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과 격차 완화, 해외 사례에서 배운다(3) – “영국 Pupil Premium 모델”
| 영국의 Pupil Premium은 단순한 경제적 복지가 아니라,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명확한 목표로 하는 보정(equity) 정책입니다. 이 정책의 성과를 살펴보면서 이것이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확인합니다. |
한국에도 교육복지 정책이 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저소득층 교육급여,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등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이 지원을 받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실제로 향상되었는가?”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그 효과는 무엇이었는가?”
솔직히 답하기 어렵다. 한국의 교육복지 정책은 주로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급식비, 방과 후 수강료, 교복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지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지원이 학습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저소득층 학생의 기초학력 부진율이 중산층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영국의 Pupil Premium(학생 프리미엄, 이하 PP)은 이 지점에서 한국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PP는 단순한 경제적 복지가 아니라,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명확한 목표로 하는 보정(equity) 정책이다.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써서 학습 격차를 줄일 것인가’를 요구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Pupil Premium이란 무엇인가
Pupil Premium은 2011년 영국 정부가 도입한 정책으로, 학교가 추가 예산을 받아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 학생의 학업 지원을 하는데 사용하는 제도이다. 학교는 해당 학생 1인당 정해진 금액을 중앙정부로부터 직접 받으며,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 2024-25학년도 기준 지원 금액:
• 초등학교(Primary): 무상급식 대상 학생 1인당 £1,455 (약 256만 원)
• 중등학교(Secondary): 무상급식 대상 학생 1인당 £1,035 (약 182만 원)
• 위탁아동(Looked-after children): 1인당 £2,530 (약 445만 원)
• 군인 자녀(Service children): 1인당 £335 (약 59만 원)
예를 들어, 한 초등학교에 무상급식 대상 학생이 100명 있다면, 학교는 연간 £145,500 (약 2억 5,600만원)의 PP 예산을 받는다. 이 돈은 일반 학교 운영비와 별도로, 오직 해당 학생들의 학업 향상을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 누가 PP 대상인가?
• 과거 6년 이내 무상급식(Free School Meals) 자격을 가진 학생
• 위탁 보호를 받는 아동(Looked-after children)
• 위탁 보호 종료 후 입양·특수 후견 등으로 보호받는 학생
• 현역 군인 또는 최근 전역 군인의 자녀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이 매우 명확하다는 점이다. 교사의 주관이나 학교의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무상급식 신청 여부)로 자동 판정된다. 학교는 매년 Census Day에 해당 학생 수를 보고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분기별로 받는다.
Pupil Premium의 핵심 원리
PP는 두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 원칙 1. 학교의 자율성 – “무엇을 할지는 학교가 결정한다”
영국 정부는 PP 예산 사용에 대해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는다. 대신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 각 학교는 자신의 학생 특성, 지역 상황, 교육 철학에 맞춰 PP 전략을 설계한다.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매우 다양하다:
• 소그룹 또는 1:1 튜터링
•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
• 조식 클럽(아침을 못 먹고 오는 학생 지원)
• 정서·행동 지원 상담 및 심리치료
• 독서 프로그램 및 도서 지원
• 음악 레슨, 스포츠 활동 등 방과 후 클럽 활동비 지원
• 교육 여행 및 문화 체험 기회 제공
• 교사 전문성 개발(PP 학생 지도 역량 강화)
• 학습 보조 인력(Teaching Assistant) 배치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활동이 학업 성취도 향상이라는 명확한 목표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즐거운 경험 제공’이 아니라, ‘학습 격차 줄이기’가 핵심이다.
▶ 원칙 2. 투명성과 책무성 – “무엇을 했고, 효과가 있었는지 공개하라”
학교가 자율권을 갖는 대신,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투명한 공개와 성과 보고다.
모든 학교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다음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① 전략 보고서(PP Strategy Statement)
• 올해 PP 예산이 얼마인가?
• PP 대상 학생은 몇 명인가? (전체 학생의 몇 %인가?)
• 이 학생들의 현재 학업 수준은? (읽기, 쓰기, 수학 성취도)
• 어떤 장벽(barriers)이 이들의 학습을 방해하는가?
• 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② 성과 보고서(Impact Statement)
• 작년에 실행한 전략의 효과는 무엇이었는가?
