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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세계의 교육과정 개혁 동향과 한국의 미래교육과정 및 평가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50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3.12.03

한국은 지금 공교육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아마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필수 역량을 반영하는 일, 융합교육을 강화하는 일, 교육할 내용을 적정화하고 핵심을 추리는 일, 성취평가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만드는 일, 특히 고교 교육과정의 운영방법 등 재검토를 통해 개정을 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시점에서 세계의 교육과정 개혁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나라들마다 개혁의 내용과 방향이 각각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에서 공통점도 많다. 이런 공통점들을 분석해보면서 한국의 교육과정이 나아갈 방향에 새로운 시사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5-10년마다 정기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해왔지만 최근 10년 동안의 개정은 종전의 개정과는 크게 다른 특징들이 있다. 이는 달라진 사회 환경 때문이다.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문화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의 종류, 일에 요구되는 지식과 역량, 일하는 데 필요한 도구 등이 많이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교과지식만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학습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큰 변화는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일 것이다. 세계화를 통해 국가 간 경쟁의 심화, 기후변화, 각종 양극화의 심화로 개인이나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와 세계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 들어 국가 경쟁력 제고와 책임 있는 시민의 양성을 위해 20세기와는 다른 새로운 역량(competencies)들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역량이란 평생학습능력, 적응능력, 협업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등을 말하며, 태도나 가치의 영역까지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의 교육과정도 역량기반교육과정(competence-based curriculum)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이러한 역량의 강조는 교육과정 개정에 있어서 세계적 동향의 하나이다. 교육과정 개혁의 세계적 추세는 역량의 강조 외에 학습자의 자기결정과 통제 범위를 넓히려는 경향(student agency), 국가가 교육과정의 개발과 운영을 주도하던 데서 교사가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더 많은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경향(teacher agency; teacher autonomy) 등이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표-1] 국가교육과정 개발 추세의 공통점(『Reinventing the Curriculum』, 2013, p142)

위 도표의 ‘공통적인 목표’와 ‘공통적인 강조사항’을 곰곰이 살펴보면 한국의 교육계가 소홀히 했던 부분이 눈에 띈다. ‘공정성에 기여하는 교육과정’, ‘가치’, ‘학생의 자기결정 확대(student agency)’ 등에 대해서는 새롭게 개정하는 교육과정에 충분히 반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과정을 가진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각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우문 같이 들릴 수 있지만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의 교육개혁보다 앞서있는…’, ‘교사들 대부분의 마음과 지지를 얻으며 개발된…’이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교육과정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교육과정이다. 금년에 출간된 ‘교육과정의 재창조: 교육과정 정책과 실행의 새로운 추세(Bloomsbury, 『Reinventing the Curriculum』, 2013)’란 책도 스코틀랜드의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국의 교육과정 특성을 분석하고 있을 정도다.

 

스코틀랜드는 수년간의 깊은 연구를 통해 2004년 ‘탁월성을 위한 교육과정(Curriculum for Excellence: CfE)’을 공식적으로 도입하였다. 이 교육과정은 개정을 할 때 따르는 원리부터 달랐다. 전통적으로는 ‘목적과 목표(aims and objectives)’ 모델에 따라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개정한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가치(values), 목적(purposes), 원칙(principles)>이란 3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개발하여 이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교육과정 설계를 위해 설정했던 8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도전과 즐거움(challenge and enjoyment) ② 폭(breadth)
③ 진전도(progression) ④ 깊이(depth)
⑤ 개인화와 선택(personalization and choice) ⑥ 통합적 연계성(coherence)
⑦ 실제의 삶과의 관련성(relevance) ⑧ 학습을 지원하는 평가(assessment)

 

스코틀랜드는 이상과 같은 교육과정 디자인 원칙을 설정하고 교육의 목적(purpose)으로 아래와 같이 4가지 미래지향적 역량을 도출했다.

 

– 성공적인 학습자(successful learners)
– 자신감 넘치는 사람(confident individuals)
– 책임감 있는 시민(responsible citizens)
– 효과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effective contributors)

 

이는 현재 한국 교육과정 총론에서 서술하고 있는 4가지 인재상인 <자주인, 창의인, 문화인, 세계인>과 큰 대조를 이룬다. 스코틀랜드의 인재상이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8가지 설계 원칙 아래 미래 사회를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역량을 질 높은 리서치를 기반으로 도출한 것인 반면, 한국의 인재상은 추상적이며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 지속가능한 개인과 사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 한국도 역량기반교육과정을 도입하게 되면 현재의 4가지 인재상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스코틀랜드는 이와 관련된 연구를 무려 5-6년에 걸쳐서 하였고, 5권의 핵심 문서로 연차적으로 발표를 하였을 정도로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졌다. 스코틀랜드가 교육의 목적을 도출한 후 <학부모, 기업인, 지역사회, 대학>으로부터 폭넓게 피드백을 받아 이를 확정한 것은 한국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교육과정 내용이 세계 주요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인재상은 스코틀랜드의 인재상과 거의 동일할 뿐 아니라, 뉴질랜드 역시 ‘참여와 기여’라고 하는 스코틀랜드와 공통인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 싱가포르의 4가지 인재상
① 자기주도적 학습자   ② 자신감 있는 사람   ③ 책임 있는 시민   ④ 적극적인 참여자

