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육의 경고등: PISA 2025로 본 기초학력과 형평성의 과제
| PISA 2025에서 드러난 핀란드의 읽기 역량 약화, 학교 내부 격차 확대, 학습 동기 저하를 통해 교육 성과를 평가할 때 점수만이 아니라 학습의 조건과 사회적 기반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들어가는 말
지난 9월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제 언론과 교육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국가별 순위와 점수 변화에 쏠렸지만, 이번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성적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교육 강국으로 평가받아온 핀란드는 수학과 읽기 성취도의 장기적인 하락과 저성취 학생의 증가에 직면하면서 교육체제의 변화와 향후 대응 방안을 둘러싼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 여전히 OECD 상위권의 성취도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포용성과 공정성, 디지털 환경에서의 학습 역량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실 핀란드의 학업성취도 하락은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2022년 칼럼에서도1 핀란드가 PISA 순위나 평균 점수 하락과 함께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교육 형평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음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핀란드 사회에서는 성취도 하락을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큼 우려가 컸습니다. 그러나 이를 교육 실패의 증거로 단정하기보다는 학교와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로 바라보려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PISA 2025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핀란드 교육문화부가 전반적인 성취도 하락과 학교 내 성취도 격차, 여러 교과의 학습 기반이 되는 읽기 역량의 약화에 주목한 반면, 한국 교육부는 상위권 성취의 유지와 포용성, 공정성 및 디지털 환경에서의 학습 역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공식 발표에서 드러나는 관심의 차이는 국제평가 결과가 단순히 국가별 성취도를 비교하는 지표를 넘어, 각국이 자국 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OECD의 공식 평가 결과와 핀란드 교육문화부의 분석, 현지 연구자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핀란드가 PISA 2025 결과를 어떠한 교육적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읽기 역량의 약화, 학교 내부 학습 격차의 확대,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정체성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핀란드 교육이 직면한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핀란드 교육이 직면한 경고음: OECD가 읽은 PISA 2025
OECD는 PISA 2025 결과를 2000년대 이후 지속된 학업성취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여전히 수학, 읽기, 과학에서 OECD 평균을 웃돌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성취도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특히 수학과 읽기 성취도의 장기적인 하락은 핀란드 교육이 직면한 주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국제 순위의 변화 자체보다 학생들의 학업 역량을 뒷받침해온 기반이 장기간에 걸쳐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림 1] 핀란드와 OECD 평균의 PISA 성취도 추이(2000~2025)

※ 위쪽은 핀란드 학생들의 과학(Luonnontieteet), 수학(Matematiikka), 읽기(Lukutaito) 평균 점수 추이를, 아래쪽은 OECD 평균 점수 추이를 나타낸다. 출처: 핀란드 교육문화부(2026).
그렇다고 핀란드 교육의 성과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핀란드는 여전히 세 가지 주요 교과에서 OECD 평균을 웃돌고 있으며, 디지털 환경에서의 학습 역량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비교에서 핀란드가 여전히 높은 성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과거에 비해 성취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핀란드 교육의 과제는 단순히 국제 순위를 회복하는 데 있기보다, 오랫동안 축적해 온 학습 역량의 기반을 어떻게 유지하고 강화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OECD가 제시한 또 다른 주요 지표는 저성취 학생의 비율입니다. 보고서에 제시된 2015년과 2025년의 비교에 따르면, 최소 성취수준(Level 2)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의 비율은 수학에서 17%포인트, 읽기에서 15%포인트, 과학에서 8%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는 학업성취도 하락이 일부 학생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저성취 학생의 비율 증가와 학생 간 성취도 격차 확대는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전자는 일정 수준의 학업 역량을 갖추지 못한 학생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의미이며, 후자는 학생들 사이의 성취도 분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핀란드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모든 학생의 기초역량 보장이라는 교육적 목표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합니다. 특히 평균 성취도가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도는 상황에서도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교육체제가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기반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국 역시 2022년과 비교해 수학, 읽기, 과학 성취도에서 변화를 보였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 영역 모두에서 OECD 회원국 상위권의 성취도를 유지했습니다. 동시에 OECD 회원국 전반에서도 읽기와 수학 성취도의 하락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PISA 2022-2025 평균 점수 변화

※ (왼쪽) OECD 평균, (오른쪽) 한국 평균.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2026).
