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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42) – “독해력 향상의 열쇠는 ‘배경지식’에 있다: 기계적인 독해 스킬을 넘어, ‘아는 것이 읽는 힘’이 되는 이유”

#1626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6.10.21
독해력은 기계적인 독해 기술 훈련보다 역사·과학·사회 등 풍부한 배경지식을 쌓을 때 더 크게 향상되므로, 좋은 독해 수업은 배경지식을 넓히는 것과 글을 읽고 해석하는 기술을 함께 기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이 글은 「The 10 Most Significant Education Studies of 2023)」(Youki Terada, Stephen Merrill, 2023) 중 하나를 소개한 것이다. ‘중심 생각 찾기’, ‘추론하기’와 같은 기계적 독해 기술 위주의 수업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독해력 향상에는 풍부한 배경지식이 핵심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White & Loeb, 2020)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국어 교육 역시 지나치게 ‘지문 훈련’과 ‘문제 풀이’ 중심으로 굳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경지식이 독해력을 만든다

 

미국에서는 수십 년간 독해 교육 방식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왔다. ‘중심 생각 찾기’나 ‘추론하기’ 같은 일반적인 독해 스킬을 반복 연습시키는 접근(기술 기반 방식)과, 역사·과학·사회 같은 내용 기반 학습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는 방식(지식 기반 방식)이 팽팽히 맞서왔다.

 

이 논쟁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든 사건 중 하나는 2019년, 교육 저술가 나탈리 웩슬러(Natalie Wexler)의 책 『지식 격차(The Knowledge Gap)』 출간이었다. 그녀는 “기술만 가르치고 지식은 비워놓는 방식이 학생들의 독해력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고, 이듬해 포덤(Fordham) 연구소의 대규모 연구(White & Loeb, 2020)에서도 “시민교육·역사·법 같은 풍부한 콘텐츠를 접한 학생들이 더 나은 독해 성취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2025년 Edutopia 기사(Leonard, 2025)는 이 연구를 다시 소개하며, ‘중심 생각 찾기’처럼 독해 기술을 개별 훈련하는 접근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무려 18,000명 이상의 초등학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학이나 영어보다 사회 과목(social studies)이 독해력 향상에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에게 시민, 역사, 법과 같은 풍부한 내용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독해 기술 그 자체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이다.

 

 

“읽는 힘”은 아는 것에서 온다

 

• 하버드대의 초등학생 실험

 

하버드대 연구진은 3,000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사회·과학 등 지식 중심 콘텐츠에 기반한 문해 프로그램을 1년간 운영했다. 학생들은 단순히 글을 읽고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공룡은 멸종했을까?”, “사람들은 왜 나라를 만들었을까?”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역사적 방법과 생물의 진화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했다.

 

그 결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기존 방식의 수업을 받은 학생들보다 18% 더 높은 독해 성취도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배경지식은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인지 구조(schema)에 연결하고, 유사 주제로 전이할 수 있도록 돕는 인지적 발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예시] 한 학생이 “기후 변화에 적응한 동물”이라는 과학 수업 내용을 배운 후, 비슷한 글을 읽을 때 생물의 서식지나 생존 전략을 쉽게 연결해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에 매달리기보다 전체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이다.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 독해력 순위 5위까지 상승?

 

• ‘코어 지식’ 프로그램의 효과

 

다른 연구(Grissmer, Willingham, & Huleman, 2023)에서는 유명 심리학자 데이비드 그리스머, 대니얼 윌링햄, 크리스 훌레만 등이 참여해, 콜로라도주의 9개 차터 스쿨(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 2,310명을 대상으로 ‘코어 지식(Core Knowledge)’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체계적으로 역사, 문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학년별로 구성하여 가르친다.

 

이 교육과정으로 배운 학생들은 무려 16퍼센타일 상승한 독해 성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미국의 국제 독해력 평가 순위가 현재 15위에서 5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덧붙였다.

 

[예시] 코어 지식 커리큘럼을 이수한 한 3학년 학생은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에 관한 글을 읽을 때, 이전에 배운 시민권과 헌법 지식을 바탕으로 글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했다. 단어 뜻을 넘어서서, 역사적 맥락과 인물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함께 성장한 것이다.

 

 

기술과 지식, 두 바퀴가 함께 굴러야 한다

 

연구진은 “독해 능력은 단순히 기술이나 지식 중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학습과 발달에는 ‘기술 구축’과 ‘지식 축적’이라는 두 개의 별개이지만 상호보완적인 인지 과정이 필요하다.”