 

▷ 뉴질랜드의 5가지 핵심역량
① 사고능력   ② 언어, 상징, 텍스트의 사용   ③ 자신의 관리   ④ 타인과의 관계 맺기   ⑤ 참여와 기여

 

다음 [표-2]는 일본 문부성이 발행한 지도요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도요록은 학생의 학적과 지도의 과정 및 결과를 요약하여 기록한 문서로서 향후 학생 개인의 지도 및 외부에 대한 증명 등에 사용된다. 지도요록의 개정은 평가개혁의 바탕이 된다. 이 표는 일본의 학교교육이 역량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표-2] 일본 학교교육의 지도요록


2001년 개정 지도요록 2010년 개정 지도요록
‘관심·의욕·태도’ ‘관심·의욕·태도’
‘사고·판단’ ‘사고·판단·표현’
‘기능·표현’ ‘기능’
‘지식·이해’ ‘지식·이해’


 

일본이 2001년에 이미 기능과 역량을 도입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미래사회를 준비시키기 위한 일본의 교육과정 개혁은 한국에 비해 훨씬 빨랐음을 알 수 있다. ‘지식‧이해’에 관한 학습을 하고나면 이를 적용하는 과정인 ‘기능(skill)’까지 가르치고 평가하는 점, 교과목의 종류에 상관없이 ‘표현’ 능력을 가르치고 평가한다는 점, ‘관심‧의욕‧태도’와 같은 정의적 영역까지 가르치고 평가를 하고 있는 점들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역량기반교육과정의 도입에 대해서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비판의 중심에 마이클 영(Young, 2008)이란 학자가 있다. 그는 이러한 역량은 경제적 도구주의 성격이 너무 강하며, 전통적인 지식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학교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시켜 온 지식을 배우고 전수하는 기능을 해야 하고, 또 지금은 지식기반 사회이기 때문에 지식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교육의 목적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너무나도 잠잠하다. 그냥 역량기반교육과정의 도입이 대세이기 때문에 이를 충분한 연구와 검토 없이 그냥 받아들이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역량기반교육과정을 도입한다는 것은 많은 교육적 함의를 지닌다. 우선 전통적인 지식 중심의 교육은 교사가 중심이 되지만(teacher-centered). 역량기반교육은 학습자가 중심의 되고(students-centered),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참여를 중시하며, 학습자 스스로가 지식을 구성하는 사회적 구성주의가 이론적 기반이 된다. 그리고 교육방식과 평가방식도 판이하게 다르다. 전자는 지금처럼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교사의 지식전달식 강의와 설명이 주를 이루고 지필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역량기반교육은 수행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참여와 직접적 경험을 통해 배우는 비중이 높아진다. 그리고 개별화 수업을 지향하고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주는 특성을 갖는다.

 

한국의 경우 어떻게든 기존의 교육과정에 역량의 통합을 강화할 텐데,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갈지를 생각하면 우려되는 점도 많다. 역량기반교육과정의 운영은 우선 국가수준의 성취도평가와 충돌한다. 지금은 이 평가가 역량을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학교 책무성 제도도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또 다른 우려는 ‘학력이란 무엇인가?’와 ‘지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합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표준화된 시험으로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면 역량을 제대로 가르친 학교의 표준화시험 성적은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언론이 이를 학력저하로 몰아붙이기라도 한다면 대중은 이에 영향을 받아 역량기반교육과정을 포기하고 다시 이전처럼 지식중심의 교육을 하라고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서울의 혁신학교도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해 있으며, 관련한 해외의 사례도 있다. 호주의 퀸스랜드(Queensland) 주가 대표적인 예다. 퀸스랜드 주는 핀란드에 버금가는 수준의 교육혁신을 이루었던 주다. 모든 외부 표준화 시험을 폐지하고 매우 진보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내신 성적만으로 대입 선발을 하게 함으로써 세계 교육학자들의 칭찬이 자자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호주가 PISA, TIMSS 등과 같은 국제학력비교 시험에서 성적이 저조하자 최근 연방에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게 함으로써 퀸스랜드 주의 혁신적인 교육과정(The New Basics) 운영은 막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지금 도입하고 있는 성취평가의 도입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 스스로가 현장에 맞는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개발해서 실시하기를 바라지만 이게 현장에서 기대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우선 대입에 사용되는 수능시험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고 역량을 평가하려고 할 경우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져 채점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의 고유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성취평가는 대입시와 많이 떨어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부터 도입해서 경험과 신뢰를 먼저 쌓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행중심의 수업활동은 교사들이 준비하는데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지식전달식 수업보다 더 많은 학생을 그 수업에 참여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공정성을 높이는 교육과정 운영이 될 것이다. 한국도 스코틀랜드처럼 선택을 중시하는 개인화 수업(personalization and choice)을 지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성취평가를 성공시켜 학습의 질을 개선하고 선발에까지 사용할 생각은 일찌감치 재검토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진정한 절대평가는 선발에 연결시키지 않을 때 가능하고 그것이 가져올 교육적 가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혁, 평가 개혁에 교사를 중심에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로 하여금 교육과정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길이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발성을 살리는 것이 한국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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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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