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13) – “기술은 교육에 유익한가”
Neil Selwyn, 『Is Technology Good for Education?』
(Polity, 2016) 비평

“기술은 교육에 유익한가.” 이 질문 앞에서 잠깐 멈춰보자. 대답이 바로 나오는가.
아마 대부분의 교사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혹은 “잘 쓰면 그렇다”고. 기술이 교육에 유익하다는 것은 워낙 당연하게 여겨져서, 이것을 굳이 질문으로 던지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학교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기존의 교육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랐다. 라디오, 텔레비전,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 그리고 지금은 인공지능. 매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 기대는 되풀이되었다.
그런데 그 기대들은 얼마나 실현되었는가.
닐 셀윈은 이 불편한 질문을 정면으로 들고 나온다. 호주 모나쉬대학교 교육사회학 교수인 그는 20년 넘게 교육과 기술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그런데 그의 관심은 이 질문에 “그렇다” 혹은 “아니다”로 답하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그 질문을 얼마나 제대로 던진 적이 있는지를 따져 묻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증거는 무엇인가. 누구에게 유익한가. 그 판단을 누가 내리고 있는가.
이 책은 얇다. 그러나 핵심을 깊이 찌른다. 읽고 나면 교실에 들어오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 이전과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기술은 좋은 것’이라는 전제를 의심하라
셀윈은 책의 첫 장에서 우리가 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전제들을 하나씩 꺼내 들여다본다. 그중 가장 뿌리 깊은 것이 기술은 중립적인 도구라는 믿음이다. 망치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기술도 마찬가지 아닌가.
셀윈은 이 비유가 틀렸다고 말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모든 기술은 특정한 방향으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설계를 갖고 있다. 유튜브는 시청자가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더 자주 확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교육용 앱은 특정 방식으로 학습이 일어난다는 가정 위에 만들어진다. 기술을 교실에 들여온다는 것은 그 설계의 방향과 가정을 함께 들여오는 것이다.
“기술은 어떤 일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은 제한한다. 따라서 기술을 교실에 들여오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와 맞바꾸는 선택이다.”
이 문장이 이 책 전체의 핵심을 압축한다. 기술 도입은 이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무언가를 포기하는 선택이다. 그 포기가 무엇인지를 의식하지 않은 채 도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셀윈은 말한다.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셀윈이 책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기술이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주장들을 하나씩 검토하는 것이다. 그는 무척 구체적으로 묻는다. 어떤 기술이, 어떤 학생에게, 어떤 조건에서, 어떤 종류의 학습을 개선했는가.
그 답을 찾으러 연구들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복잡해진다. 태블릿이 학업 성취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차이가 없다는 연구도 있고, 오히려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컴퓨터 기반 학습이 특정 기초 기술 훈련에는 효과적이지만 복잡한 사고력 발달에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결과도 있다. 화상 수업이 일부 학생에게는 효과적이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격차를 벌린다는 연구도 있다.
셀윈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기술 도입의 효과를 주장하는 연구들 상당수가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자금으로 수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연구 결과를 무조건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기술을 도입하면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는 주장 앞에서, 그 주장이 누구의 이해관계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기술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결론은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이다. 이것은 증거가 아니라 희망이다.”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책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장은 기술 도입의 정치경제학을 다루는 부분이다. 학교에 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결정이 교육적 판단보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셀윈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든다. 미국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태블릿 보급 사업이 진행되었다가, 효과 검증 없이 폐기된 사례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교육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구조. ‘개인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의 학습 패턴이 알고리즘에 의해 분류되고 최적화되는 방식. 그는 이 모든 것들의 수혜자가 학생인지, 아니면 기술 기업인지 묻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에듀테크 기업의 학교 시장 진입, 학습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것들이 실제로 어떤 교육적 근거 위에서 추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얻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셀윈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술이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기와 인터넷을 갖추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 가정에서 기술 활용에 대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계층의 문제다. 기술이 도입될수록 이미 유리한 아이들이 더 유리해지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술을 거부하자는 것인가
여기서 독자들이 가장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셀윈이 기술 반대론자인가 하는 것이다. 그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가 반대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무비판적 열광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교육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그 기대에 이끌려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이 이루어지고,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음 기술로 관심이 옮겨가는 패턴—셀윈은 이것을 ‘기술 낙관주의의 순환’이라고 부른다.
