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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기획] 우리 다시, 가르칠 수 있을까?

#1508 한희정, 서울항동초등학교 교장 2026.05.06
교육이 가능한 교실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 피해의식을 강화하는 흐름들, 그리고 이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법화사회’의 단면들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함을 강조합니다.                      

 

 

지난 4월 ‘교육활동보호 학교관리자 직무연수’를 받았다. 꼬박 이틀 동안 진행된 연수에 참석한 교장들은 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이들로, 2025학년도 교육 활동 침해,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학교폭력, 특이 민원 등이 ‘많은’ 학교라는 증빙이기도 했다.

 

연수 내용은 ① 교육 활동 침해와 교권보호위원회 사례, ② 올바른 민원 대응법, ③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와 교권 침해, ④ 슬기롭고 안전한 생활지도, ⑤ 교권침해 예방과 피해 교원 지원, ⑥ 교육 활동 침해 유형별 사례와 대응, ⑦ 전문가와 함께 하는 사례 나눔과 해결이었다. 7개 강좌의 주 강사층은 단연 ‘변호사’였다. 나보다 연배가 높은 교장님들은 온갖 법령 이야기에 골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학교 일도 복잡하고 답답한데, 이런 강의까지 들으니 더 힘들다고 했다. 교원단체에서 일하면서 여러 법령을 공부하고 개정안을 다뤄왔던 나도 2일차 점심 이후에는 무기력과 우울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여러 학교의 온갖 특이한 사례들을 듣다 보니, 법이라는 장벽이 높기만 하고 정작 문제를 뾰족하게 해결하지도 못하는 ‘법화사회’의 단계에 와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교육의 사법화? 아니 일상의 사법화!

 

2025년 3월, 학교폭력, 교권침해, 학생안전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부장교사가 교장실로 찾아왔다. 학교 스쿨버스 관련해 여러 학부모의 민원 전화를 교권침해로 신고하고 싶다고 했다. 스쿨버스 신청을 못했다고 (본인 귀책이나 학교가 문제라고 주장하며) 교무실로 전화해 고성에 폭언을 하였고 그 내용은 모두 녹음되었다. 그렇다 한들 ‘교권침해’라는 판정을 받지 못할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 활동 침해 행위는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 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폭행, 명예훼손 등의 범죄행위를 하거나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고 제한하는 행위”(「교원지위법」 제19조)로 정의되기 때문에, 한 시간 동안 소리를 질러도 여러 번 반복되지 않으면 교육 활동 침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또한 ‘교육 활동 중’이었다는 인정을 받기도 어렵다. 해당 교사는 여러 학부모에게 유사한 민원을 받았지만 교사 한 명이 받은 동일 사안에 대한 다수의 민원은 교육 활동 침해로 고려되지 않는다. 결국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2주간 병가에 들어갔다.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2025년 10월, 토요일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했으니 신고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한 담당자는 여러 사안을 전달했는데 이것이 성(性) 관련 사안인지 확인이 어렵다고 하면서 학부모가 매우 흥분된 상황이라 다시 전화하기 두렵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 성 관련 사안이라면 인지한 즉시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서 오늘 신고를 접수하고 보고하지 않으면 절차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말임에도 전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흥분한 상태의 학부모는 “교장이 뭐 하는 거냐, 그 반에 문제 있는 애들 교장실 데려다가 과자 먹이는 게 교육이냐”며 따져 물었다. 예민할 수밖에 없는 6학년 몇몇의 아이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 것을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에 1차 충격을 받았고, ‘교장’이라는 자리의 권위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시대라는 점에 2차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한 팩스와 등기 우편물은 변호사 선임 및 법률 대리인 지정 위임장이었다. 학교는 법률 대리인이 관여할 공간이 아니고 사안 조사 등의 과정에도 직접 개입할 여지가 없음에도 ‘위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인지 일단 보내는 식이다.

 

여러 피해를 신고했지만 완강히 부정하는 ‘가해 관련 학생’과 증거 불충분 등으로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판단이 성에 차지 않은 ‘피해 관련 학생’은 학교를 가운데 두고 지속적으로 밀고 당기기를 했다. 피해자 측은 1월 초 졸업을 하고 나서도 중학교 배정이 마음에 안 든다, 가해 관련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낼 거다, 관련 절차를 알려달라, 서면으로 보낸 사과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시 보내라 등의 요구를 2월 말까지 지속했다. 그리고 가해 관련 학생은 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2023년 정순신 전 검사의 자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이 공개되면서 가해 학생의 입시 불이익을 요구하는 여론에 따라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었다.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처분을 받을 경우 고등학교나 대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관련 내용을 기재한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삭제 요건을 강화했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학년일 경우 가해 관련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무조건 부인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피해 관련 학생 쪽은 처분이 너무 약하다고, 가해 관련 학생 쪽은 처분이 너무 과하다고 하면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2026년 서울행정법원은 접수되는 서울 지역 학교폭력 관련 행정심판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학교폭력 전담재판부를 2개에서 4개로 늘리면서 “최근 학생들 사이의 다툼을 학폭으로 지나치게 넓게 포섭해 분쟁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학폭으로 볼 수 없는 행위를 학폭으로 판단해 조치 결정을 한 교육지원청의 처분을 취소한 사례들”1이 증가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 과정 속에서 가장 큰 부담을 지는 업무 담당자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혹여라도 절차 하나가 잘못되어 학교를 대상으로 행정심판이 청구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일상의 사법화? 아니 피해의식의 사법화!

