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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우리가 공교육에서 놓치면 안 되는 최소한의 것들

#34 강윤봉, 전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이사 2013.07.29

언제부터인가 공교육의 정상화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고민과 과제로 자리 잡았다. 그것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교육 대책이 교육 문제의 화두가 된지 이미 오래다. 교육전문가들은 무엇이 공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몰고 가는지,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해법과 제도 등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시행해 오고 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무엇이 문제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냈는데 첫날부터 알림장을 써 왔다. 다행히 아이가 한글을 떼고 갔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리고 숙제를 많이 내주는데 다 엄마 아빠 숙제다. 숙제를 같이 해줄 사람이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지난주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기말고사를 봤다. 진도를 다 끝내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는데도 이번 주에는 수업을 하지 않고 하루 내내 영화만 봤다고 한다.”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수학 진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데도 학교 수업을 벅차한다. 아예 수학을 포기한 친구들도 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이 많은데 선생님도 깨워 봤자 수업에 방해가 되니까 그냥 자게 놔 둔다고 한다.”

 

새삼스러울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흔한 학부모들의 이야기이지만, 사실 그 안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최소한의 문제와 답이 들어있다.

 

 

공교육은 정해진 교과과정을 책임지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교과과정이 공교육의 성격이나 목표 등에 적합한지 아닌지는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일단 주어진 사회적 교육환경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므로, 현재 공교육의 성격이나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생각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공교육은 목표로 하는 교과과정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는 처음 한글을 접하는 아이들이 배우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르쳐야 하고, 마찬가지로 더하기 뺄셈에 대한 이해를 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학교에서 확보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로서 교사나 학교가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이미 다 배워왔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거나, “요즘 애들은 똑똑해서”, “과정대로만 가르치면 학부모가 항의해서”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소 개인적인 이유들을 들어 공적인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든지 교과과정을 건너뛰는 일은 공교육 정상화를 해치는 최초의 요인이 된다. 즉,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며 사교육 선행학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만약 교사나 학교가 학기 초에 ‘교과과정에 충실할 것이며, 상세한 수업계획과 평가계획을 사전에 의무적으로 나누어 줄 것이고, 계획표의 일정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을 선언한다면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회복하는 단초가 되리라 본다. 이는 또한 학생이 스스로, 능동적인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교육적 활동이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원평가의 중요항목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하여 교사와 학교가 변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주어야 한다.

 

 

공교육은 어떤 환경의 학생에게라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주어진 가정환경을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초·중등학교 수준의 학습자에게 특히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공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정환경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게 되어 있는 것이 초등학교 교육 시스템이다.

 

아이의 숙제나 준비물을 챙기는 데에 반드시 부모의 손길이 닿을 것이 전제되어 있다면, 이는 공교육의 교육적 인식 수준이나 교과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등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아무 거칠 것 없이 교육받고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의 형태로 공교육이 자리 잡아야 한다. 공교육, 특히 의무교육 기간의 공교육에는 소위 ‘버리고 가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되며, 이를 철저히 점검하고 경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공교육의 큰 역할 중의 하나가 아이들이 어떤 상황이나 형편에 처해 있더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최대한 입시入試를 늦춰야 한다.

 

국제중학교, 국제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등학교 등으로 인해 입시준비를 하는 나이대가 십 대 후반에서 십 대 초반으로, 더 빨리는 십 대에 채 도달하지 못한 어린아이까지로 내려왔다. 과도한 사교육과 선행학습, 암기식 교육, 줄 세우기식 교육의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과 지나친 학습, 그로 인한 건강 상실과 인간성 상실 등 아이들이 입는 입시제도의 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데도 중고등학교 입시제도는 어느새 공고히 그 자리를 잡고 있다.

 

아이들은 새벽 2시까지 학원숙제에 시달리고, 부족한 잠은 학교 수업시간에 보충하고,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을 깨우지 못하는 교육이 과연 정상적인가. 이처럼 공교육 정상화를 왜곡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입시제도이다. 대학입시가 공교육 정상화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초·중등 의무교육 시기에까지 입시 제도를 도입해서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해쳐서는 안 된다. 입시라는 제도가 가져오는 파장은 외면하고, 과도한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을 개별적인 학생과 학부모의 이기적 선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공교육의 책임 회피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소위 특목고나 자사고 설립의 정서적 근거인 수준별 학습은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고, AP(Advanced Placement, 대학과목 선先이수제도) 등 다양한 제도로 흡수할 수 있다. 특목고 등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되며, 지금 존재하는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공교육의 지위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공교육 정상화 방안 등이 사람의 이기심으로 인해 과연 가능하겠냐고 하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다. 남보다 앞서야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공교육은 오히려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사회의 기초를 다져야 하고 자리를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굳이 지식을 배운다거나 점수를 높이겠다는 관점에서만 보면 공교육의 경쟁력은 높지 않다. 수업 이외의 다양한 활동도 있고, 각종 규제와 행정적인 문제에 갇혀 있어 경쟁력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낮은 경쟁력을 유일하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규제로 비춰지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본질적인 ‘공교육公敎育의 룰’(교과과정과 동등한 교육기회 제공 등)을 지켜 나가면서 신뢰를 쌓고 자기의 지위를 지켜 나가는 것이다. 경쟁은 살아가면서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게 해 주어서 아이들이 보다 건강하고, 보다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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