한국은 과학 526점, 수학 522점, 읽기 501점을 기록하며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의 성취도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과학과 수학에서는 높은 성취 수준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역시 읽기 역량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 자료에서는 읽기 상위 성취자 비율의 감소와 하위 성취자 비율의 증가가 함께 나타났으며, 핀란드에서도 읽기는 주요 교육적 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읽기 역량의 약화는 핀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OECD 국가가 함께 살펴봐야 할 교육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주목한 세 가지 변화
1) 읽기 역량 약화: 모든 교과의 토대인 읽기 역량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이번 PISA 2025 결과에서 읽기 역량의 약화를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읽기 점수는 2022년보다 16점 하락했으며, 2000년 이후 누적 하락폭은 73점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최소 성취수준(Level 2)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의 비율은 2018년 약 14%에서 2025년 26%로 증가했습니다. 남학생의 경우 약 3분의 1이 저성취 집단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육문화부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읽기 교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습 역량과 관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읽기 역량은 다양한 교과에서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 능력입니다. 수학과 과학에서도 문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시된 정보를 해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읽기 능력의 약화는 다른 교과의 학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교육문화부가 읽기 역량을 향후 교육 회복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읽기와 수학·과학 성취도 사이에 나타나는 상관관계를 곧바로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읽기 역량이 다른 교과의 학습을 뒷받침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두 영역의 성취도 변화에는 학습 환경과 사회경제적 배경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읽기 역량을 특정 교과에 한정된 능력이 아니라 전반적인 학습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2) 학교 내부 학습 격차 확대: 형평성의 새로운 과제
핀란드 교육은 오랫동안 학교 간 성취도 격차가 작은 교육체제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PISA 2025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습니다. 과학 성취도를 기준으로 할 때 학교 간 성취도 변동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며, 학교 간 차이가 학생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이는 학생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가에 따른 성취도 차이가 다른 여러 국가에 비해 작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서 핀란드 교육문화부가 주목한 것은 학교 간 격차보다 학교 내부의 성취도 차이입니다. 과학 영역에서 학교 내부의 성취도 변동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습 수준의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는 학교 간 격차가 작다는 기존의 강점만으로는 현재 핀란드 교육이 직면한 형평성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과거 핀란드 교육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학교 간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같은 교실 안에서 다양해지는 학생들의 학습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 내부 학습 격차의 확대를 학생 개인의 학습 경험이나 동기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가정에서의 학습 지원, 학교의 교수·학습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학교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황에서도 학교 내부의 학습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은 교육 형평성을 학교 간 자원 배분의 문제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학습 요구에 학교가 얼마나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3) 학생 동기와 끈기 문제: 성취도 너머의 교육 과제
이번 PISA 2025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부분은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동기에 관한 분석입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 관련된 일부 문항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습니다. 반면 어려운 과제를 마주했을 때 학습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응답은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학습이 어려워질수록 더 열심히 노력한다’는 문항에 동의한 학생은 41%에 불과했으며, 이는 참가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곧바로 학생들의 학업 태만이나 학습 의지의 결여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의미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PISA 평가에서도 일정 수준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학생들이 학교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학습을 지속하는 태도와 관련해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함께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학생들의 학습자 정체성(learner identity)과 과학 정체성(science identity)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 성취도와 관련된 주요 요인으로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 환경 인식, 진로 기대, 자기효능감, 과학에 대한 흥미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특히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과학 성취도 변동의 18%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학업성취를 단순히 지식의 축적이나 습득 결과로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학생이 특정 교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을 어떤 학습자로 인식하는지, 그리고 학습을 자신의 미래와 어떻게 연결하는지는 학습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취도뿐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에 부여하는 의미와 자신의 학습 역량에 대한 인식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교육문화부가 이번 결과에서 주목한 것은 성취도 하락이라는 단일 현상만이 아닙니다. 읽기 역량의 약화, 학교 내부 학습 격차의 확대, 학생들의 학습 태도와 정체성은 서로 다른 현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기회와 교육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PISA 2025는 단순한 성적 변화를 넘어 핀란드 교육이 앞으로 어떤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자료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 실패론에 대한 반론
핀란드의 학업성취도 하락을 둘러싸고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방법의 영향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The Economist는 핀란드식 교육 모델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의 PISA 성취도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주장은 놀이 중심 접근, 상대적으로 적은 시험, 학생 중심 학습 등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다른 국가들이 도입하면서 학업성취도에도 변화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해석에 기반합니다. 실제로 핀란드는 자국의 교육체제와 교육과정, 교사교육 경험 등을 국제적으로 공유하며 교육 수출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육 모델의 국제적 확산과 각국의 학업성취도 변화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PISA 핀란드 연구 책임자인 Arto K. Ahonen은 교육제도와 교육과정이 각국의 문화적·사회적 맥락에 기반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교육 모델을 다른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핀란드의 성취도 하락 역시 교육과정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사회경제적 변화와 학생들의 학습 태도 변화 등 폭넓은 사회적 요인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Kurt Torsell 역시 북유럽 국가들이 유사한 성취도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핀란드 교육 모델의 국제적 확산의 결과로 해석하기보다 각국의 독자적인 교육정책과 사회적 변화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합니다.
