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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15) – “학교는 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가”

#1554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6.07.02

 Anthony S. Bryk 외, 『Learning to Improve: How America’s Schools Can Get Better at Getting Better』 (Harvard Education Press, 2015) 비평

                                                                                                                                                                                 

 

개혁이 아니라 개선의 문제다

 

한국 교사들은 이제 개혁에 놀라지 않는다. 교육과정이 바뀌고, 평가 방식이 바뀌고, 수업 모델이 바뀌어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연수를 받고, 새 서식을 채우고, 새 용어를 익힌다. 그리고 기다린다. 어차피 몇 년 지나면 또 바뀔 것임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개혁을 향한 냉소는 태만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거듭된 실패가 교사들에게 가르쳐 준 생존의 지혜다.

 

그 대가는 혹독하다. 개혁이 거듭될수록 학교는 더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 처리해야 할 서류가 늘고, 챙겨야 할 지침이 늘고, 감당해야 할 역할이 늘었다. 그러면서도 학교 현장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교사들은 지쳐갔고, 무력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열심히 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는 체념이 교직 문화의 바닥에 깔렸다.

 

왜 이렇게 많은 개혁을 했는데도 학교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Learning to Improve』는 바로 그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 앤서니 브릭(Anthony S. Bryk)과 세 명의 동료 연구자들은 카네기 교육발전재단에서 수십 개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개선 활동을 연구하며 수십 개 학교와 지역교육청을 직접 관찰했다. 그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반복되는 개혁에도 학교가 나아지지 않은 이유는 교사의 의지나 역량이 아니라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 자체에 있었다. 따라서 학교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개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빠르게, 크게, 한꺼번에”의 함정

 

저자들은 미국 교육 개혁의 지배적인 문화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것은 “빠르게, 크게, 한꺼번에(fast, big, all at once)”의 문화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검증도 채 되기 전에 전국 수천 개 학교에 일시에 도입된다. 효과가 없으면 또 다른 새 프로그램으로 교체된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저자들은 이를 “치명적인 변질(lethal mutations)”이라고 부른다. 좋은 의도로 설계된 프로그램이 현장에 도달하는 순간 원래의 형태를 잃고 전혀 다른 무언가로 변질되어 버리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교사들은 새 프로그램이 도입될 때마다 연수를 받는다. 그러나 연수에서 배운 것과 실제 교실에서 마주치는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있다. 학생들은 연수 시나리오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교실마다 맥락이 다르고, 학생마다 사정이 다르다. 그 간극을 메울 지원 체계 없이 교사는 혼자 적응하거나 포기한다. 개혁은 서류상으로만 살아남는다.

 

이 진단이 한국 교육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생각해 보라. 과정 중심 평가, 학생 맞춤형 교육, 고교학점제. 좋은 취지의 정책들이 현장에 내려오지만, 교사들은 종종 “또 뭔가 바뀌었네”라는 피로감 속에서 형식적 이행에 그친다. 문제는 교사의 태도가 아니라, 개혁이 설계되고 실행되는 방식이다.

 

 

개선을 배운다는 것

 

저자들이 제안하는 대안은 “개선 과학(improvement science)”이다. 의료계와 제조업에서 수십 년 동안 발전시켜온 체계적 개선 방법론을 교육에 적용한 것이다.

 

개선 과학의 핵심은 여섯 가지 원칙으로 요약된다.

 

첫째, 문제를 사용자의 관점에서 명확히 하라. 개혁의 실패는 종종 문제 정의의 실패에서 시작된다.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가 낮다”는 너무 광범위한 문제다. 어떤 학생들이, 어떤 개념에서, 어떤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개입이 가능하다. 저자들은 이를 “문제 명료화(problem clarification)”라고 부른다.

 

둘째, 시스템 사고를 하라.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교실 안에만 원인이 있지 않다. 교사의 전문성, 학교의 문화, 지역사회의 맥락, 교육과정의 구조가 서로 얽혀 있다. 개입은 그 복잡한 연결 속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변이(variation)를 이해하라. 같은 학교에서도 교사마다, 학급마다 결과가 다르다. 그 차이 속에 배울 것이 있다. 효과적인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그 실천을 분석하고 공유하는 것이 개선의 출발점이다.

 

넷째,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배워라. 저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원칙이다. 대규모 도입 전에 소규모로 먼저 시도하고(Do), 결과를 분석하고(Study), 수정해서 다시 시도한다(Act). 이를 PDSA 사이클(Plan-Do-Study-Act)이라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표준적인 방법론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여전히 낯설다.

 

다섯째, 변화를 위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라. 개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들이 서로의 실천을 나누고, 함께 분석하고, 집단적으로 배우는 문화가 있을 때 변화는 지속된다.

 

여섯째, 학습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라. 개선 과학의 궁극적 목적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배우고 개선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교실에서 PDSA란 무엇인가

 

PDSA 사이클이 교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예로 살펴보자.

 

한 중학교 수학 교사가 있다. 분수 개념을 가르치는데, 해마다 같은 지점에서 학생들이 무너진다. 통분이 필요한 문제에서 오답률이 특히 높다. 교사는 문제를 분석한다(Plan). 학생들이 분모가 다른 분수를 더할 때 분모도 함께 더해버린다는 패턴을 발견한다. 이 오개념을 교정하기 위해 시각적 모델을 활용한 미니 수업을 설계한다.

