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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1) – 미래학교에 대한 전망

#44 조난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2013.11.04

본 칼럼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에서 발행한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 Ver.2013』에 실린 내용 중에서 2장에 해당하는 조난심 박사님의 글을 저자의 동의를 얻어 그 내용을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김태균 연구원이 발췌, 정리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4회에 걸친 시리즈의 칼럼으로 진행되며, 이번이 시리즈 1회에 해당됩니다.


 

학교교육 위기와 학교교육 내용에 대한 불만

 

미래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학교에 간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보면 이 질문은 미래학교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이다.

 

미래학교의 교육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과연 미래의 학교는 어떠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근대 이후에 확립된 공교육 체제가 오늘날 위기를 맞이하면서 미래에는 학교교육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학교교육이 실패나 붕괴와 같은 비판에 직면하면서 이제 그 제도적인 수명을 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예측도 일어났었던 것이다.

 

학교붕괴에 대한 위기감은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났었다. 1990년대 후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로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학교붕괴의 현상들은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교 현장이 황폐해졌다는 비판적인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고, 관련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조난심 등(2001)은 『학교교육 내실화 연구』에서 우리 학교교육의 문제점과 내실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학교교육의 위기를 초래하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실태로 다음과 같은 점들이 지적되었다(조난심 외, 2001). 1) 학교교육 변화에 대한 요구가 많은 반면에 교사들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2) 학교교육 여건이 열악하다. 3) 학교 교육과정이 형식적이고 전시적으로 운영된다. 4)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몰입’의 기회를 제공하기 보다는 분절된 시간운영으로 학습에 대한 진정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5) 학교 교육의 과정에서 개별 학생에 대한 배려가 소홀하다. 6) 교육관계자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책무성(accountability)이 부족하다. 7) 학교 구성원들 상호간에 기대가 낮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기대하기보다는 사교육 기관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학교교육의 위기를 초래하게 되는 실태의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조난심 외, 2001).

 

<표-1> 우리나라 학교교육 위기의 원인

이 글에서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구조인 학교교육의 위기 전반의 문제를 다룰 수는 없고, 학교교육 위기와 관련된 문제점들 중 학교교육의 내용과 관련된 점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 학교가 겪는 위기는 일정 부분 학교 교육 내용 자체가 학생들의 수요나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학교급이 올라감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의 부실한 운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난심 등(2001)은 설문조사 결과와 학교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학교 교육과정과 특기적성활동의 충실한 운영에 대한 교육주체의 전체적인 응답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교육주체의 응답은 부정적으로 변화하였다. 특히, 학교 교육과정의 충실한 운영에 대한 고등학생의 인식은 부정적인 경향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특기적성교육의 운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교육의 주체들은 ‘학교 교육과정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아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의 상당 부분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불만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 연구에 따르면, 학교급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이 부실해지는 이유를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것은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이 연구의 설문조사에서 학교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에 대한 고등학교 교사의 숙지 정도가 다른 어느 학교급의 교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교육과정 자체가 현실에 적합하게 개발되고, 제반 시설여건이 아무리 훌륭하게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학교 교육내용의 방향성이 부족하다. 이 연구의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학교 교육내용이 자신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 교육내용이 실생활과 유리된 내용이 많아서’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응답은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과 일치하고 있다. 이종태 외(2000)의 보고서에서도 학생들의 절반 이하가 학교교과는 배울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점은 학교 교육내용을 구성할 때 반영할 필요가 있는 조사결과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의 학생들은 실용성과 현실성을 중요시한다. 그들은 배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만 내면적으로 교육에 가치를 부여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고등학교 교사들은 입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만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내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현상은 고등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쟁점사항으로, 학교의 교육내용을 결정할 때 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학교 교육내용은 교육의 주체들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학교 교육내용의 방향과 더불어 각 학교급에 적합한 교육 내용의 방향성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학교교육의 내용은 자신의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학교 교과의 내용이 자신에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 절실함이 없다. 이들은 상당히 많은 교과 내용이 자신들에게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고, 따라서 열심히 공부하려는 동기가 없다. 이러한 경향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화된다. 특히, 고등학교의 학생들에 의해 교육과정의 적절성 문제가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중·고등학생) 학교에서 실용적인 지식과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자 한다. 다음의 일련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학생들이 적절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교육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학교교육 위기의 한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표-2> 학교 교육 내용의 적절성과 학교교육 위기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반응

 

미래학교 교육 내용의 방향

 

학교교육 위기는 국내의 문제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선진국 협력체인 OECD에서도 이미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논의하였고, 유명한 미래학교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표-3> OECD 미래학교 시나리오