• PP 학생과 비(非) PP 학생 간 성취도 격차가 줄었는가?
• 효과가 있었던 전략과 없었던 전략은?
• 다음 해에 무엇을 조정할 것인가?
누구나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정보를 볼 수 있다. 학부모, 지역사회, 감독기관(Ofsted), 연구자 모두가 접근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투명성이다.
런던 한 초등학교의 Pupil Premium 실천
런던의 Acton Gardens Primary School (2024~25 사례)을 살펴보자. 이 학교는 웹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PP 전략을 공개했다.
▶ 학교 현황:
• 전체 예산: £253,601 (약 4억 4,600만 원)
• PP 대상 학생 비율: 상당수 (정확한 수치는 전략서에 명시)
• 주요 장벽: 낮은 출석률, 문해력 부족, 제한된 문화 경험, 사회·정서적 어려움
▶ 주요 전략과 예산 배분:
① 질 높은 교수 (High-Quality Teaching) – 예산의 대부분 투입
• 교사 전문성 개발: PP 학생 지도 역량 강화 연수
• 증거 기반 교수법 적용: 파닉스 지도, 독해 전략, 수학 마스터리 학습
• 근거: 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EEF) 연구에 따르면 질 높은 교수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큼
② 표적 학업 지원 (Targeted Academic Support) – £57,662
• 1:1 튜터링: 읽기 부진 학생 대상 주 3회, 30분씩
• 소그룹 파닉스 개입: Little Wandle 프로그램 사용
• Talk Boost: 언어 발달 지원
• 근거: EEF 데이터에 따르면 1:1 튜터링은 +5개월, 파닉스 개입은 +5개월 학습 진전 효과
[주] “+5개월”의 의미: 해당 개입(튜터링, 파닉스 등)을 받은 학생이, 개입을 받지 않은 유사한 학생에 비해 평균적으로 5개월 더 빠른 학습 진전을 보였다는 뜻.
③ 광범위 전략 (Wider Strategies)
• 조식 클럽: 아침 식사 제공으로 학습 준비도 향상
• 정서 지원: 전문 상담사 배치
• 출석 개선: 가정 방문, 부모 소통 강화
• 문화 체험: 박물관 방문, 음악 레슨, 스포츠 활동 지원
• 근거: EEF에 따르면 출석 개선은 +4개월, 사회정서 학습은 +4개월 학습 진전 효과
▶ 성과 보고 (2023~24년):
• Year 1 파닉스 검사: PP 학생 중 위험군이 개입 후 50% 감소
• 읽기 성취도: PP 학생과 비(非) PP 학생 간 격차가 15%p에서 8%p로 감소
• 출석률: PP 학생 평균 출석률이 89%에서 93%로 향상
이 학교는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가?”를 명확한 데이터로 보고하고, “다음 해에는 쓰기 지도를 더 강화하겠다”는 구체적 개선 계획도 밝혔다.
EEF와 증거 기반 접근
영국의 PP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EEF)의 존재다. EEF는 영국 정부가 2011년 PP 도입과 함께 설립한 독립 연구기관으로, “어떤 교육 개입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학교에 안내한다.
▶ EEF Teaching and Learning Toolkit의 역할:
EEF는 수백 개의 교육 연구를 메타 분석하여 각 개입 전략의 효과를 다음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① 학습 진전 효과 (예: +5개월)
② 비용 (낮음 / 보통 / 높음)
③ 증거의 확실성 (매우 제한적 / 제한적 / 보통 / 강력함)
▶ 주요 개입 전략의 효과 (EEF 데이터):
| 개입 전략 | 학습 진전 정도 | 비용 수준 | 증거의 강도 |
| 1:1 튜터링 | +5개월 | 높음 | 강력함 |
| 소그룹 튜터링 | +4개월 | 보통 | 강력함 |
| 파닉스 | +5개월 | 낮음 | 매우 강력함 |
| 독해 전략 | +6개월 | 매우 낮음 | 강력함 |
| 수학 마스터리 | +5개월 | 보통 | 보통 |
| 메타인지 및 자기조절 | +7개월 | 낮음 | 강력함 |
| 사회정서 학습 | +4개월 | 보통 | 보통 |
| 부모 참여 | +4개월 | 보통 | 보통 |
| 출석 개입 | +4개월 | 보통 | 보통 |
학교는 이 Toolkit을 참고하여 “우리 예산으로 가장 효과적인 개입이 무엇인가?”를 과학적으로 판단한다. 즉, PP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증거 기반 의사결정(evidence-based decision making)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Pupil Premium의 단계적 지원 구조
EEF는 학교가 PP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3단계 모델(Tiered Approach)을 권장한다.
