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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공존의 교육

#1368 김덕년,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교육위원장 2025.09.16
한국 교육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비전으로 ‘공존의 교육’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 방법을 제시합니다.                                                      

 

 

1. 공존을 배우는 시대적 소명

 

“새로운 세대를 위한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교육철학의 이념은 ‘상생’이다. 상생은 말 그대로 서로 생명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일이다.”

(노상우 <생태교육학> 99쪽)

 

토요일 저녁에 진행하는 함양 온배움터 ‘함께배움’ 시간은 우리 교육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부한다. 오늘은 이 말을 끝으로 수업을 마쳤다. 늦은 밤이지만 눈빛이 다들 형형하다. 그들과 함께 교육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참으로 흥미롭다.

 

대한민국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극심한 개인주의와 경쟁 지상주의는 사람들 사이에 깊은 불신과 갈등을 낳고 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 같은 환경 위기가 더해져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소통의 단절과 혐오의 만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입시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역할을 넘어설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교육의 본질적인 역할은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존중하고, 지구라는 공동체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데 있다. 즉, ‘공존의 교육’이 필요하다.

 

공존의 교육이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협력하는 태도를 함양하는 것, 인간과 자연이 상호 의존적인 관계임을 깨달아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것, 나아가 모든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도록 돕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며,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과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다.

 

 

2. 대한민국 교육과 공존의 가치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삶을 주도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방향은 ‘공존의 교육’이 지향하는 가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치원에서는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통해 유아들이 자연스럽게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배려와 협력의 가치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공동체 놀이’나 ‘역할 놀이’는 공존의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교육 활동이다. 유아 숲 체험원의 생태 체험은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여,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첫걸음이 된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참여형 수업과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학급회의를 통해 학교생활의 규칙을 함께 정하고 친구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과정은 민주적인 의사소통과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학습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지역사회 연계 봉사활동은 학생들이 서로 돕고 배려하며 협동하는 태도를 익히게 한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탐색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학교와 마을을 연계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배움을 확장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면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협력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다. 특히 주제 탐구형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사회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협업 능력과 공동체 역량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 교육 자원 불균형이 존재하며, 획일적인 입시 중심 교육은 공존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 맞춤형 ‘공존의 교육’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3.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공존의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구체적인 교육 활동으로 실천해야 할까. 가장 먼저 관계성 교육이다. 이는 타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을 성숙하게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확장’과 ‘공감형 인문학 교육’ 도입이 필요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갈등을 단순히 회피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인식하고, 건강한 관계 맺기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 활동이다. ‘회복적 서클(Restorative Circle)’을 정례화하여 갈등 당사자들과 주변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비폭력 대화(NVC)’를 정규 수업에 편성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경청하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타자(他者)의 삶’ 이해를 위한 공감형 인문학 교육은 자신과 다른 존재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 인간과 인간의 공존을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시각장애인 변호사, 탈북 청년, 다문화 가정 부모, 환경 운동가 등 다양한 ‘삶의 멘토’를 교실로 초청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역사 속 인물 롤플레잉(Role-playing)을 통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아내는 인문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생태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상호 연결된 하나의 생명 공동체라는 새로운 생태적 세계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삶의 태도와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자연과 인간 사회의 상호작용을 깊이 이해하고,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통합적 교육 활동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 제로(Zero) 마을 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 하천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석하며, 더 나아가 친환경 생활용품을 직접 제작하거나 재활용 활동을 통해 자원의 순환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실천적 생활양식의 변화로 이어진다.

 

또한, 학교와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 친환경 먹거리 소비, 대중교통 이용 등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활동을 교육해야 한다. 학교 텃밭 가꾸기를 통해 먹거리의 소중함과 자연의 순환을 배우고, ‘로컬 푸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생태적 가치를 내면화하도록 해야 한다.

 

 

4.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공존의 교육’ 정책 실행

 

지금까지 많은 교육정책은 중앙에서 내려와 학교 현장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도시와 농촌 지역의 교육 환경과 요구가 크게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공존의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세심하게 수립해야 한다.

 

도시 지역은 자연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생태적 감수성 회복과 공유 프로젝트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 옥상이나 유휴 공간에 ‘학교 텃밭’을 조성하고, 지역사회 도시 농부나 전문가를 ‘마을 교사’로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을 체험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도시 학교와 농촌 학교 간 깊이 있는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농촌 지역은 ‘지속가능성’ 기반의 마을 교육 공동체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농촌이 가진 풍부한 자연 환경과 강한 공동체 문화를 교육적으로 적극 활용하여, 특정 농작물의 재배부터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배우는 ‘지역 특산물 경영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농촌 지역의 특색 있는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마을 교사’로 위촉해 이들을 정규 교과 수업이나 방과 후 활동에 참여시키면, 학생들은 살아있는 지식과 경험을 배울 수 있다. 또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 공유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여 도시와 농촌 간 교육 콘텐츠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 공존을 배우고, 공존을 실천하는 미래 시민 양성

 

공존의 교육은 단순한 교육 정책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비전이다. 인간과 인간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하며, 모든 생명체가 상호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공존의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공존의 교육을 위한 전면적인 정책 실행이 어렵다면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 체제를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그 틀 안에서 ‘공존의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자. 즉, 경쟁과 협력을 상호 보완적인 가치로 재정립해야 한다. 팀 프로젝트나 토론 수업을 내신 평가에 적극 반영하고, 대학 입시 전형에 다양성과 공동체 기여도를 평가하는 요소를 확대하여 학생들이 ‘공존의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주체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농촌 학교는 자연 환경을 활용한 생태 교육을 강화하고, 도시 학교는 지역 예술가나 시민 단체와 협력하여 다양한 문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교육의 주체를 학교에서 지역사회로 확장하여, 진정한 의미의 ‘마을 교육 공동체’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존의 교육’이 일회성 이벤트나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결국 ‘공존의 교육’은 단순한 교육정책을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이다. 이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역을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가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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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교육위원장 김덕년

구리 인창고 교장을 마치고, 현재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G-SDGs) 교육위원장, 온배움터(구 녹색대) 생태교육연구소 소장, ‘김덕년의 행복한 학교이야기’ DJ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꿈꾸고 싶은 교육낭만주의자로, 교육문제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국어를 공부하고, 온배움터(옛 녹색대) 생태교육과에서 생명이 중심이 되는 교육생태계를 고민했습니다. 저서로는,  <주도성과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5)[신간], <주도성>(교육과실천, 2023), <아름다운 숲을 닮은 배움공동체>(케렌시아, 2022), <교사교육과정>(교육과실천, 2022),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1), <과정중심평가>(교육과실천, 2018),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에듀니티, 2017) 등이 있습니다. 연구로는, <고교 교육 환경 변화 전망과 과제:학생들의 시선으로>(한국교육개발원, 2018), <학생부종합전형의 내실화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연계방안>(한국외대,2018),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및 구술고사 연구>(서울대, 2017) 등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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