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을 든 리더십
| 2026년의 교육 리더십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그들의 주도적 성장을 위해 기꺼이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현미경을 든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
교육자치의 진정한 의미
교육자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행정을 일반행정으로부터 분리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해 교육정책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제도이다. 그 진정한 목적은 교육감이나 교육청이라는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기관의 자치’가 아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삶을 주도하며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학습자 중심의 자치’에 있다. 교육자치의 실질적인 모습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공간을 스스로 지키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새해 벽두, 수원외고 라디오 동아리 ‘시그널(Signal)’의 1, 2, 3기 기장들이 수원공동체라디오에 모였다. 동아리 ‘시그널’의 역사는 평탄하지 않았다. 2기와 3기는 각각 ‘폐동(동아리 해체)’ 위기를 겪었다. 김동웅(2기) 학생은 친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김주아(3기) 학생은 신청 마감 당일 극적으로 합류한 친구 덕분에 동아리를 지켰다. ‘나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간절함을 서로를 이끌어준 연대로 지켜낸 것이다.
학생들은 왜 그토록 라디오 동아리를 지키고 싶었을까?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고르고, 듣는 이가 편안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의미 있다”(1기 이채희), “미디어를 통해 직접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장점이다”(2기 김동웅), “진로나 관심사를 자유롭게 녹여내고 공중파로 송출된다는 것이 신기하다”(3기 김주아)라는 답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로움’과 ‘영향력’이 그 이유였다.
수원외고 ‘시그널’ 학생들의 목소리는 지역 공동체와 학교를 잇는 따뜻한 주파수가 되고 있다. 이들이 쏘아 올린 작은 신호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새로운 꿈이 되고 있을 것이다.
교육정책의 공통적 핵심가치
교육감 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교육에서 개인의 신호를 제대로 읽고 있을까? 과연 그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출사표를 던지는 것일까? 학생 한 명 한 명의 주파수를 정확히 포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까?
출마 예정자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교육정책의 핵심은 ‘AI 교육 대전환’, ‘국가 책임 교육(늘봄학교)’, ‘기초학력 보장’, ‘지역 소멸을 막는 교육자치’ 이렇게 네 가지로 모아진다.
먼저, 대다수 후보가 필요성에 공감하는 ‘AI 교육 대전환’은 ‘기술 활용’과 ‘인간 중심 가치’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에듀테크 플랫폼 강화를 통해 학생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학력 향상을 꾀하는 효율 중심형은 ‘AI 플랫폼 구축’과 ‘AI 중점학교’ 확대를 주요 과제로 삼는다. 반면에 역량 중심형은 기술 과의존을 우려하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비판적 사고, 독서·인문 교육, 디지털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을 우선시한다. 이들은 단순 지식 전달보다 ‘질문하는 학교 문화’ 조성을 강조한다.
양육 부담 경감을 위한 국가 책임 교육(늘봄교육)은 운영 주체와 질적 수준에서 차이를 보인다.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돌봄전담사를 활용하는 등 교육과 돌봄의 분리를 명확히 하자는 주장과 지자체와 협력하여 무상교육·보육 대상을 4세까지 확대하고, 학교를 지역 생활 거점으로 재편하여 0세부터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를 지향하자는 부류로 나누어진다.
학력 저하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는 가장 선명한 대립이 나타난다. 학력 수준의 객관적 파악을 위해 전수 진단 평가를 도입하고, AI를 활용한 보정 학습을 즉시 제공하는 ‘1교실 2교사제’를 내세우기도 하고, 평가의 서열화를 경계하며 수행평가 중심의 지원을 선호하기도 한다. 학습 부진의 원인을 정서적 고립이나 경제적 결핍 등 복합적 요인에서 찾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에 집중하는 입장도 있다.