이 글에서 필자는 미래를 무한하게 확장되는 시간 계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략 향후 20-30년 정도를 범위로 설정하고 논의하고자 한다. 이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라고 할 수 있겠다. 학교교육 차원에서 본다면 한 세대 정도의 앞을 내다보는 일, 구체적으로 국가 교육과정 개정이 대략 10년 정도의 간격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앞으로 2번 정도 개정을 한다고 할 때에 고려해 볼 수 있는 미래를 구상해 보고자 한다. 이 점에서 필자는 위의 OECD 미래학교 시나리오에서 학교재구조화나 탈학교 시나리오는 가까운 미래에 실질적으로 광범위하게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고등교육 수준 또는 평생교육이나 사회교육 차원에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교육체제의 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전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초·중등학교의 보통교육 단계, 특히, 국가적 기업으로 이루어지는 공교육 체제에서 이러한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학교교육 체제의 현상유지라는 틀 내에서의 변화를 구상해 보고자 한다. 곧 굳건한 관료적 학교 체제를 완화해 가면서 시장모델로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방향이 그것이다. OECD의 미래학교 시나리오 2(시장모델로의 확장)는 직접적으로 미래학교의 교육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이를 통해 우리는 학교 교육 내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유추를 해볼 수 있다. 첫째, 교육에서 수월성과 경쟁이 좀 더 강조될 것이다. 둘째, 교육 내용에 대한 공적인 규제가 완화되면서 단위학교나 교사 및 학생들의 교육 내용 결정의 권한이 커질 것이다. 셋째, 교육 내용 혹은 콘텐츠의 제공자가 학교만이 아니라 온라인과 연계된 사기업 등 학교 밖의 다양한 업체나 기관이 될 수 있다. 넷째, 학교 교육 내용의 선정은 사회와 학부모들의 수요 및 각종 지표와 연계된 성과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학교교육 내실화 방안들과 함께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을 비롯한 교육 수요자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공교육 기관이며, 가까운 미래 곧 앞으로 다가올 20-30년 내에도 여전히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의 위치를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여전히 학교라는 굳건한 국가 기구를 유지하면서도 이 학교교육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적절성 있는 교육을 실시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사회, ICT 기술의 진화와 소셜 네트워크 사회로의 진입 등과 같은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래학교에 대한 기술공학적 접근1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인류 문화유산의 정수(精髓)를 전수하고, 미래사회에서 자율적인 시민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준비시킨다는 학교교육 본래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서 미래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학교의 조건은 무엇이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는 한 연구에서 ‘미래학교의 모형’을 구안하여 제시한 바 있는데, 그 중 교육과정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이혜영 외, 2008).

 

첫째, 학교의 교육과정과 방법을 다양화한다.

 

가치가 다원화되고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미래사회에서는 학습자의 다양한 관심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교육내용과 방법을 다양화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혜영 외(2007)의 연구에 의하면 조사 대상이 된 대학생의 75.9%, 성인의 66.1%가 초·중·고등학교에서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데 찬성하였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과거의 지식을 습득하고 답습하는 능력이 아니라 창의적·혁신적인 능력과 태도를 갖추도록 교육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되는 복합적인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역량(capacity)’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개념을 적용하여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량은 지식, 기술, 태도, 행동 등으로 구성된 다차원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량 개념이 교육과정 구성에 주는 시사점은 전통적인 교과에 얽매이지 않는 개방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통적 교과목 위주의 교육과정 구성을 탈피하는 것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는 전통적 교과목 위주의 교육과정 구성 탈피에 대해 찬성하는 교사의 비율이 80%에 근접하며, 찬성하는 학부모의 비율은 70%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국가 교육과정을 유지하되,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을 개선한다.

 

한편, 국가 교육과정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초등학생 학부모가 71.9%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가장 낮은 고등학교 교사들도 63.7%가 반대함). 이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교육내용 구성에 관해서는 국가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가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종래의 국가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할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행 국가 교육과정은 각 교과별로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과 과목별 수업시수까지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의 획일성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대적 요구인 교육과정과 방법의 다양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국가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만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칼럼들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학교교육을 유지하면서 학교교육의 질을 개선하는데 핵심적인 관건이 되고 있는 교육과정의 개혁에 대해 논의한다. 그 방향은 국가 교육과정을 유지하되, 편성과 운영을 개선하여 교육과정을 다양화, 자율화 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 아울러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문제들을 함께 검토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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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터넷에서 ‘미래학교’라는 키워드를 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미래학교의 건축과 관련된 사이트들이다. 학교 건물을 미래학교의 이상대로 짓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좀 당황스러운 것은 그 건물이 왜 그렇게 지어져야 하는가를 이해하려면 미래학교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텐데 ICT와 관련된 사항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논의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조난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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