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20) –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Richard Mayer,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 (Pearson, 2010) 비평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의 국내 번역서 소개: 『학습과학』 (아카데미프레스, 2012)
수업을 참관하다 보면 종종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다. 교사가 열심히 설명한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질문에도 곧잘 대답한다. 교사는 안도한다. “오늘 수업은 잘된 것 같군.” 그런데 일주일 뒤 같은 내용을 물어보면 학생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배운 것 같은데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우리는 흔히 이런 상황을 학생들의 노력 부족이나 집중력 부족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Richard Mayer의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너무나 단순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을 진지하게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학교와 수업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첫째, 학습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학교는 학습을 지식 전달 과정으로 이해해 왔다. 교사는 알고 있고 학생은 모른다. 교사는 설명하고 학생은 받아들인다. 마치 빈 통에 물을 붓듯이. 그러나 Mayer는 이 관점이 실제 학습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학생은 결코 빈 그릇이 아니다. 교실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은 이미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 믿음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 학습은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여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How People Learn』의 저자 John Bransford와 동료 연구자들도 같은 점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다양한 선개념(preconceptions)을 가지고 있으며, 학습은 그 위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지구의 자전을 가르친다고 해 보자. 어떤 학생은 태양이 움직인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우주 다큐멘터리를 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학생은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을 수도 있다. 교사는 같은 설명을 하지만 학생들의 머릿속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학습은 교사가 전달한 정보의 양이 아니라 학생이 만들어 낸 의미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같은 수업을 듣고도 학생마다 배우는 것이 다르다.
둘째, 학습은 수업 중의 수행과 다르다
교사들이 가장 자주 빠지는 착각 가운데 하나는 수행(performance)과 학습(learning)을 혼동하는 것이다. 수업 중에 학생이 문제를 잘 풀면 학습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Mayer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학습은 순간적인 수행이 아니라 비교적 지속적인 변화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 새로운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학습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Robert Bjork는 이를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학생들이 쉽다고 느끼는 학습이 반드시 효과적인 학습은 아니다.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으면 익숙해진다. 형광펜으로 칠하며 읽으면 이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종종 착각이다. 반대로 스스로 기억을 떠올리려 노력하는 인출 연습은 어렵고 불편하지만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Make It Stick』의 Henry Roediger와 Mark McDaniel도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쉽게 느껴지는 학습은 종종 피상적이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주일 뒤, 한 달 뒤, 혹은 다음 학기에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이다. 진짜 학습은 수업이 끝난 뒤에 비로소 드러난다.
셋째, 학습은 뇌가 스스로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신경과학은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더 깊은 층위에서 보여준다. Stanislas Dehaene는 학습을 “뇌가 세상에 대한 내부 모형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세상을 예측한다. 그리고 실제 경험과 자신의 예측이 다를 때 뇌는 스스로를 수정한다. 틀림은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출발점이 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교실의 실수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정답을 빨리 맞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배움은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 아니라 사고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학습은 그렇게 일어난다.
넷째, 학습은 학생 안에서 일어난다 – 교사는 그 조건을 설계한다
Mayer의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남는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교사는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학습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Peps Mccrea의 말처럼, “배움은 학습자 안에서 일어난다(Learning happens inside the learner.).”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 대신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습이 일어나기 좋은 조건을 설계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중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돕고, 기존 지식과 연결하도록 돕고, 기억을 인출하게 하고, 실수를 통해 사고를 수정하도록 돕는 것. 좋은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깝다.
맺으며: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이 출발점이다
교사들은 종종 좋은 수업을 고민한다. 어떻게 설명할까. 어떻게 활동할까. 어떻게 흥미를 끌까. 물론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Mayer가 던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하나다. “학생은 실제로 어떻게 배우는가.”
학습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일이다. 수업 중의 수행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의 변화다. 쉬운 느낌이 아니라 어려운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뇌가 예측을 수정할 때,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할 때, 학습은 그렇게 일어난다.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면 수업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학생의 실수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그 이해야말로 모든 좋은 교육의 출발점이다.
| <교실 적용 팁>
1. 수업 전, 학생의 사전지식을 먼저 확인한다
2. 수업 중 반응이 좋다고 안심하지 않는다
3. 일부러 어렵게 만든다
4. 실수를 학습의 재료로 다룬다
5. 설명자에서 설계자로 역할을 옮긴다 |
참고 문헌
• Ambrose, S. A., Bridges, M. W., DiPietro, M., Lovett, M. C., & Norman, M. K. (2010). How learning works: Seven research-based principles for smart teaching. Jossey-Bass.
• Bjork, R. A., & Bjork, E. L. (2011). Making things hard on yourself, but in a good way: Creating desirable difficulties to enhance learning. In M. A. Gernsbacher et al. (Eds.), Psychology and the real world. Worth Publishers.
• Bransford, J. D., Brown, A. L., & Cocking, R. R. (Eds.). (2000). How people learn: Brain, mind, experience, and school. National Academy Press.
• Dehaene, S. (2020). How we learn: Why brains learn better than any machine . . . for now. Viking.
• Mayer, R. E. (2010).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 Pearson.
• Mccrea, P. (2025). Memorable teaching. Learning Scientists.
•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2018). How people learn II: Learners, contexts, and cultures. National Academies Press.
• Roediger, H. L., III, & McDaniel, M. A. (2014). Make it stick: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 Belknap Press
|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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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