지역 소멸의 위기에 있는 지역에서는 정주형 인재 양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역 대학과 기업을 연계하여 졸업생이 해당 지역에 취업하고 정착하는 ‘지역 완결형 교육 모델’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지자체-교육청-대학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에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주요 쟁점 | 후보군 A (미래·효율 중심) | 후보군 B (공공·가치 중심) |
| AI 교육 | 도입 목표 | 에듀테크 기반 맞춤형 학력 향상 | 디지털 시민성 및 비판적 사고력 |
| 기초학력 | 측정 방식 | 전수 진단 및 객관적 지표 정립 | 맞춤형 통합 지원 및 정서 돌봄 |
| 돌봄 | 운영 방식 | 돌봄전담사 활용 및 업무 분리 | 지자체 협업 및 무상보육 확대 |
| 지역 소멸 | 대응 전략 | 지역 전략 산업 인재 양성 | 지역 사회와 연계된 정주 여건 개선 |
초개별화 맞춤형 지원과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
그러나 이러한 쟁점들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행복한 성장에 닿아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 교육정책은 ‘학생 개개인의 삶’을 중심에 두는 초개별화 맞춤형 지원과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두 줄기로 흘러가야 한다.
첫째,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정책이 ‘평균적 다수’를 대상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복합적 위기를 겪는 학생 개인을 국가와 교육청이 직접 챙기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 체계’는 기초학력 부족, 정서적 불안, 가정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 발견하여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1교실 2교사제’와 전담(전문)교원 배치는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에게 교실 내 개인별 보정 학습을 즉시 제공한다. 일부 지역의 ‘학생 여정 지도’는 등하굣길 안전부터 학업, 진로까지 입체적으로 관리한다. 이는 단순히 학습 결손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의 정서적 상태, 가정 환경, 디지털 격차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학생 주도성을 강화하는 ‘미래 역량’ 중심 교육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의 미래 비전은 ‘정답을 맞히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학생’에 주목한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교육은 가짜 뉴스 판별과 기술의 윤리적 사용, 즉 ‘디지털 시민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학생이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공부’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질문이 일상화된 학교 문화로 학생이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원외고 ‘시그널’ 학생들이 폐동 위기에서도 동아리를 지킨 것이 바로 주도성의 발현이었다. 학생의 주도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의 눈높이를 맞출 ‘여유’와 데이터로 학습 약점을 보완할 ‘도구’가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정주형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주형 인재 양성 정책’은 학생 개인의 성장을 지역 사회 발전 및 국가 균형 발전과 연결하는 비전이다. 교육발전특구와 지방대학 연계는 지역 학생들이 그 지역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지역 기업에 취업하여 정착하는 ‘지역 완결형 교육 모델’을 구축한다. AI, 로봇,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 분야의 진로 체험과 심화 학습을 확대하여 학생의 꿈이 국가 경쟁력이 되도록 설계한다. 지자체-교육청-대학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 특화 혁신 계획에 대한 재정 지원 및 규제 특례를 요구하는 교육자치 실현이 핵심이다.
교육자치 시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교육정책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이 곧 국가의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철학을 실천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6년 교육 리더십이 나아갈 방향 – 현미경을 들고 학생을 보라
교육정책은 세심한 설계가 관건이다. 위에서 현장으로 내려가는 정책, 교육감 본인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정책 설계가 아니라 학생 모두의 ‘행복한 성장’에 맞닿아 있는 정책 설계, 학습자의 삶 그 자체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환경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평균적 다수’를 위한 효율성에 집중했다. 하지만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의 위기 앞에서 더 이상 학생을 집단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미래 교육을 학생 개개인이 처한 환경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단순히 학습 결손을 보충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의 정서적 상태, 가정 환경, 디지털 격차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는 힘, 주도성(Agency)을 기르고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미래 사회는 정답을 잘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답을 찾는 ‘주도성’을 요구한다. 학교는 학생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연습장이 될 필요가 있다. ‘초등 1학년 학급당 10명 이하’나 ‘하이러닝 플랫폼 강화’와 같은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본질은 아니다. 학생의 주도성을 키우기 위해서 교사가 학생의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할 ‘여유’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습 약점을 보완할 ‘도구’가 다 필요하다. 정책은 실행을 통해 나타난다. 실행은 결국 사람이 한다.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형평성(Equity)! 이는 공정한 출발선을 위한 국가적 약속이다. 주도성에는 반드시 ‘형평성’ 지원이 따른다. 부모의 배경이나 지역적 한계가 학생의 잠재력을 가로막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AI 교육의 확대 등 급격한 기술 전환기에 ‘디지털 양극화’는 경계 대상 1호다. 소외 지역 학생들에게 두터운 자원을 투입하고, 기초학력 전담(전문) 교사 배치, 방과 후 학교 자유수강권 확대 등 적극적 우대 정책이야말로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보루이다.