▶ Tier 1: 질 높은 교수 (High-Quality Teaching) – 예산의 대부분
모든 교실에서 효과적인 교수가 이루어지도록 교사 전문성 개발에 투자하는 단계다. 이것이 Pupil Premium의 핵심이다. 별도의 보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반 수업 자체가 저소득층 학생에게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EEF는 가장 큰 성과가 이 단계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 Tier 2: 표적 학업 지원 (Targeted Academic Support)
Tier 1만으로 충분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학업 지원을 제공하는 단계다. 1:1 또는 소그룹 튜터링, 읽기·수학 집중 개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 이는 일반 수업을 대체하는 지원이 아니라 보완하는 지원으로 설계된다.
▶ Tier 3: 광범위 전략 (Wider Strategies)
학업 성취를 가로막는 비학업적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단계다. 출석 문제, 행동 문제, 사회·정서적 어려움, 가정환경과의 연계 등이 포함된다. 이 단계 역시 단독으로 효과를 내기보다는, Tier 1과 Tier 2가 제대로 작동할 때 의미를 갖는다.
이 구조는 앞서 살펴본 미국 RTI와 매우 유사하다. 차이점은 RTI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시스템인 반면, Pupil Premium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초점을 맞춘 재정·지원 체계라는 점이다. 그러나 두 접근 모두 Tier 1, 즉 일반 수업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공통점을 가진다.
Pupil Premium의 성과
PP는 도입 이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긍정적 증거:
• 여러 연구에서 PP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학교에서 저소득층 학생의 성취도가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음을 확인
• 특히 1:1 튜터링, 파닉스 집중 지원, 독해 전략 지도 등이 효과적
• 한 연구(Third Space Learning)1에서는 1:1 수학 튜터링을 받은 학생이 14회 세션 동안 +7개월 진전
▶ 여전한 과제:
• 학교 간 편차가 큼: 어떤 학교는 PP를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지만, 어떤 학교는 명확한 전략 없이 예산 소진
• 전국적으로 저소득층-비저소득층 간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음
•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격차가 일시적으로 확대되기도 함
그러나 중요한 것은 PP가 시스템 차원에서 학습 격차 해소를 명확한 목표로 설정하고, 증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한국 교육복지와의 비교
한국의 교육복지 정책을 PP와 비교하면, 구조적으로 다른 몇 가지 지점이 드러난다.
▶ 목표의 차이: 경제 지원 vs. 학업 향상
한국의 교육복지는 주로 ‘경제적 부담 완화’에 초점을 둔다.
• 교육급여: 연간 초등 48.7만 원, 중등 69.5만 원, 고등 72.7만 원 현금 지급
•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연간 40~60만 원
• 급식비, 교복비 지원
이것은 분명 필요한 지원이다. 그러나 “이 돈이 학업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지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방과후 수강권을 받아도 실제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지, 교육급여가 학습 자료 구입에 쓰이는지는 추적되지 않는다.
반면 PP는 학업 성취도 향상을 명확한 목표로 한다. 학교는 “PP 학생의 읽기 성취도를 전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설계한다.
▶ 사용처의 자율성과 투명성
한국의 교육복지 예산은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다. 급식비는 급식에, 방과후 수강권은 방과 후에만 쓸 수 있다. 학교나 교사가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1:1 독서 지도”라고 판단해도 예산을 그쪽으로 돌릴 수 없다.
PP는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 “우리 학생들의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인가?”를 학교가 판단하고, 그에 맞는 개입을 선택한다. 어떤 학교는 튜터링에 집중하고, 어떤 학교는 정서 지원에, 어떤 학교는 출석 개선에 더 많은 예산을 쓴다.
그러나 이 자율성은 투명성과 함께 온다. 학교는 “우리가 무엇을 했고, 효과가 어떠했는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복지 사업에서는 이런 성과 보고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증거 기반 vs. 관행 기반
PP는 EEF와 같은 연구기관이 제공하는 증거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학교는 “왠지 좋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연구에 따르면 효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특정 개입을 선택한다.
