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30) – “학교는 왜 강력한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가”
– Michael Young 외, 『Knowledge and the Future School: Curriculum and Social Justice』 (Bloomsbury Academic, 2014) 비평

교육에서 지식 중심 수업을 강조하면 으레 보수적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교과서에 실린 기성 지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그것은 기득권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일이라는 논리다. 반면 역량 중심, 과정 중심,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강조하는 쪽이 진보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수십 년째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은 지식 전달 중심 교육을 넘어 지식의 활용과 역량을 강조하는 쪽이었고, 그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면 시대를 거스르는 것처럼 여겨졌다.
Michael Young은 이 구도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그리고 이 주장이 더 묵직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원래 정반대 입장에 서 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Young은 1971년 『Knowledge and Control』에서 학교 교육과정에 담긴 지식은 지배 계층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누가 무엇을 가르칠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권력의 행사라는 논지였다. 당시 영국 비판 교육학의 선봉에 선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2008년 『Bringing Knowledge Back In』을 내며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2014년 이 책에서 그 전환을 가장 완성된 형태로 제시한다. 지식이야말로 사회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학교는 어떤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가: 교육과정의 세 가지 방향
Young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지식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지를 세 가지 모델로 설명한다. 그가 ‘미래 1(Future 1)’, ‘미래 2(Future 2)’, ‘미래 3(Future 3)’이라고 부르는 모델이다. 여기서 ‘미래’는 시간 순서에 따라 거쳐야 할 단계를 뜻하지 않는다. 기존의 교육과정 전통과 그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앞으로 학교교육이 나아갈 수 있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핵심 질문은 학교가 어떤 지식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고, 모든 학생이 그 지식을 배울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이다.
미래 1은 전통적인 교과 지식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교육과정이다. 각 교과의 경계가 뚜렷하고, 가르칠 내용과 그 가치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문학 정전과 고전 중심의 역사 등 기존의 문화적 전통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러한 지식이 왜 선정되었으며 누구의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는지 충분히 묻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생들이 그 지식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다면, 가정에서 관련 지식과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은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Young이 1971년에 비판했던 것은 이처럼 학교 지식의 선정과 배분에 사회적 권력이 작용한다는 점이었다.
미래 2는 이러한 전통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해 학생의 경험과 역량을 앞세우는 교육과정이다. 교과의 경계를 유연하게 하고, 학생의 삶과 관심을 중심으로 배움을 구성하려 한다.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소통 같은 역량을 강조하며, 변화하는 사회와 노동시장의 요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Young은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교과 지식의 중요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대상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이를 충분히 가르치지 않으면, 학교 밖에서 지식을 얻을 기회가 적은 학생들이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미래 3은 전문적인 교과 지식에 모든 학생이 접근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미래 1처럼 교과 지식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기존의 내용을 의심 없이 계승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교과 지식은 각 분야의 탐구와 검증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새로운 근거와 비판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이러한 지식을 배워 일상의 경험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세계를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세 모델의 차이는 결국 교과 지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학생에게 어떤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에 있다. Young은 전통적인 교과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에도, 학생의 경험과 역량을 앞세워 교과 지식의 중요성을 낮추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가 제안하는 방향은 교과 지식의 가치를 새롭게 검토하면서 모든 학생이 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향을 이해하려면 그가 말하는 ‘강력한 지식’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력한 지식이란 무엇인가
‘강력한 지식’에서 ‘강력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단순히 중요하거나 어려운 지식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그 지식이 학생에게 어떤 이해와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가에 있다. 이를 지식의 내용과 그 지식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라는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내용적 층위다. 강력한 지식은 해당 학문 공동체가 오랜 검증을 거쳐 가장 신뢰할 수 있다고 합의한 지식이다. 과학자들이 동료 심사를 통해 쌓아온 과학적 설명, 역사학자들이 사료 비판을 통해 구성한 역사적 해석, 수학자들이 증명을 통해 확립한 수학적 개념이 그것이다. 이 지식은 학생 개인의 경험이나 일상적 직관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학교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식론적 층위다. 강력한 지식은 그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검증되는지, 즉 학문 공동체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광합성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과학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밝혀냈는지, 그 지식이 어떤 조건에서 수정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이 층위가 미래 1과 미래 3을 구별하는 지점이다. 미래 1이 지식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제시한다면, 미래 3은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함께 가르친다.
Young이 이 모델을 ‘사회 정의’와 연결하는 논리는 간결하다. 학교 밖에서 이 강력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학생이 있다. 책이 많은 가정, 박물관에 데려가 주는 부모,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학생들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이 없는 학생에게 강력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학교다. 따라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교과 지식을 약화시킬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그 학생들이다.
한국 교육의 맥락에서
이 책의 논지는 한국 교육 현실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도 교육과정 개혁은 오랫동안 지식 전달 중심 교육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암기식 교육을 극복하고,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실제 삶과 문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문제의식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이라는 이름으로 본격화되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 참여형 수업, 탐구 활동, 프로젝트 학습, 토의·토론, 과정 중심 평가 등이 강조된 것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Young의 틀로 보면, 이것은 미래 2를 향한 이동으로 볼 수 있다. 역량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역량이 그것을 떠받치는 지식과 분리되어 이해될 때 생긴다. 비판적 사고 역량은 비판할 내용, 즉 충분한 교과 지식이 있을 때 작동한다. 사회 문제를 분석하는 역량도 역사, 경제, 사회 구조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될 때 깊어진다. 지식이 약한 상태에서 역량만 강조되면, 겉으로는 활동이 풍부해 보여도 실제 배움은 얕아질 수 있다.
