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은 평가개혁! 수능, 내신 평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교육개혁은 평가개혁이다! 적어도 한국의 경우는 그렇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교육개혁은 교육과정 개혁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고 한국의 경우는 평가가 교육과정을 규정하기 때문에, 평가개혁 없이 교육개혁이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공교육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바꿀 것은 대입시에 관련되고 그 영향력이 큰 수학능력시험과 논술, 그리고 내신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지금 교육계의 인식은 어떤가? 수학능력시험의 경우,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크게 문제를 삼고 있지 않다.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마 이렇게 고치나 저렇게 고치나 “되겠어?”란 마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타당성이 부족하고 공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만 공성성과 신뢰성에서는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논술은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비교적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교육과정 수준 내에서 너무 어렵지 않게 출제하자, 혹은 논술을 폐지하자 등.
한편, 내신은 교육적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평가의 내용, 평가의 방식, 대입시에서의 역할 등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내신 평가는 외형적으로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종전의 9단계 상대평가를 중1은 2012년부터, 고1은 2년간의 시범사업 후 2014년부터 성취평가(성취기준을 준거로 하는 절대평가)로 바꿔나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성취평가란 비교 집단 내에서 ‘누가 잘했는지’ 서열을 정하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학생이 사전에 설정된 성취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절대평가의 한 종류다.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개발된 교과별 성취 기준에 근거하여 학업 성취 수준을 ‘A-B-C-D-E’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최근 이 성취평가 관련해서 대입시에 반영여부 판단은 2015년까지 유보하기로 한 바 있다(최종 결정전까지 기존의 상대평가를 대입시에 반영하고, 성취평가는 함께 병기하기로 함).
1. 평가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교육개혁의 핵심이 평가개혁임을 받아들인다면 향후 한국의 교육개혁은 그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지금 평가 개혁에 대한 방향도 제대로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개혁의 핵심은 수능과 내신이다. 이 둘을 어떻게 연계시켜 바꿀 것인가가 핵심이다.
먼저, 수능에 대해 살펴보자. 수능의 경우, 그동안 변화의 방향으로 거론된 방안으로는 수능의 성격 변화, 폐지, 자격고사화, 반영비중 축소나 확대, 등급 축소 등이 있었다. 이런 제안들은 수능과 연계된 제반 요소들을 고려하여 실현 가능한 안으로 제안되었다기보다는 향후 나아갈 방향의 의미로 제안된 것이라 생각된다.
수능을 지금처럼 선다형 객관식 문제로 유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능이 공교육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수능을 지금처럼 유지시킨다는 것은 향후 중고교 교육을 수능과 같은 객관식 문제 풀이를 위한 기관으로 유지시킨다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능을 이대로 두고 중고교의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교육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내용, 가르치는 방법,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가 정합되어야 한다. 이때의 평가는 내신뿐만 아니라 수능과 논술까지 포함한 얘기다.
지금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을 잡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다. 아마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필수 역량을 반영하는 일, 융합교육을 강화하는 일,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일, 인재상을 재검토하는 일, 교과교육과정의 문제점을 바로 잡는 일, 수준과 양을 적정화 하는 일 등 개정을 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개정하더라도 특히 고교의 경우는 수능이 교육과정을 종속시켜서 교육과정은 유명무실해지고 학교는 평가에 맞춰서 교육을 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 수능평가와 상관없이 중고교에서 본질에 충실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생들은 대입 수험에 관련되지 않은 과목을 아예 공부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매우 잘못된 문화이지만 워낙 미래 생존이 불확실하고, 교육열이 높은 나라라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수능평가의 내용과 형식을 바꾸어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게 하든가, 아니면 내신의 질과 신뢰도를 높여서 내신만으로 대학을 가게 해야 하는데 후자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수능만 개선한다고 해결이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은 수시, 정시로 나누어 수능, 논술, 면접, 구술 등 다양한 조합을 통해 신입생을 뽑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혁신은 대입전형 개혁까지 포괄해야 의미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가장 현실적인 방향은 공교육에서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성취평가 도입을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상대평가의 장점과 절대평가의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이어서 내신평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학이 대입전형을 운영해 주어야 한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끌 대입전형은 중고교 내신의 존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에 사회적 압력을 넣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아예 대학이 나중에 데려다 가르칠 학생들이므로 고교 과정 운영에 대학이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런 방향에 동의한다면 교육개혁은 이제 수능과 대입전형을 어떻게 바꾸는가로 귀결된다. 아마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수능을 합격/불합격으로 자격고사화하고, 100% 내신성적으로 신입생을 뽑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중고교가 이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내신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기는 무리다. 등급을 현재의 9등급에서 가령 5등급으로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다가 자격고사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수능의 경우,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평가할 때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끌 것인가가 큰 과제로 남는다. 한편, 대학은 수능의 가중치를 줄이고, 내신의 가중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협력적 노력을 해야 한다.
