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교육자치를 흔드는 교육청 예산 활용 방식, 이대로 괜찮은가?
| 세수 감소와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육청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비효율적 구조 속에서, 사업 중복·예산 낭비·행정 부담 등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해결의 출발점은 예산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
1. 들어가며
최근 몇 년간 국가 세수 결손이 반복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수조 원 단위의 감소 압력을 받고 있다. 내국세에 연동되는 현행 지방교육재정 구조상 세수 감소는 곧바로 교육청 재정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교육재정 운영의 불확실성을 구조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여기에 국세·지방세 재원 배분 문제, 교육공무원 인건비와 같은 경직성 경비 증가, 담배소비세 일부 재원의 일몰, 고교 무상교육 확대에 따른 지방비 부담 증가 등은 교육청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교육감 공약을 중심으로 한 학생 복지 정책 확대 역시 재정 지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개별적으로는 필요성과 명분을 갖고 있음에도, 시·도교육청 간 경쟁적으로 확대되면서 재정의 총량 관리 없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은 유지되고 경직성 경비는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이 계속 추가되면서, 결과적으로 ‘증가도 감소도 없는’ 정체 구조가 형성되고, 지출만 누적되는 비효율적 재정 운영이 고착화되고 있다.
한편 학생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202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감소 국면에 진입했으며, 초·중등 학생 수 역시 이미 구조적인 하락세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일부 교육청의 예산 총액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원단체나 시·도교육청에서는 다양한 교육적 필요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일반 국민이나 예산 담당 부서를 설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는 ‘학생 수 감소 대비 예산 증가’라는 구조적 불균형을 보여주며, 재정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처럼 재정 여건은 악화되고 교육 수요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현금성 지원과 신규 사업을 확대하는 현재의 지출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2. 교육청 예산 활용의 실태와 문제점
현재 교육청의 예산 운영은 ‘요구는 많고 책임은 희미한 구조’ 속에서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재정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나 공교육 만족도가 이에 비례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단순한 예산 확대만으로는 교육의 질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학생 대상 현금성 지원이 확대되는 흐름까지 더해지면서, 재정이 과연 건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사업 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도교육청별로 수백 개 이상의 세부 사업이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업 간 유사·중복 문제는 감사원 감사나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업 종료 이후 성과 평가나 효과성 분석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개별 사업의 필요성 여부가 아니라 추진 방식에 있다. 수십억, 수백억 원 규모의 사업이라 하더라도 실무자에게는 ‘반드시 소진해야 하는 예산’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기간에 특정 대상에 예산이 집중되는 이른바 ‘쏠림 현상’이 반복되는데, 이는 교육부나 감사원 등의 감사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사안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효율성보다 ‘집행 자체’가 목표가 되기 쉽다.
예산 배분의 공정성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일부 지역이나 특정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는 현상은 지방의회 감사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객관적 기준보다는 조직 내부 영향력이나 정책 우선순위 설정 방식에 따라 자원이 배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학교 현장으로 내려간 이후에도 비효율은 이어진다.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자료를 보면 학교회계 지출은 시설 개선, 기자재 구입, 단기 프로그램 운영 등에 상당 부분 집중되어 있으며, 정작 교육과정과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낮은 경우도 적지 않다. 더 나아가 교사가 예산 집행까지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행정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수업 준비 시간 감소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많은 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의 교육사업을 추진할 경우 추가 인력과 예산을 함께 지원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사가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지원 없이 새로운 사업이 학교로 이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결과 교사, 행정실, 교육공무직 간 업무 분담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학교 조직 전체의 협력 구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갈등의 근본 원인은 학교 현장이 아니라 정책 설계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쇄물 제작, 외부 행사 운영, 위탁 사업 등 간접비 성격의 지출 역시 적지 않다. 감사 사례에서는 활용도가 낮거나 실제 배포되지 않은 홍보물, 과도한 행사 운영비 집행 등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교육감이나 실·국장 교체에 따라 사업이 중단되거나 폐기되는 경우는 대표적인 예산 낭비 유형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는 내부에서도 충분히 인지되고 있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오히려 추가 업무나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로 인해 적극적인 개선 시도가 어려운 현실도 존재한다. 이는 제도 개선이 개인의 의지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3. 나가며
이제는 예산의 ‘확대’가 아니라 ‘운용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책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검토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의 대규모 재정사업이 경제성과 정책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듯, 교육청 역시 이에 준하는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정책분석실’을 설치하고, 데이터 분석과 정책 평가 역량을 갖춘 박사급 교육전문직 인력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은 과거 유사 사업의 효과 분석, 현장 반응 검토, 타 기관 사례 비교, 재정 집행의 효율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단순한 예산 조정 기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현재 정책 담당 부서가 부서 요구를 수용하거나 예산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별도의 전문 조직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아울러 교육청의 사업 총량제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을 정리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일정 기간 운영 이후 성과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육예산과 정책 성과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재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특성과 현장 적합성을 충분히 반영한, 교육적 특수성에 기반한 예산·행정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로의 전환이다. 직관이나 관행이 아니라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정량·정성 평가를 병행하여 정책의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동시에 예산 절감과 성과 창출에 기여한 조직과 개인에게는 인사와 보상 측면에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책임성과 동기 부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무자나 담당 국·과장이 바뀌더라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화의 의미는 더욱 크다.
교원단체 역시 단순히 교육청을 없애거나 통합하자는 구호에 머무르기보다, 왜 학교 현장이 어려워졌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교육청의 비대화를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특정 사업에 대해서는 다시 교육청의 역할을 요구하는 모습은 일관성 측면에서 모순적이다.
또한 교사 출신 교육전문직이 부재한 상태에서 교육부나 교육청이 운영될 경우, 해당 기관은 교육적 맥락보다는 행정 효율 중심의 일반 행정기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학교 현장의 여건과 무관하게 사업이 일방적으로 추가되는, 이른바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 행정’이 더욱 강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교육청 조직의 존폐가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는 ‘의식 있는 교육전문직’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선발하는 일이다. 학교 경험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우고, 현장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단순한 구조 개편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실제 작동 가능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은 다른 공공 영역과 달라야 한다. 단기 성과나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지속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구조를 방치한다면 교육자치는 스스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그 출발점은 예산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
적어도 한두 개 교육청에서 시범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그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이 17개 시·도교육청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야말로 교육자치를 지키고 학교 현장을 보호하는 길이라 본다. 그래서 이에 대한 논의를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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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