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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공정의 위기 너머, 생태문명 교육의 길

#1539 김덕년,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교육위원장 2026.06.16
공정의 위기와 청년의 절망 앞에서, 경쟁과 선별 중심의 교육을 넘어 인간·자연·공동체의 상호의존을 배우는 생태문명 교육으로 전환하길 촉구합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6월 3일에 진행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끝났다. 당선자들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단지 절차상 미비를 지적하는 건 아니다. 그들은 ‘참정권 침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표는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하자는 요청에 가깝다. 참정권은 편의나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공정하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참정권의 공정성이 흔들릴 때 민주주의 역시 청년의 마음속에서부터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는 공정을 제도 속에서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청년들 역시 자신의 권리와 가능성이 존중받고 있다는 신호를 읽게 된다. 반대로 이를 외면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응답받지 못한 목소리는 자신을 조금이라도 들어 주는 방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이동이라기보다 공정에 대한 기대를 잃은 세대가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실제로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와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처는 (전)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라는 슬로건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미래 기회를 박탈당해 온 2030 세대가 느끼는 배신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지적은 사태의 핵심을 잘 보여 준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지 한 차례의 관리 부실 때문만은 아니다. 공정을 말해 온 사회가 가장 기본적인 절차 앞에서조차 신뢰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 바로 그 흔들린 약속이 청년 세대의 마음을 더 깊이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은 그 안에 담긴 질문이다. 정당한 참정권의 공정한 실시는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질서다. 지금 청년들이 거리에서 이 원칙을 다시 묻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는 그들이 왜 광장으로 나오게 되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권리가 공정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감각, 제도가 자신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한다는 불신, 노력해도 응답받지 못한다는 좌절이 오늘의 청년 삶 전반에 스며 있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이 불신은 감정의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청년의 정치효능감을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 정치 현안을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다고 느끼는 청소년의 내적 정치효능감은 보통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제도 안에서 실제로 반영될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질수록 공정의 훼손은 곧 제도 전반에 대한 거리감으로 번지기 쉽다.

 

참정권은 단지 투표 당일의 절차를 넘어, 내가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는가를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 기준이다. 그래서 선거 관리의 허술함은 단순한 행정적 실수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가 구성원의 존엄을 얼마나 세심하게 다루는지 보여 주는 시험대가 된다. 특히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년 세대에게는 사회가 자신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지를 묻는 계기가 된다. 이 물음에 충분히 답하지 못하면 청년들은 제도 밖에서 더 큰 냉소를 배우게 되고, 사회는 신뢰를 회복할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는 그 사회의 생태적 감수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생태적 감수성이란 자연을 보호하자는 정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권리 훼손이 공동체 전체의 균열로 이어지고, 공동체의 왜곡된 질서가 다시 삶의 환경과 미래 세대의 조건까지 흔들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관계의 감수성이기도 하다. 공정한 참정권은 사람과 공동체의 관계를 바르게 세우는 시민 활동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정은 단지 규칙을 똑같이 적용하는 기술적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는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윤리이며, 인간과 공동체 사이에서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책임이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는 오늘의 이익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생명의 조건을 해치지 않으려는 절제의 원리이기도 하다.

 

생태문명 교육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윤리를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권리와 책임, 돌봄과 참여의 원리를 몸에 익히게 할 때 청년들은 제도를 자신을 밀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함께 바꾸고 신뢰를 회복해 갈 수 있는 공적 기반으로 다시 인식하게 된다.