다음은 고교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고교 교육과정의 질과 방법은 수능과 연계되기 때문에 이를 먼저 살펴봐야 이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수능이나 대입전형은 무엇일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고교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고교 교육과정은 현실적으로는 대입준비의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고교 교육과정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수능과 대입전형이 마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고교 교육과정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우선 이를 논하기 전에 한국의 고교과정의 성격에 대해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대학이 대중교육기관이 되었기 때문에 고교와 대학 간의 교육과정이 연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미국도 대학이 대중교육화 되었기 때문에 고교 과정은 대입 준비 과정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K-12가 아니라 K-16처럼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대학이 신입생을 뽑기 전에 과별로든 계열별로든 어떤 전공을 어떤 수준으로 마친 사람을 신입생으로 뽑겠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 정원미달이나 소수가 지원할 경우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조차도 전공적합성보다는 우수고교를 나온 학생을 뽑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SKY 대끼리의 선발경쟁에 있어서도 그렇고 대학 자체로 세계 대학 상위 랭킹에 들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복수전공과 문·이과 교차지원이 일반화되어가는 시대라 전공적합성의 필요성이 예전보다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편 대학을 지원하는 고교 졸업생 입장에서 살펴보자.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전공적합성에 의한 지원보다는 취업에 더 유리한 학교와 학과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또 어떤 사람은 계층상승을 더 우선순위에 두고 직업의 종류를 선정하기도 한다. 앞으로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또, 학벌을 중시하는 경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리고 전공적합성에 맞추어 대학을 진학한다고 그런 전공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따라서 전공 적합성보다는 평생학습능력과 적응능력, 문제해결능력 같은 기본적인 역량을 잘 갖추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예체능을 지원하는 학생, 또는 아주 뛰어나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자신이 있는 학생은 자신의 전공적합성에 따라 진학하는 것이 가능하고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고교 교육과정은 획일적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배우는 내용과 수준에 있어서 개인의 선택의 폭을 매우 넓어야 한다. 소인수 과목의 개설도 아주 자유스러워야 한다. 이는 현재 교사수급, 교실문제 등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 점검은 향후 고교 교육과정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를 시사해 준다.