이 문제는 특히 교육 불평등과 연결된다. 학교 밖에서 풍부한 지적 자원을 접할 수 있는 학생은 수업에서 다루는 지식이 다소 느슨해져도 가정과 사교육, 독서 경험을 통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환경을 갖지 못한 학생에게 학교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지식 습득의 통로다. Young의 논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날카롭다. 지식 중심 교육과정은 오랫동안 암기 위주의 교육, 엘리트 중심 교육과 연결되어 비판받아 왔다. 그래서 교과 지식보다 역량과 경험을 강조하는 접근이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교육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Young은 오히려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강력한 지식을 제공해야 교육적 형평성이 확보된다고 주장한다. 학교가 교과 지식을 충분히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면, 가정의 지적·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학생은 그 공백을 메우기 쉽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공백을 안고 다음 학습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결과 학교교육이 기존의 격차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는 아쉬움
이 책이 열어놓은 질문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읽고 나면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는 ‘강력한 지식’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점이다. Young은 학문 공동체의 합의를 기준으로 삼지만, 그 공동체 자체가 역사적으로 특정 계층·인종·젠더의 관점을 반영해온 것도 사실이다. 서구 중심의 역사 서술, 특정 문화권의 문학 정전이 ‘강력한 지식’으로 자리 잡아온 과정에 권력이 작동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 책이 그 긴장을 좀 더 깊이 다루었다면 논지가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강력한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방향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만, 그것이 교사 중심의 일방적 지식 전달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어떤 수업이 필요한지에 대한 안내는 상대적으로 적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집중한 만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 아쉬움들이 책의 핵심 통찰을 흐리지는 않는다. 이 책은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어떤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교육 논의의 중심에 놓는다. 그리고 지식 중심 교육과정이 곧 보수적이라는 통념에 도전하면서,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교육 개혁의 전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맺으며: 교사들에게
이 책을 읽으면 교사는 한 가지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Young은 교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학생이 학교 밖에서 접하기 어려운 지식, 그것이 교사가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교과를 사랑하는 교사, 자신의 교과 지식에 자부심을 가진 교사가 사회 정의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일 수 있다고.
활동이 많고 흥미로운 수업이 좋은 수업이라는 통념, 교과서 지식보다 삶과 연결된 역량이 더 가치 있다는 전제. 이 책은 그 통념과 전제를 한 번쯤 의심해 볼 것을 권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 <교실 적용 팁: 모든 학생이 지식의 힘을 경험하게 하려면>
1. 활동을 정하기 전에, 학생이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정한다.
수업을 준비할 때 “어떤 활동을 할까?”에 앞서 “이 수업을 마친 학생은 무엇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할까?”를 묻는다. 환경 포스터를 만드는 수업이라면, 포스터의 완성도보다 온실효과의 원리와 인간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활동은 그 이해를 형성하고 활용하는 기회가 되도록 설계한다.
2. 학생의 경험에서 출발하되, 교과 지식으로 설명을 넓힌다.
학생의 일상 경험은 배움의 좋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경험을 나누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학교 운동장은 왜 여름에 더 뜨거울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햇빛의 흡수와 반사, 지표면의 성질을 배워 그 현상을 설명하게 한다. 학생이 처음에는 느낌으로 말했던 것을 수업 후에는 개념과 근거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3. 탐구에 필요한 지식을 모든 학생에게 먼저 제공한다.
“자료를 찾아 토론해 보자”는 지시만으로는 학생들의 출발점 차이를 줄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에 관한 토론이라면 임금, 고용, 물가 등의 핵심 용어를 설명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담은 짧은 자료를 함께 읽는다. 가정에서 얻은 배경지식이나 검색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논의에 참여할 공통의 기반을 마련한다.
4. 지식과 함께, 그 지식을 믿을 수 있는 이유도 가르친다.
역사 수업에서는 교과서의 설명을 읽는 것에 더해, 그 설명의 근거가 되는 사료를 살펴본다.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남긴 기록인가?”, “다른 기록과 비교하면 무엇이 같고 다른가?”를 묻는다. 학생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면서 역사적 설명이 어떻게 검토되고 구성되는지도 경험할 수 있다.
5. 참여 여부를 넘어, 이해의 변화를 확인한다.
발표를 잘했거나 모둠 활동에 적극적이었다고 해서 핵심 내용을 이해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수업 말미에 모든 학생이 배운 내용을 짧게 설명하거나 새로운 사례에 적용하게 한다. 색과 분위기의 관계를 배웠다면 “같은 장면을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으로 표현했을 때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쓰게 할 수 있다. 답을 살펴 이해가 부족한 학생에게 필요한 설명과 연습을 제공한다.
6. 배울 기회뿐 아니라 배움에 필요한 지원도 보장한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과제를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려운 어휘를 미리 설명하고, 복잡한 내용을 단계별로 나누며, 예시와 충분한 연습을 제공한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쉬운 활동만 맡기기보다, 중요한 교과 지식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강력한 지식’을 모두에게 가르친다는 원칙은 이러한 일상의 수업 선택에서 구체화된다. |
|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 필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존의 PDF 파일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대신 아래의 ‘인쇄(Print)하기’ 클릭한 후, ‘Ctrl + P’를 누르시면 칼럼 내용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