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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잠자는 교실(EBS 다큐 <다시, 학교> ➇부)’의 근본적 해법

#522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0.03.04

고교의 잠자는 교실 실태는 가히 교실 붕괴의 상황에 이르렀다. 적어도 고교 수준에서는 그렇다.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8부 「잠자는 교실」 편에서 한 교사는 10~20%의 학생들만 수업에 참여하고, 아래 자막처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잔다고 말하고 있다. 특정 학교의 한 교사가 한 말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다른 교사 역시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다.

이 다큐 ➇부의 내용은 잠자는 교실의 실태를 보여주고 인터뷰를 통해 교사들의 고민과 학생들이 수업 중 잠을 자는 이유를 알아보고, 전문가의 수업 코칭과 함께 해법을 탐색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다만 원인 분석과 해법 탐색의 내용이 매우 미흡하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잠자는 교실 문제를 학습과학을 근거로 분석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아래의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생각된다.


Q1. 아이들이 수업 중 잠자는 이유(근본적+표면적)는 무엇인가?
Q2. 아이들이 수업 중 잠자도록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무엇/누구인가?
Q3. 잠자는 교실을 다시 깨우기 위해 정부, 교사, 학생이 각기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학생들 인터뷰

 

이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이 수업 중 잠자는 원인에 대해 아래와 같은 인터뷰 내용이 소개된다.

 

“안 좋아하는 과목이나 관심 없는 것들 할 때는 거의 자거든요. 솔직히 조금 많이 죄송하거든요. 자는 게 수업에 대한 예의는 아니잖아요.”

 

“어쩔 수가 없죠. 너무 졸려서요. 참을 수가 없어요. 현실로서는 중요 과목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을 가기 위해서…”

 

“공부 말고 다른 길로도 먹고 살 방법은 많다고 생각해서… 유투브 보면 유명한 사람들 많잖아요.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서 영상편집을 해서 꾸준히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해도 뭔가 성취감이 없어서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학원에서 이미 들었던 내용이라서 다 아는 내용입니다. 학원에서 배우면 학교에 있는 내용은 다 안다고 보면 돼요.”

 

“학원에서 하다 보면 이야기하면서 모르는 걸 계속 물어볼 수 있어서 학교보다는 학원이 잘 되는 것 같긴 해요.”

 

(Q. 그러면 학교는 왜 다니는 거예요?)
A. 그냥 친구들이랑 같이 사회생활 배우고 그런 거 같은데요.

 

(Q. 학원 다니는 사람?)
A. 학원이야 다니고 있죠.

(Q. 다 다니고 있고, 그러면 학원에서는 자?)
A. 졸려도 잘 안 자죠.

 

“학원 가서 수업 듣고 하지, 학교에서 수업 안 듣고 그냥 놀고… 학원에서 예습 나가고 학교에서 개념 같은 걸 복습하는 용도로 듣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학원을 풀가동시키고 나의 맞춤형 수업을 한 12시간 풀가동을 시킨다면 오히려 그것이 저에게는 학교 오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득이긴 하죠.”

 

이상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좋아하지 않는 과목, 관심 없는 과목의 수업 시간에는 잔다.
• 학교는 친구를 사귀고 사회생활을 배우기 위해 다닌다.
• 공부를 해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 포기하게 된다.
• 학원은 맞춤 수업을 제공하기에 학원 수업은 자지 않고 듣는다.


학교의 기능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잠을 자고 친구를 사귀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것이 일시적 현상(status quo)인지 아니면 하나의 고착된 사실(static fact)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잠을 자는 이유, 잠자는 아이들의 비율, 그리고 이런 현상이 지속된 기간을 고려할 때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교실문화로 고착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하나의 제도 변경이나 규칙 제정으로 바로잡기도 어렵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공부를 해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과 학원은 맞춤 수업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지 않고 듣는다는 부분이다. 공부를 해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문제는 학습이 뇌 속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how learning occurs)을 바탕으로 수업 방법(how to teach)을 바꾸는 것에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한편 학원은 맞춤 학습을 제공하기 때문에 졸지 않는다는 증언은 학교교육도 맞춤 교육(differentiated instruction)을 강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수급, 연수 내용 등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사들 인터뷰

 

잠자는 교실에 대해 세 분의 고교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0~20퍼센트 되는 학생들만 수업에 참여하고, 절반 가까운 학생들은 어떻게 보면 무관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자고 이런 형편입니다.”