이상과는 다소 다른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앞으로 대학진학률은 필자의 예상으로는 50-6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 학벌, 즉 대학 졸업장 그 자체보다는 실제 어떤 능력과 기능을 어떤 수준으로 갖추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 무늬만 대학인 곳의 졸업장을 갖는 것은 의미가 없고, 차라리 고교를 나와 일찍부터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특성화고의 인기를 봐도 그렇다. 그리고 평생학습시대에는 선취업을 해서 직장에서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파악한 다음 필요할 때 적절한 생애시기를 선택해서 대학에 진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한다면 이때의 고교 교육과정을 K-16의 입장에서 운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교에서 충실한 교양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고등학교 교육의 성격을 먼저 생각하고 학교마다 다양한 트랙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한 고교에 몇 개의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고, 이웃 고교와 묶어서 다양한 선택교과를 개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문·이과 융합도 이런 차원에서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3. 고교 내신평가,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교 교육과정은 가장 기본적인 교양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수준별, 전공별 선택교과 과정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런 개별화 교육과 개별화 수업을 한 후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난제다. 교육과정에도 충실하고, 대입시에서 전형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는 평가와 성적 산출이 요구된다. 현재와 같이 특히 고3 교실인 경우 EBS 교재의 문제풀이식 수업이 주를 이루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 이해; 적용, 분석, 종합, 평가>와 같은 인지능력을 골고루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 개정되는 교육과정에서는 강조할 역량이 일정 수준으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역량은 교과서 수업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형 프로젝트 수업, 토론식 수업 등을 통해 터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교육계에서는 역량에 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공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해왔던 ‘지식과 이해’ 중심의 교육과 ‘적용, 분석, 종합, 평가’에 해당되는 문제해결형 프로젝트 수업 같은 것의 비중을 어떤 비율로 가지고 갈 것인가의 논쟁이 될 것이다. PISA 2015에서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능력 평가’를 시작하고 그 결과가 발표되면 각 국가별 성적 순위가 기존의 읽기, 쓰기, 수학, 과학 성적 중심의 순위와는 매우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PISA 시험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초중학교에서 문제해결형 수업이 강화되면 이것이 고교 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런 시험과 연계된 수업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성취평가와 맞물리게 되면 학교 현장은 큰 혼란과 부담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런 시점에서 2002년부터 절대평가를 시행하기 시작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현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성적 부풀리기, 절대평과와 상대평가의 혼합 등의 문제를 일본에서도 겪었고 지금도 이런 문제를 깔끔히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
일본의 경우, 이를 도입하기에 앞서 ‘새로운 학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연구와 토론이 있었다. 다음은 일본 문부성이 발행한 지도요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도요록은 학생의 학적과 지도의 과정 및 결과를 요약하여 기록한 문서로서 향후 학생 개인의 지도 및 외부에 대한 증명 등에 사용된다. 지도요록의 개정은 평가개혁의 바탕이 된다.
<2001년 개정 지도요록> <2010년 개정 지도요록>
‘관심·의욕·태도’ ‘관심·의욕·태도’
‘사고·판단’ ‘사고·판단·표현’
‘기능·표현’ ‘기능’
‘지식·이해’ ‘지식·이해’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4가지 관점에서 평가를 한다. 현 한국의 경우와 비교를 하면 한국이 ‘기능, 이해’ 중심의 교육임에 비해 일본의 경우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인 ‘기능’, ‘사고력’, ‘표현(력)’까지 주요 학습목표이자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관심, 의욕, 태도’라는 정의적 영역까지 평가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을 끈다.
여기서 ‘기능(skills)’은 전 단계인 ‘지식,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활용하는 단계이고, ‘사고, 판단’은 블룸의 <적용, 분석, 종합, 평가> 단계를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표현’은, 언어과목은 물론이고 사회과목, 즉 한국으로 말하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목에서도 ‘표현’을 주요 성취목표로 기술하고 있다.
평가의 예를 하나 소개하겠다.
