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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천자문] 국제바칼로레아(IB)를 넘어 한국형 바칼로레아(KB)로 교육 혁신?

#1571 편집실, <교육 제4의 길> 편집진 2026.08.05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교육감들 사이에 국제바칼로레아(IB)나 서·논술형 시험을 도입하겠다는 생각이 번지는 사태를 우려한다. 그런 방책들은 ‘평가’를 ‘목표’ 앞에 내세우는 본말전도의 교육관을 내장했다고 비판한다. 섣부른 도입보다 그 해악을 먼저 살피도록 촉구한다.

 

 

‘공교육 혁신’의 이름으로 학교 교육을 시험(평가) 본위로 몰고 가는 경향이 드세지고 있다. 새로 선출된 교육감들이 지난달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야심적인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학교 수업을 시험/평가에 엮겠다는 시도가 흔하고 또 두드러진다. 그것들은 “IB 도입”이나 “서·논술형 시험 도입”과 같은 구호 아래 모여 있다. 교육청들에서는 ‘학생 중심’이며 ‘탐구 중심’이고 창의적 사고력이나 문해력을 키우는 ‘혁신안’이라 선전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IB를 도입”했고 3선(三選)임을 자랑하는 한 교육감은, 취임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언했다. “IB 운영 성과를 토대로 우리 교육 현실에 맞는 한국형 바칼로레아(KB)를 구축해 ‘대한민국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 나아가, “KB는 [국제 평가 준거(rubric)에 바탕을 둔 IB와 달리]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입시와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고, “대한민국 모든 학교에서 실현 가능한 공교육 혁신 모델”이라고 힘주었다.1 “탐구 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가 IB의 장점이라며, 그런 IB를 한국 교육에 이식하는 게 혁신의 최선이란 나름의 논리이다. 다른 교육감들도 적잖이 이에 동조한다고 들린다.

 

IB를 이미 도입한 학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들이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교육 내용을 선정·조직하고 수업하며 평가하는 자율권이 교사에게 주어진다. 학생들도 암기하기보다 스스로 탐구하고 발표하는 활동들을 하게 되며, 에세이나 보고서를 제출하여 주로 ‘주관식 평가’를 받는다. 일반 학교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실지로 겪어본 IB 과정에 대해 학생이나 교사도 호의적으로 증언한다. ‘IB 디플로마’는 세계에 통용될 수 있기에,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데에 자긍심까지 비친다. 그러나 이런 외양과 평판에는 IB에 함축된 교육관 전도(顚倒)가 간과되어 있다.

 

거두절미해서 보면, IB는 ‘시험 본위’이다. 최종 사정에서 45점 만점에 24점 이상 받아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2 6개의 교과 영역과 2개의 공통 필수 과제를 이수한 성과를 하한(下限) 이상의 점수로 입증해야 한다.3 이때 점수는 내부(학교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와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의 표준화 시험으로 산출된다.4 물론 IB의 평가와 시험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게 되는 양식과는 사뭇 다르다. ‘내신’과 ‘수능’에 휘어잡힌 우리 교육 현실에 비기면, 평가에서의 변화만으로도 IB 도입을 ‘혁신’이라 반길 법도 하다. 그러나 IB가 ‘평가’를 핵심에 둔 체제라는 게 바로 결정적인 맹점이다.

 

익숙한 예로, 일련의 평가가 ‘고부담’으로 변질한 사태를 떠올려 보자. 대입 문제가 끼어들면 평가(시험)는 고부담이 된다. 학교나 가정이나, 학생이나 교사나, 모두 점수에 매이고, 수업과 학습은 타락하고 부패한다. 교육이 무엇인지 헤아려 볼 염도 없이, 수능과 내신의 점수를 올리기에만 몰두하는 우리 현실이 증언한다. IB라고 예외가 될 리 없다. ‘디플로마’를 위해 최종 평가에서 24점 이상 얻어야 하는 부담도 가볍지 않겠지만, 이른바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면 40점 가까이는 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5 이런 성취 부담은 결국 ‘탐구 중심’이니 ‘세계 시민 양성’이니 하는 고상한 IB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IB 월드스쿨’로 인증받아 전국에서 입학생이 몰려든다는 한 고등학교의 누리집에는 아래와 같은 “학습 팁 & 전략”의 정보가 있다(밑줄 첨가).

