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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35) – “학습이란 무엇인가: 학습과학의 관점에서”

#1542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6.06.17
Richard Mayer의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을 바탕으로, 학습이란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기존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여 능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의사는 인체를 공부한 뒤 환자를 치료한다. 엔지니어는 물리 법칙을 이해한 뒤 다리를 설계한다. 그런데 교육에서는 정작 인간이 어떻게 배우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가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르칠 때 마주하는 많은 답답함들—수업 시간에 분명 이해한 것 같던 학생이 며칠 뒤에는 기억하지 못한다, 반복해서 설명해도 어떤 학생은 여전히 어려워한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하는데 성과는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는다—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Richard Mayer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학습과학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하려는 학문이다.

 

 

학습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학교는 학습을 지식 전달 과정으로 이해해 왔다. 교사는 알고 있고 학생은 모른다. 교사는 설명하고 학생은 받아들인다. 마치 빈 통에 물을 붓듯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Mayer는 이런 관점이 실제 학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학생은 결코 빈 그릇이 아니다. 교실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은 이미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 믿음과 오해를 가지고 있다. 학습은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지식과 연결하여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John Bransford와 연구자들도 저서 『How People Learn』에서 같은 점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다양한 선개념(preconceptions)을 가지고 있다.”

 

 

같은 수업, 다른 학습이 일어나는 이유

 

예를 들어 교사가 지구의 자전을 가르친다고 해 보자. 어떤 학생은 이미 태양이 움직인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학생은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을 수도 있다.

 

교사는 같은 설명을 하지만 학생들 각자의 머릿속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학습은 교사가 얼마나 자세히 설명했는가보다 학생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의 지식과 연결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같은 수업을 듣고도 학생마다 배우는 것이 다르다.

 

Susan Ambrose와 동료들은 “학생들의 선행지식은 학습을 돕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교사가 종종 고민하는 것은 ‘설명이 충분했는가’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생들이 이미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왜 어떤 학생은 같은 설명을 듣고도 금방 이해하는가? 왜 어떤 학생은 반복해서 설명해도 어려워하는가? 그 답은 설명의 내용이나 방식보다 학생이 가진 기존 지식 구조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수업에서 다르게 배우는 것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마다 다른 출발점의 문제다.

 

 

학습과학이란 무엇인가

 

학습과학은 특정 교수법을 선전하는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배우는지, 어떤 조건에서 학습이 촉진되고 방해받는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분야다.

 

심리학, 교육학, 인지과학, 신경과학이 함께 참여한다. 주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작업기억은 왜 쉽게 과부하되는가? 피드백은 언제 효과적인가? 망각은 왜 일어나는가? 동기는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학습과학은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 한다. “효과적인 것 같다”가 아니라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를 확인하는 학문인 셈이다.

 

 

배움은 사고를 바꾸는 과정이다

 

학습과학 연구자들은 학습을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기존의 생각과 이해를 수정해 가는 과정으로 본다. 신경과학자 Stanislas Dehaene는 이를 “뇌가 세상에 대한 내부 모형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세상을 예측한다. 그리고 실제 경험과 자신의 예측이 다를 때 뇌는 스스로를 수정한다.

 

틀림은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출발점이 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교실의 실수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수학 시간에 학생이 자신 있게 답을 썼다가 틀렸을 때, 그 당혹감의 순간이 바로 뇌가 내부 모형을 수정할 준비를 마친 순간이다. 정답을 빨리 맞히는 것보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지?”를 짚어보는 경험이 더 깊은 배움을 만든다. 배움은 정보를 채워 넣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교사가 할 수 있는 일

 

Mayer의 책을 읽으며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교사는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학습을 대신할 수는 없다.”

 

배움은 결국 학생 내부에서 일어난다. Peps McCrea는 이를 간결하게 표현했다.

 

“배움은 학습자 안에서 일어난다.”
(Learning happens inside the learner.)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습이 일어나기 좋은 조건을 설계하는 것, 즉 학생들이 중요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존 지식과 연결하고, 기억을 인출하고, 실수를 통해 스스로 수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좋은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에 가깝다.

 

 

맺으며: 그래서 왜 학습과학이 필요한가

 

학습과학은 학습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려는 학문이다.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왜 어떤 교수 방법은 효과가 있고 어떤 방법은 효과가 없는지, 왜 학생들은 종종 자신이 배웠다고 착각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 학습과학은 교사에게 중요한 겸손함을 가르쳐 준다. 열심히 가르친다고 해서 반드시 학습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생이 실제로 배우는지는 교사의 설명이 아니라 학습자의 머릿속에서 결정된다.