한국에는 EEF와 같이 교육 개입의 효과를 검증하고 학교 현장에 안내하는 독립 연구기관이 없다. 교육복지나 기초학력 정책에 있어 “어떤 개입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학교에 안내하는 구조가 약하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검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관행에 따라 예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학업 지원과 복지의 분리
한국에서는 ‘교육복지’와 ‘기초학력 지원’이 별개의 정책으로 운영된다. 교육복지는 학생복지과, 기초학력은 교육과정과가 담당하는 식이다. 저소득층 학생이 기초학력 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모두 알지만, 두 정책은 통합적으로 설계되지 않는다. 교육적 취약성과 학습부진을 ‘하나의 문제’로 다루지 않고 서로 분리된 정책으로 처리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영국의 Pupil Premium은 처음부터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이라는 통합된 목표로 출발한다. 경제 지원과 학업 지원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전략 안에서 함께 작동한다.
한국도 이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6년 3월부터 경제, 학업, 심리, 정서, 돌봄, 안전, 건강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학생맞춤형통합지원(학맞통)’ 정책이 시행된다.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교사 업무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학맞통이 실질적인 학생 지원으로 이어지려면, 교사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세심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한국 교육에의 적용을 위한 시사점
PP를 그대로 한국에 이식할 수는 없다. 교육 시스템, 재정 구조, 문화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PP의 핵심 원리는 한국 교육복지와 기초학력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 시사점 1. 목표를 명확히 하라: “학습 격차 해소”
교육복지 정책의 목표는 경제적 지원 그 자체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고, 학업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것에 둘 수도 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Pupil Premium이 보여주는 핵심은, 추가 재원이 실제로 학습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점검한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금전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지원이 어떤 학습 개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다. 예를 들어 방과후 자유수강권 역시 “연간 60만 원 지급”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이 취약한 학생을 위한 읽기·수학 등 검증된 학습 지원에 활용되도록 학교 차원에서 방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원의 목적이 분명해질 때, 교육복지는 비로소 학습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시사점 2. 학교에 자율성을 주되, 투명성을 요구하라
한국의 교육복지 예산도 학교가 자신의 학생 특성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모든 학교가 똑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
대신 모든 학교는 “우리 학교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 수준은? 어떤 장벽이 있는가? 어떤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작년 성과는?”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PP의 핵심이다.
▶ 시사점 3. 증거 기반 의사결정 문화를 만들어라
한국에도 EEF와 같은 독립적 교육 증거 기관이 필요하다. “어떤 개입이 실제로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 향상에 효과가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학교에 안내하는 시스템 말이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등이 연구를 수행하지만, 학교 현장과의 연결은 약하다. 영국의 EEF처럼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 시사점 4. 교육복지와 기초학력 정책을 통합하라
저소득층 학생 지원은 ‘복지’와 ‘학력’이 분리될 수 없다. 두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하나의 목표(“모든 학생의 학업 성취”)로 수렴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전담(전문)교사제를 확대할 때, PP처럼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에 우선 배치”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또는 두드림학교 예산을 PP처럼 학생 수 기반으로 차등 지급하고, 사용처는 학교가 결정하되 성과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
▶ 시사점 5. “Tier 1이 핵심”이라는 인식 전환
PP와 RTI 모두 강조하는 것은 “별도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반 수업의 질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저소득층 학생도 일반 교실에서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교육복지와 기초학력 정책도 “어려운 학생을 따로 선별·분리해서 지도하는 것”에서 “모든 교실이 모든 학생을 위해 효과적이도록 만드는 것”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앞서 다룬 UDL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Pupil Premium이 우리에게 묻는 것
Pupil Premium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학습 격차 해소”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학교에 자율성과 책무성을 동시에 부여하며, 증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PP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교육복지 예산은 실제로 학습 격차를 줄이고 있는가?”
“학교는 자신의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당신의 개입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는가?”
