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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29) – “학교가 외면해 온 교육의 네 가지 현실”

#1623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6.10.15

– Charles Murray, 『Real Education: Four Simple Truths for Bringing America’s Schools Back to Reality』 (Crown Forum, 2008) 비평

                                                                                            

 

교실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학생은 수학 개념을 설명하면 금세 이해한다. 문제를 풀 때도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다른 학생은 같은 설명을 듣고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몇 번을 다시 설명해도 개념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 교사는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흔들린다.

 

“좀 더 노력하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또는

“아무래도 이 학생은 따라오기 어려운 것 같은데.”

 

학교 교육은 오랫동안 첫 번째 믿음을 공식적으로 지지해 왔다. 모든 학생은 적절한 지원을 받고 노력한다면 높은 수준의 학습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교육 비평가인 Charles Murray는 이 장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 그의 책 『Real Education: Four Simple Truths for Bringing America’s Schools Back to Reality』는 학교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몇 가지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학생들의 능력 차이, 대학 진학에 대한 사회적 기대, 그리고 교육이 추구해야 할 목표에 대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불편한 질문을 피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외면해 온 현실’ 네 가지를 이야기한다.

 

 

Murray가 제시하는 네 가지 교육 현실

 

Murray는 이 책에서 교육이 충분히 직시하지 않는 네 가지 현실을 제시하며, 이를 ‘네 가지 단순한 진실(four simple truths)’이라고 부른다.

 

첫째, 학생들의 학업 능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는 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둘째, 모든 학생이 높은 수준의 학문적 성취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 대학이 모든 학생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넷째, 학문적 능력만이 가치 있는 능력은 아니다.

 

이 네 가지 가운데 Murray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첫 번째 현실, 즉 능력의 차이다.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실제로 서로 다르며,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 말은 교사들에게 다소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학교는 보통 “모든 학생은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urray는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은 학업 잠재력에서 차이를 보이며, 그 차이는 실제 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Children differ in their academic potential, and those differences matter.)

 

이 주장 때문에 Murray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던지는 질문 자체는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교실에서 우리는 매일 학생들 간의 학습 속도 차이를 목격한다. 어떤 학생은 설명을 듣고 곧바로 이해하지만, 어떤 학생은 같은 설명을 여러 번 들어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Murray의 논의는 바로 이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에서 출발한다.

 

 

모든 학생을 대학으로 보내야 할까

 

Murray는 또 하나의 논쟁적인 주장을 제기한다. 모든 학생이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college for all”이라는 정책 기조가 강했다.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을 대학으로 보내는 것이 교육의 성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Murray는 이렇게 묻는다. “정말 그것이 학생을 위한 길일까?”

 

그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과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억지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일부 학생은 막대한 등록금 부담만 떠안은 채 학업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이 주장은 한국 교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한국 역시 오랫동안 대학 진학 중심 교육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Murray의 문제 제기는 불편하지만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논의가 곧바로 교육의 정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는 아쉬움

 

그렇다고 Murray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몇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무엇보다 그는 지능과 인지 능력의 역할을 지나치게 크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학업 성취의 상당 부분이 인지 능력과 관련되어 있으며 학교는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실제 교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같은 인지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동기, 학습 전략, 교사의 지원, 학습 환경에 따라 성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은 Murray가 주로 다루는 학문적 능력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교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학 계산은 느리지만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에는 놀라운 재능을 보이는 학생이 있다. 글쓰기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친구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 학생도 있다. 학교의 시험 기준으로 보면 이 학생들은 ‘약한 학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학교가 측정하는 능력과 다른 종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Murray 역시 이를 의식했는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중요한 능력이 모두 학문적 능력인 것은 아니다.”
(Not every valuable human ability is academic.)

 

그러나 이 통찰은 책 전체에서 충분히 발전되지 않는다. Murray는 능력의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논의의 중심을 끝내 인지 능력과 학업 성취에 둔다. 학교가 인정하고 길러야 할 능력의 스펙트럼은 Murray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넓다.

 

따라서 『Real Education』은 교육이 외면해 온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책이지만, 인간의 능력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중요한 한계를 안고 있다. 교육은 능력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지만, 동시에 능력의 다양성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맺으며: 교사들에게

 

Murray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던지는 질문만큼은 외면하기 어렵다.

 

“학교는 지금 어떤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가?”

 

교실에서 우리는 종종 ‘이 학생은 공부를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은 ‘이 학생은 학교가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능력을 잘 보여 주지 못한다’일지도 모른다. 작아 보이는 차이지만,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한 차이다.

 

Murray의 책이 완벽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학생을 같은 틀에 맞추려 하고 있는가, 아니면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려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마음에 품고 교실을 바라보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성적’ 뒤에 가려져 있던 학생의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교실 적용 팁: 가능성을 미리 닫지 않기>

 

학생 간 차이를 인정하는 일은 누가 더 배울 수 있는지 미리 가르는 일이 아니다. 학생이 지금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과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 이해가 느린 이유를 먼저 살핀다.

 

같은 설명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능력의 한계로 판단하지 않는다. 필요한 사전지식이 부족한지, 설명에 낯선 용어가 많은지, 여러 단계를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려운지 확인한다. “왜 모르겠니?”보다 “어느 부분까지 이해했고, 어디에서 막혔니?”라고 묻는다.

 

2. 핵심 목표를 향해 가되, 지원은 다르게 제공한다.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수업이라면, 어떤 학생은 바로 문제를 풀고 다른 학생은 그림이나 종이띠로 크기를 확인하게 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풀이 과정을 작은 단계로 나누어 안내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근거로 학습 목표를 성급히 낮추기보다,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먼저 조정한다.

 

3. 배운 것을 보여 주는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한다.

 

글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 말, 그림, 모형 등으로 이해를 표현할 기회를 준다. 다만 평가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과학 개념의 이해를 확인할 때는 여러 표현 방식을 허용할 수 있지만, 글쓰기 능력을 평가할 때는 글을 쓰는 과정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4. 성적 외의 강점을 구체적으로 발견한다.

 

관찰, 제작, 토론, 협력 활동에서 학생이 무엇을 잘하는지 살핀다. “재능이 있구나”라는 막연한 칭찬보다 “친구들의 의견 차이를 정리해서 함께 결정할 수 있게 도왔구나”처럼 행동을 짚어 준다. 이런 강점이 교과 학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할 기회를 마련한다.

 

5. 진로를 성적만으로 권하지 않는다.

 

대학 진학과 직업교육 등 여러 경로를 소개하되, 현재 성적만으로 특정 경로를 권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 학생의 관심, 경험, 강점과 필요한 준비를 함께 살피고, 직접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선택한 뒤에도 새로운 관심과 성장에 따라 진로를 바꿀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교사가 던질 핵심 질문은 “이 학생의 한계는 어디인가?”보다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하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은 무엇인가?”이다.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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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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