 

 

이 시대, 청년의 절망은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가

 

지금 청년들은 사람과 공동체의 관계를 생각하기보다는 각자도생하기에도 벅차다. 지나친 경쟁 사회에서 옆에 있는 사람들은 잠재적 경쟁자이기에 지극히 ‘개별화’되어 있다. 공부하면 길이 열린다는 약속은 힘을 잃었고, 성실하면 삶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일자리는 줄고, 요구되는 경력은 높아지며, 집값과 월세는 미래를 설계할 여유를 좁힌다. 기회를 바꾸는 정보는 평등하게 흐르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원과 인맥, 사교육의 힘을 디딤돌 삼아 출발하지만, 누군가는 출발선의 위치조차 분명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청년의 절망은 단순한 취업난을 넘어선다. 제도는 공정을 말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는 모순이 오래 쌓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절망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청년들은 경쟁이 일상이 된 사회,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쉽게 전가하는 구조 속에서 자라 왔다. 가볍고 빠른 것이 환영받는 시대일수록 무겁게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가려는 사람은 쉽게 뒤처진 존재처럼 여겨진다. 사회는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자기증명을 요구하지만, 왜 어떤 청년은 처음부터 더 좁은 문 앞에 서 있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묻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청년의 고통은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인간을 점수와 성과로만 해석하는 시대가 남긴 상처라고 할 수 있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우울 증상 유병률은 2022년 6.1%에서 2024년 8.8%로 높아졌고, 자살 생각 경험 비율도 2.4%에서 2.9%로 증가했다. 청년의 불안과 우울은 더 이상 개인이 홀로 감당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구조적 경고에 가깝다.

 

거의 집에만 있는 고립·은둔 청년 비율 역시 2022년 2.4%에서 2024년 5.2%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취업의 어려움, 인간관계의 어려움, 학업 중단 등이 겹칠 때 청년의 고통은 일시적 침체를 넘어 사회적 고립으로 굳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교육격차 역시 분명하다.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9만 2천 원이었고, 800만 원 이상 가구 학생은 66만 2천 원이었다. 같은 학교, 같은 교과서를 두고도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훈련의 양이 처음부터 다르다는 뜻이다.

 

이런 차이는 단지 성적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PISA 2006~2022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상향적 사회이동성 지수는 2006년 13.4%에서 2022년 10.5%로 낮아졌다. 배움이 삶의 사다리라기보다 배경의 격차를 비추는 거울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보격차가 겹친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만 모두가 같은 정보 세계에 사는 것은 아니다. 어떤 청년은 장학제도와 대외활동, 인턴십과 진학 경로를 일찍부터 익히지만, 어떤 청년은 그런 제도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다. 알고리즘과 지역 인프라는 이 차이를 더 벌리기도 한다.

 

이런 조건이 오래 지속되면 청년의 불안은 심리 상태를 넘어 삶의 구조가 된다. 주거 마련을 미루고, 관계를 미루고, 장기적 계획 자체를 유예하는 삶이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 문제는 복지나 노동의 문제를 넘어, 어떤 관계 감각과 시민적 신뢰를 길러 왔는가를 되묻는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래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이처럼 공정의 위기와 청년의 절망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 교육의 과제는 분명하다. 청년을 선별하는 교육에서 삶을 세우는 교육으로 돌아서야 한다. 지금 넘쳐나는 ‘미래교육 담론’도 바로 그 방향을 더 또렷하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태교육은 환경보호를 몇 차례 체험하는 수준이 아니다. 인간·자연·공동체가 서로 의존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공존의 윤리와 민주시민의 책임, 삶을 전환하는 실천을 함께 배우는 교육이다. 배움이 삶과 연결되지 않고 시민의 감각을 키우지 못한다면, 많은 지식을 가르쳤더라도 사람을 온전히 길러 내는 교육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미래교육은 경쟁의 승자만 길러 내는 체제를 넘어, 상생과 돌봄의 질서를 배우며 생태문명을 향해 나아가는 교육이어야 한다.

 

첫째, 공교육은 학습 보장을 넘어 삶의 출발선을 보정해야 한다. 학교는 지식만 전달하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로 정보, 사회 제도 이해, 디지털 문해력, 금융 기초, 정신건강, 시민적 토론 능력과 더불어 인간·자연·공동체의 관계를 배우는 생태교육을 교육 변화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예컨대 학생들이 지역 하천의 수질과 쓰레기 문제를 조사하고, 주민과 지자체를 인터뷰해 개선안을 제안해 보는 수업은 환경 감수성만이 아니라 공공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시민적 힘을 기르는 배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가정 배경에 따라 갈리는 입시 정보와 진로 설계, 체험 기회를 공교육이 메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은 평등의 장이 아니라 격차를 되풀이하는 통로가 되기 쉽다.