한편 이웃 국가인 에스토니아의 성과는 핀란드 교육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는 핀란드와 유사한 교육적 접근을 일부 공유하면서도 최근 PISA에서 핀란드보다 높은 성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탐페레대학교의 Mari-Pauliina Vainikainen 교수는 두 나라의 차이를 설명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교육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시합니다.
그녀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에서는 교육이 더 나은 삶과 사회적 이동을 위한 중요한 경로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핀란드에서는 이러한 믿음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학력과 직업, 소득 사이의 관계가 과거와 달라지면서 일부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 자신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확신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미래에 대한 인식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들의 끈기(perseverance) 역시 중요한 논점입니다. PISA 2025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어려운 과제에 대한 끈기와 관련된 일부 지표에서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반면 에스토니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Vainikainen 교수는 이를 단순히 시험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로만 보지 않고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학습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연결해 해석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지속적으로 노력하도록 돕는 것은 학교 교육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다만 에스토니아의 교육을 핀란드가 그대로 따라야 할 이상적인 모델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에스토니아는 핀란드보다 학교 간 성취도 차이가 크고,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교 내 괴롭힘과 같은 교육 환경의 문제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나라의 성과를 비교할 때는 평균 성취도뿐 아니라 학교 간·학교 내 격차, 학생의 복지와 학교생활 등 다양한 측면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의 비교는 특정 교육 모델의 성공 여부를 단순히 판정하기보다 교육의 사회적 가치, 학생의 학습 동기, 학교의 교육 환경 등이 성취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교육과정이나 교수·학습 방법만으로 국가별 성취도 차이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맺음말
PISA 2025가 보여주는 핀란드 교육의 모습은 단순한 성공이나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핀란드는 여전히 OECD 평균을 웃도는 성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학교 간 성취도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교육체제라는 특징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핀란드 교육문화부와 현지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기존의 강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읽기 역량의 약화, 학교 내부 학습 격차의 확대,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끈기의 변화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결과는 교육의 위기를 평균 점수의 하락이라는 단일 지표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학생들이 학습의 필요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려운 과제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도전하는지, 그리고 학교가 점점 다양해지는 학습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핀란드가 직면한 과제는 성취도 자체를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핀란드의 사례가 한국 교육에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습니다. 높은 성취도를 유지하는 것과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기반을 보장하는 것은 서로 구분되는 과제입니다. 또한 교육의 형평성은 학교 간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동일한 학교와 교실 안에서도 학생들이 각자의 학습 요구에 맞는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학습 동기와 끈기를 학생 개인의 태도 문제로만 바라보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경험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 미래에 대한 전망, 학교에서 경험하는 관계와 소속감 등 다양한 조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학습 격차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은 학습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을 넘어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를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PISA 2025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어느 나라가 더 높은 점수를 얻었는가가 아닙니다. 교육의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높은 점수와 순위만으로 교육의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학교는 학생들이 배움의 의미를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핀란드의 경험은 교육의 성과를 평가할 때 성취도뿐 아니라 그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학습의 조건과 사회적 기반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참고 문헌
• 교육부 (20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 결과 발표. 보도자료(2026.9.8).
• 핀란드 교육문화부 (2026). PISA 2025 – ensituloksia(PISA 2025 초기보고서).
https://urn.fi/URN:ISBN:978-952-415-015-6
•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2025). Finnish education exports continued to grow.
https://www.oph.fi/en/news/2025/finnish-education-exports-continued-grow
• 핀란드 공영뉴스 YLE (2026.9.10). Brittilehti teki Suomesta syypään muidenkin maiden Pisafiaskoon, Opetushallitus vastaa koviin väitteisiin.
• 핀란드 공영뉴스 YLE (2026.9.9). Yhteiskunnan kehitys kääntää Pisa-tulokset laskuun, sanoo professori – tästä syystä Suomi pärjäsi Viroa huonommin.
• OECD (2026). PISA 2025 Results (Volume I): Finland.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pisa-2025-results-volume-i-countrynotes_2d4ff9ea-en/finland_d436670f-en.html
• OECD (2026). PISA 2025 Results (Volume I): Korea.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pisa-2025-results-volume-i-countrynotes_2d4ff9ea-en/korea-republic-of_e4448669-en.html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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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한국에서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재직했으며, 현재 핀란드 탐페레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의 언어화와 교사교육을 연구하며, 교육을 정치·사회·경제·문화와 연결하여 바라보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제동향 집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6』(에듀니티, 공동저자)가 있습니다.
- Linkedin: www.linkedin.com/in/eunji-kim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