 

보건복지부는 법령에 따라 해마다 전년도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발표한다. 올해도 여지없이 8월이면 「아동학대 주요 통계」가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통계를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아동학대 의심신고 수는 16,651건에서 47,096건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동학대를 신고한 주체가 부모인 경우는 2015년 18.3%에서, 2024년 33.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교원인 경우는 2015년 13.0%에서 2024년 10.4%로 감소하고 있다. 2024년의 경우 부모의 신고가 교사 신고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그렇다면 부모는 누구를 아동학대 행위자로 신고했을까?

 

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게 먹기 싫어하는 김치를 먹어보라고 밥숟가락에 올려주고 먹게 했다는 것, 마스크를 벗고 자신감 있게 말해보라고 하면서 마스크를 벗게 한 것을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한 것은 물론, 수학 연산을 너무 어려워해서 수업 마치고 5분 정도 보충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게 강제성을 띤 나머지 공부라고 하면서 수업 내용을 불법 녹취하여 아동학대 신고를 한 사례도 있다. 그 일로 교사는 30년 교직 생활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천하의 나쁜 교사’가 되었다. 현재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일부 개정되긴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은 교사를 교단에서 떠나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2025년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가 11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아동학대 의심신고 중 52%만 아동학대로 판정이 나고(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 판정 비율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 52% 중에서도 실제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이 1%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한다”는 교사들의 자조가 현명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도 무언가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교육적 견지에서 하라고 해야 할 때 ‘이러다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지 10년쯤 된 거 같다. 이렇게 일상의 사법화는 피해의식의 사법화를 곳곳에 뿌리고 있다.

 

 

2023년 서이초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그해 여름, 수십만 교사들이 검은 아스팔트 광장에 모여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고 외쳤다. 그 외침을 이어 받아, 「대한민국 교육, 광장에 서다」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가. 지금 당장 요구한다.
1) (학교장) 아동학대 의심신고만으로 소속 교원을 신고하고 병가나 연가를 종용하거나 직위해제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2)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지자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의 정서적 학대 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행위’ 판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3) (교육부, 시·도교육청) 본인의 동의 없는 교원의 개인번호 공개 요구 및 강요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됨을 모든 교육 당사자들에게 고지하고 학교의 모든 전화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폭언·폭행 등 금지 및 녹음됨을 음성안내로 고지하고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로 조속히 교체해야 한다.
4) (교육부, 시·도교육청) 학생 생활지도 고시에 따라 수업 방해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즉시 분리(타임 아웃) 조치를 시행할 전담 인력을 확보할 방안을 당장 마련하고 여타 법령 개정으로 새로 부과되는 업무 전반에 대한 인력과 예산 지원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5) (교육부)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에 따른 ‘학생 생활지도 고시’의 미비점을 지금 당장 개정해야 한다. 즉시 분리 학생에 대한 어떤 지원책도 없이 누가, 어떻게 담당할 것인가를 학교 안의 쟁투의 대상으로 만든 현행 방식은 지난 30년간 교육부가 해왔던 행태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지금 당장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던 1번부터 5번까지의 내용은 모두 제도화되어 학교 안에 들어와 있다. 1) 아동학대 의심신고만으로 당사자의 의사 확인 없이 직위해제하거나 병가나 연가를 종용하는 구태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매뉴얼도 개정되었다. 2) 아동복지 관련 기관이나 지자체의 사례판정위원회의 아동학대 사례 판정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3) 교원 개인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침과 더불어 학교 유선 통화 시 폭언·욕설 금지 및 녹음 고지도 하고 있다. 4)와 5)의 경우,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한 분리 조치(개별학생교육지원)가 법제화되고 부족하나마 예산도 지원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인력 지원까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음은 국회에 요구했던 사항들이다.

 

나. 2023년 정기국회에서 마련할 것: 법사위, 보복위, 교육위
1) (보복위)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정서적 학대 행위의 모호성에서 파급된 현 상황의 엄중함을 받아들이고, 교사의 교육적 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신고 및 신고 협박을 예방할 수 있도록 보완 입법해야 한다.
2) (법사위) 아동학대행위가 발생한 공간이 공개된 교실인 경우에 대한 신고는 아동학대행위가 아닌 법령에 따른 교육 활동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도록 보완 입법해야 한다.
3) (교육위) 수업방해 학생에 대한 즉시 분리 및 학습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생활지도 전담교원 배치를 의무화하도록 「초·중등교육법」 및 「유아교육법」을 추가 개정해야 한다.
4) (교육위) 형사 사건에 해당하는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교원의 요청 여부와 무관하게 시·도교육청이 수사 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을 추가 개정해야 한다.