 

내부 평가(IA) 준비: 보고서 작성을 위해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의 논문이나 과학 보고서를 많이 읽어보세요. 보고서 형식에 맞게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외부 평가(EA) 대비: 최대한 기출 문제를 많이 풀면서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익히고, 어떠한 개념이 주로 나오는지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서·논술형 문제에서는 시험 명령어의 정의를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출 문제 많이 풀기”나 “형식에 맞게 작성하는 연습” 등 사교육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팁’들과 다른 데가 없다. 다른 IB 학교에서도 ‘노하우’가 비슷하게 통용되고 있을 테다.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는 IBO의 홍보가 멋쩍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평가가 고부담이 되기 때문에만 문제인 게 아니다. 평가 틀(‘루브릭’)을 바탕에 둔 프로그램이라면 모두 그 본성(평가를 목적 앞에 두는 본말전도) 자체가 문제이다.6

 

‘객관식’ 출제를 서·논술형으로 바꾸어 교육의 방향을 틀겠다는, 최근에 부쩍 부상했지만 사실 오래되고 진부한 발상도 마찬가지로 문제이다. ‘행동적 표출’(곧, 시험/평가에서의 ‘적절한’ 반응)을 교육 준거(목표)로 삼는다면(IB도 그렇고, 수능 논·서술형 출제 대안도 그렇다), 그 ‘교육’은 교육일 수 없다. 행동주의적인 조건반사 훈련이거나, 제도적 권위나 ‘인센티브’를 동원한 주입 또는 세뇌에 더 가깝다. 이를테면, 평가 루브릭을 참조하며 가르치고 익히는 소설의 인물 분석과 자연스럽게 삶의 지평을 넓혀 가게 되는 소설 읽기가 동질적인 ‘교육적 체험’일 수 있을까?

 

IB 도입이나 서·논술형 출제를 외치기 전에 우리는 자문(自問)해야 한다. 그런 조치가 어떤 ‘교육’을 초래하는가? 시험이 이미 뒤틀고 있는 우리 교육을 시험으로 혁신할 수 있는가? IB를 맹신하는 교육감의 말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IB를 KB로 번안해서 “대학입시와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게 되면”, 그것이 과연 ‘공교육 혁신 모델’이 될 수 있는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 효용이 있을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공교육이 발전하게 된다는 뜻인가? 입시 준비가 공교육의 궁극 목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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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 글에서는 교육의 성질에 주목하려고 교육적 ‘주권(sovereignty)’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지만, 이런 발언이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는 점은 지적해 두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감은 IB 도입이 우리의 국가교육과정을 시행하는 과업과 정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자기도 모르게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IB의 과정(평가) 틀을 바탕에 두고 시행하는 교육이 과연 ‘한국’의 공교육일 수 있는가? 그런 ‘국제’ 교육이 ‘공교육’ 혁신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이런 문제를 덮어두고 IB를 도입했다는 사실은 우리 공교육 체제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다.
  2. 여기에서는 IB를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로 매듭되는 과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날 IB는 유치원 과정부터 구축되어 있지만, 본디 국제적인 ‘고졸 자격’(대입 자격) 인증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3. 추가로 CAS(Creativity, Activity, Service)라는 일종의 ‘예체능 및 봉사활동’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4. IBO에서는 각각을 Internal Assessment(IA)와 External Assessment(EA)라고 부른다.
  5. ‘명문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다수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IB가 교육을 위한 국제적 이동을 전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그것에 대한 ‘수요자’들은 대체로 ‘일류’를 지향하는 부류라고 짐작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IB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교들 안에서도, 그 프로그램의 기회를 누리는 학생은 소수이다. IBO가 인증한 고등학교를 두고 보면, 마치 학교 교육 전체가 IB 체제로 운영되는 듯이 ‘IB 월드스쿨’이라고 일컫지만, 그 학교 학생 가운데 IB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도 IB 도입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IB를 도입하는 시·도 교육청은 그 소수를 위해 공공의 교육 재정을 ‘수준별 구분 짓기’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데도 IB 도입을 ‘공교육’ 혁신 모델이라고 내세운다면 기만이다.
  6. IBO는 IB를 소개하며 스스로 ‘프레임워크 기반의 과정’(framework-based curriculum)이란 말을 쓴다. 이때 ‘프레임워크’가 사실상 평가 틀이다.
<교육 제4의 길> 편집진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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