학습 격차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돈을 어떻게 쓰는가, 즉 전략의 문제다. PP는 우리에게 그 전략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참고문헌]
• Action Tutoring (2025). Pupil Premium funding: Maximising its impact. Retrieved from
https://actiontutoring.org.uk/for-schools/pupil-premium-funding/
• Acton Gardens Primary School (2024). Pupil Premium Strategy Statement 2023-2024. Retrieved from
https://www.agprimary.org.uk/wp-content/uploads/2024/04/AGPS-Pupil-premium-2023-2024.pdf
• Department for Education (2025). Using pupil premium: Guidance for school leaders. UK Government. Retrieved from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pupil-premium
• 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2025). Pupil Premium Guide. Retrieved from
https://educationendowmentfoundation.org.uk/public/files/Publications/Pupil_Premium_Guidance.pdf
• 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2025). Teaching and Learning Toolkit. Retrieved from
https://educationendowmentfoundation.org.uk/education-evidence/teaching-learning-toolkit
• NEAT Academy Trust (2023). Pupil Premium Strategy: We prioritise understanding our pupils’ key barriers to learning. Department for Education Teaching Blog. Retrieved from
https://teaching.blog.gov.uk/2023/07/17/we-prioritise-understanding-our-pupils-key-barriers-to-learning-and-it-makes-a-big-difference/
• Ofsted (Various years). School Inspection Reports. Retrieved from
https://www.gov.uk/government/organisations/ofsted
• Third Space Learning (2025). 45 Pupil Premium Strategies For Cost Effective Impact In Primary Schools 2025/26. Retrieved from
https://thirdspacelearning.com/blog/how-to-spend-pupil-premium-funding-primary/
▶ 주요 수치 출처:
• PP 지원 금액: UK Government Pupil Premium Overview 2024-25
• EEF Toolkit 효과 크기: 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Teaching and Learning Toolkit
• 학교 사례: 영국 학교들의 공개된 Pupil Premium Strategy Stat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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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역시나 평소 보기 힘든 귀한 자료를 분석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돈을 투입하되 그것이 명확하게 데이터의 증거기반으로 최소한의 상관관계 검증을 전제조건으로 지원하는 점이 매우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한국의 상황에 똑같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를 고민한다면 한국만의 상황을 고려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일단 한국에서 관공서 전반에 팽배한 비효율적 관습을 버리고 철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사후적으로 평가,검증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수립되고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학교현장에서 예산집행의 효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거의 없습니다. 일례로 작년에 AI교과서 한답시고 지역내 전 신입생에게 애플태블릿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그 어떠한 쓰임새에 대한 확인 작업은 없습니다. 그냥 지급되었나 여부만 확인하고 거의 교실에 방치해둔 채로 있습니다. 이런 일종의 ‘눈먼돈’ 쓰기와 같은 관행이 교육시스템 전반에 만연해 있으므로 그에 대한 개선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학교별로 자율적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한국 상황에서 제대로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수요자가 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리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 라는 그런 식의 왜곡된 평등주의가 있는 한 학교가 독자적으로 펼친 정책은 자칫 비교선상에 올라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민원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선제조건은 학교의 자율성(더 나아가 교사의 교육적 처방에 대한 권위)이 인정되도록 문화와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대학진학 성과만이 거의 유일무이한 교육성취기준으로 굳어져 있는 한국의 입시문화입니다. 개별학생이 어떤 성취도의 발전을 거두었냐는 크게 중요시되지 않고 오직 최상위권 학생들의 대학진학 결과만이 그 학교의 교육력을 대변하는 기준으로 여전히 통용되는 문화에서 이런 세밀한 교육정책의 효과가 쉽게 잠식되어 무의미한 문서상의 증빙자료만으로 남게되는 폐해가 지속될 것 같아 염려됩니다.
현장에서 직접 겪으신 구체적 사례들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AI교과서 태블릿이 교실에 방치되어 있다는 말씀이 특히 가슴 아픕니다. 이것이 바로 정책 입안과 집행 후 검증이 분리된 한국 교육행정의 현주소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지적하신 세 가지 구조적 문제 – ①데이터 기반 사후평가 부재, ②자율성 실행을 막는 왜곡된 평등주의, ③입시 중심 성과 기준 – 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개별 학생의 성취도 향상보다 최상위권 진학 결과만 중시되는 한, 증거기반 정책도 결국 형식적 서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도 한국 현장에서는 작동하기 어렵겠죠.
하루 아침에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선생님처럼 현장에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작은 단위에서라도 ‘이 예산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묻고 기록하는 실천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시스템 차원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