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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과정 개혁이 제대로 되면 우리 교육도 개혁될 수 있다

#63 김두정, 충남대학교 교수 2014.04.01

I

 

PISA와 같은 국제적인 학력 평가에서의 우리 학생의 성취나 우리나라의 기적적인 경제 발전의 원인으로 우리의 우수한 교육이 거론된다.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도 몇 차례나 공개적으로 한국 교육을 칭찬한 바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작 우리 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열 명 중 여덟 명은 말하는 것 같다. 필자가 만나고 읽은 교육 전문가 중에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의 자살률, 국민의 행복 지수 등이 교육과 관련하여 회자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높은 교육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서울과 지방간,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남녀 간, 혹은 빈부 간의 교육 기회와 결과의 격차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전체적으로 학생이 배워야 할 학습 내용이 나이와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서 피상적이고 낮은 수준의 공부만을 해야 하니 문제해결력이나 창의력과 같은 높은 수준의 역량이 길러질 수가 없다고 한다.

 

교육 전문가를 포함한 많은 국민은 끊임없이 교육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에 개혁을 촉구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 개혁이 추진된다. 선거 공약에서 교육 공약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는 우리나라의 교육 개혁은 멋있고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교육과정의 개혁이 핵심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쓰고자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시도된 수많은 교육 개혁이 그 훌륭한 철학이나 비전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개혁이 교육과정 개혁으로 구체화되고 실행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본다. 교육개혁의 철학과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으로 번역되고 실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II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의 모든 국가 교육과정 개정도 새로운 교육 개혁의 철학과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가 바라는 수준의 교육 개혁을 실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교육 개혁의 철학과 비전이 구현되는 제대로 된 교육과정 개혁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우리 맥락에서의 제대로 된 교육과정 개혁의 방향을 자세하게 말하자면 많은 연구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매우 복잡하겠지만, 필자는 시급하게 필요한 교육과정 개혁의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교육 기준이 되도록 하는데 그 핵심이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앙 집중식의 국가 교육과정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은 교과서와 학교 수업과 평가의 지침이 되는 명실상부한 국가의 교육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정 분야의 전문 용어를 빌자면 교육과정 정렬(curriculum alignment)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총론과 각론이 해설서, 지도서의 기준은 물론이고 교과서, 수업, 학교 내·외 평가 등의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총론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나 각론은 이와 부합되지 않거나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각론의 방향―구체적으로 내용 기준1과 성취 기준2―과 다르게 교실 수업 활동이 진행되고 학교 내·외 평가가 출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된다. 국민적인 관심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범위가 교육과정이 아니라 공공연히 EBS 교재라고 발표되기도 한다.

 

국가 교육과정이 국가 교육 기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국가 교육과정 자체의 문제로서, 그간 수많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교과 교육과정의 교과 별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이 명확하게 진술되어 있지 않다. 교사 재량에 속하는 수업 활동이 교과의 내용 기준으로 포함되어 교사의 수업 활동에 대한 자율성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래서 국가 교육과정의 각론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과별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이 분명하도록 진술되고, 두 기준이 학교 급간, 타 교과 간 연계되고 탐구 활동과도 연계되도록 개혁되어야 한다.

 

둘째, 총론이 개정될 때 교과 교육 전문가는 물론이고 현장 교사와 교과서 집필자 그리고 교육과정 전문가 사이 새로운 교육 철학이나 비전은 물론 교과별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에 대한 소통이 부족하여 국가 교육기준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 기반이 없다. 교과 전문가, 현장 교사, 교과서 집필자, 교육과정 전문가 사이에 교육과정 개정의 시작부터 결정까지 진정한 “숙의”가 필요하다. 최근 대통령과 고위 관료 그리고 다양한 시민 대표 사이에 규제개혁을 위해 진행한 “끝장 토론”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국가 교육과정 총론을 숙의하기 위한 끝장 토론도 필요하다.

 

교육과정이 교육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는 다른 큰 이유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같은 “고부담 시험”과 학교 내부 평가가 각론의 교과별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을 출제 기준으로 “준수”하지 않는 데에 있다. 국가 교육과정이 국가 교육 기준이 되려면 당연히 학교 내부 평가는 물론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같은 학교 외부 평가도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을 준수하여 출제되어야 할 것이다.

 

 

III

 

교육과정이 교육 기준이 되면 교육이 어떻게 개혁될 수 있을까? 우선, 교육 개혁의 철학과 비전이 일관성 있게 총론과 각론에 구체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교육과정 전문가, 교과 전문가, 교과서 집필자, 현장 교사가 협력적으로 이를 검토·확인함으로써 가능하다. 특히, 각론의 경우 교육 개혁의 “정신”이 교과별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으로 구체화되었는지가 검토된다.

 

둘째, 교육 개혁의 철학과 비전이 교과별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에 따라 교사용 지도서와 학생용 교과서가 집필된다. 지금까지 교육과정과 거의 독립적으로 개발된 교사용 지도서와 학생용 교과서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실공히 교육 개혁의 정신이 교육성과로 나타난다. 학교 내부 평가, 교육청 평가는 물론 학생 평가의 기준으로 교육과정이 중요하게 활용되지 않을 수 없다. 학생 평가는 교과 교육과정에서 의도하는 내용 기준과 성취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 평가가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학생 사이의 상대적인 순위나 등급이 되는 상대 평가와는 다른 준거 지향 평가로 나아가게 된다.

 

 

IV

 

필자는 현재의 중앙 집중식 국가 교육과정 체제를 지방 분산식 교육과정 체제로 상당히 바꾸어야 교사와 지역교육구의 전문성이 계속 축적되고 창의성도 고양될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현재의 중앙 집중식 국가 교육과정 체제에서도 국가 교육과정이 명실공히 교육 기준이 되도록 개혁된다면 능히 우리가 바라는 교육 개혁이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필자는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가 고질적으로 보는 우리 교육의 많은 병폐가 교육과정-지도서-교과서-수업-시험 등을 연계하는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육과정 개정으로 개혁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러자면 우리에게 정치적이고 일시적인 시도가 아니라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적어도 10년은 꾸준하게 교육과정 개혁을 추진할 교육 지도자가 필요하다. 교육 지도자는 교육과정 전문가 집단과 교육자가 우리 교육 문제를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의 임기에 맞춘 교육과정 개혁이 아니라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고 실행을 하는데 전문가와 교육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주고 그러한 과정에서 진정으로 교육과정 전문가, 교과 교육 전문가, 현장 교사와 학부모의 식견과 지혜를 진정으로 소통시키는 교육 지도자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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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내용의 범위와 깊이를 말한다.
  2. 학습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을 말한다.
충남대학교 교수 김두정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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