 

“이렇게 깊게 배울 필요가 있나요?” 내지는 “이런 거 수능에 안 나오잖아요”라든지, “아니 이렇게까지 해서 어렵게 배울 필요 있나요?” 이런 질문도 받고 실제로…또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수업의 내용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많이 가슴 아픕니다.

 

“도대체 학생들에게 내가 어떤 것을 제공했을 때, 학생들에게 어떤 배움의 자리를 제공했을 때 아이들은 그 자리로 나올까 앞으로 제가 계속 해결해야 할 큰 숙제인 거죠.”

 

“교무실에서 (여기에) 오기까지. 그 다음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오죠.”

 

“참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로 안타깝죠.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데. 그런데 나의 역할은 어디까지고 내가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이 돼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수업 내용을 기대하지는 않아요. 생활기록부에 비교과 영역을 충실히 하게 하는 게 학교의 역할이고 그런 마련을 해주는 장이 학교라고 생각을 하고요. 석차 등급, 그러니까 학생들의 성적을 내주는 곳은 학원이라고 생각해서 학생들이 이분화하고 있더라구요.”

 

“오죽 피곤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안쓰럽기도 합니다. 화도 나고 안쓰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생각이 많이 듭니다.”

 

“수업을 왜 안 듣냐… 안 듣는 친구가 있으면 왜 안 듣는지 한 번 물어봤는데, 제일 많이 나온 게 재미가 없어서였습니다. 진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 영상을 찾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

 

“한편으로는 또 화도 납니다. 진짜 그래도 나름 그래도 제가 노력을 안 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이 그런 식으로 해버리면 저도 사람인데…항상 갈등입니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의 갈등이 있었고…매 수업 최소 두 번 이상은 ‘자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가만히 놔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의 교사를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10~20퍼센트 되는 학생들만 수업에 참여하고, 50% 가까운 학생들은 무관심하고 나머지 30~40% 학생들은 잔다.
•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학생들은 수능시험에 나오지 않는 수업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 수업 내용에 대한 학생의 무관심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자괴감이 들며 때로는 화가 난다.
• 잠자는 학생을 깨울까 말까 자주 갈등한다.
• 학생들은 학교는 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의 기록을 마련해 주는 곳이고, 실질적으로 성적을 담당해주는 곳은 학원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잠자는 교실에 대한 교사들의 인터뷰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물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 수는 과목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가 매우 중증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사교육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의 답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상의 현상은 한국에만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 ‘학교수업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점은 세계 공통이지만 수업 중 30~40%의 아이들이 잠을 자는 것,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에서는 잠을 자는 것,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학습하지 않으려는 것은 한국에만 있거나 유독 심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 대입제도 때문인가? 국가가 배울 내용을 학생의 필요와 흥미와 상관없이 강제하기 때문인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의미를 느끼지 못해서인가? 가르치는 방법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이기 때문인가? 학생의 인권이 신장되고 체벌이 금지되었기 때문인가? 사교육이 존재하기 때문인가? 교사-학생 간의 관계의 질이 낮아서인가?, 미래 생존에 대한 불안 때문인가? 아마도 이 모든 여러 요인들이 복합된 현상일 것이다.

 

 

진단과 처방의 분석

 

잠자는 교실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분석하기 위해 1) 문제 있는 설문, 2) 교사들의 성찰, 3) 수업 코칭, 4) 수업 바꿔보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문제 있는 설문

 

이 프로그램은 잠자는 교실에 대한 원인을 인터뷰 외에 아래와 같이 설문에 의해서도 진단하고 있다. 이는 한국리서치가 2019년, 학생, 학부모, 교사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진단조사 결과이다.