 

즉, 읽기 기술만 반복 훈련해서는 글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기 어렵고,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치중해서도 스스로 읽고 해석하는 힘을 충분히 기르기 어렵다. 좋은 독해 수업은 배경지식을 넓히는 일과 글을 읽고 해석하는 기술을 기르는 일을 함께 해야 한다.

 

 

마무리: “지식은 독해의 산소다”

 

단어를 많이 안다고 글을 잘 읽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는 것이 많을수록, 이해하는 힘도 깊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기계적 기술 훈련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독해력의 벽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중심 생각”을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토대 그 자체가 아닐까?

 

“지식이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사고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 임마누엘 칸트

 

 

<교실 적용 팁>

 

지식 기반 독해 수업, 이렇게 시작해 보자.

 

1. ‘읽기 전’ 배경지식 확보 활동을 넣자

 

글 속에 나오는 개념이나 배경(예: 역사적 사건, 과학 개념, 지리 정보 등)을 짧은 영상, 이야기, 키워드 토론 등을 통해 먼저 익히고 글을 읽게 한다.

→ 예: ‘이순신 장군의 편지’를 읽기 전, 임진왜란에 대한 간단한 개요를 함께 살펴본다.

 

2. 글 읽기 후, ‘연결하기 활동’을 통해 지식을 정리하자

 

읽은 내용이 어떤 배경지식과 연결되는지를 정리하게 하자. 개념도, 연결망 그리기, 요약문 쓰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 구조를 시각화해 보면 좋다.

→ 예: ‘해양 생물의 서식지 변화’ 글을 읽은 후, 기후 변화와 연결된 다른 사례를 찾아 정리하기.

 

3. 지식 기반 읽기를 위한 ‘단원 통합 수업’을 설계하자

 

국어과 읽기 단원과 사회·과학 교과의 주제를 연결하여 교차 수업을 기획해 보자. 글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학생의 흥미도 함께 향상된다.

→ 예: ‘조선 시대의 가족 문화’와 관련된 설명문을 국어 시간에 읽고, 사회 시간에는 조선 시대 가족 제도를 비교 분석하기.

 

참고 문헌

 

• Grissmer, D., Willingham, D. T., & Huleman, C. (2023).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Core Knowledge Curriculum in Charter Schools. University of Virginia & Core Knowledge Foundation.
• Leonard, D. (2025, July 17). Researchers Cast Doubt on Reading Tasks Like ‘Finding the Main Idea’. Edutopia.
• Wexler, N. (2019). The Knowledge Gap: The hidden cause of America’s broken education system–and how to fix it. Avery.
• White, M., & Loeb, S. (2020). Social Studies Instruction and Reading Comprehension: Evidence From the Early Childhood Longitudinal Study. Thomas B. Fordham Institute.
https://fordhaminstitute.org
• Youki Terada, Stephen Merrill (2023). The 10 Most Significant Education Studies of 2023. Edutopia.
https://www.edutopia.org/article/10-most-significant-education-studies-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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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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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양은숙 수정 삭제

    AI.디지털 시대 도래에 따라 “인간다움”에 대한 재조명이 시도교육청별 중장기 계획에서 중요해지고, 또 PISA 2025 결과에서 전 세계적으로 문해력이 심각한 상황으로 분석됨에 따라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교육과정을 통해 읽기 기술과 함께 배경지식도 지도하는 것이 당연하며, 또 그렇게 하고 있다. 모든 수업 과정에서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학습하도록 하기 위한 지난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필요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2. 교사 수정 삭제

    읽기 수업에서 배경지식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없이 검증된 사실이죠. 실제 저희 반 국어 수업이 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구요.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 이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학생들은 이미 마태효과로 인해 배경 지식의 양이 다른 학생들보다 상당히 결여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실제 현장에서 이러한 수업을 실행할 때, 글 읽기에 필요한 사전 지식에 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눌 수조차 없다거나 그러한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에 대한 이해가 어렵습니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배경 지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글을 못 읽는 학생을 위해서인데, 글을 이미 잘 읽고 주제 중심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학생들은 이러한 수업이 없어도 이미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습니다. 정작 이러한 읽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현재 읽기 과학에 근거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글에 있는 대부분의 의견에 대해서 당연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특히 읽기 기술과 지식을 통합적으로 가르치고, 이를 활용하는 과정이 있어야 배경지식도 파지가 되고 긍정이 긍정의 효과를 낳겠죠. 지금 이러한 방향도 충분히 의미있고 좋지만, 학교가 공교육을 추구한다면, 읽기 과학이 좀 더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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