은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영유아교사들에게 양성교육과정이 학자들의 이론을 암기하는 시간, 실제와는 다른 것을 배우는 시간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영유아와 영유아교육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충분한 현장 체험을 통해 이론과 실제를 연결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양성교육과정에 변화가 필요하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는 관성적 사고, 전문가들이 알아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존적 사고를 멈추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영유아교사 양성교육과정,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현행 영유아교사 양성교육과정, 이대로 괜찮은가?’, ‘보다 나은 영유아교사 양성과정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라고 말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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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 교수 이경화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유치원과 보육정보센터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부경대학교에서 전·현직 영유아교사에게 영유아교육과정과 교사론 강의를 하고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꿈꾸며, 영유아교육 정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대안을 찾아가는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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