만약 위와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 설문의 선택지를 <학생의 태도와 의지; 입시중심 교육제도; 교사의 의지와 역량; 기타>로 설정했다면 이는 문제 있는 설문이라 생각된다. 잠은 자는 이유에 대해 앞의 학생 인터뷰 내용만 보더라도 선택지에 <학교 수업에 의미를 못 느껴서; 수업 방식에 흥미가 없어서;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어서>와 같은 선택지도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세계적으로 ‘학교 수업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학교 중단이나 수업 거부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뇌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수업 태도가 나빠서가 아니라 작업기억의 용량부족으로 수업에 주의를 기울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또한 수업에 참여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는 있어도 수업 내용에서 의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학교에서 잠을 자는 이유가 ‘학생의 의지와 태도’라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30.2%인데, 교사의 비율은 46.1%로서 차이가 크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교사가 가장 큰 원인으로 ‘학생의 의지와 태도’를 꼽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것이 학생의 의지와 태도로 인한 문제일까? 학습과학적으로 보면 뇌가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필요, 새로움, 의미, 감정(정서)’라는 4가지 요소가 충족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수업 내용이 학생의 필요에 맞춰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새롭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학생이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저걸 내가 왜 배워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부정적이란 뜻이다. 감정과 정서는 교사의 인정과 높은 기대, 활기차고 긍정적 수업 분위기, 열정적인 교사의 수업 방식과 태도 등을 포함한다. 인간의 뇌는 필요 없거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것은 생존의 법칙이다. 만약 인간이 필요 없거나 의미가 없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오늘날처럼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한편 ‘학교에서 잠을 자지 않으려면?’이란 질문에 대한 응답도 눈길을 끈다. 수업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것이 학생은 61.5%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에 비해 교사는 41.7%에 그쳤다. 누구의 “그렇다”의 대답이 더 합당한가? 이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빡빡한 수업 시수와 진도를 나가야 하는 제약 속에 갇힐 수밖에 없는 교사가 수업 방식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 교사의 수업 되돌아보기

 

“제가 선입견에 의해서 또는 과거 축적된 경험을 통해서 저 학생은 깨워봤자 또 자겠지 하는 학생을 제가 너무 많이 방치하고 있고요. 아이들을 배움으로 초청을 하려고 하는데 마음은 있으나 뭔가 진심이 전달되지 않아서 학생들이 이렇게 잘 따라오지 않아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학생들은 점점 더 졸고 있고…”

 

“이렇게 (녹화한 수업 영상으로) 보는 게 제가 수업시간에 학생들 보는 모습이랑 전혀 느낌이 달라서 안 보이는 것도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실제 수업하는 입장에서 20분쯤 되면 제가 본격적으로 수업의 주제, 핵심을 이야기할 때라서 저는 오히려 가장 집중해서 가장 열을 내서 수업하는데 오히려 학생들 반응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받아들일 준비가 그럴 타이밍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걸(수업방식을) 한 번 바꿀 필요가 있지 않나.”

 

수업 성찰이 좀 더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위에서 한 교사는 “실제 수업하는 입장에서 20분쯤 되면 제가 본격적으로 수업의 주제, 핵심을 이야기할 때라서 저는 오히려 가장 집중해서 가장 열을 내서 수업하는데 오히려 학생들 반응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학습과학 측면에서 보면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고교생의 경우 수업 시작 후 약 20분이 지나면 뇌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이다. 따라서 교사는 15~20분 단위로 수업의 모드를 바꿔줘야 한다.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학습자 주도의 모둠 학습이나 혹은 배운 것의 적용 활동 등으로 수업 방식을 바꿈으로써 떨어진 주의력을 다시 높여주어야 한다.

 

3) 수업 코칭

 

세 분의 수업 전문가가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수업을 선보인 교사들의 수업 코칭을 했다.

 

“교사 한 분의 노력이나 교사 한 분의 영향력, 교사 한 분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서 수업이 상당히 놀랍게 변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거든요. 우리가 그걸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어떤 교실에서 성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우리가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 성공의 가능성이 일반화될 수 있는 원칙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고요.”