 

학습과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들이 더 잘 배우기를 원한다면, 먼저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효과적인 교육의 출발점이다.

 

 

<교실 적용 팁>

 

1. 수업 전 학생의 사전지식을 먼저 확인하기

 

새 단원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이 이미 무엇을 알고 있는지, 즉 사전지식을 간단히 점검하자. “이 주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써봐” 또는 “태양과 지구 중 어느 것이 움직인다고 생각해?”처럼 부담 없는 활동으로 시작하면 된다.

 

교사의 완벽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각자의 머릿속에서 어떤 의미가 만들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수업의 출발점은 교사의 설명이 아니라 학생의 머릿속이다. 학생의 사전지식을 먼저 파악해야 그 학생에게 필요한 설명이 무엇인지 더 명확해진다.

 

2. 정답보다 ‘생각의 수정’ 과정을 더 중요하게 다루기

 

학생이 틀렸을 때를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출발점으로 다루자.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먼저 묻고, 자신의 예측과 실제 결과가 어떻게 달랐는지를 학생 스스로 확인하게 한다.

 

Dehaene의 설명처럼, 뇌는 예측과 실제의 불일치 속에서 스스로를 수정한다. 오류를 지적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내가 왜 틀렸는지, 어디서 오해했는지”를 스스로 발견하는 경험이 훨씬 깊은 학습을 만든다. 이 과정이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기억을 더 오래 남긴다.

 

3. 같은 내용을 여러 각도에서 다시 설명하기

 

같은 수업을 들어도 학생마다 다르게 배우는 이유는 각자의 기존 지식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A학생이 이해했다고 해서 B학생도 같은 방식의 설명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설명에서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다른 비유나 다른 상황을 통해 같은 개념을 다시 접근해 보자. 예를 들어 지구의 자전을 설명할 때, 회전 의자에 앉는 경험, 회전목마의 움직임, 지구본 돌리기 등 여러 상황으로 설명하면, 각자의 배경지식과 연결되는 설명을 찾을 수 있다.

 

4. 학습 환경을 ‘정보 전달’에서 ‘의미 구성’으로 재설계하기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이 일어나기 좋은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업을 다시 설계해 보자:

 

• 주의를 집중시키기: 중요한 정보에 학생의 주의가 가도록 강조하고 불필요한 자극은 줄이기
• 기존 지식과 연결하기: “이전에 배운 개념과 어떻게 다른가?” “이것이 여기서 왜 중요한가?”라고 묻기
• 기억을 꺼내게 하기: 단원 중간에 이전 내용 상기, 며칠 뒤 복습 등으로 인출 기회 제공
• 실수를 통해 수정하도록 돕기: 작은 오류나 도전을 통해 학생이 생각을 재구성하는 경험 제공

 

이 네 가지가 수업의 핵심 구조가 될 때, 학습은 더 깊이 있게 일어난다.

 

5. “내가 잘 설명했으니 학생이 배웠을 것”이라는 가정 버리기

 

Mayer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이렇다. 좋은 가르침이 반드시 좋은 학습을 보장하지 않는다.

 

교사의 설명이 명확하고 학생들이 수업 중 잘 따라오는 것처럼 보여도, 일주일 뒤 같은 내용을 물었을 때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은 설명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배움이 학습자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검토해야 할 것은:

 

• 내 설명이 얼마나 좋았는가? (X)
• 학생들이 실제로 의미를 만들었는가? (O)
• 며칠 뒤에도 기억하고 있는가? (O)
• 새로운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가? (O)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수업에 포함시키면, 학습과학이 진정으로 교실을 바꾸기 시작한다.

 

 

참고 문헌

 

• Ambrose, S. A., Bridges, M. W., DiPietro, M., Lovett, M. C., &Norman, M. K. (2010). How Learning Works: Seven Research-Based Principles for Smart Teaching. Jossey-Bass.
• Bransford, J. D., Brown, A. L., &Cocking, R. R. (Eds.). (2000). How People Learn: Brain, Mind, Experience, and School: Expanded Edition. National Academies Press.
• Dehaene, S. (2020). How We Learn: Why Brains Learn Better Through Active Engagement. Viking.
• Mayer, R. E. (2011).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 Boston, MA: Pearson Education.
• McCrea, P. (2020). Memorable Teaching: Leveraging Memory to Build Deep Understanding.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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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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