그가 원하는 것은 기술 도입 앞에서 더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교육자들이다. 이 기술은 어떤 종류의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가. 이 기술이 없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 학습이 이루어졌는가. 이 기술은 어떤 학생들에게 유리하고 어떤 학생들에게 불리한가. 이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 결정에는 누가 참여했는가.
“기술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은 기술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기술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를 정직하게 보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실은 어떤가
한국 교육 현장에서 이 책은 특히 지금 이 시점에 읽힐 필요가 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고, 에듀테크가 학교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으며, 교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라는 압력과 함께 그것이 정말 아이들에게 좋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셀윈의 분석은 그 갈등이 교사 개인의 감각이 둔하거나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기술 도입이 충분한 교육적 검토 없이 이루어질 때 교사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현장의 감각이 정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장의 감각이 정책보다 더 정확하기 때문일 수 있다.
동시에 이 책은 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답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교사가 기술 앞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전문적인 자세는 맹목적 수용도 아니고 무조건적 거부도 아니다. 이 기술이 내 수업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교사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 판단이 가능하려면 기술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셀윈이 이 책에서 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남는 아쉬움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날카롭지만, 독자가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답을 찾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셀윈은 비판에 능숙하다. 그러나 비판 다음의 대안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기술 도입 앞에서 더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라는 것, 교육적 판단을 기술적 판단보다 앞에 두라는 것—이것은 방향이지 방법이 아니다. 교사가 학교 안에서 기술 도입 결정에 실질적으로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이미 도입된 기술을 교육적으로 더 잘 활용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독자가 스스로 채워가야 한다.
또한 이 책이 출간된 2016년 이후 기술 환경은 더욱 빠르게 변화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셀윈의 분석 틀이 다루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질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의 비판적 사고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을 지금의 기술 환경에 적용하는 작업은 독자의 몫이다.
맺으며: 교사에게 남기는 말
이 책을 읽고 나면 교실에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때 이전과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기술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그리고 그 대신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가.
그 질문을 던지는 교사가 기술에 뒤처진 교사는 아니다. 오히려 기술보다 교육을 앞에 두는 교사다. 셀윈이 이 책 전체에서 말하려는 것은 단순하다. 기술은 교육의 주인이 아니라 도구다. 그 도구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교사여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두렵다. 내가 지금까지 충분히 묻지 않은 채 받아들인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무력감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부터 묻기 시작하면 된다. 오늘 교실에 들어오는 기술 앞에서, 한 가지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 <교실 적용 팁>
1.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먼저 “무엇을 더 잘하게 되는가?”를 물어라 새로운 앱이나 플랫폼을 사용할 때는 “학생들이 좋아할까?”보다 “이 기술이 학습을 어떻게 개선하는가?”를 먼저 검토한다. 같은 목표를 종이와 연필, 토론, 교사 설명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면 굳이 기술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잊지 말자.
2. 기술이 학생의 사고를 돕는지, 대신하는지를 살펴보라 AI나 자동화 도구를 사용할 때는 학생의 사고 과정을 지원하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에서 AI가 초안을 대신 작성하게 하기보다,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피드백을 받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습은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 과정에서 일어난다.
3. 화면 속 활동보다 학생의 실제 참여를 관찰하라 학생들이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학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 활용 수업에서는 특히 학생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수업 후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이해했는가?”를 확인해 보자.
4. 디지털 활동과 대면 활동의 균형을 유지하라 기술은 정보 접근과 개별화 학습에 강점이 있지만, 토론·협력·공감과 같은 인간적 상호작용을 대신할 수는 없다. 온라인 활동과 함께 짝 토의, 소그룹 대화, 공동 문제 해결 활동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학생들이 서로를 통해 배우는 기회를 확보하자.
5. 기술 도입의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점검하라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 뒤에는 “무엇이 좋아졌는가?”뿐 아니라 “무엇이 줄어들었는가?”도 함께 살펴본다. 참여도는 높아졌지만 집중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정보 접근은 쉬워졌지만 깊이 있는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는지 점검해 보자.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교사는 장점뿐 아니라 그로 인한 대가도 함께 살핀다. |
|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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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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