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보장정책, 방향전환이 절실하다!
지난 6월 24일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되었다. 시도 간,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하고,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선 및 행·재정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1. 이 글에서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기반을 둔 기초학력보장 정책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도입된 이래 평가 목적, 대상, 시기, 영역, 유형 등이 꾸준히 변화됐다. 국가 수준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현황과 변화 추이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학교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0년부터 표집평가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기초학력미달 제로 플랜’이 발표되고, 전수평가로 전환되면서 기초학력보장, 더 나아가 개별 학생의 학력을 점검하기 위한 기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애초 목적은 간과되고, 기초학력미달자의 비율을 낮추기 위한 수치 경쟁에만 교사, 학교, 시도교육청이 집중하게 된다는 데 있다. 경북교육청 한 장학사는 실제 대부분 학교가 관심을 두는 것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 중 기초학력미달자 비율이 인근 학교에 비해서 높게 나왔는지 아닌 지이며, 이 때문에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2. 지난 24일 발생한 인천 한 고등학교의 집단 부정행위 조장 사례도 이러한 수치 경쟁의 한 결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3.
그렇다면, 이러한 수치 경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즉, ‘기초학력미달학생 제로 플랜’에서 ‘제로화’ 하고자 하는 정책대상인 기초학력미달자는 누구인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성취기준에 따르면, 기초학력미달자는 해당 학년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해야 할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수준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목표 도달도가 20% 미만인 자를 의미한다. 2013년도를 기준으로 기초학력미달자 비율은 중학교 3.3%, 고등학교 3.4%이다. 결국 지금의 학습부진 정책은 이 3% 내외의 학생들이 교육과정의 20%에 도달하게 하는데 모든 지원과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표 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성취수준
| 교육과정에 대한 목표도달도(%) | 개별 성취수준 | 초중등학교 정보공시 |
| 교육과정을 대부분 이해한 수준(80%이상) | 우수학력 | 보통학력이상 |
| 교육과정을 상당부분 이해한 수준(50%이상~80%미만) | 보통학력 | |
| 교육과정을 부분적으로 이해한 수준(20%이상~50%미만) | 기초학력 | 기초학력 |
|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수준(20%미만) | 기초학력 미달 | 기초학력미달 |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2011.1.21); 천세영․이성은, 2012 재인용.
그러나 교육과정에 대한 목표도달도를 20%로 보는 것은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취지에 비추어볼 때 지나치게 정책 목표와 대상을 축소한 것이다.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초‧중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국민 기초교육의 최소 수준을 설정하고 그 달성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 목표로서 20%가 과연 타당한 목표인지 의문이다. 교과의 내용적 위계를 고려할 때 해당 학년의 학습 결손이 발생하면 다음 단계의 학년, 다음 단계의 학교급에서 정상적으로 학습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초‧중등학교를 학교급에 상관없이 같은 성취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사들은 학습부진이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교에서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본다4. 예컨대, 싱가포르에서는 학교급에 따라 성취기준을 구별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50%를 최소성취기준으로 하고, 6학년까지는 20%를 최소성취기준으로 하되 초등학교를 마치고 졸업시험인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를 치러 유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5. 우리나라 역시 보다 적극적인 기초학력보장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맞게 정책 대상 및 목표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기초학력미달 학생 제로 플랜’이 도입되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가 공개되면서 그것이 학교교육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학교와 교사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닌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교육적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실질적으로 2009년 이후 기초학력미달율은 꾸준히 감소하였다. 초등학교는 2012년에 2009년 대비 국어 1.8%, 수학 0.4%, 영어1.0%가 감소하였으며, 중학교는 국어 3.6%, 사회 2.6%, 수학 7.4%, 과학 2.9%, 영어 2.9%, 고등학교는 국어 0.2%, 수학1.8%p, 영어 1.1% 기초학력미달 학생비율이 감소하였다6.