수원외고 ‘시그널’ 학생들이 쏘아 올린 작은 신호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공간을 간절히 원하며, 그 목소리가 세상에 닿을 때 진정한 성장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과 세상에 닿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학생 모두가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 그것이 곧 대한민국의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지속 가능한 미래 비전이다. 정치적 진영 논리나 거대 담론에 매몰되기보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며 존중받고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기회를 얻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볼 필요가 있다.
2026년의 교육 리더십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그들의 주도적 성장을 위해 기꺼이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현미경을 든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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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인창고 교장을 마치고, 현재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G-SDGs) 교육위원장, 온배움터(구 녹색대) 생태교육연구소 소장, ‘김덕년의 행복한 학교이야기’ DJ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꿈꾸고 싶은 교육낭만주의자로, 교육문제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국어를 공부하고, 온배움터(옛 녹색대) 생태교육과에서 생명이 중심이 되는 교육생태계를 고민했습니다. 저서로는, <주도성과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5)[신간], <주도성>(교육과실천, 2023), <아름다운 숲을 닮은 배움공동체>(케렌시아, 2022), <교사교육과정>(교육과실천, 2022),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1), <과정중심평가>(교육과실천, 2018),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에듀니티, 2017) 등이 있습니다. 연구로는, <고교 교육 환경 변화 전망과 과제:학생들의 시선으로>(한국교육개발원, 2018), <학생부종합전형의 내실화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연계방안>(한국외대,2018),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및 구술고사 연구>(서울대, 2017) 등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자치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라는 행정적,정책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기에 그것과 함께 소고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한국의 지방자치,교육자치의 동행의 기록을 볼 때 처절한 실패라고 진단하며 앞으로도 진행되는 사회의 최신 화두를 좆아가는 구호성 정책을 남발하는 그 이상의 이하도 아닌 지점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기대를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정치’성의 지나친 간섭과 간략하게 상기한 어쩔 수 없이 강박적으로 유행을 쫒는식의 트렌드 모방의 합작이라고 봅니다. 교육감과 교육청중심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 맡겠지만 기실 전혀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어느 정당소속이냐 (사실은 어느지역이냐의 관성이 더 강하게)에 따라 관성에 따라 정책이 입안되는 면이 있으며, 최근에 와서는 기존의 ‘입시’위주 교육이란 프레임에 대한 저주에 가까울 정도의 반감에 준동한 학생주도교육이라는 명칭으로 자주 포장되는 ‘반입시’교육(사실 그런 표방의 교육이 반입시가 아닌점이 더 문제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입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듯이)의 면에서는 사실상 정치성과 지역성에 상관없이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개인적으로 기존의 교육자치를 표방한 교육시스템의 문제점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현실론적으로 교육자치는 예산(돈)의 효율적 운용의 면에서 규모를 축소하여 압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말씀하신 학생 개개인에 대한 초점을 두는 교육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인 ‘방만’한 재정활용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별화교육을 암시하는 듯한 지향점에 대해서는 희망적이고 이상론적인 교육담론으로서 동조하나, 현실에서는 학교에서 ‘입시’와 ‘학생의 총체적 성장’을 모두 다 담보해야하는 매우 버거운 지향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학생 동아리 활동의 예시는 좋은 사례이지만 그런 활동이 보편화할 수 있는 예시인지 모르겠습니다.) 개별화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어디에 더 방점을 두느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학업성취도면에서 보자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제도권 교육이 더욱 중점을 두는 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예산은 제한적이며 그 예산을 쪼개서 정책을 입안할 때 한국은 관성적으로 ‘입시’위주, 상위권에게 유리한 구조의 정책에 몰입하는 구조이라고 판단하기에 차라리 현실적 타협안을 과감히 수용하고 교육의 대의를 살리는 방향이 더 ‘개별화’교육에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우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