 

“먼저 오늘 수업을 통해 애들한테 무엇을 길러주고 싶었나요? 그게 이제 명확해야겠죠. 그러면 그 목표하고 방법이 맞는지 연결이 될 것이고. 10분이 넘어버리면 설명 속에서 애들은 이제 자기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졸게 되는 쪽으로…”

 

“(박○○ 선생님에 대해) 전체 50분 수업 중에 거의 80퍼센트 이상을 선생님이 다 풀어간다고 할까? 이야기든 문답을 하든. 아이들이 담화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적은 느낌. 그 수업을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찍어도 크게 문제가 없는 수업.”

 

“(강○○ 선생님에 대해) 45분경에 보니까 제가 세어 보니 총 8명의 학생이 잠을 자고 있더라구요. 선생님이 책상을 두드리는 이런 행동을 했지만 아이들이 깨야 하는데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거든요. 단호하게 자는 아이들에 대해서 뭔가 좀 제지가 필요할 것 같은데.”

 

수업 코칭의 경우, 다양한 내용의 수업 코칭을 했을 텐데 딱 한 가지씩만 소개하고 있어서 코칭 내용의 평가에는 한계가 있다. 세 분의 코칭은 모두 매우 의미 있는 내용들이기는 하다. 그러나 거시적·근본적 원인과 미시적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을 자세히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런 방송 프로그램의 한계라 생각된다.

 

4) 수업 바꿔보기

 

선생님들은 잠자는 교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이에는 학생이 교사가 되어 지도하는 역할극부터 상벌주기 등 아래 열거한 것처럼 다양한 것들을 시도한다.

 

① 학습 태도 불량학생을 친절하게 지도하기“선생님의 주요 미션: 가르치는 동안 태도가 불량한 학생을 친절하게 지도하라!”

 

② 학생이 교사가 되는 역할극 하기
“선생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교사란 직종이 고단하고 힘든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③ 잠 쫓기 위해 토론하기
“수업에 방해되는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큰 원인이 잠인 거 같아요. 그죠? 자, 지금부터 토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조 있죠. 잠자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는 게 좋은가?”

 

④ 학생 스스로 다양한 수업 규칙 정하기
•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규칙을 제시한다.
• 자면 춤추기, 앉았다 일어났다 등

 

⑤ 징벌제도 만들기
“이 친구들이 존다고 수업에 참여 못했으니까 선생님 생각은 약간 징벌적인 측면도 있어야 하죠. 쉬는 시간에 단어 적기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급 규칙 첫 번째 뭐 하기? 경고. 두 번째, 서 있기. 세 번째, 신체운동. 네 번째, 단어 적기.”

 

⑥ 잠을 깰 때까지 수업 않고 기다려 부담주기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일어날 때까지 수업을 중단하고 기다리는 거죠. 그러면 학생도 ‘뭔가 이상하다, 왜 모든 학생에게 정적이 일어나지? 어, 나 때문에 수업을 못하고 계신가?’ ‘다른 친구들이 내가 깰 때까지 기다리고 있나?’ 이런 책임감을 심어주는 방법을 쓰려고 하고요.

 

⑦ 칭찬카드 활용하기
“일명 칭찬카드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칭찬카드를 발급해주고 칭찬받은 내용을 생활기록부에도 작성해주기로 하였다. 칭찬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선생님은 믿는다.”

 

⑧ 아이들 가까이 다가가고 눈 마주치며 수업하기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선생님은 점점 더 자주 아이들 곁으로 다가간다.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을 만나니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알 것 같다. 학생들과 눈을 맞추면서 함께 수업을 만들어간다.”

 

⑨ 새로운 수업 모형 개발
“힘든 만큼 많이 얻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아직까지는 완전한 수업 모형, 나만의, 교사 강○○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수업방식, 그런 것들의 개발이 완전히 안 됐고 정착이 안 됐고요. 하지만 분명히 자는 학생 없고 학생들 속으로 들어갔고 그리고 학생들 얼굴 보면서 한 명 한 명 대화를 하는 거. 그것만 하더라도 전 큰 성과가 아니었나. 근데 아직 가야 할 길은 좀 남은 것 같아요.”