[그림 1] 학교급별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 추이7

다만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여전히 기초학력미달자를 줄이고자 하는 소극적인 목표를 유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 학교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된 성취평가제에서는 성취수준을 A~E 단계까지 구분하고 있는데, 그중 마지막 단계인 E는 60% 미만으로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8.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를 재이수제의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다. 외국의 경우에도 유급제도가 있는 경우 대개 40%~60%9를 유급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의 평가체제에 정책대상 및 목표를 상향 조정하되, 학교급, 과목 특성 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정책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학습부진이라는 부정적 낙인을 확대하고, 수치경쟁을 더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가 그 목표 중 교육과정의 질을 점검하는 것은 표집평가체제로 유지하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은 시도교육청, 더 나아가 학교 현장 중심의 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10. 아울러 기초학력 “미달”, “학습부진”과 같은 기존 용어의 부정적 낙인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용어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기초학력보장을 위해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대상 학생들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에서 위의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기초학력이하 학생 비율(50% 미만)을 살펴보면, 초등학교는 16.5%(국어 19.7%, 수학 20.1%, 영어 9.8%), 중학교는 25.2%(국어 16.2%, 수학 33.3%, 영어 26.1%), 고등학교는 17.7%(국어 16.5%, 수학 20.7%, 영어 15.8%)로 그 비율이 적지 않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표 2] 2012년 학업성취도 평가 학교급별 교과별 성취수준 비율

자료: 학업성취도 평가 정보 서비스 홈페이지(http://naea.kice.re.kr/prtl/rept/fcus/f201204.do)
수학교과를 예로 들면, 초등학교 교실에 10명 중 2명, 중학교는 10명 중 3명, 고등학교는 10명 중 2명의 학생이 수학교과의 50%도 이해하지 못한 채 교실에 앉아 수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중 대다수가 그 상태로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도부터는 전문계고가 평가대상에서 제외되어 일관된 경향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2009년 수학교과의 기초학력이하 비율을 보면, 초등학교 12.5%, 중학교 43.6%, 고등학교 64.4%로 학습결손이 누적되는 것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학습결손의 누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제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방과 후에 남아서 문제풀이 지도를 하고, 학습클리닉센터에서 상담 및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조기 단계에 학습결손을 예방하고, 학습결손이 발생했을 때에는 그것이 누적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한편으로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현재의 교육과정, 교수법, 평가 체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각주
- “2014 성취도 평가 공방.. 교육부, 진보진영 전선 확대”(베리타스 알파, 2014년 6월 25일자,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64)
- 이동걸(2014).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활용 방안. 한국교육과정평가학회‧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공동 학술세미나. 국가수준 학업도 평가의 전망과 과제 자료집. 73-75.
- “집단 부정행위, 학교는 몰랐다?”(경인일보, 2014년 6월 30일자, http://www.kyeong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873046)
- 김성숙(2011). 중‧고등학교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재이수제 도입 방안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47-48.
- 김성숙(2011). 중‧고등학교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재이수제 도입 방안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
- 이러한 성과에 대해 기간이 너무 짧고, 특별한 내적 투입변인을 찾을 수 없다면 학교에서 이루어진 시험준비의 효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라는 지적도 있다(이규민, 2014).
- NAEA 학업성취도 평가 정보 서비스 홈페이지(http://naea.kice.re.kr/prtl/rept/fcus/f201204.do)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2011.1.21); 천세영․이성은, 2012 재인용. - 중등학교 성취평가제 홈페이지(http://assess.kice.re.kr/achi/meanView.do)
- 핀란드의 중등학교는 40%, 미국 및 스웨덴은 60%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급이나 졸업시험 등과 같은 최소한의 학력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를 내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와는 차이가 있다.
- 노은희(2014).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 연구 토론문. 한국교육과정평가학회‧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공동 학술세미나. 국가수준 학업도 평가의 전망과 과제 자료집. 57-64.)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