 

둘째, 교육을 대학 입시 하나에만 묶어 두지 말아야 한다. 청년이 절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실패가 곧 낙오로 읽히기 때문이다. 대학, 직업교육, 지역 훈련, 일·학습 병행, 성인기 재교육은 끊어진 길이 아니라 서로 이어지는 경로가 되어야 한다. 한 번의 시험과 한 시기의 성적으로 인생 전체를 판정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편안할 수 없다. 배움의 경로가 다양해질수록 청년은 덜 불안해지고, 사회도 보다 건강한 선택지를 갖게 된다.

 

셋째, 교육은 경쟁만이 아니라 회복과 연대를 함께 가르쳐야 한다. 오늘날 청년이 자주 겪는 감정은 열등감과 고립감, 무기력이다. 그래서 학교는 성취를 독려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상처를 해석하고 회복을 배워 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상담과 돌봄, 관계 교육, 공동체 프로젝트, 예술, 체육, 토론, 글쓰기는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인간을 숫자와 등급으로만 읽는 습관에서 벗어날 때, 청년은 자신을 대체 가능한 부속품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전환은 교과 몇 개를 더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교사는 정답을 전달하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질문을 조직하는 안내자가 되어야 하며, 학생은 지시를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배움의 주체로 서야 한다. 마을과 지역사회도 학교 밖의 배경이 아니라 함께 교육과정을 만드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학교 텃밭, 급식, 마을 돌봄기관, 주민 인터뷰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어 먹거리·노동·돌봄의 관계를 살펴보게 하면, 교육은 삶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삶을 바꾸는 힘으로 다가갈 수 있다.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청년이 거리에서 공정을 외치는데도 우리 사회와 학교가 끝내 응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동체를 회복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점수와 순위만을 가르치는 교육은 미래를 준비시키는 힘이 아니라 불신을 학습시키는 장치로 남을 수 있다.

 

교육은 한 사람이 자기 삶을 해석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힘을 기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더 경쟁하라고 등을 떠미는 제도가 아니라, 공정이 흔들릴 때 질문하고 관계를 회복할 언어와 용기를 길러 주는 공적 토대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미래교육은 자연과 공동체, 권리와 책임, 경쟁과 돌봄을 함께 배우는 생태문명 교육이다. 청년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세울 때 공정은 비로소 구호가 아니라 삶의 질서로 가까워질 수 있다.

 

공정의 회복은 제도 개혁만으로 오지 않는다. 관계를 다시 배우는 교육, 곧 생태문명 교육이 함께 갈 때 청년은 사회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바꾸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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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교육위원장 김덕년

구리 인창고 교장을 마치고, 현재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G-SDGs) 교육위원장, 온배움터(구 녹색대) 생태교육연구소 소장, ‘김덕년의 행복한 학교이야기’ DJ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꿈꾸고 싶은 교육낭만주의자로, 교육문제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국어를 공부하고, 온배움터(옛 녹색대) 생태교육과에서 생명이 중심이 되는 교육생태계를 고민했습니다. 저서로는,  <주도성과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5)[신간], <주도성>(교육과실천, 2023), <아름다운 숲을 닮은 배움공동체>(케렌시아, 2022), <교사교육과정>(교육과실천, 2022),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1), <과정중심평가>(교육과실천, 2018),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에듀니티, 2017) 등이 있습니다. 연구로는, <고교 교육 환경 변화 전망과 과제:학생들의 시선으로>(한국교육개발원, 2018), <학생부종합전형의 내실화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연계방안>(한국외대,2018),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및 구술고사 연구>(서울대, 2017) 등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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