 

➉ 카드를 이용한 게임
“독립운동 관련해서 독립운동 단체 이름이 워낙에 많고 외우기 힘드니까 이런 거 하면서 어떻게라도 한번 봐라 그런 의미에서 만든 이런 게임이 있습니다.”
(카드를 이용한 게임. 카드는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음)

“일정 시간 내에 한 학생이 문제를 설명하고 다른 학생들이 맞히는 스피드게임도 진행한다.” (ex. 삼국유사 맞히기 등)

 

이상과 같이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안들은 아니다. 앞에서 이미 밝혔듯이 뇌가 주의를 온전히 기울이기 위해서는 ‘필요, 새로움, 의미, 감정(정서)’라는 기본적인 이 4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갖추지 못하면 학습자의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주의를 유지시킬 수 없다. 아울러 인지적 학습을 할 때 가장 활발히 역할을 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기능을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친화적인 수업을 해야 한다.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작동하는가에 대한 즉 학습과학에 대해 교사들의 이해와 활용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잠자는 교실의 학습과학적 해결책 모색

 

잠자는 교실의 해결책을 학습과학 이론에 따라 살펴보기로 한다. 학습의 과정은 크게 <주의를 집중시키기,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기, 통합·응고화하기>처럼 3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잠자는 교실’은 주로 앞의 두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1) 주의 집중시키기

 

학습자의 뇌는 ‘① 새로운 것, ② 의미가 있는 것, ③ 필요한 것, ④ 흥미가 있는 것, ⑤ 자신이 선택한 것, ⑥ 해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 ⑦ 보상이 있는 것’ 등에 주의를 기울인다. 한 가지씩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① 새로운 것

새로운 것은 가르치는 내용, 가르치는 방법, 배운 내용을 확인·평가하는 방법부터 좌석 배치, 교사의 의상, 목소리, 수업 중 움직이는 동선, 동작 등을 다 포함한다.

 

② 의미가 있는 것
의미는 “이것을 배워 나중에 어디에 사용하지?”라는 질문과 관계된다. 시험 성적에만 의미를 두는 학생들에게 시험에 안 나오는 과목의 수업에서는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의미는 주로 학습자의 삶과 연결시킬 때 살아난다.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은 배운 것을 적용함으로써 삶과 연결시키는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다.

 

③ 필요한 것
필요한 것은 학습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는 학생들이 가장 잘 안다. 따라서 수업을 설계할 때 학생들과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교사가 배울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학생들에게 따르라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잠자는 교실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과정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④ 흥미가 있는 것
흥미가 있다(interesting)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다(fun)는 것과 다르다. 의미 있는 내용도 흥미 있는 방식으로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단원을 흥미 있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수업 방식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초기 중국인의 입국을 막았어야 했는가?” 등의 질문이 좋은 예이다. 역순설계 방식의 수업, 질문을 중심으로 한 수업은 흥미를 더할 수 있다.

 

⑤ 자신이 선택한 것
한국 고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대체로 국가나 전문가가 정해준 것이다. 한국은 대체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학생이 맞추라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학생을 수업에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배울 내용을 정할 때 학생이 선택하게 하는 비중을 높여가야 한다. 다양한 밥과 반찬을 주고 그 중에서 골라서 먹게 할 때 맛있게 먹는다. 이런 접근은 현재의 교육과정 속에서도 가능한 여지가 많다. 가령 읽기 지도를 할 때 읽기 글감을 자연과학, 문학, 스포츠, 사회학 등 다양한 장르로 준비하여 모둠별로 선호하는 읽기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의 목적이 비교를 위한 성적 산출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능 같은 표준화 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여 고부담을 저부담으로 바꾸어야 개별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

 