 

2)번부터 4)번까지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입법에 반영되긴 하였다. 그러나 1)번, 「아동복지법」 보완 입법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보건복지부와 아동 인권 관련 단체에서 ‘아동 권리가 후퇴할 수 있고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서적 학대 관련하여 아동학대 사례 판정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 등을 볼 때 정서 학대 관련 교원에 대한 예외 조항을 요구하기보다 사적 공간인 가정 내 학대 사안과 공개된 공적 공간에서 발생한 학대 사안을 분리해서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더 실효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양육자를 ‘보호자’로, 학교나 복지기관 등 업무 또는 고용 등의 관계로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를 ‘기타 보호자’로 정의한다. 관련하여 “가정 외 보호에서의 학대 또는 방임”이라는 용어를 통해 기타 보호자의 아동학대를 별도로 다루고 있다.

 

장기적인 입법 과제로 제안했던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수교육 지원 인력 관련 「특수교육법」 개정이다. 장기 입법 과제로 제안한 것이지만 2024년 2월 27일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제21조 제5항을 신설하여 통합학급에 특수교육 교원을 배치하여 협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통합학급’에 대한 법률상 정의나 지원 근거가 부족했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였다. 그럼에도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전문 인력이나 지원 인력 배치를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폭력예방법」의 전면 개정이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를 도입하고, 절차상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학교장 자체 해결 범위와 그 효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든 폭력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여 수많은 갈등과 다툼이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되어 전담조사관의 조사, 심의위 회부, 심의 진행, 결과 조치 통보, 조치 이행 여부 확인 등의 행정력이 소모되고 있다. 다른 선진국처럼 ‘학교폭력’은 학교 안에서 학생들끼리 발생한 사안으로 한정하여 학교의 교육적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그 외 민·형사상의 문제는 양육자 간에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을 전면 개정하지 않는 한 서로를 향한 피해의식이 해소되는 길은 열리지 않을 것 같다.

 

셋째,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을 장기적 과제로 주장했었다. 그러나 너무나 성급하게 졸속적으로 제정되어 실효적 성과보다 어쩔 수 없이 떠맡는 ‘업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는 학생의 가정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개정되어야 한다.

 

넷째, 정서행동 위기 학생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좋은교사운동’에서 준비 중인 법안이었고 2024년 6월에 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법안은 새로운 법으로 제정되지 못하고 2025년 3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으로 법제화되었다. 제18조의5(학생의 정서·행동 지원 등)를 신설하여 학교장이 “소속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당 학생에게 치료 권고나 상담, 학습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명시하였다. 실제 상담이나 검사를 양육자가 거부하면 학교에서 강제할 방법이 여전히 없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다섯째, 「교육기본법」에서의 보호자와 「아동복지법」에서의 보호자의 정의를 통일해야 한다. 「교육기본법」에서는 친권을 중심으로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반면, 「아동복지법」 제2조 3항에서는 보호자를 “친권자, 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른 법리적 해석의 모호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실제 학교 교육현장에서는 「교육기본법」상 보호자의 교육권에 대한 강조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미국의 경우 교사는 ‘기타 보호자’로 간주되며, 학교 안에서의 교육적 판단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맡겨져 있다. 수업 중 다툼이 크게 일어나 상담을 받게 하거나 교과 수업을 따라오지 못해 학습도움교사가 별도로 수업을 해도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문제 삼지 못한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양육자가 아닌 교사가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복지법」에서는 교사가 학교에서의 보호자이지만, 「교육기본법」에서는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모순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기본법」 등의 보호자 개념 문제가 정리되어야 학교에서 교사의 교육 활동이 보장될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이 가능한 교실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 피해의식을 강화하는 흐름들, 그리고 이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법화사회’의 단면들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피해자 의식을 사법화하고 정치화해 온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폭력성과 공격성이 학교 교육 현장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학교가 정치적, 사법적 쟁투의 장이 되어 버렸다. 씁쓸하고 절망적이지만 우리의 삶과 우리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언제나 이 질문을 곱씹는다. “우리 다시, 가르칠 수 있을까!”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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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싸가지 없다” 이 말에 ‘학폭 신고… 전담재판부 2배 늘었다」. 중앙일보. 2026.03.16.
서울항동초등학교 교장 한희정

25년 차 초등학교 교사로, 2024년 9월부터 서울항동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한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고문을 맡고 있으며, 『느린 학습자와 함께하는 국어 수업』,『혁신학교 효과』, 『초등학교 1학년 열두 달 이야기』, 『비고츠키 아동학과 글쓰기 교육』을 지었고, 『교사 통합교육을 말하다』, 『행복한 혁신학교 만들기』, 『성장과 발달을 돕는 초등 평가 혁신』,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4』, 『대한민국 교육, 광장에 서다』, 『‘어른아이’를 만드는 사회』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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