 

다음 주, 그 미니 수업을 한 학급에서 먼저 시도한다(Do). 수업 중 짧은 형성평가도 함께 실시한다. 수업 후 그 결과를 분석한다(Study). 시각적 모델이 일부 학생에게는 효과적이었지만, 개념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교사는 다음 수업에 구체적 조작물을 추가하기로 한다(Act).

 

이것이 전문적 실천의 핵심이다.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배우고 수정하는 것. 저자들은 이를 “증거 기반의 체계적 탐구(disciplined inquiry)”라 부른다. 엄격하되 유연한 탐구다.

 

 

네트워크로 배우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개념은 “네트워크형 개선 공동체(networked improvement community: NIC)”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여러 학교가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각자의 실험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함께 배우는 구조다.

 

저자들이 소개하는 한 사례가 인상적이다. 커뮤니티 칼리지의 수학 보충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NIC를 구성했다. 각 기관이 각자의 맥락에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공유했다. 한 기관의 실패는 다른 기관의 같은 실수를 예방했고, 한 기관의 성공은 다른 기관의 가능성을 열었다. 혼자 10년 걸릴 배움을, 함께 2년 만에 이루어낸 것이다.

 

이 모델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교사 학습공동체(PLC)가 학교 안에서의 협력이라면, NIC는 학교 간 협력이다. 비슷한 맥락의 학교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공동의 문제를 함께 탐구한다면, 개별 학교의 시행착오를 집단적 지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교육청 단위의 지원과 설계가 필요하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한국 교육에서의 의미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개혁의 피로를 경험해 왔다. 수십 년 동안 교육과정이 여러 차례 개정되었고, 수많은 정책이 도입되고 사라졌다. 교사들은 새 정책이 나올 때마다 연수를 받고, 새로운 행정 절차와 업무 방식에 적응하고, 낯선 교육 용어를 다시 익힌다. 그러나 정작 “이 변화가 우리 학생들에게 효과가 있었는가”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문화는 드물다.

 

브릭의 프레임으로 보면, 한국 교육 개혁의 오랜 습관도 “빠르게, 크게, 한꺼번에”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정 교수법이나 프로그램이 주목받으면 전국 단위로 빠르게 확산되지만, 어떤 맥락에서 효과적이고 어떤 맥락에서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정밀한 탐구는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PDSA 사이클의 정신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수정한 뒤 다시 시도하는 데 있다. 이는 거창한 시스템 개혁을 기다릴 필요 없이 교사 개인의 수업 개선에도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오늘 해본 수업 방식이 효과적이었는가? 그렇지 않았다면 무엇이 달랐는가? 다음엔 무엇을 바꿔볼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이 습관이 될 때, 교사의 실천은 직관에서 탐구로 진화한다. 학교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개선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교가 나아지는 길은 거대한 개혁보다 이러한 작은 개선의 축적 속에서 열린다.

 

 

그러나 남는 아쉬움

 

이 책이 제안하는 개선 과학은 설득력 있고 정교하다. 그러나 몇 가지 지점에서 한계도 보인다.

 

첫째, 이 방법론이 요구하는 데이터 문해력과 분석 역량이 만만치 않다. PDSA 사이클을 제대로 돌리려면 교사가 수집한 데이터를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체계적인 역량 개발 지원 없이 현장에 적용하라고 하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둘째, 네트워크형 개선 공동체(NIC)는 강력한 개념이지만, 그것을 조직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과 자원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 학교 현장에서 이 구조를 만들어내려면 교사 개인의 의지를 넘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책의 언어가 연구자들의 것이어서, 현장 교사가 읽기에는 다소 진입 장벽이 있다. 사례와 이론이 균형 있게 서술되어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는 데 집중력이 필요하다.

 

 

맺으며: 교사들에게

 

이 책을 덮고 나면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학교는 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가. 브릭의 대답은 분명하다. 학교가 새로운 개혁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개선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개선을 배울 수 있을까. 브릭은 개선이 거창한 혁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실천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배우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오늘의 수업은 어제보다 나아졌는가. 지난달 시도했던 방법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가. 그 판단은 직감에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증거에 근거한 것인가.

 

저자들은 말한다. “교사들이 실패하는 것은 노력이나 헌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개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일관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교사를 향한 비판이 아니라 위로이자 도전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영리하게 배우는 것.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탐구하는 것. 그것이 지속 가능한 교사의 성장이고, 결국 학생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책은 학교가 어떻게 ‘배우는 조직’이 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교육에 꼭 필요한 방향이다.

 

 

<교실 적용 팁>

 

1. 한 번에 하나만 바꿔보자. 수업 전체를 바꾸려 하지 말고, 질문 방식·형성평가·모둠 활동 등 한 가지 요소만 바꾼 뒤 그 효과를 살펴본다.

 

2. 수업 후 세 가지를 기록하자. 오늘 무엇을 시도했는가?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바꿔볼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이 PDSA의 출발점이다.

 

3. 학생의 반응을 증거로 남기자. 시험 점수뿐 아니라 학생의 발언, 활동 결과물, 형성평가, 관찰 기록도 수업 개선의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4. 혼자 판단하지 말고 함께 살펴보자. 동료 교사와 수업 사례, 학생 자료를 함께 분석하면 자신의 수업에서 보지 못했던 점을 발견할 수 있다.

 

5. 작은 성공을 반복하자. 한 번의 혁신보다 작은 개선을 꾸준히 축적하는 것이 더 지속적인 변화를 만든다.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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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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