⑥ 해낼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
학습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과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생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점을 고려하면 진단평가를 통해 학습자의 사전지식을 확인하고 이것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이를 구축한 후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향후 학습과학 칼럼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⑦ 보상이 있는 것
뇌는 보상이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보상에는 물질적인 것도 있고 비물질적인 칭찬 같은 것도 있다. 칭찬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칭찬은 장점이 더 많다. 교사의 긍정적인 말 한 마디, 기분 좋은 접촉, 사회적 관계에서 위상의 획득 등도 일종의 보상이다. 이런 보상은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한다.
보람, 성취감 같은 것도 대표적인 보상이다. 보람이 있는 경험을 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뇌신경 세포에 흥분을 전달한다. 이런 신호를 받은 전두엽은 경험의 보상가치를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이 가장 큰 쪽으로의 행동을 촉발한다. 이를 통해 학습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2)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기

 

새로운 지식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 시스템에서 이해를 통해 형성된다. 정보의 이해는 정보의 패턴을 파악함(pattern-seeking)으로써 가능하고 정보의 패턴을 읽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와 관련된 사전지식(prior knowledge)이 필요하다. 이를 배경지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배울 내용에 대한 사전지식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학습자는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 그래서 수업하기 전에 학습자들의 사전지식의 준비상태를 점검하고 임시적으로라도 사전지식을 구축한 후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자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전지식 즉 배경지식의 부족이나 부재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를 학생의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고 오해한다.

새로운 정보의 이해에 성공한다고 해서 이것이 기억과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해한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의식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는 기계적 시연(rote rehearsal)과 공들인 시연(elaborate rehearsal) 두 가지가 있다.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수업은 기억을 기계적 시연에 의존하게 한다. 이런 접근은 의미가 개입되지 못해 학습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의미 있는 수업활동을 통해 신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길 때만 학습자의 흥미를 끌고 유지시킬 수 있다. 현재 학교교육에서는 공들인 시연이 부족해 확실한 기억이 어려우며 이것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하는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3) 통합·응고화하기

 

학습한 정보나 지식은 해마에 단기적으로 머물다가 전두엽을 포함한 뇌의 다양한 곳으로 이동해 저장된다. 이는 새로운 지식이 기존의 지식에 통합되는 과정이며 형성된 기억의 흔적이 안정되고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이다. 이런 응고화(consolidation) 과정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뇌의 기억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배운 내용의 복습은 시차를 두고 하는 분산학습(spaced learning)이 효과적이다.

 

 

맺음말

 

잠자는 교실은 고교교육의 붕괴를 예고한다. 가장 먼저 중앙정부가 교육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하며 그 심각성을 깨닫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우선 고교 교육을 입시교육 패러다임 속에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고교의 한 교실 내에는 다양한 학습자들이 있다.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70% 정도 되고 당장 대학진학에 관심이 없거나 고교 졸업 후 바로 직업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런 학생들에게 단일한 학문중심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이를 엄격히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오늘날의 잠자는 교실을 피할 수 없다. 학생들의 개별 필요성에 맞게 다양한 트랙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고교 과정에서 서로 다른 복수의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는 공통과목을 줄이고 선택과목을 늘리는 고교학점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 배움의 공간을 학교로 한정하는 낡은 인식의 틀을 벗어던져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학교 밖의 연결에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생태계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학생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학교밖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뇌과학적으로 보더라도 삶과 연계된 학습이 아니면 뇌는 의미를 느끼기 어려워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 안과 학교 밖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육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학력 인정의 유연성을 높여서 학교 밖에서 배운 것도 기준을 충족하면 학력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학교 밖과 연계해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끝으로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잠자러 오는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교교육의 목적이 대학진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사교육이 표준화된 대입시험 준비에는 공교육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이런 상황이 유지되는 한 이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 수요와 공급의 갭이 크게 존재하는 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경쟁을 줄이면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환상이다. 대학의 서열을 완화하면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경쟁을 하더라도 의미 있는 경쟁, 불평등을 덜 심화시키는 경쟁이 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환경 조성을 위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신 절대평가와 수능 자격고사 성격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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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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