[평정의 구체적인 예]
G군의 이과(理科) 학기말 관점별 평가 결과
| 자연에의 관심․
의욕․태도 |
과학적인 사고 | 관찰․실험기술
․표현 |
자연사상에 관한
지식․이해 |
|
| 총점수/ 최고점 | 130점/ 175점 | 182점/ 225점 | 170점/ 225점 | 200점/ 225점 |
| 달성치 | 74.3% | 80.1% | 75.6% | 88.8% |
| 관점별 평가 | B | A | B | A |
| 가중치(2종) | 25% | 25% | 25% | 25% |
| 10% | 25% | 25% | 40% |

[주] 이 예의 경우 평정의 결과는 같지만, 관점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에 따라 평정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가중치는 실기를 중심으로 하는 교과, 지식․이해를 중심으로 하는 교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출처: 코지마 히로시·이와타니 토시유키 편저, 새로운 학습평가의 포인트와 실천, 2010, 49쪽)
이제 생각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평가의 기능 중에서 선발을 위한 기능은 대폭 비중을 줄여야 한다. 절대평가도 전국적 공통의 평가척도를 통한 평가와 형성평가 성격의 학습에 초점을 맞추는 교사 개인별 평가척도를 통한 절대평가로 이원화하여 이 둘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편 성취형 절대평가는 자격고사로 운영하는 것과 더 잘 어울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성취평가의 성공은 수능의 자격고사화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별화된 수업을 하고, 이를 표준화된 시험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신평가를 고부담 선발시험으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내신 절대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 은 현재의 수능과 같은 선택형 객관식 시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이로 인한 문제는 기술적으로 풀려고 하기보다는 원칙과 절차를 공개하고 투명성을 높여서 해결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신뢰라는 사회적자본이 매우 낮은 한국의 경우는 더욱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선발을 위한 평가는 매우 기초적인 부분에 한정해야 한다. 블룸의 교육목표 분류표에 의한다면 ‘지식, 이해’의 수준을 중심으로 하고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적용’까지는 표준화된 시험으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평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외의 관찰평가, 포트폴리오평가, 수행평가, PBL 등의 다양한 평가는 순수한 ‘배움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teaching and learning)가 되어야 한다. 이런 평가를 선발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방법도 없고 그 순간 수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4. 수능시험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신이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운영가능하게 하려면 수능이 현재의 객관식 일변도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수능에 논서술형도 포함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 현재 고교가 논서술형 수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아닌가의 논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낮은 단계에서부터 시작하여 경험이 축적되어 감에 따라 단계적으로 본격적인 논서술형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면 좋을 것이다.
논서술형을 수능에 포함시키지 않고 학교수업에서 하고 이를 내신에 반영할 수도 있지만 미국, 핀란드 등과 같은 나라처럼 수능에 논서술형을 포함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고교의 수업을 견인하는 효과도 더 클 것이다. 서술형의 경우 사람마다 상상하는 것이 다른데 가령, 지문을 읽고 그것을 요약하게 한 다음, 읽은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자기 생각을 쓰게 할 수도 있고, 진지한 생각을 필요로 하는 질문을 두어 개 주고 답하게 하는 방법, 다른 사람의 코멘트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법 등도 좋은 서술형 문제유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논술의 경우는, 지금처럼 매우 어려운 논술 주제보다는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이나 논제에 대해 자신을 입장을 밝히고 3~4개 정도의 근거로 뒷받침하게 하는 정도의 논술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변별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학교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도모하는 논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배제시키지 않는 논술,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논술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논술 시험은 상위권 학생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고, 수적으로는 전체 모집 정원의 15% 미만에 해당된다. 논술이 사고력, 표현력의 신장을 도모하는 시험이기에 이는 모든 공교육 학생들이 대상이 되는 것이 교육적이다. 이 정도의 낮은 단계의 논술지도는 학교가 지금 당장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게다가 모든 청소년 학습자의 생각하는 능력, 표현하는 능력은 더 이상 외면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21세기 모든 사람들이 갖출 필수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수능처럼 고부담 표준화 시험은 공교육에 끼치는 부정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저부담으로 줄이고 나아가 자격고사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아울러 수능을 약간 개선하기보다는 변화된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감안하고 발전된 평가기술을 이용해서 아예 차세대 평가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때 PISA 2015가 선보일 컴퓨터를 이용한 협업에 의한 문제해결능력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고, 미국이 2014년 하반기부터 일부 주에 도입해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부분의 주로 확대 실시할 차세대 평가가 도입한 보편적 학습설계(UDL: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기법도 적용해서 좀 더 공정한 시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마무리
한국의 현실에서는 교육개혁은 평가개혁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핵심은 지식뿐만 아니라 지식의 활용까지 평가를 해야 하고, 그 평가 방식은 수능이든 내신이든 논서술형을 포함시킨 절대평가가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내신의 질과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다. 하지만 내신의 질과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수능 시험을 논서술형이 포함된 차세대 평가로 개선해서 내신과 함께 병행해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가장 난제가 고교의 평가를 절대평가로 할 수 있는가이다. 당장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교의 평가도 교사별 절대평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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