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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재정 개편, 삭감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말해야 한다

#1579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2026.08.18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단순한 삭감·유지 논쟁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다뤄야 하며, 산정 기준 정교화·중앙-지방 재정 책임 재설계 등의 제도 개편과 교육계의 책임 있는 예산 운용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교육재정의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교육계는 공교육의 기반을 흔드는 성급한 개편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서지만, 정작 논의는 ‘교부금을 줄일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찬반 논쟁이 아니라 교육재정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다.

 

재정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분하는 구조다. 경제가 성장하고 세수가 늘어나면 교육재정도 함께 증가한다. 반면 학생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0년 약 800만 명에 달했던 초·중·고 학생은 이미 500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앞으로도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예산은 계속 증가하는 구조라면 국민 입장에서는 제도의 효율성을 묻는 것이 자연스럽다. 더욱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복지지출은 급증하고, 첨단산업 투자와 국방, 기후 대응 등 새로운 국가적 과제까지 늘어나는 현실에서 교육재정만 예외적인 성역으로 남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곧바로 교부금 축소의 당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단순한 행정서비스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의 핵심 투자이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교육비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교육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AI 기반 학습 환경 구축, 디지털 기기 보급, 특수교육 확대, 기초학력 지원, 학생 정신건강 관리, 학교 안전 강화, 늘봄학교 운영, 유보통합 등은 모두 새로운 재정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한 차례 축소된다면, 그것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정된 재원을 둘러싼 세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은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가 아닌 반면,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권자 집단이다. 총 재정 규모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정치권이 상대적으로 표의 영향력이 큰 계층을 중심으로 예산을 확대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재정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예산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국가의 투자 원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교부금 개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은 지방교육청이 자발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기보다 중앙정부가 국가 정책으로 추진한 과제다. 고교 무상교육 역시 중앙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교육복지 정책이다. 그런데 정책은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재정 부담은 지방교육청에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지방교육재정은 갈수록 경직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기존 교육예산을 줄여 충당하는 방식으로는 공교육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의 재정 상황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가 급감하면서 자체 세수는 크게 줄었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던 재원 역시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 동시에 복지 수요와 산업 인프라 투자 부담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교육 분야 역시 국가 세수 감소와 지방재정 악화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이는 특정 지방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다.

 

그렇다고 교육재정을 무조건 확대하는 방식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교육청이 국민적 신뢰를 충분히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감사원 감사와 지방의회 지적을 통해 일부 교육청에서는 과도한 시설투자, 실효성이 낮은 사업, 홍보성 행사, 전시성 국제 교류 등 예산 집행의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교육재정 전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지만, 학부모가 아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교육재정은 아무런 평가 없이 계속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말하기 전에 예산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 역시 교육계가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총액을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이 아니라 제도의 정교한 개편이다.

 

먼저 교부금 산정 기준을 보다 입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학생 수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농산어촌 학교 유지 비용, 특수교육 대상 학생 비율, 지역 소멸 위험도, 디지털 교육 전환 수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비중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같은 학생 수를 가진 지역이라도 교육 여건과 필요한 재정 규모는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직원 인건비는 일반 교육사업과 구분하여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교원의 신분 안정성과 교육의 연속성은 공교육의 근간이다. 학생 수 변화에 따라 단기간에 교원 규모를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고 교육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교직원 인건비는 학생 수 증감만으로 결정하기보다 장기적인 교원 수급 계획과 지역별 교육여건을 반영한 별도의 산정 기준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일반 사업비와 시설투자 예산은 성과평가를 강화하여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통폐합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재정 책임을 명확히 재설계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새로운 교육정책을 추진한다면 그에 필요한 재원도 함께 책임지는 것이 재정 원칙에 부합한다. 늘봄학교, 유보통합, AI 기반 교육, 고교 무상교육과 같은 국가 정책은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재원은 지방이 부담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결국 지방교육재정의 자율성과 안정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교부금 제도에도 경기 변동을 고려한 완충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세수가 증가하면 자동으로 예산이 크게 늘고, 세수가 감소하면 교육재정도 급격히 흔들리는 구조는 국가와 교육현장 모두에게 부담이다. 세수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에는 일정 부분을 적립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이를 활용하는 재정안정화 장치를 마련한다면 교육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재정 운용의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다.

 

교육재정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만, 동시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재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안정성과 효율성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다. 교육계는 재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예산 운용을 보여주어야 하며, 재정당국 역시 학생 수 감소만을 근거로 교육재정을 단순한 비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와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결국 교육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교육을 오래 지키기 위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재원 확대도, 일률적인 삭감도 현실적인 해법은 아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 다만 그 변화는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방향이 아니라 재정의 책임성과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교육부는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필요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정당국은 합리적인 배분 기준을 마련하며, 교육청은 예산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개혁에 적극 나설 때 비로소 교육재정 개혁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을 설득할 만한 적정 기준 마련은 꼭 필요하다.

 

미래세대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 대한 투자는 유지하되, 그 방식은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교육재정 개혁의 방향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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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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